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5화 〉85화 (85/201)



〈 85화 〉85화


“아흥-, 그만해. 힘들어 죽겠어.”
이재은이 자신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튕기는 이성빈을 흘겨본다. 이재은이 이성빈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며 묻는다.
“어떻게 할 거야?”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아니, 마음 속에 이미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이창우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다. 화화곡의 힘은 대단했고 명령을 내리고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이창우가 10년 전 무단횡단을 했던 일까지 조사를 마쳤다.
이창우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쓰레기’ 였다.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모두 하고 다녔다. 특히 여자들과 관련  나쁜 일들이 많았다.
비서를 몇 번이나 바꾸고 그때마다 그녀들을 성폭행 하였고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이용해 수많은 여가수들과 여배우들을 성노리개로 삼았다.
세상의 모든 꽃들을 사랑하는 화화공자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잘못하다 CL 그룹과 척을  수 있어.”
이재은이 걱정스럽다는 듯 말한다. 그녀의 말을 들은 이성빈이 피식 웃는다. 화화곡, 아니 당장 천화 그룹이 가진 힘만 동원해도 CL 그룹 정도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성빈은 천화 그룹의 힘을 동원할 생각이 없었다.
천화 그룹 말고도 이성빈에게는 아주 강력한 패가 있기 때문이다.
“누님. 만약 세광 메디컬에서 더 이상 황제와 황후를 국내에 판매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
무슨 말인가 생각을 하던 이재은이 몸을 부르르 떤다. 당장 그녀의 집안 어른들, 아니 나이 든 사람들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 역시 황제와 황후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그들에게 황제와 황후가 없는 삶은 이제 상상도 하기 싫은 삶일 것이다.
한 달에 3억이라는 엄청난 거금에도 황제와 황후는 생산되는 모든 제품이 남김 없이 판매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그렇죠? 세광 메디컬에서 황제와 황후를 국내에 판매하지 않는 이유를 CL 그룹 때문이라고 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이재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CL 그룹은 엄연히 그녀가 속한 사성 그룹의 집안 사람들이 운영하는 기업이었다. CL 그룹의 총수인 이만석 회장은 이재은에게 큰할아버지가 되는 사람이다.
평소 그녀를 많이 예뻐해 주는 이만석 회장이기에 그의 위기가 남의 일로 보이지 않았다.
“정말 그렇게 까지 할 생각이야?”
“아직 결정 된 것은 없어요. 하지만 CL 그룹이 제 일을 방해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이재은은 어떻게든 큰할아버지인 이만석을 설득하겠다고 생각을 한다. 이성빈을 바라보며 문득 드는 생각에 쓰게 웃는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도와 줄 것이 많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도움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사성 그룹의 힘이라면 아직 도움을 줄 부분이 많겠지만 그것은 도움이 아닌 ‘거래’가  확률이 높다.
이성빈은 이재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한다.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아요. 누님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은 최대한 자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고마워.”


**


CL 그룹 이만석 회장은 자신 앞에 앉은 젊고 잘 생긴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반갑네. 내가 이만석이야.”
“이성빈입니다.”
이만석 회장이 이재은을 통해 이성빈과 만남을 요청했다.
“못난 아들 놈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지?”
“네.”
“그 아이를 용서해 주면  되겠나?”
아무리 못났다고 해도 아들은 아들이다. 이창우의 위로 형 한 명, 아래로 동생 한 명이 있기에 그가 아니더라도 그룹의 후계 문제에는 큰 문제가 없다. 평소 행실이 좋지 않아 후계로 생각을 하고 있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아드님이 지금까지 저지른 죄를 모두 시인하고 죄값을 치룬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겠나? 우리 재은이하고 인연도 있다고 들었는데 사정을 조금 봐주면 안 되겠나?”
“재은 누님과의 인연 때문에 이렇게 회장님과 마주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바로 행동을 했겠지요.”
“휴우-.”
이만석 회장이 긴 한숨을 토해낸다. 이틀 전 이재은이 찾아와 했던 말이 떠오른 까닭이다. 만약 앞에 앉은 이성빈이 황제와 황후를 무기로 CL 그룹을 공격한다면 도저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재계 서열 20위 까지의 기업들이 동시에 CL 그룹을 공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사성 그룹이야 집안의 기업이기에 빠진다고 해도 나머지 기업들의 공격에 CL 그룹은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되고 말 것이다.
“이 늙은이가 이렇게 부탁 하겠네.”
이성빈이 이만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상대의 눈만 봐도 그의 진심을 옅볼 수 있다. 속마음을 꿰뚫을 수는 없지만 진정성 정도는 충분히 느낄  있다.
지금 이만석 회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이성빈이 무엇을 요구한다 해도 들어줄 것이다. 가벼운 한숨과 함께 이성빈이 입을 연다.
“지금까지 아드님이 가진 지위로 짓밟았던 모든 여자들에게 사과와 보상을 하게 하십시오.”
“당연히 그래야지.”
“명단은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한 명이라도 빠진 여자가 있다면 오늘의 호의는 없던 일이 될 겁니다.”
“고맙네.”
이만석 회장이 이성빈의 손을 꽉 잡는다.
“자네의 배려에 대한 대가라고 말을 하긴 그렇지만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 자네 회사에 속한 연예인들을 지원해 주지.”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


오랜만에 방문한 야누스 엔터테인먼트는 활기로 넘치고 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부대표 변형수가 이성빈이 출근 했음을 듣고 대표실로 찾아왔다.
“바쁘시죠? 저도 도와 드려야 하는데 죄송하네요.”
“별 말씀을요. 대표님 덕분에 요즘 아주 수월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CL 구룹이 대놓고 야누스 엔터테인먼트를 밀어주고 있다는 소문이 돌며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다영 씨는 요즘 잘 하고 있어요?”
“네. 촬영 열심히 하고 있죠.”
소속 연기자 이다영은 결국 김미현 작가의 드라마 ‘여자가 사랑할 때’에 출연하게 되었다. 대신 이다영과 마찰을 일으켰던 씨저스 엔터테인먼트의 연기자 이정혜가 잘려나갔다.
씨저스 엔터테인먼트가 불쾌함을 드러내며 자신들의 인맥을 동원해 압력을 가했지만 야누스 엔터테인먼트의 뒤에 CL 그룹이 있고, 또 사성 그룹과 한성 그룹의 연관이 되어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알아서 꼬리를 말아 버렸다.
이정혜가 노발대발하며 여기저기 다니며  좋은 말들을 퍼트린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모르긴 해도 소속사인 씨저스 엔터테인먼트가 강제로 자숙을 시킨 것이리라.
“6화 분량 촬영 중이라고 합니다. 8화까지 촬영 마치면 다음 달에 첫 방송이 전파를 탈 겁니다.”
“잘 됐네요.”
“네, 그렇죠. 촬영장 분위기가 아주 좋다고 합니다. 유명선 피디는 시청률 대박이 날거라며 벌써부터 설레발치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영이에게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 왔습니다.”
류주은과 함께 기획사를 운영하던 주소영의 이야기가 나오자 이성빈이 흥미를 보인다.
“황창수 감독이 오랜만에 신작을 들고 나왔다고 합니다.”
황창수 감독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세 편이나 찍은 최고의 감독이었다. 3년 전 ‘행주산성’이라는 사극 영화로 1천2백만 관객을 동원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황창수 감독이 자신의 차기작 여주인공으로 소영이를 원하고 있습니다.”
황창수 감독이 원하는 것이 아니리라.
최대 투자자들이 정소영의 여주인공을 조건으로 투자를 약속했을 것이다.
황창수 감독의 차기작은 블록버스터로 제작비만 천억 원이 넘게 들어가는 대작 중 대작이었다. 최대 투자자는 중국 계열 투자 회사인 천화 투자사이고 그 다음은 CL 그룹의 계열사인 CL 미디어였다.
두 곳에서만 전체 제작비의 80% 이상을 투자하게 될 것이다. 8백억 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아무리 황창수 감독이라고 해도 쉽게 거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소영이가 주연급이기는 했는데 대박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만약 이번 황창수 감독 작품 대박 터지면 급이 올라가게 될 겁니다.”
“잘 됐네요.”
“레이나의 미니 앨범도 대박이 났습니다.”
이성빈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다.
레이나가 발표한 미니 앨범은 수록곡 네 곡 모두가 최고 음원 사이트의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중 타이틀 곡이라 할 수 있는 곡은 음원 사이트 1위에 등극해 일주일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음악 방송과 예능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야누스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다섯 소녀들은 레이나의 백댄서가 되어 무대 경험을 하고 있다.
“소속 연예인들이 모두 잘 나가고 있습니다. 광고 수입도 역대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가는 중견 기획사보다 광고 수입이 많습니다.”
사성 그룹과 한성 그룹의 광고에 출연했기에 수입이 상당했던  같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이 기회에 소속 연예인들을 늘렸으면 합니다.”
이제 곧 구입한 삼성동 사옥 건물의 내부 공사가 끝이 나게 될 것이다.
무려 15층이나 되는 건물이다. 지금 당장 활동하는 연기자가 일곱 명 뿐인 야누스 엔터테인먼트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큰 건물이기는 하다.
“곧 계약이 끝나는 연예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영입했으면 합니다.”
“모두 연기자인가요?”
“가수도 있고 연기자도 있습니다. 아, 개그맨 출신의 MC도 있습니다.”
“MC도 필요한가요?”
“같은 소속사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에 도움이 되지요. 당장 연습생 아이들 데뷔라도 하게 되면 같은 소속사 MC들이 출연하는 예능이나 토크쇼에 출연하기 편할 테니까요.”
“그렇군요. 부대표님이 알아서 처리하세요.”
변형수가 곤란하다는 듯 말한다.
“한두 푼 들어가는 일이 아닙니다. 제가 영입하고 싶은 연예인들은 몸값이 상당합니다. 계약금, 함께 움직이는 스텝들, 그리고 그들에게 지원 될 차량, 그들을 서포터 할 인력들도 뽑아야 합니다.”
“돈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족하면  사재라도 헐어 들어드릴 테니까요.”
이성빈의 통장에는  억이 넘는 돈이 있다. 한선영 소유의 가로수 길의 건물을 구입하고 부모님이 사시는 집을 한선영이 살고 있는 타워 펠리스로 옮겨 드리고도 그 만큼의 돈이 있는 것이다.
돈을 아무리 써도 통장의 돈은 실시간으로 불어간다. 모두 황제와 황후의 판매 대금 때문이다.
“저-, 대표님.”
변형수가 은근한 투로 이성빈을 부른다.
“왜 그러세요?”
변형수의 분위기가 평소와는 많이 달라 이성빈이 의아해 한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 보는 건데 말이죠. 혹시 남자를 싫어 하십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회사에 온통 여자들 뿐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혹시나 남자 연예인을 싫어 하시나 해서 여쭤보는 겁니다.”
“하, 하하. 오해세요.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뿐입니다.”
사실 남자보다 여자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꼭 화화공자인 이성빈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야누스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연예인들이 모두 여자인 것은 정말 우연일 뿐이다.
“그러면 남자 연기자를 영입해도 되겠습니까?”
“회사를 위한 일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이 기회에 남자 연습생도 받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부대표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면 그렇게 하세요.”
변형수가 나가자 이성빈이 보고서  개를 결재한  시간을 확인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중국에서 꽃들이 오는 날이다.
화화곡의 내의 낙화곡이 한국으로 이주하는 날이 바로 오늘인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