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 1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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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 130화
피오나 로페즈의 일을 마친 후 셀린 브라운의 스케줄 대로 움직이는 중이다.
오늘은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로스앤젤리스로 왔다. 파티가 벌어지는 곳은 로스앤젤리스의 부촌인 비버리힐이다.
파티의 주최자는 에이든 밀러라는 유명한 남자 배우다.
만약 이성빈이 캐서린 존슨과 인연이 되어 록펠러 가문과 로페즈 가문을 상대하지 않았다면 스티븐 테일러라는 최고의 흥행 감독의 파티에서 만났을 배우이기도 하다.
엄청난 고가의 차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돈이 많더라도 비싼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면 돈지랄 한다는 말을 듣지만 미국은 정반대다.
돈을 벌어 쓰지 않으면 오히려 바보 취급을 당한다. 그리고 쓰지 않고 모아만 두면 엄청난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그래서 헐리우드의 유명배우들은 고가의 차량을 구입하고 명품들을 애호한다.
주차요원에게 발렛 파킹을 부탁하고 오늘의 파트너가 된 알리야 고메즈에게 손을 내민다. 21세기 울프 사의 기술이사인 알리야 고메즈는 헐리우드의 유명배우들, 감독들과 깊은 교류를 맺고 있다.
“빈이 디자인한 드레스는 정말 최고에요. 입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요.”
“그러면 나쁜 것 아닌가요?”
“아니죠. 그러면서도 아름답기도 하잖아요. 내 몸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알리야 고메즈와 잠자리를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가드에게 초대장을 내밀고 파티장에 들어선다.
어느 파티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묘한 흥분이 흐르고 있다.
“역시 에이든이네요. 헐리우드에서 잘 나간다는 배우들은 모두 온 것 같아요.”
그때 두 사람을 향해 다가서는 이가 있었다.
“알리야, 어서와요.”
금발의 잘생긴 백인 미남.
파티의 주최자이자 헐리우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배우 에이든 밀러였다.
“에이든은 매일매일 잘생김을 갱신하는 것 같아.”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의 파트너와 함께 와서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죠. 칭찬이 아니라 욕처럼 들려요.”
“호호, 빈이 잘 생기기는 했죠.”
에이든 밀러가 이성빈을 향해 손을 내민다.
“반갑습니다. 에이든 밀러입니다.”
“한국에서 온 성빈 리라고 합니다. 편하게 빈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그러면 빈도 절 에드라고 불러주세요.”
“좋지요. 에드.”
에이든 밀러가 샴페인을 두 사람에게 건넨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최근 파티에 초대 될 때 마다 여자들이 빈의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 그녀들이 입은 드레스가 눈부시게 아름답기도 했고요.”
로렌 스튜어트가 고생이 많다. 그녀는 뉴욕 패션스쿨에 재학 중인 자신의 후배들을 고용해 주문이 들어오는 드레스를 만들고 있다. 그덕에 그녀는 오랜만에 모국인 미국에 왔음에도 변변한 파티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하고 있다.
“캐서린에게 들으니 한국에서 엔터 사업을 하고 있다죠?”
“네, 아직 규모가 크진 않지만 계속해서 키워가고 있죠.”
“들은 것과는 다르군요. 캐서린 말로는 한국에서 꽤 영향력이 큰 엔터라고 하던데요.”
확실히 야누스 엔터테인먼트가 많이 크긴 했다. 처음 류주은과 정소영만 있던 때와 비교를 하자면 몇 배는 더 성장했다. 톱스타로 분류되는 이들이 상당수 포진 되어 있고 중년 연기자들도 다수 자리하고 있다.
데뷔를 준비하는 아이돌도 있고 새롭게 연습생으로 뽑은 이들도 많다.
“한국의 엔터 사업은 미국과 많이 다르다고 들었어요.”
“네, 그렇다고 하더군요.”
한국이 연예인들이 엔터테인먼트에 묶여 있는 느낌이라면 미국은 매니지먼트와 연예인이 수평적인 관계, 즉 동반자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빈도 혹시 배우인가요?”
“아닙니다. 저는 그저 회사의 대표일 뿐입니다. 사실 경영도 부대표가 거의 다 하시죠. 전 그저 돈만 대고 있는 이름 뿐인 대표일 뿐이죠.”
“오우, 그런 완벽한 얼굴을 썩히다니.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때 누군가 다가온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고 있나?”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장신의 중년 남자가 다가온다. 그를 본 에이든 밀러와 알리야 고메즈가 환하게 웃는다.
“어서와요, 스티븐.”
거장이라 불리는 스티븐 테일러 감독이었다.
“이쪽은?”
스티븐 테일러 감독이 이성빈을 보며 눈을 빛낸다.
“한국에서 온 성빈 리라고 합니다.”
“아하, 요즘 많이 들려오는 이름이군. 나는 스티븐 테일러라고 하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감독님 작품은 하나도 빠짐 없이 챙겨 봤습니다.”
“그래? 고마운 일이군. 그런데 혹시 배우인가?”
에이든 밀러와 똑같은 질문을 하는 스티븐 테일러를 보며 알리야 고메즈가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영문을 몰라하는 스티븐 테일러에게 알리야 고메즈가 이성빈에 관해 이야기해 준다.
“아이쿠, 그런 멋진 얼굴을 썩히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야.”
“호호호, 스티븐. 그 말도 조금 전 에이든이 했던 말이에요.”
“그래? 역시 보는 눈은 모두 똑같군. 한국에서 엔터 사업을 한다고? 나도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야. 한국 영화는 뭐랄까 헐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특유의 정서가 있어. 재작년과 작년에는 한국의 영화들이 아카데미를 비롯해 시상식들을 휩쓸기도 했지.”
스티븐 테일러의 말에 이성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 영화에 관심 많나?”
“당연하죠. 물론 그 영화에 제가 배우로 들어가는 것에 관심이 있지는 않습니다.”
“아쉽군. 이번에 제작하는 영화에 자네에게 꼭 맡는 배역이 있는데 말이지.”
그러자 에이든 밀러가 의아한 듯 말한다.
“감독님. 이번 영화에 동양인은 한 명도 없지 않나요?”
“없으면 만들면 되지. 시나리오도 내가 쓴 건데 뭐가 문제야? 미스터 리가 출연만 해 준다면 당장 주인공도 바꿀 수 있다고.”
“감독님. 그 바뀌어야 할 주인공을 바로 옆에 두고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요.”
스티븐 테일러의 이번 작품 남자 주인공이 에이든 밀러였다. 에이든 밀러의 말에 스티븐 테일러가 웃으며 그의 등을 팡팡 두드린다.
“농담이야, 농담. 이 친구가 출연할 것 같지고 않고. 아무튼 영화에는 관심이 많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알리야 고메즈가 이성빈의 옆구리를 푹 찌른다.
“조심하는게 좋을 거예요. 스티븐이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음 날 해가 뜰 때 까지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거든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관심 있다는 말 취소하세요.”
“하하, 저도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 좋아합니다.”
스티븐 테일러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정말이야? 오랜만에 좋은 벗을 만난 기분이야. 기왕 말이 나왔으니 지금부터 우리 즐거운 대화를 나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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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라고?”
스티븐 테일러가 놀란 눈으로 이성빈을 바라본다. 스티븐 테일러 뿐 아니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놀란 눈치다.
스티븐 테일러가 이성빈에게 영화의 어떤 부분에 관심이 많냐고 질문을 했고 이성빈은 짧게 ‘포르노’라고 대답을 한 것이다.
“푸하하하, 빈. 정말이에요? 포르노에 관심이 많다고요?”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크크크, 감독님. 빈이 포르노를 좋아한다네요.”
이성빈은 갑자기 에이든 밀러가 왜 이렇게 웃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알리야 고메즈와 엘리스 뮤어라는 여배우도 배를 잡고 웃고 있다.
“빈. 오해하지 말아요. 빈이 포르노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웃는게 아니니까요.”
알리야 고메즈가 여전히 웃으며 손을 흔든다.
“뭐 비밀도 아니니까 말해도 상관 없겠죠. 스티븐이 처음 감독으로 데뷔한 장르가 바로 포르노에요.”
이번에는 이성빈이 놀란 눈으로 스티븐 테일러를 바라본다. 세계적인 거장의 데뷔작이 포르노라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 먹을 것을 걱정할 시기였으니까.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했거든. 그리고 오해들 하는데 포르노도 엄연히 영화야. 물론 요즘 포르노를 찍는 인간들이 작품성은 다 팔아먹고 오로지 자극만을 추구해서 문제이긴 하지만.”
“제가 포르노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이성빈의 말에 스티븐 테일러가 관심을 갖는다.
“미국은 몰라도 한국은 성에 대해 굉장히 폐쇄적이에요. 당장 이웃나라라 할 수 있는 일본만 해도 성에 대해 굉장히 개방적이니까요.”
“그렇지. 일본은 성에 관련해서 미국 못지 않지. 하지만 일본 포르노는 영 개판이야. 거의 대부분이 강간이고, 가족간의 불륜이잖아. 나는 아직까지 포르노를 즐겨 봐. 빈, 오해는 하지 말라고. 미국에서 포르노는 문화야, 문화. 아무튼 가끔 일본 포르노를 보는데 그냥 욕만 나와. 그건 영화가 아니라 원초적인 욕망만을 자극하는 쓰레기일 뿐이야.”
“그거야 견해의 차이니까요. 저는 ‘성’을 단순히 섹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순애보가 꼭 로미오와 줄리엣에만 있을 이유가 있을까요?”
“그거 재미있는 발상이네.”
스티븐 테일러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을 받는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거든. 어떤 이유에서든 내 감독 인생의 시작이 포르노였잖아. 그래서 언젠가 지금 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내려놓았을 때 제대로 된 포르노를 찍어 보고 싶어. 믿을지 모르지만 내 작업 파일 안에는 포르노 시나리오만 스무 개가 넘는다고.”
이성빈 뿐 아니라 모두가 놀란 반응이다.
“그런데 정말 단지 그 이유 뿐인가?”
스티븐 테일러의 물음에 이성빈이 생각에 잠긴다.
이성빈에게 성이란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화화극락공의 전승자로써 세상의 모든 꽃들을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하는 사명이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화화극락공의 전승자가 모든 여인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포르노였다.
이성빈이 생각하는 포르노는 흔히들 야동이라 부르는 일본의 포르노처럼 남자들의 욕망만을 채워주는 그런 저급한 영화가 아니었다.
여성을 위한 진정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영화였다.
“제가 생각하는 포르노는…….”
이성빈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스티븐 테일러는 이성빈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끔 고개를 끄덕인다.
“일본과는 달리 미국의 포르노는 빈이 이야기한 취지대로 만들어지기도 하지. 하지만 작품성은…… 없다고 할 수 있지. 영상미는 있지만 말이야. 혹시 포르노 사업에 진출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가?”
“가능하다면요.”
“흐음,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네.”
이성빈이 말을 해 보라는 듯 바라보자 스티븐 테일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미국 영화의 메카는 이곳 헐리우드지. 하지만 포르노는 달라. 포르노 사업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은 마피아들이야. 포르노를 제작하는 영화사의 거의 모두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마피아에게 관리되고 있어.”
“마피아의 허락이 없으면 포르노 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는 뜻입니까?”
“그렇지.”
이성빈이 빙긋 웃는다.
“그 문제라면 쉽게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성빈의 뒤에는 미국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동부 마피아 패밀 리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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