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10.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 (9)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영장에서 하는 섹스는 음….
생각보다 특별할 게 없었다.
오히려 불편했다.
“… 생각보다 별로네.”
“… 그러게.”
부력 때문인지 허리는 움직이기 힘들었고, 물 속이라 그런지 지혜의 안은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좀 더 뻑뻑한 느낌…?
부드러운 애액이 나를 감싸는 느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허리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뽀글뽀글 올라오는 공기들은 왠지 모르게 섹스를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였고, 찰박거리는 물소리는 지혜의 신음소리를 듣는 걸 방해했다.
게다가 허리 움직이는 속도도 평소보다 느리니 크게 달아오를 껀덕지가 없었기에 결국 먼저 말한 건 나였다.
“… 지혜야.”
“별로지?”
“… 너도 그래?”
“… 어. 뭔가 생각보다 김 빠지네.”
“그러게. 그냥 들어갈까?”
“… 그러자.”
살다가 섹스를 도중에 멈추는 일이 다 있을 줄이야.
지혜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나 밑에서 구경하며 성욕을 돋구려 했으나 그마저도 실패했다.
날씨 때문이었다.
아직은 쌀쌀한 2월의 밤 날씨인데다가, 따스한 수영장의 물 밖으로 나가는 순간 추위가 우리를 덮쳐왔다.
“으으…! 추워…!!”
“그… 그러게…! 빨리 들어가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10초가 채 안 될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방 안에 들어온 나와 지혜는 서로를 껴안고 추위에 벌벌 떨었다.
“으…! 추워…!”
“바… 바로 샤워하러 가자…!”
“응…!”
모텔 방에 뚝뚝 물이 떨어지는 건 신경도 안 쓰고, 우리는 방을 가로질러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껴안은 채, 따스한 샤워기의 온수를 맞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떨림이 멎어들었다.
문득 서로 눈이 마주치자, 웃음이 튀어나왔다.
“풉.”
“푸흡.”
“야, 왜 웃어?”
“아니, 그냥. 자기랑 야한 짓 하다가 멈출 일이 있을 줄은 몰랐네.”
“어? 나도 비슷한 생각했는데.”
“히힛, 그래?”
“‘우리 지혜, 되게 실망했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
“좀 실망은 했는데 완전 축 쳐질 정도는 아니고, 히힛.”
쪽.
지혜가 가볍게 뽀뽀를 해주었다.
“아쉽네. 완전 기대하고 있긴 했는데.”
“음…, 들박?”
“야! 그… 단어를 좀 돌려 말해.”
“… 들고 넣기?”
“똑같잖아.”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 뭐라고 해야하지?”
“나도 잘 몰라.”
“… 그럼 그냥 들박이라고 하자.”
“… 그래. 일단 그냥 씻을까?”
“그러자. 수영장 물이 어떨지도 모르고….”
“응응. 자기 먼저 씻겨줄게.”
“같이 씻겨주면 되지.”
“그럼 얘기를 많이 못 하잖아.”
“그래.”
내가 욕조에 걸터앉자 지혜가 샴푸를 짜서 머리에 거품을 일으켜주었다.
“손님~, 기분이 어떠세요?”
“설 거 같아요.”
“이따 한 발 빼드릴게요~.”
“크큭, 야. 그걸 받아주네.”
“사실이기도 하니깐, 뭐.”
“그것도 그렇네. 그래서 아까 그 자세로 할 거야?”
“… 글쎄.”
수영장에서 처음엔 지혜가 사다리를 잡고, 내가 뒤에서 박아넣는 자세였다면 마지막엔 지혜를 끌어안고 내가 허리를 움직이는 들박 자세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둘 다 별로였다.
“… 자기 허리 다치면 안 되니깐 그냥 하지 말자.”
“너 별로 안 무거운데?”
“그럼 나도 허리 아프니깐 하지 말자.”
“어? 허리 아파?”
“…”
그 말을 듣자 지혜가 내 얼굴에 갑자기 물을 끼얹었다.
“자기가 하는 자세를 생각해봐, 허리가 아플지 안 아플지.”
“… 몰랐는데.”
“내가 맨날 거칠게 박아달라고 하니깐 뒤에서 엄청 밀어붙이잖아.”
“…”
다시 생각해보니 어느 순간부터 지혜에게 부담가는 자세가 많았던 거 같았다.
“… 그냥 할까?”
“아니, 나도 할 때는 좋아. 하고 난 뒤에 허리가 쑤셔서 그렇지.”
“… 그래?”
“여자들은 안 그래도 디스크 확률 높으니깐 나중에 자기가 책임지면 되지.”
“… 평소부터 바른 자세로 앉는 건…”
“그거 아니거든. 나중에 출산하면 골반 뒤틀려서 디스크 잘 찾아온대.”
“아…, 그거구나.”
“일어나 봐.”
“어.”
내가 일어나자 지혜가 바디 타올을 이용해 몸을 씻겨주기 시작했다.
“지혜야.”
“응?”
“우리 결혼하면 무조건 욕조 있는 집 찾아야겠다.”
“미리 알아봐놨지, 히힛.”
“집을?”
“아니, 욕조만 따로할 때 가격.”
“준비성도 좋아, 우리 지혜.”
“히힛, 그러니깐 자기는 어서 나한테 시집와.”
“내가 너한테 시집가는거야?”
“응응. 자기가 와라, 히힛.”
“크큭, 그래.”
지혜가 내 몸에 거품을 한참 묻히고는 언제나처럼 그 곳에 멈춰섰다.
지혜가 내 물건을 주물럭거리면서 말했다.
“그래서 자기는 어때?”
“뭐가?”
“집 같은 거. 생각해둔 거 있어?”
지혜가 거품을 일으킨 내 물건을 앞, 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빠르지는 않고, 그냥 천천히.
대화를 끊지는 않은 채로.
“어…, 나는 솔직히 좀 큰 원룸 같은 게 좋아.”
“응? 원룸?”
“어. 근데 좀 큰 원룸. 거실에 티비도 있고, 침대도 있고, 책상도 있고.”
“아~, 근데 왜? 방 같은 거 나뉘어져 있으면 좋지 않아?”
“… 너랑 계속 붙어있고 싶어서? 방 같은 거 있으면 서로 방에서만 하는 일이 있을 거 아냐.”
“의외네. 남자들은 자기만의 시간 많이 원하던데.”
지혜의 손이 내려가 고환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 너 일부로 그러는거지?”
“아닌데~. 깨끗이 씻겨주는건데.”
“…”
“아무튼 자기도 지금부터 열심히 돈 같은 거 모아놔.”
“… 아! 그거 얘기하니깐 나 얼마 전에 아버지랑 얘기한 거 있다?”
“응? 아버님이랑 뭐?”
“전세금은 좀 덜어줄 수 있을 정도라는데?”
지혜의 손이 멈췄다.
“… 진짜? 많이 모으셨나보다.”
“갑자기 궁금해서 그런데… 서울 집세는 어느 정도야?”
“대충 말하면….”
갑자기 지혜가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일단 서울은 사실상 집을 못 구하는 수준.
경기도로 내려가야지, 그것도 가능한 서울에서 멀어져야지 집 값이 싸진다.
근처에 교통편이 편리할수록 가격은 더 비싸진다.
그리고 지혜의 입에서 나온 지명과 그에 따른 가격들은 충격적이었다.
“… 그렇게 비싸?”
“서울이잖아.”
“…”
샤워기로 몸에 묻은 거품을 털어내며 나는 또 다시 무거운 현실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 결혼하려면 당연히 집이 있어야하지 않나?”
“꺄하핫, 자기, 꼭 있을 필요는 없지. 솔직히 나는 결혼하고 난 뒤에도 한동안 자기랑 원거리 연애 더 하면서 주말 부부 생각했는데?”
“… 나도 조금 생각하긴 했는데, 그 정도로 집이 비싼 줄은 몰랐어.”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대구 가격 3배, 4배였다.
아니, 왜 저렇게 비싸지?
20년 넘게 지방 촌놈으로 산 내게 있어서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이었다.
“… 서울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네.”
“그치?”
“… 지혜야.”
“응?”
“대구에서 살 생각은 없어?”
“음…, 고민도 해봤어.”
오래 살던 도시를 떠나 타 지방에서 사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혜는 생각보다 흔쾌히 대답했다.
“… 어디까지나 고민만 해봤어. 제일 문제는 직장인데 그것만 해결되면야, 뭐.”
“… 그것도 문제네.”
“어차피 자취하기 시작해서 가족들은 뭐…, 큰 문제는 아닐 거 같아. 보고 싶을 때는 지금 자기보러 오듯이 기차 타고 왔다갔다 해도 되는 문제니깐.”
“괜찮아?”
“응, 괜찮아. 조금 뭐 어색하긴 하겠지만, 금방 익숙해지겠지. 이제 내 차례야?”
“어, 네가 앉아.”
이제는 지혜의 머리를 감겨주는 것도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샴푸, 그 뒤에 트리트먼트, 마지막으로 린스.
한 번 헹굴때마다 물로 오래 헹궈주기.
“그냥 서로 장, 단점이 있겠지. 자기가 서울로 올라와서 살든, 내가 대구로 내려가든, 아니면 이대로 한동안 주말에만 만나는 걸로 남든.”
“… 그치.”
“그러니깐 내가 자기보고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거야.”
“… 어?”
“대구에도 찾아보면 자기가 원하는 직장이 있을 수도 있으니깐. 자기 서울로 올라오면 거기서 빠져나가는 돈도 돈이다? 자취하는 데 돈 은근 들어가.”
“… 그렇네.”
지혜는 역시 나보다 생각이 깊었다.
그녀의 몸에 거품을 묻히는 와중에도 내내 머릿 속에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내가 서울로 올라가면 지혜랑 자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돈 문제는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지혜가 대구로 내려온다면 그 또한 자주 있을 수는 있겠지만, 지혜한테 부담가지는 않을까?
그렇다고 이대로 원거리로 남는 것도 싫었다.
“… 어렵네.”
“응? 뭐가?”
“… 결혼.”
“그럼 쉬울 줄 알았어?”
지혜의 허벅지를 닦고 있던 내 머리를 그녀가 껴안아주었다.
“힘들지. 현실적인 문제도 많고. 그 뭐라고 하더라? 인륜 뭐라고 하는 거 있는데….”
“인륜지대사?”
“어, 그거. 사람 인생에서 가장 큰일 중 하나잖아.”
“… 그치.”
“그래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응?”
방금까지와 전혀 다른 말을 하자, 내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포근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지혜가 보였다.
“일단 사랑하니깐 결혼까지 생각하는 거잖아?”
“어, 그치.”
“그러니깐 다른 문제들은 좀 힘들더라도… 감수하는 거라고 생각해야지.”
“…”
그 말을 듣고, 나는 아직 거품을 묻히지 않은 지혜의 하복부에 입을 맞췄다.
“… 갑자기 왜 거기다 뽀뽀해?”
“너무 예뻐서. 입에다 해줄껄 그랬나?”
“… 아니. 갑자기 자기한테 뽀뽀당하니깐 또 야한 기분 들어서?”
“어차피 야한 짓 할거잖아.”
“히힛, 오늘 자기 되게 적극적이다?”
“난 항상 적극적이였거든.”
“아냐. 언제부터인가 자기 얼굴에 살짝씩 피곤함이 엿보였어.”
짚히는 게 없진 않았다.
“… 그랬어?”
“응. 근데 오늘 자기는 되게 적극적이라 보기 좋네?”
“기분 좋아서 그런가보지. 한국사 시험도 통과하고, 자기한테 초콜릿도 받고.”
“그래?”
지혜의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거품을 묻히기 시작하자, 그녀가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다리를 벌려주었다.
“안 되겠다. 자기 가끔씩 나한테 화 좀 내.”
“… 응? 갑자기 그건 왜?”
“자기 나한테 미안해서 그러는거지?”
“… 아예 없다고는 못 하겠는데 그냥 그것만 있는 건 아니고.”
“약간?”
“진짜 약간.”
“히힛, 그래?”
“어. 물 뿌린다?”
“응응.”
물로 거품들을 헹궈내기 시작했다.
샤워기로 몸에 묻은 지혜의 거품들을 헹궈내며 마지막으로 지혜의 다리 사이를 물로 헤궈내기 시작하자, 지혜가 자신의 다리 사이에 있던 내 손을 허벅지로 붙잡았다.
그리고는 허리를 앞, 뒤로 흔들면서 내 손에 자신의 가랑이를 비벼댔다.
“… 있잖아, 성준아.”
“응.”
“… 사실 나 아까 수영장에서 끊겨서 좀 그랬어.”
“…”
“막 되게 기분 좋은 건 아닌데, 그래도 막 조금만 더하면 기분 좋아질 거 같은 애매한 상태?”
“어.”
“그래서 있지….”
지혜가 움직이던 허리를 멈추고는, 내 뺨에 손을 올렸다.
“… 침대까지 못 참을 거 같은데….”
“그래?”
“… 응.”
지혜가 세면대에 한 팔을 올리고는, 엉덩이를 뒤로 빼고,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붙잡아 보지를 벌려보였다.
“… 여기서 하자.”
“… 요즘 유혹하는 실력이 엄청 늘었어?”
“그만큼 자기랑 하고 싶어서 그렇지.”
“야해.”
찰싹.
지혜의 엉덩이를 때리자, 탄력있는 엉덩이가 흔들리며 지혜가 살짝 신음을 흘렸다.
“흐읏…!”
손가락을 가져다대보자 아까부터 어느정도 눈치채고는 있었는데 역시나 지혜는 이미 준비되었다는듯이 젖어있었다.
“… 바로 넣는다?”
“응, 바로.”
욕실은 따뜻하고, 습기가 많았다.
지혜의 안도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