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7. 해피 뉴 이어 - (11) (70/163)



〈 70화 〉7. 해피 뉴 이어 - (11)
샤워실에서 일부로 찬 물로 세수를 하고 어떻게든 잠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밤새 술을 마시거나 2일 연속으로 축구하는 것도 큰 피곤함을 못 느꼈지만, 잠을 적게 자고 여러  섹스를 한 것은 몸이 훨씬 피곤했다.


섹스는 왜 이렇게 힘든 일일까.


막상 해보면 축구만큼 격렬한 운동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지혜와 하고 난 뒤의 다음 날 아침은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혹시 지혜가 서큐버스나 구미호는 아닐까.

사실 내 정력을 뺏어가서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는거다.

생각해보니 지혜는 나보다 5살 연상이지만, 여전히 어려보였다.


가슴도 엄청 크고, 몸도 좋고.

생각해보니 맞는  같다.

“정신 차려야지….”

피곤하니깐 별의별 잡생각이  떠오른다 생각하며 나는 마저 씻고 밖으로 나왔다.

거실로 나오니 지혜가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거실에 앉아있었다.


“… 아직도 안 입고 있었어?”

“자기가 속옷 골라줘.”

“… 일루와.”

“응응.”


지혜가 달려와 내게 안겼다.


부드럽고 따스한 게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꾸욱 안게 되었다.


“히힛. 왜 이렇게 칭얼대, 자기.”


“피곤해….”


“내가 어제 너무 많이 했나?”

“… 아니야. 그냥 적게 자서 그런가보지.”

지혜의 어깨에 머리를 올리자 자연스레 자세가 낮아졌다.


문득 손 끝에 닿는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져서 꼬옥 잡자, 지혜가  엉덩이를 때렸다.

“벌리지 마아….”

“자기 엉덩이는 진짜 왜 이렇게 부드럽냐. 내 엉덩이는 안 그런데.”

“우리 성준이가 너무 만져서?”

“그런가? 그래서 이렇게 야들야들한가?”


손으로 몇 번  주물럭거리자 지혜가 내 허리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여기까지만. 더 그러면 한 번 더 하고 싶어져.”


“… 알았어. 여기까지. 엉덩이는 어때?”

“응? 뭐가?”

“아니. 여전히 그… 뒤  구멍 아파?”


“그냥 똥구멍이라고 해. 뭘 그렇게 말을 뱅뱅 돌려.”

“네가 싫어하잖아.”


“이뻐.  걱정도 다 해주고.”


“내가 저질렀으니 내가 걱정해야지, 뭐. 그래서 괜찮아?”

“응. 괜찮아. 만져볼래?”


“그래.”

내가 손을 대자 지혜가 자신의 엉덩이를 붙잡아 벌려주었다.

손가락을 대보자 어제보다 확실히 안으로 들어가있었다.

“이제 거의 안 나왔지?”

“응. 그렇네. 다행이다. 다시 들어가서.”

“앞으로 한 달 간은 똥꼬로 안 해줄거야.”

“한 달 지나면 해줄거야?”

“자기 하는  보고. 뒤로 하는 게 좋긴 좋았나 봐?”

“… 그냥 가끔 가다  번씩은 해보고 싶은 정도지.”


“히힛, 그런걸로 하자. 그래서 나 뭐 입을까?”


지혜가 자신의 여행 가방 앞에 쪼그려 앉자 나도 허리를 숙여 가방 안을 유심히 살폈다.


“… 색 있는 거는 옷 입으면 튀지 않나?”


“안에 하얀 거를 안 입으면 되지.”

“그럼 빨간색.  저거 처음 보는 거 같은데.”

“히힛. 이번에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았어.”

“응? 누구한테?”


“친구한테. 윤경이.”

“아…. 감사하다고 전해주라.”

“왜? 야해?”


“응. 엄청 야해.”

“히힛.”


지혜가 팬티에 발을 걸치고 쭈욱 끌어올렸다.


별  아닌 행동인데 저렇게  앞에서 속옷을 입는 모습이  저리 예뻐보일까.


이게 콩깍지인가 싶다.

팬티를 다 입은 지혜가 브래지어에 손을 넣고는 후크를 잠근 뒤, 가슴을 브래지어 안으로 밀어넣었다.

“질문.”

“응? 무슨 질문?”


“전부터 궁금했는데 가슴 그거 왜 하는거야?”


“뭐?”

“이렇게, 이렇게 손 왔다갔다 하는거.”


“가슴 정리하는거야. 자기도 가끔 하잖아.”


“내가?”

“응. 자기 맨날 팬티 입고 고추 정리하는 것처럼 나도 하는 건데?”

“아…. 뭔지 알 거 같아.”


“히힛, 자기 속옷은 내가 골라줘야지.”

“… 그래.”


지혜가  여행 가방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 자기.”


“응?”

“진짜 이거 밖에 없어 속옷?”

“… 미안.”

“하아….”

지혜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가져온 속옷이라고는 전부 검은색 아니면 남색의 어두운 색의 팬티들 뿐에


런닝을 대신할 하얀 반팔 면티가 전부였다.


“… 이따 낮에 백화점 가자고 했잖아.”


“어….”

“그 때 내가 자기 속옷도 사줄게.”


“… 그래.”

“자, 이게 그나마 제일 예쁜 거 같네.”

“어….”

지혜가 속옷을 건네주자 그걸 입고  뒤에 각자 옷을 입었다.


옷을  입고난 뒤에 자연스레 주방의 테이블에 앉았다.


“지혜야, 커피 마실래?”

“어. 설탕 빼고 줘.”

“안 써?”

“쓰지. 근데 살 찌잖아.”

“힘들겠네.”

“자기는?”


“나는 프림도 넣고, 설탕도 넣지.”


“… 왜 자기는   쪄?”


“나는 운동하잖아.”


“나도 운동하는데?”

“…”

포트에 물을 올리고, 문득 옷을 입고 있는 지혜를 쳐다보다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 이렇게 얇은데 살을 더 빼고 싶어?”


“그건 아닌데 그래도.  찌면 보기 흉하잖아. 자기가 먼저 알게  텐데 그런 거 싫어.”


“… 내가 먼저 안다고?”

“자기랑 섹스할 때 맨날 내 허리에 손 자주 올리잖아. 내가 살찌면 자기가 바로 알 걸? 나 솔직히 악몽도 꾼다?”

“악몽? 어떤 악몽?”


“막 한참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네가 내 허리 만지더니 그러는거야. ‘지혜야, 살 쪘어?’ 라고 말하는 거지. 으~. 끔찍해….”


“… 나는 자기 살쪄도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으니깐 싫어. 물 다 끓었다. 내가  줄까?”


“그래. 나는 네  타 줄게.”

“응응. 물 많이 넣어줘.”


“그래.”

서로가 서로의 커피를 타주고 조금씩 커피를 홀짝이며 시계를 쳐다봤다.

7시.


“슬슬 나갈까?”


내가 핸드폰을 들어보이자 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 어쩌지?”

“종이컵 있어. 내가 들고왔어. 거기에 담아가자.”


“그래.”

지혜랑 사이좋게 종이컵 한 잔 씩 들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겉옷을 챙겼다.


“예쁘네, 우리 지혜.”


“히힛, 자기도.”


“근데 네 꺼는 목까지  올라와?”

“그럼 좀 답답해서 일부로 끝까지 안 올렸지. 가슴에 좀 걸리기도 하고.”


“… 목도리라도 하나 하지? 바다 근처라서 추울텐데.”

“자기가 매줄래?”

“그래.”


지혜가 목도리를 가져와 건네주자 그녀의 목에 목도리를 걸고 문득 지혜와 눈이 맞았다.

목도리를 살짝 내 쪽으로 당기자, 지혜가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쪽.


“히힛. 같은 생각 했구나?”


“왠지 해보고 싶더라, 이거.”

지혜의 목도리를 마저 매주고, 손에 커피를 하나씩 든 채 우리는 호텔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서도 한 번 더 키스를 하려다가 아쉽게도 도중에 다른 손님이 타서  했다.


이따 돌아올 때는 해야지.

***

“춥다~.”

“그러게. 자기자기, 여기서 오뎅 팔면 대박날 거 같은데.”

“야, 절 앞에서 오뎅은 좀 그렇지.”


“스님들은 오뎅도 안 드셔?”


“오뎅도 생선  발라서 만든 거잖아. 안 드시겠지.”

“그렇구나.”

해돋이를 보기로 한 장소, 해동용궁사에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점점 더 바글거렸다.


“와…, 사람 많다.”

“그러게. 다들 해돋이 보러  거겠지?”

“그렇지. 지혜야, 잠깐만.”

일주문이 나오자 나는 잠시 합장하여 고개를 숙였다.

지혜가 옆에서 나를 따라하고는 일주문을 넘어서자 지혜가 내 손을 잡았다.

“자기 불교였어?”

“딱히 종교가 있는 건 아닌데 아버지가 등산을 좋아하셔서.”


“응? 그게 왜?”

“좀 유명한 절은 다 다녀봤어. 좀 괜찮은 산이잖아? 항상 절이 있드라. 그래서  절구경도 다니고 그러다보니 그래도 예의는 지켜야지 싶어서.”

“… 우리 어머니는 천주교신데.”


“우리 어머니랑 외가도 천주교야. 따로 성당에 나가시는 건 아니고.”

“그래? 다행이다.”


“하긴…. 종교 꼬이면  그렇긴 하지.”

“그럼 자기는 약간 친 불교 성향으로 생각하면 되는거야?”

“… 그건 아닐걸. 난 성당 들어가는 것도 좋아하고, 군대에서 읽을  없어서 성경도  읽었는데.”

“진짜?”

“어. 훈련소에서 진짜 지루해서 주말 종교 활동 나갔다가 거기서 받은 미니 성경 심심할 때마다 읽었지. 그러다보니 다 읽게 되더라.”

“대박이다. 나는 옛날에 교회나갈 때도 한 번도 다  읽어봤는데.”

“응? 아깐 어머님이 천주교라매.”

“초등학교 때는 교회도 나갔었지.”


“크큭, 나도 초등학교 때 교회 갔어. 자기는 왜?”

“나 그 때 친구들이 다 다녀서?”

“나도 비슷한 이유긴 하다.”

점점 사람들이 많아서 걸어다니기가 불편해지자 나는 지혜가 낀 팔짱을 놓고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손 놓지 마. 잃어버리라.”

“내가 애야?”

“혹시나 잃어버리면  소리로 노래 불러, 크큭.”


“뭐 부를까?”


“애국가가 제일 흔하지 않나?”

“나 애국가 완전 잘 부르는데, 히힛.”


“그래. 그럼 잘 들리겠네.”


지혜랑 그렇게 실없는 농담을 하며 대충 자리잡고 서자 지혜가 내 앞에 섰다.


문득 지혜의 귀가 살짝 빨개져 있길래 손으로 귀를 덮어주었다.


“귀  시려?”


“조금 시려. 자기는?”

“나는 네가 막아주면 되잖아.”


“그래, 히힛.”

지혜가 손을 들어 내 귀를 막아주자 서로 마주보는 형태가 되었다.


주변의 시선도 까먹고 자연스레 입술을 가까이하려고 하자 지혜가 이마로 나를 막아섰다.


“야, 부처님 보신다.”


“… 까먹었네. 우리 지혜가 너무 예뻐서 실수할 뻔 했다.”

“히힛, 이따가  줘.”


“그래.”

 때,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지혜야, 해 뜬다.”


“아, 진짜네.”


지혜가 뒤로 돌아서자 그녀를 뒤에서 껴안고 떠오르는 새해의  해를 봤다.


“… 예쁘다.”


“그러게.”

“자기는 새해 다짐 같은 거 있어?”


“있지. 너는?”

“나도 있어.”

“그럼 서로 말할까?”


“그럴까? 자기는 뭔데?”

“음…. 나는 취직. 무조건 취직. 너는?”


“나도 자기 취직. 히힛.”

“뭐야, 그게. 네 소원이잖아.”


“내 소원이 자기 소원이지, 뭐. 자기가 취직해야 나도 빨리 시집 가는 거 아냐?”

“… 하긴. 그럼 자기 소원은 결혼인가?”

“아니.”

지혜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우리 성준이가 행복해지는 거.”

“…”


지혜의 말을 듣자 나는 그냥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다 이런 여자랑 만나게 됐을까.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내 여자친구일까.

“이미 이뤄진 거 같다.”


“그래?”


“어.”

지혜가 다시 고개를 내리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봤다.

“성준아.”

“응?”

“사랑해.”


“나도, 많이 사랑해.”


“올 한 해도 계속 내 옆에 있어줘.”


“그래.”


“자주 통화해주고, 너무 공부만 하다가 힘들면 연락하고.”

“응, 그럴게. 자기도 회사 일 힘들면 나한테 연락하고.”

“그래. 그럼 저번처럼 한밤 중에 나 보러 달려와 줘.”


“그럴게. 너도 가끔 뜬금없이, 아무말 없이 대구로 내려와.”


“응.”


뒤에서 지혜를 안고 있다가 자세가 조금 불편해서 그녀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지혜가  손을 꼬옥 붙잡고는 그렇게 한동안 해가 뜨는 것을 좀 더 지켜봤다.

해가 완전히 바다 위로 떠오르는 것을 보고 나는 지혜에게 말했다.

“이제 갈까?”


“응, 가자.”

“아침 뭐 먹을까?”

“호텔에서 먹어야지. 거기 조식 포함이야.”

“그래? 음식들 맛있겠지?”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 비싼 호텔인데?”

“체크아웃은 언제까지야?”

“11시까지.”

“시간  남았네.”

“그치? 시간 꽉꽉 채워서 나가자. 다음에 또 언제 그런데 오겠어.”

“하긴….”

“그러니깐 11시까지 꽉꽉 채워서 하자.”

“… 뭘?”

지혜가 내게 뒤돌아서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


“야한 거 ❤”

“야….”


“왜 싫어?”


“… 싫은  아니라 사람 많은데서.”

“히힛, 그래서 귓속말로 한 거잖아.”


“… 그래. 어서 들어가자.”

“나 이번에 진짜 준비 많이했어.  기대해도 돼.”

“…”


지혜가 기대하라고 말하니 진짜 기대된다.


항상 그녀가 준비한 것이  기대를 배신한 적이 없으니.

“… 뭔지 물어봐도 돼?”

“비밀. 이따 들어가서 직접 봐. 히힛.”


“… 그래.”

차를 대둔 주차장으로 가자 바로 앞에서 무언가를 보고 지혜와 나 둘 다 웃었다.

“하핫.”


“봐봐. 내가 말했지. 진짜 잘 팔릴 거라니깐?”

오뎅 가게와 그 앞에 잔뜩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별 거 아닌 거였지만, 그냥 괜히 웃겼다.


“먹고 갈까?”


“그래, 히힛.”


그 날 먹은 오뎅은 정말 맛있었다.

새해의 시작으로 최고의 먹거리였다.


지혜와 같이 먹어서  맜있었고.

챕터 7. 해피 뉴 이어 끝.


-> 챕터 8. 부산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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