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107화
하나하나 클럽 내 리키의 사무실.
사무실은 그리 넓지 않지만 있어야 할 것들은 모조리 있다. 리키는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조작하고 있다. 얼마지나지 않아 모니터에 동영상 하나가 시작 된다.
“아사다 미키. 그녀는 말 그대로 성인비디오의 여왕이라 불립니다. 3년 전 데뷔를 했지요. 데뷔 후 3개월 만에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었지요.”
이성빈이 동영상 속의 여자를 바라본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자다. 이목구비와 몸매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깝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미모를 가진 아사다 미키가 어째서 성인비디오의 배우가 되었을까?”
가히 여신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외모다.
“그 이유는 아직 그녀 본인만 알고 있습니다. 아사다 미키는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그녀가 출연한 작품치고 메가 히트를 기록하지 못한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스토리가 있는 것도 좋고, 그렇지 않은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가장 압권은 바로 이런 것이죠.”
리키가 모니터를 가리킨다.
모니터 속의 아사다 미키는 차를 타고 이동중이다. 그러다 차가 멈추고 낡아 보이는 멘션으로 들어간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자 아사다 미키를 보고 어리둥절해 하는 남자가 보인다.
그를 향해 환하게 웃은 아사다 미키는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곧바로 남자를 애무하며 옷을 벗긴다.
“팬들의 엽서 중 무작위 추첨을 해서 기습 방문하는 것이죠. 업계에서 아사다 미키의 판매력과 영향력을 생각해 최고의 작품을 기획하지만 그녀가 가장 즐기는 것은 바로 이런 팬 감사 비디오입니다.”
아사다 마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일반인 남자는 어버버하다 3분도 채 되지 않아 사정하고 말았다. 입으로 오랄을 한 것도, 직접 삽입을 한 것도 아니었다. 키스를 나누고 옷을 벗기는 동안 손으로 신체 이곳저곳을 터치하고, 마지막으로 남근을 손으로 몇 번 만지는 것이 전부였다.
“흥미롭네요.”
이후의 영상은 더 흥미로웠다.
아사다 미키는 남자를 연속으로 다섯 번이나 사정을 시켰다. 그것도 한 번 사정을 하고 쉬는 시간도 없이 바로, 바로 사정을 시킨 것이다. 다섯 번을 사정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고작 해야 15분 남짓이다.
압권은 다섯 번째 사정이었는데 네 번의 사정 후 처음으로 아사다 미키의 질에 삽입한 남자가 세 번의 진퇴만에 사정을 해 버린 것이다.
노컷 영상이기에 조작의 가능성도 없다.
리키는 몇 개의 영상을 더 틀어준다. 모두 팬들을 찾아가는 영상이고 이전의 영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팬들이 그녀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그녀를 사랑하면 언젠가는 자신도 저런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동영상을 끈 리키가 웃으며 말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여왕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그녀의 별명은 따로 있지요. 놀랍게도 그 별명은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남자 배우들이 붙여 준 거예요.”
“어떤 별명이죠?”
“색의 화신.”
“하, 하하.”
이성빈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는다.
화화극락공의 유일한 전승자가 자신이다. 그런 자신 조차도 감히 ‘색의 화신’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한다. 물론 그런 것에 무지한 인간들이 붙인 별명이긴 하지만 과한 별명이다.
“남자 배우들 조차도 아사다 미키를 상대로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사정을 봐 주어 일반인들 보다는 조금 더 버티는 수준이라고 해요.”
이성빈이 고개를 끄덕인다.
동영상을 보며 그녀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자신과 같이 무공을 익힌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환희혈을 알고 있다. 자신이 터치하는 곳이 환희혈인 것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곳을 건드리면 남자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내공이 없는 존재에게 혈도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게 되면 일반인들이 하는 애무에 비해 몇 배나 센 자극을 느끼게 된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머리가 많이 자랐네.”
길을 걷던 이성빈이 쇼윈도에 비친 자신을 보며 중얼거린다. 조금씩 다듬기만 해서인지 머리가 상당히 길다.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다시 걷는다.
오픈하기 전까지 인근 거리를 거닐 생각에 나섰는데 딱힐 해야 할 일이 생각나지 않았다.
“머리를 자르자.”
기분 전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근처의 헤어 샵을 찾는다. 길 건너에 헤어 샵을 발견하고 횡단보도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였다.
“안녕하세요.”
“네?”
슈트를 잘 차려입은 잘 생긴 남자다.
“하하, 이상하게 보지 마세요. 전 이런 사람입니다.”
“스카우터?”
남자의 명함에는 스카우터라고 적혀 있다. 그 아래 야마다 유지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스카우터에 대해 잘 모르시는군요.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그쪽처럼 잘생긴 분들에게 적당한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직업입니다.”
“아-!”
작년 즈음 이와 관련 된 일본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이성준이 본 영화 속 주인공이 활동하는 무대는 신주쿠였다.
“죄송하지만 이 명함은 필요 없을 것 같네요.”
“혹시 그쪽 일을 하고 계세요? 어디서 일하죠? 내가 더 좋은 곳을 소개해 줄 수도 있어요. 내가 알고 있는 클럽들이 제법 많거든요. 그쪽 정도라면 당장이라도 업소 에이스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수수료도 이 바닥 최저랍니다.”
이성빈은 야마다 유지의 명함을 돌려주며 다른 명함 한 장을 더 준다. 그 명함을 본 야마다 유지가 어색하게 웃는다.
“하나하나 클럽 분이셨군요. 죄송하게 됐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멀어져가는 야마다 유지를 보며 이성빈이 피식 웃는다. 일본은 참 재미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별의 별 직업이 다 있지 않은가?
“그리고 보니 나도 비슷하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가?”
이성빈도 홍대에서 장혁에게 스카우트가 되었다. 일본에서처럼 장혁이 수수료를 받거나 하지는 않지만 유사한 상황인 것은 분명했다.
횡단보도를 건너 헤어 샵 안으로 들어간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샵이었다. 한국에서 이성빈이 다니는 샵도 규모도 크고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들어선 곳에 비하면 매우 초라해 보일 정도다.
“어서오세요.”
직원들이 일제히 인사한다.
“커트하실 생각이신가요?”
“일단은 그럴 생각입니다.”
한 여자가 다가오며 묻는다.
“어디 클럽이에요?”
“네?”
“그쪽 직장이요.”
“아-, 하나하나 클럽이에요.”
“아하-! 새로 왔나봐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
여자가 피식 웃는다.
“하나하나 클럽 호스트들 대부분이 우리 샵에서 머리를 하거든요.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새로오신 분이겠죠. 그나저나 진짜 잘 생기셨네요. 이쪽으로 오세요.”
자리에 앉은 이성빈이 짧게 주문한다.
“저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 스타일로 부탁 드려요.”
“정말요? 사실 지금 스타일도 굉장히 잘 어울리고 매력적이에요. 커트하기 아까울 정도라니까요. 하지만 손님이 원하시니 당연히 해 드려야죠. 그런데 정말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가요?”
“물론이죠.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머리는 디자이너에게.”
“호호호! 명언이네요. 기다려 보세요. 오늘 하나하나 클럽 최고의 남자로 만들어 드릴게요.”
**
짧아진 머리에 만족하며 샵을 나선다. 해가 질 무렵 긴자의 거리에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하나하나 클럽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섰을 때 였다.
“저기 죄송한데 잠시만 시간을…… 아-, 아까 그 분이셨네요. 죄송해요. 머리 스타일이 바뀌어서 못 알아 봤어요.”
손에 명함을 쥐고 있는 남자는 야마다 유지다. 이성빈이 괜찮다는 듯 웃고는 횡단보도를 건넌다. 하나하나 클럽에 들어가려던 이성빈이 걸음을 멈춘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남자도 걸음을 멈춘다. 남자는 이성빈을 못본 척 딴청을 피운다.
“슌지!”
이성빈이 손을 흔들며 상대의 이름을 부른다. 하나하나 클럽의 에이스 슌지였다. 슌지는 여전히 이성빈을 못 본 척 딴청을 피운다. 그가 저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를 알기에 이성빈이 웃으며 다가간다.
“니사마라고 부르지 않아도 되요.”
“…….”
이성빈을 힐끔 본 슌지가 ‘흥’하며 콧 방귀를 뀐다.
“내기는 내기니까…… 니, 니, 니사마.”
그렇게 말을 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하나하나 클럽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머리 스타일 바꿨네?”
안으로 들어가니 장혁이 다가오며 묻는다.
“네. 그냥 헤어 샵 보여서 바꿔 봤어요. 이상해요?”
“아니. 너한테 잘 어울린다. 그 샵 어디야? 나도 그리로 가야지.”
“하나하나 클럽 호스트들 대부분이 거기서 머리한다고 하던데요. 리키에게 물어보면 위치 알려 줄 거예요.”
장혁이 이성빈의 어깨를 툭친다.
“컨디션은?”
“저야 항상 좋죠.”
“대한민국 남아의 기상을 널리 알릴 준비 된 거야?”
“너무 거창한거 아니에요?”
“절대 그렇지 않아. 리키에게 말 들어보니 그 여자 정말 대단하더라. AV 남배우들도 그냥 다 떨어져 나간다잖아. 프로들을 찜쩌 먹는 진정한 프로라 할 수 있지. 그런 프로를 찜쩌 먹어 버리란 말이야. 그래야 우리 하데스 클럽의 명성이 올라갈 것 아니냐고.”
이성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형이 저 대신 상대하지 그래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 그렇게 허리가 아파요. 야, 내가 상대했다가는 1분도 못 버틸걸?”
안쪽에서 유민이 걸어나온다.
“오-, 형 왔어요. 오늘이죠? 대한…….”
“남아의 기상을 널리 알리라고?”
“어? 어떻게 알았지?”
세 사람이 농담을 주고 받을 때 안쪽에서 호스트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영업 시작 시간인 것이다.
리키가 가장 먼저 크게 외친다.
“나가자!”
리키의 팀에 속한 호스트들이 우르르 몰려나간다. 꽃의 길을 만들기 위해 나가는 것이다. 이성빈은 어제와는 달리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호스트들이 모두 나가고 단 둘만 남게 된다. 조금 전 이성빈에게 형님이라고 말하고는 재빨리 사라진 슌지다. 이성빈이 바라보자 슌지가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는 홀 안쪽으로 들어가 버린다.
“재미있는 녀석일세.”
근처 소파에 앉는다.
호스트들이 꽃의 길을 만들고 30분 정도 지났을 때 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유민과 다른 한국 호스트 두 명이 세 명의 여자들과 함께 내려온다. 이성빈과 시선이 마주친 유민이 어깨를 으쓱한다.
하데스 클럽에서도 이성빈 다음의 에이스답게 일본에서도 제대로 활약을 하는 것이다.
하나하나 클럽의 홀이 빠른 속도로 채워진다. 긴자 최고의 클럽다운 모습이다. 이성빈은 입구에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시간 후에 도착 한데요.”
리키가 다가오며 말한다. 이성빈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리키 역시 이성빈에게 농담을 한다.
“그런데 정말로 하나도 긴장한 것 같지 않네요.”
“긴장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긴장해야 한다면 이성빈이 아닌 아사다 미키라는 여자가 해야 할 것이다.
한 시간 정도가 흘렀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또각- 또각-
하이힐의 굽이 대리석을 때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입구로 걸어간다. 계단 위쪽에서 내려오는 여자가 보인다. 이성빈이 옆에 서 있는 리키에게 말한다.
“왔네요.”
아사다 미키.
AV의 여왕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