〈 62화 〉7. 해피 뉴 이어 - (3)
호텔 문을 여는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무슨 냄새지?’
향기가 조금 강렬했다.
마치 누가 탈취제를 쏟았나 착각할 정도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지혜는 얇은 치마 같은 옷을 입고 소파에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 자기, 미안.”
“응?”
“… 핸드폰.”
“아니야, 괜찮아. 찾았으니 다행이지, 뭐. 그보다 너…, 앞으로 거기에 야한 사진 넣어두지 마라.”
“응?”
“만약 잃어버려서 누가 보면 어떻게 하냐. 난 그게 제일 걱정이더라. 후우….”
나는 옷깃을 펄럭이며 조금이라도 땀을 식혔다.
“근데 무슨 냄새야? 뭐 향수 뿌렸어?”
“… 비슷하긴 해. 너무 맡지는 마. 저 쪽 방에는 절대 가지 말고.”
“응?”
지혜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들리자 그녀가 기겁하며 일어났다.
“보… 보지 마! 코 막아! 빨리…!”
“… 뭐 있어?”
“… 있어.”
“왜 그래?”
“… 자기, 미안….”
“응?”
지혜는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고는 두 다리를 비비적거렸다.
“… 내가 거짓말했어.”
“어? 거짓말?”
“…응. 자기랑 잠깐 떨어져서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어….”
“무슨 말이야? 이해를 못 하겠어.”
“… 처음부터 핸드폰 내가 가지고 있었어…. 미안해….”
“… 응? 왜? 아니…. 왜 그런 거짓말을 한거야?”
그러자 지혜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고 왔어.”
“뭐?”
“… 관장하고 왔어.”
“…”
그 말을 듣자, 나는 머릿 속이 혼란스러워졌다.
“… 그거 맞지? 그… 안에 일부로 다 나오게 하는….”
“더 얘기하지 마. 부끄러워 죽을 거 같아….”
“… 그래.”
지혜는 말한대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 전에 말한 선물이 이거야?”
“…응.”
“…”
“확인해…볼래?”
지혜가 살짝 치마를 들추며 말했다.
그녀의 얇은 옷 아래로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가슴의 중심 부분이 톡 튀어나온 걸로 봐서 브래지어도 차고 있지 않은 듯 했다.
“… 씻고. 땀 흘려서 힘들어.”
“응…. 알았어….”
“같이 씻을래?”
“응?”
“그 사이에 씻었어?”
“… 한 번.”
“그럼 그냥 기다리고 있을래?”
“… 아니. 같이 씻자.”
“그래. 그럼 나 속옷만 챙기고 올게. 욕조에 물 좀 받아줘.”
“응, 알았어….”
지혜가 다른 하나의 욕실로 향하자, 나는 가방을 놔둔 방으로 들어가 가방 앞에 잠시 쭈그려 앉았다.
‘… 세상에.’
애널 플레이.
관심은 있었다.
지혜가 한 번 언급을 한 적이 있어서 아마 조만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진짜 그 시간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긴장됐다.
‘… 괜찮겠지.’
언제할지 모른다고 몇 번이고 인터넷에서 주의점들을 알아보곤 했다.
그 때, 지혜가 외쳤다.
“성준아!”
“어?!”
“속옷만 챙기고 나오면 돼!”
“어!”
속옷만 챙기고 나오면 된다고?
약간 머리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지혜의 말대로 속옷만 챙겨 욕조가 있는 화장실로 향하자 금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 저거 다 산 거야?”
“… 필요하다고 해서….”
“…”
욕조 옆에는 여러가지 물건들이 있었다.
전에 한 번 봤던 러브젤. 익숙한 친구였다.
지혜와 관계를 가질 때, 자주 쓰는 콘돔. 저 또한 익숙한 친구였다.
그리고 조금은 낯선 형태의 콘돔 하나를 발견했다.
“… 저건 뭐야?”
“… 손가락용 콘돔이래…. 저것도 필요하대서….”
“…”
새삼스레 지혜가 이렇게까지 준비하고 왔으니 점차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오늘… 할 거야?”
“…응. 오늘….”
“후우…., 알았어. 나 일단 샤워부터 할게.”
“…응. 난 욕조에 들어가있을게….”
“어.”
지혜가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을 보고, 나는 샤워부스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
뭔가 마음이 들떴다.
마치 처음 지혜와 경험을 한 그 날의 느낌이었다.
“후우….”
아까 달리기의 여파인지, 아니면 단순히 긴장해서인지.
심장이 빨리 뛰는 게 계속하여 느껴졌다.
그럼에도 천천히, 꼼꼼하게.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신중하게 몸을 닦았다.
‘무조건 위생….’
인터넷을 통해 얻은 지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생을 강조했다.
특히 여성은 감염 같은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고 여러번 나와있었기에 내가 신경쓰지 않으면 지혜에게 안 좋다는 생각에 부담감도 있었다.
“… 다 씼었어.”
“…응.”
지혜는 욕조의 물을 손으로 담았다가, 다시 놓아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 지혜도 긴장되겠지.’
지혜 또한 경험한 적 없는 일이라고 했기에 덩달아 나 또한 조금은 긴장됐다.
내가 욕조에 들어가자 지혜는 자연스레 내 품으로 들어왔지만, 두 팔로 무릎을 껴앉은 채 완전히 내게 몸을 기대진 않았다.
그리고는 둘이서 한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냥 가만히 있었다.
“…”
“…”
욕조 안에서 서로 얼굴도 마주치지 못 하고, 그냥 가끔씩 물 떨어지는 소리만 들으며 앉아있다가 먼저 말을 꺼낸 건 나였다.
“지혜야.”
“으… 응….”
“밖에 봐.”
“어?”
“야경 다 보인다.”
“예쁘다….”
고개를 돌리자 한 쪽 벽면이 유리로 되어있는 부산의 야경이 보였다.
지혜가 그 광경을 보더니 입을 벌리고는 감탄했다.
“와…, 여기서 해돋이 봐도 되겠는데?”
“그래도 막상 여기서 보면 좀 아쉬울걸?”
“그렇겠지?”
“어.”
“이리와 봐.”
“…응.”
지혜를 뒤에서 껴안자 그제서야 그녀는 내 품에 온전히 안겨들었다.
“… 긴장돼?”
“… 응.”
“나도 그래….”
“… 자기도?”
“어.”
“히힛…. 그 말 들으니깐 좀 낫네.”
“그래?”
“… 응.”
지혜가 내 가슴에 등을 기대고는 나를 올려다봤다.
“자기.”
“어.”
“키스해줘. 찐하게.”
“응.”
“음….”
입술을 갖다대자, 평소보다 살짝은 뜨거운 지혜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 사이로 지혜의 혀가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서로의 혀와 혀를 섞으며 나는 조금씩 그녀의 몸을 만졌다.
처음엔 가슴부터.
“음…. 쮸웁…. 하아….”
한 손으로 다 안 잡힐 정도의 큰 가슴을 움켜쥐자, 지혜가 내 입술을 빨아당겼다.
그리고는 잠시 서로 이마를 맞대고 눈을 마주쳤다.
“성준아….”
“어.”
“… 도중에라도 아프면 안 할거야.”
“당연하지. 아프면 바로 말해.”
“… 그리고 혹시 막… 그… 알지? 이상한 일 생기면….”
“모른 척…은 안 되겠네. 잊으려고 노력할게.”
“으…. 부끄러워 미칠 거 같아….”
“… 어땠어?”
“뭐가?”
“관장했다매. 그거 좀 힘들었어?”
“… 솔직히 그거 약 되게 좋더라.”
“어?”
“여자들은 가끔 변비 있거든. 그럴 때 마다 쓰고 싶을 정도로 좋았어.”
“… 그래?”
“… 응. 히힛. 이상하다.”
“뭐가?”
“자기랑 이런 얘기하는 거.”
“왜?”
“성준이, 기억 안 나는구나.”
“… 뭐가?”
“너 옛날에 나한테 그랬잖아. 너는 내가 화장실 가는 모습도 상상도 안 간다고.”
“… 상상하기 힘들긴 하지. 굳이 상상할 거리도 안 되고.”
“나도 참 기분이 싱숭생숭하네…. 성준이한테 다른 구멍을 보여주게 될 줄은 몰랐어.”
“… 뒤로 할 때는 맨날 잘 보이는데.”
“야. 그거랑 이거랑 조금 다르지….”
“… 그런가?”
“응. 그렇지….”
지혜가 내 품에서 빠져나가더니 일어났다.
“… 여기서 할 거야?”
“응? 굳이?”
“… 그럼?”
“침대에서 하는 게 자기도 편하지 않아?”
“… 그런가? 괜히 가져왔네….”
“… 일단 침대에서 하고, 그러고 다시 여기 와서 씻으면 되지.”
“응….”
“나가자.”
“그래.”
나는 지혜가 들고온 물건들을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 이거 들고 가자.”
“목욕 타올?”
“… 응. 밑에 깔아두게….”
“그래. 침대는 어디 쓸까?”
“… 창문 없는 방에서 하자.”
“알았어.”
수건으로 몸을 닦고,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두 개나 있는 방 중 한 곳으로 들어갔다.
큰 사이즈의 침대가 떡하니 방 중앙에 보였다.
“…”
“…”
지혜와 나는 손을 잡은 채, 그 침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어색해서 그런지 어떻게 무슨 말로 시작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웃음이 튀어나왔다.
“풉….”
“응?”
“야, 지혜야.”
“왜?”
“… 나 있잖아. 너랑 처음 섹스했던 날 같아.”
“… 그래?”
“나 그 때 엄청 긴장했거든.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거니깐.”
“그런 표정이더라. 너 그 때 물 마시다 체했지.”
“어. 목에 걸렸어.”
“그 때 성준이 귀여웠는데~.”
“지금은 아니야?”
“요즘은 멋있어.”
“멋있어?”
“응…. 가끔씩 침대에서 약간 야성미 같은 게 보여.”
“그래?”
“응응.”
“그럼 자기 좋아하는 대로 야성미 넘치는 방식으로 할까?”
“응? 꺄악!”
내가 지혜의 다리를 들어 그녀가 좋아하는 공주님 안기 식으로 껴안자 그녀가 당황하며 내게 안겼다.
“던져주는 거?”
“응. 던져줘.”
“읏…차!”
“꺄악! 아하핫….”
침대가 한 차례 크게 출렁이며 지혜가 웃었다.
“나 이게 왜 그렇게 좋을까?”
“나도 좋더라.”
“자기도 그래? 안 힘들어?”
“어. 너 던지면 네 가슴이 출렁거리는 게 보기 좋거든.”
“으이구~, 변태.”
“너도 변태면서 뭘.”
“그래, 인정.”
내가 침대에 올라가자 지혜는 내 목을 감싸안으며 나를 마주보고 누웠다.
“키스해줘.”
“찐하게?”
“응, 찐~하게.”
지혜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말했다.
“흐음… 음…. 쮸웁….”
평소보다 소리가 많이 나게 키스했다.
일부로 그녀의 혀와 입술을 더 소리나게 빨면서 조금이라도 지혜가 덜 불안하게끔.
그러면서 한 손으로는 허리를 만지다가, 조금씩 내려가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흐읏….”
“쮸웁…. 하아….”
“성준아….”
“어.”
“… 아까 나는 장어 일부로 안 먹었다?”
“그래?”
“… 어. 며칠 전부터 식단 조절도 했어. 장에 좋은 음식만 먹으래서.”
“아, 인터넷에 그런 거 있긴 하드라.”
“그래서 바나나랑 두부랑 쌀만 먹었어. 기름기 있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라고 하더라고.”
“… 많이 배고팠겠네. 너 고기 좋아하잖아.”
“응…. 그러니깐 내일 고기 먹자.”
“그래.”
쪽.
지혜가 내 입술에 한 번 뽀뽀한 뒤, 내 아랫입술을 빨고는 다시 입을 뗐다.
“… 만져도 돼.”
“… 어.”
“조심히…, 바로 손가락은 집어넣지 말고. 주변만….”
“응.”
지혜의 허락이 떨어지자, 나는 손을 움직여 조금씩 엉덩이를 더듬어갔다.
지혜가 내 목에 완전히 안기는 자세가 되자 자세가 오히려 좀 더 편해졌다.
“…”
그녀의 엉덩이를 지나, 엉덩이의 틈새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내 손가락 때문에 놀랐는지, 한 순간 그녀가 엉덩이를 조이다가 금새 풀어줬다.
“후우….. 후우…..”
“일부로 그렇게 숨쉬는거야?”
“…응.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
“응….”
그녀의 엉덩이 틈을 지나 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럽게 위치를 확인해나갔다.
그리고 꼬리뼈와 엉덩이의 골이 있는 부분을 지나자.
목표로 한 지점에 손가락 끝이 닿았다.
“…주변만 천천히 만져줘.”
“… 응.”
나는 인터넷에서 본 ‘마사지하듯 풀어줄 것’이라는 주의사항을 되새기며 조심히, 그리고 지긋히 주변 부분을 눌러주었다.
“으…. 이상해에~.”
“그래?”
“… 어. 나 혹시 그 주변에 털 없어?”
“… 안 느껴지는데.”
“씨이. 혹시나 보이더라도 모른 척 해줘. 너무 쪽팔릴 거 같아….”
“… 지혜야, 조금만 진정해. 아직 넣지도 않았어.”
“응….”
그녀의 주름진 부분 근처를 조금씩 손가락으로 누르며 나는 그녀가 긴장을 풀 수 있게, 그리고 익숙해지게 조금씩 꾹꾹 눌러줬다.
“… 어때?”
“조금씩 익숙해지는 거 같아….”
“… 손가락 넣어볼까?”
“바로 넣지 말고. 젤 쓰자…. 손가락용 콘돔도 가지고 왔어.”
“… 어.”
지혜가 내 목을 감고 있던 팔을 풀어주자, 나는 일어나 침대 맡에 있는 젤과 손가락용 콘돔을 챙겼다.
지혜는 엉덩이 아래에 넓은 목욕 수건을 펼치고 다리를 M자로 벌리려다, 이내 포기하고 엎드려서 엉덩이를 들춰올렸다.
베개를 품에 꼭 껴안고,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드러난 귀가 새빨갛게 물들어있었다.
“씨이…. 어차피 보여주는 거니깐, 자기가 보는 건 보는 건데. 너무 보지 마…. 부끄러우니깐….”
“… 알았어.”
나는 젤을 붙잡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 섰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