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7. 해피 뉴 이어 - (11)
샤워실에서 일부로 찬 물로 세수를 하고 어떻게든 잠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밤새 술을 마시거나 2일 연속으로 축구하는 것도 큰 피곤함을 못 느꼈지만, 잠을 적게 자고 여러 번 섹스를 한 것은 몸이 훨씬 피곤했다.
섹스는 왜 이렇게 힘든 일일까.
막상 해보면 축구만큼 격렬한 운동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지혜와 하고 난 뒤의 다음 날 아침은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혹시 지혜가 서큐버스나 구미호는 아닐까.
사실 내 정력을 뺏어가서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는거다.
생각해보니 지혜는 나보다 5살 연상이지만, 여전히 어려보였다.
가슴도 엄청 크고, 몸도 좋고.
생각해보니 맞는 거 같다.
“정신 차려야지….”
피곤하니깐 별의별 잡생각이 다 떠오른다 생각하며 나는 마저 씻고 밖으로 나왔다.
거실로 나오니 지혜가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거실에 앉아있었다.
“… 아직도 안 입고 있었어?”
“자기가 속옷 골라줘.”
“… 일루와.”
“응응.”
지혜가 달려와 내게 안겼다.
부드럽고 따스한 게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꾸욱 안게 되었다.
“히힛. 왜 이렇게 칭얼대, 자기.”
“피곤해….”
“내가 어제 너무 많이 했나?”
“… 아니야. 그냥 적게 자서 그런가보지.”
지혜의 어깨에 머리를 올리자 자연스레 자세가 낮아졌다.
문득 손 끝에 닿는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져서 꼬옥 잡자, 지혜가 내 엉덩이를 때렸다.
“벌리지 마아….”
“자기 엉덩이는 진짜 왜 이렇게 부드럽냐. 내 엉덩이는 안 그런데.”
“우리 성준이가 너무 만져서?”
“그런가? 그래서 이렇게 야들야들한가?”
손으로 몇 번 더 주물럭거리자 지혜가 내 허리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여기까지만. 더 그러면 한 번 더 하고 싶어져.”
“… 알았어. 여기까지. 엉덩이는 어때?”
“응? 뭐가?”
“아니. 여전히 그… 뒤 쪽 구멍 아파?”
“그냥 똥구멍이라고 해. 뭘 그렇게 말을 뱅뱅 돌려.”
“네가 싫어하잖아.”
“이뻐. 내 걱정도 다 해주고.”
“내가 저질렀으니 내가 걱정해야지, 뭐. 그래서 괜찮아?”
“응. 괜찮아. 만져볼래?”
“그래.”
내가 손을 대자 지혜가 자신의 엉덩이를 붙잡아 벌려주었다.
손가락을 대보자 어제보다 확실히 안으로 들어가있었다.
“이제 거의 안 나왔지?”
“응. 그렇네. 다행이다. 다시 들어가서.”
“앞으로 한 달 간은 똥꼬로 안 해줄거야.”
“한 달 지나면 해줄거야?”
“자기 하는 거 보고. 뒤로 하는 게 좋긴 좋았나 봐?”
“… 그냥 가끔 가다 한 번씩은 해보고 싶은 정도지.”
“히힛, 그런걸로 하자. 그래서 나 뭐 입을까?”
지혜가 자신의 여행 가방 앞에 쪼그려 앉자 나도 허리를 숙여 가방 안을 유심히 살폈다.
“… 색 있는 거는 옷 입으면 튀지 않나?”
“안에 하얀 거를 안 입으면 되지.”
“그럼 빨간색. 나 저거 처음 보는 거 같은데.”
“히힛. 이번에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았어.”
“응? 누구한테?”
“친구한테. 윤경이.”
“아…. 감사하다고 전해주라.”
“왜? 야해?”
“응. 엄청 야해.”
“히힛.”
지혜가 팬티에 발을 걸치고 쭈욱 끌어올렸다.
별 거 아닌 행동인데 저렇게 내 앞에서 속옷을 입는 모습이 왜 저리 예뻐보일까.
이게 콩깍지인가 싶다.
팬티를 다 입은 지혜가 브래지어에 손을 넣고는 후크를 잠근 뒤, 가슴을 브래지어 안으로 밀어넣었다.
“질문.”
“응? 무슨 질문?”
“전부터 궁금했는데 가슴 그거 왜 하는거야?”
“뭐?”
“이렇게, 이렇게 손 왔다갔다 하는거.”
“가슴 정리하는거야. 자기도 가끔 하잖아.”
“내가?”
“응. 자기 맨날 팬티 입고 고추 정리하는 것처럼 나도 하는 건데?”
“아…. 뭔지 알 거 같아.”
“히힛, 자기 속옷은 내가 골라줘야지.”
“… 그래.”
지혜가 내 여행 가방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 자기.”
“응?”
“진짜 이거 밖에 없어 속옷?”
“… 미안.”
“하아….”
지혜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가져온 속옷이라고는 전부 검은색 아니면 남색의 어두운 색의 팬티들 뿐에
런닝을 대신할 하얀 반팔 면티가 전부였다.
“… 이따 낮에 백화점 가자고 했잖아.”
“어….”
“그 때 내가 자기 속옷도 사줄게.”
“… 그래.”
“자, 이게 그나마 제일 예쁜 거 같네.”
“어….”
지혜가 속옷을 건네주자 그걸 입고 난 뒤에 각자 옷을 입었다.
옷을 다 입고난 뒤에 자연스레 주방의 테이블에 앉았다.
“지혜야, 커피 마실래?”
“어. 설탕 빼고 줘.”
“안 써?”
“쓰지. 근데 살 찌잖아.”
“힘들겠네.”
“자기는?”
“나는 프림도 넣고, 설탕도 넣지.”
“… 왜 자기는 살 안 쪄?”
“나는 운동하잖아.”
“나도 운동하는데?”
“…”
포트에 물을 올리고, 문득 옷을 입고 있는 지혜를 쳐다보다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 이렇게 얇은데 살을 더 빼고 싶어?”
“그건 아닌데 그래도. 살 찌면 보기 흉하잖아. 자기가 먼저 알게 될 텐데 그런 거 싫어.”
“… 내가 먼저 안다고?”
“자기랑 섹스할 때 맨날 내 허리에 손 자주 올리잖아. 내가 살찌면 자기가 바로 알 걸? 나 솔직히 악몽도 꾼다?”
“악몽? 어떤 악몽?”
“막 한참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네가 내 허리 만지더니 그러는거야. ‘지혜야, 살 쪘어?’ 라고 말하는 거지. 으~. 끔찍해….”
“… 나는 자기 살쪄도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으니깐 싫어. 물 다 끓었다. 내가 타 줄까?”
“그래. 나는 네 꺼 타 줄게.”
“응응. 물 많이 넣어줘.”
“그래.”
서로가 서로의 커피를 타주고 조금씩 커피를 홀짝이며 시계를 쳐다봤다.
7시.
“슬슬 나갈까?”
내가 핸드폰을 들어보이자 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 어쩌지?”
“종이컵 있어. 내가 들고왔어. 거기에 담아가자.”
“그래.”
지혜랑 사이좋게 종이컵 한 잔 씩 들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겉옷을 챙겼다.
“예쁘네, 우리 지혜.”
“히힛, 자기도.”
“근데 네 꺼는 목까지 안 올라와?”
“그럼 좀 답답해서 일부로 끝까지 안 올렸지. 가슴에 좀 걸리기도 하고.”
“… 목도리라도 하나 하지? 바다 근처라서 추울텐데.”
“자기가 매줄래?”
“그래.”
지혜가 목도리를 가져와 건네주자 그녀의 목에 목도리를 걸고 문득 지혜와 눈이 맞았다.
목도리를 살짝 내 쪽으로 당기자, 지혜가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쪽.
“히힛. 같은 생각 했구나?”
“왠지 해보고 싶더라, 이거.”
지혜의 목도리를 마저 매주고, 손에 커피를 하나씩 든 채 우리는 호텔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서도 한 번 더 키스를 하려다가 아쉽게도 도중에 다른 손님이 타서 못 했다.
이따 돌아올 때는 해야지.
***
“춥다~.”
“그러게. 자기자기, 여기서 오뎅 팔면 대박날 거 같은데.”
“야, 절 앞에서 오뎅은 좀 그렇지.”
“스님들은 오뎅도 안 드셔?”
“오뎅도 생선 살 발라서 만든 거잖아. 안 드시겠지.”
“그렇구나.”
해돋이를 보기로 한 장소, 해동용궁사에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점점 더 바글거렸다.
“와…, 사람 많다.”
“그러게. 다들 해돋이 보러 온 거겠지?”
“그렇지. 지혜야, 잠깐만.”
일주문이 나오자 나는 잠시 합장하여 고개를 숙였다.
지혜가 옆에서 나를 따라하고는 일주문을 넘어서자 지혜가 내 손을 잡았다.
“자기 불교였어?”
“딱히 종교가 있는 건 아닌데 아버지가 등산을 좋아하셔서.”
“응? 그게 왜?”
“좀 유명한 절은 다 다녀봤어. 좀 괜찮은 산이잖아? 항상 절이 있드라. 그래서 뭐 절구경도 다니고 그러다보니 그래도 예의는 지켜야지 싶어서.”
“… 우리 어머니는 천주교신데.”
“우리 어머니랑 외가도 천주교야. 따로 성당에 나가시는 건 아니고.”
“그래? 다행이다.”
“하긴…. 종교 꼬이면 좀 그렇긴 하지.”
“그럼 자기는 약간 친 불교 성향으로 생각하면 되는거야?”
“… 그건 아닐걸. 난 성당 들어가는 것도 좋아하고, 군대에서 읽을 게 없어서 성경도 다 읽었는데.”
“진짜?”
“어. 훈련소에서 진짜 지루해서 주말 종교 활동 나갔다가 거기서 받은 미니 성경 심심할 때마다 읽었지. 그러다보니 다 읽게 되더라.”
“대박이다. 나는 옛날에 교회나갈 때도 한 번도 다 못 읽어봤는데.”
“응? 아깐 어머님이 천주교라매.”
“초등학교 때는 교회도 나갔었지.”
“크큭, 나도 초등학교 때 교회 갔어. 자기는 왜?”
“나 그 때 친구들이 다 다녀서?”
“나도 비슷한 이유긴 하다.”
점점 사람들이 많아서 걸어다니기가 불편해지자 나는 지혜가 낀 팔짱을 놓고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손 놓지 마. 잃어버리라.”
“내가 애야?”
“혹시나 잃어버리면 큰 소리로 노래 불러, 크큭.”
“뭐 부를까?”
“애국가가 제일 흔하지 않나?”
“나 애국가 완전 잘 부르는데, 히힛.”
“그래. 그럼 잘 들리겠네.”
지혜랑 그렇게 실없는 농담을 하며 대충 자리잡고 서자 지혜가 내 앞에 섰다.
문득 지혜의 귀가 살짝 빨개져 있길래 손으로 귀를 덮어주었다.
“귀 안 시려?”
“조금 시려. 자기는?”
“나는 네가 막아주면 되잖아.”
“그래, 히힛.”
지혜가 손을 들어 내 귀를 막아주자 서로 마주보는 형태가 되었다.
주변의 시선도 까먹고 자연스레 입술을 가까이하려고 하자 지혜가 이마로 나를 막아섰다.
“야, 부처님 보신다.”
“… 까먹었네. 우리 지혜가 너무 예뻐서 실수할 뻔 했다.”
“히힛, 이따가 해 줘.”
“그래.”
그 때,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지혜야, 해 뜬다.”
“아, 진짜네.”
지혜가 뒤로 돌아서자 그녀를 뒤에서 껴안고 떠오르는 새해의 첫 해를 봤다.
“… 예쁘다.”
“그러게.”
“자기는 새해 다짐 같은 거 있어?”
“있지. 너는?”
“나도 있어.”
“그럼 서로 말할까?”
“그럴까? 자기는 뭔데?”
“음…. 나는 취직. 무조건 취직. 너는?”
“나도 자기 취직. 히힛.”
“뭐야, 그게. 네 소원이잖아.”
“내 소원이 자기 소원이지, 뭐. 자기가 취직해야 나도 빨리 시집 가는 거 아냐?”
“… 하긴. 그럼 자기 소원은 결혼인가?”
“아니.”
지혜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우리 성준이가 행복해지는 거.”
“…”
지혜의 말을 듣자 나는 그냥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다 이런 여자랑 만나게 됐을까.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내 여자친구일까.
“이미 이뤄진 거 같다.”
“그래?”
“어.”
지혜가 다시 고개를 내리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봤다.
“성준아.”
“응?”
“사랑해.”
“나도, 많이 사랑해.”
“올 한 해도 계속 내 옆에 있어줘.”
“그래.”
“자주 통화해주고, 너무 공부만 하다가 힘들면 연락하고.”
“응, 그럴게. 자기도 회사 일 힘들면 나한테 연락하고.”
“그래. 그럼 저번처럼 한밤 중에 나 보러 달려와 줘.”
“그럴게. 너도 가끔 뜬금없이, 아무말 없이 대구로 내려와.”
“응.”
뒤에서 지혜를 안고 있다가 자세가 조금 불편해서 그녀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지혜가 내 손을 꼬옥 붙잡고는 그렇게 한동안 해가 뜨는 것을 좀 더 지켜봤다.
해가 완전히 바다 위로 떠오르는 것을 보고 나는 지혜에게 말했다.
“이제 갈까?”
“응, 가자.”
“아침 뭐 먹을까?”
“호텔에서 먹어야지. 거기 조식 포함이야.”
“그래? 음식들 맛있겠지?”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 비싼 호텔인데?”
“체크아웃은 언제까지야?”
“11시까지.”
“시간 좀 남았네.”
“그치? 시간 꽉꽉 채워서 나가자. 다음에 또 언제 그런데 오겠어.”
“하긴….”
“그러니깐 11시까지 꽉꽉 채워서 하자.”
“… 뭘?”
지혜가 내게 뒤돌아서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
“야한 거 ❤”
“야….”
“왜 싫어?”
“… 싫은 게 아니라 사람 많은데서.”
“히힛, 그래서 귓속말로 한 거잖아.”
“… 그래. 어서 들어가자.”
“나 이번에 진짜 준비 많이했어. 더 기대해도 돼.”
“…”
지혜가 기대하라고 말하니 진짜 기대된다.
항상 그녀가 준비한 것이 내 기대를 배신한 적이 없으니.
“… 뭔지 물어봐도 돼?”
“비밀. 이따 들어가서 직접 봐. 히힛.”
“… 그래.”
차를 대둔 주차장으로 가자 바로 앞에서 무언가를 보고 지혜와 나 둘 다 웃었다.
“하핫.”
“봐봐. 내가 말했지. 진짜 잘 팔릴 거라니깐?”
오뎅 가게와 그 앞에 잔뜩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별 거 아닌 거였지만, 그냥 괜히 웃겼다.
“먹고 갈까?”
“그래, 히힛.”
그 날 먹은 오뎅은 정말 맛있었다.
새해의 시작으로 최고의 먹거리였다.
지혜와 같이 먹어서 더 맜있었고.
챕터 7. 해피 뉴 이어 끝.
-> 챕터 8. 부산 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