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 1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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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 154화
아프로디테가 정식 런칭했다.
색조 화장품과 민감성 피부, 건성 피부 등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까지. 서른 종이 넘는 화장품이 일제히 준비 상태를 마치고 대기하던 오프샵에 일제히 깔렸다.
아프로디테의 초기 반응은 좋은 말로도 썩 대단하지 못했다. 신규 브랜드라 인지도도 없기 때문이다. 기존 한국의 뷰티 산업은 대기업의 계열사 두 곳과 전문 화장품 회사 두 곳이 사분하고 있었다.
이미 판이 짜여진 곳에 치고 들어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아프로디테가 인체에 무해한 생약 성분으로 제조가 되어 있다 해도 소비자들이 그것을 당장에 알아줄 수는 없었다.
심지어 다른 화장품 제조사들도 아프로디테와 마찬가지로 생약 성분임을 강조했다. 물론 성분을 조사해 보면 생약 성분이라는 것의 함유량은 극히 미세할 뿐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아프로디테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3개월.
의외의 곳에서 이슈가 터져 버렸다.
제가 요즘 피부 질환을 겪는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화장품입니다.
여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는 뷰티 채널에서 한 유명 피부과 의사가 아프로디테를 홍보해 준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에게 뒷돈을 찔러주거나 한 적은 없다. 그저 아프로디테의 효능이 좋았을 뿐이다.
홍보를 해 준 의사는 나름대로 인지도가 상당한 편이었고 뷰티 채널의 시청자 중 대다수가 여자들이었기에 소문은 발 빠르게 번져갔다.
아들. 매출이 수직 상승하고 있어. 공장 풀가동해도 모자랄 판이야. 공장 확장해야 할 것 같아.
어머니가 행복한 비명을 내지르신다.
아프로디테는 여타의 화장품 제조 회사들과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화장품 회사들이 대형 제조 업체에 화장품 제조를 의뢰한다.
한 제조 회사에서 몇 개의 브랜드를 동시에 생산하는 것은 소비자들만 모르고 있을 뿐 동종 계열 종사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문희정이 모델이 된 광고가 공중파를 타며 매출은 다시 한번 급상승한다. 천화 투자가 최대 주주로 있는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예능에는 거의 아프로디테가 협찬되어 노출되고 있다.
이성빈은 주식 차트가 켜진 세 개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의자를 빙 돌려 창문 밖을 내다본다. 아프로디테의 매출이 수직 상승하는 것처럼 이성빈이 투자 감각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아직은 단타로 치고 빠지는 정도의 투자를 하고 있지만 최근 일주일 사이 수입률이 200%가 넘어가고 있다.
모든 사업이 순조롭다.
로렌 스튜어트가 합류한 왕자와 공주는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로렌 스튜어트의 명성을 쫓아 한국에 온 미국와 이탈리아, 프랑스의 디자이너들이 합류했다. 그들이 쏟아내는 새로운 디자인을 앞세운 왕자와 공주는 두 개의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했다.
가방, 지갑, 벨트, 스카프 등의 액세서리 제작도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아직은 명품 계열로 분류가 되지 않지만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야누스 엔터테인먼트 역시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다. 이성빈의 끊임 없는 투자로 잘 나가는 연예인들을 수집하듯 모으고 있다.
후발 업체이기는 하지만 소속 연예인들의 파워가 상당하기에 방송국도, 경쟁 업체도 야누스 엔터테인먼트를 무시할 수 없었다.
요즘은 TV를 켜면 각 채널 당 적어도 한두 명은 야누스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이 보인다.
사성 그룹을 필두로 이성빈과, 정확히는 세광 메디컬의 황제와 황후로 이어진 인연을 가진 그룹들에서 광고를 야누스 엔터테인먼트 연예인들을 몰아주고 있다.
아버지가 운영 중인 SB 테크는 사성 전자와 한성 전자에서 밀어주는 물량만 처리해도 매우 큰 흑자를 기록한다. 독자적인 브랜드를 선보이기 위해 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곧 성과를 보일 것이다.
SB 그룹 내에서 가장 큰 성장을 이룬 곳을 따지라면 당연히 SB 건설이다. 조폭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건설회사를 인수하여 시작한 SB 건설.
SB 건설은 지금 밀려 있는 공사만 해도 셀 수가 없을 정도다. 당장 진행 중인 큰 공사는 중국의 천화 그룹의 의뢰로 중국 현지에 짓고 있는 90층 빌딩이다.
사성 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에서도 수주가 들어온다. SB 건설의 현상훈 대표는 가끔 전화로 ‘대표님, 살려 주십쇼’라고 말을 한다.
당장 SB 그룹이 필요로 하는 공사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대형 마트, 물류 창고, 각 광역도시의 지사 건물들, 그리고 최근에는 새로운 사업인 럭셔리의 건물도 지어야 했다.
그것만이라면 현상훈 대표가 죽겠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SB 건설은 관급 공사도 많이 맡고 있다. 여당 대표인 박흥수, 그리고 화화곡에서 섭외한 국회의원들이 SB 건설을 뒤에서 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걷기 시작한 SB 유통은 그룹 내의 의류, 뷰티 사업의 유통으로 경험을 쌓고 있다. 조만간 본격적으로 제과, 식품 등의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유통 역시 본궤도에 오를 것이다.
“참 많이도 벌여 놨네.”
이성빈이 빙긋 웃는다.
하데스 클럽에 간 지도 꽤 오래되었다. 장혁이 가끔 전화로 투정을 부리지만 말 그대로 투정일 뿐이다. 이성빈이 없다 해도 하데스 클럽은 한국 최고의 호스트 클럽이다.
한국을 통일한 폭력 조직 일심회와 정치권, 재벌가들의 비호를 받고 있기에 감히 누구도 터치할 생각을 못 하고 있다.
조만간 장혁과 유민을 만나 하데스 클럽을 두 사람이 인수하라고 권유할 셈이다. 최근 많이 벌었을 테지만 아직 논현동 한복판 빌딩을 살 정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성빈이 대금을 조금씩 갚아 나가라고 한다면 두 사람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똑 똑
문이 열리며 김형용 변호사가 들어온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오셨어요.”
“하하, 기쁜 소식 가지고 왔습니다.”
김형용과 소파에 마주 앉아 직접 차를 내려준다.
“대표님 뵈러 오면 매번 이렇게 입이 호강합니다.”
“기쁜 소식이 뭔가요?”
“럭셔리 말입니다. 허가가 날 것 같습니다.”
럭셔리는 참 말이 많았다. 사치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일부 국회의원들이 딴지를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들이 한 것인지는 몰라도 언론에서도 그 문제를 꽤 비중 있게 다뤘다.
이미 각 명품 브랜드의 오너들과 입점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 둔 상태였기에 답답한 심정이었다.
“박흥수 대표가 힘을 많이 썼습니다.”
이성빈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세상 모든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다. 이성빈이 박흥수에게 주었으니 박흥수도 이성빈에게 주어야 한다.
“반대하는 국회의원들 명단 파악해 두고 그들과 관련된 사람들은 럭셔리 출입 금지시켜야 합니다.”
“하하, 정말 그렇게 할까요?”
“딱 봐도 뻔하지 않습니까? 럭셔리 문 열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사람들이 그 의원들 마누라들일걸요. 국가를 경영한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속이 좁아서 어디에 쓸까요?”
많은 국회의원들이 이성빈에게 약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황제와 황후 때문이다. 재벌가에만 판매하는 황제와 황후를 얻기 위해 국정원을 움직였던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으니까.
“건물 매입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건물 매입은 왜 하시는 건지 여쭤도 될까요?”
럭셔리가 들어서게 될 곳은 서울의 청담, 인천의 송도, 분당, 부산의 해운대, 전라남도 광주, 제주도의 서귀포. 이렇게 여섯 곳이다.
이성빈은 김형용에게 럭셔리가 들어서게 될 곳 주변 건물을 매입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럭셔리가 들어설 곳이 인근에서 땅값이 최고인 것을 생각한다면 건물을 매입하는 데만 해도 수천억 원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홍콩에 쇼핑 관광 많이 가잖아요.”
“그렇지요.”
“우리도 그렇게 하려고요. 외국인들을 럭셔리로 쇼핑 관광 오도록 만들려고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숙박 시설을 비롯한 편의 시설들이 있어야겠죠? 매입하는 건물들은 그런 용도로 사용할 겁니다. 그룹 내에서 호텔 리조트 사업 추진 중인 것은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허가는 벌써 떨어졌고 내부 공사 중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곳들 역시 호텔 사업에 포함될 거예요. 물론 일반적인 호텔과는 조금 다른 형태가 될 테지만요.”
김형용이 놀랍다는 듯 이성빈을 바라본다. 나이도 젊은 사람이 추진력이 어마어마하다. 퍼도 퍼도 마르지 않을 것 같은 재력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인맥은 또 어떠한가? 정재계 가릴 것 없이 최고의 인맥을 자랑한다.
‘혼자서 치트키 쓰고 있다니까.’
김형용 변호사가 남은 차를 훌쩍 마신다.
“대표님 일 처리하려면 이렇게 엉덩이 무겁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가서 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하하, 고생해 주세요.”
김형용이 떠나간 후 이성빈은 다시 의자로 돌아가 창밖을 내다본다. 이제 막 점심시간이 시작되어서인지 빌딩들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식사를 할 생각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지인이 누군지를 떠올려 본다. 휴대폰을 들어 한 사람의 이름을 찾아 전화를 한다.
“재은 누님. 함께 식사나 할까 해서 전화 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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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빈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이재은과 식사 중이다.
“음식은 입에 맞아?”
이재은의 물음에 이성빈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재은의 추천으로 온 레스토랑의 음식은 상당히 맛있었다.
“나중에 부모님 모시고 오려고요. 누님 덕에 맛집 한 곳 추가됐네요.”
“다행이네.”
“요즘 어떠세요?”
“나야 늘 그렇지.”
이재은은 르네상스 백화점을 경영하고 있다. 사업적인 수완이 워낙 좋아서인지 그녀가 대표로 취임한 후 르네상스 백화점은 다른 경쟁 업체들을 뒤에 두고 단독 선두가 되어 있었다.
“전에 선영 누님 취임식 때 하셨던 말 있잖아요.”
“응? 아, 나도 선영이처럼 사업에 관심을 가져 볼까 했던 말?”
“네. 그 마음 여전하세요?”
“왜? 선영이 도와준 것처럼 나도 도와주게?”
“당연하죠.”
한선영을 도와주기 위해 타이완 중유공사를 연금 공단에 맺어 주었지만 이재은을 돕는다면 그런 수고가 필요하지 않다.
천화 투자를 통해 사성 그룹에 20조를 투자했다. 그 대가로 사성 그룹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계열사들의 지분을 담보로 받았다.
그럴 생각은 없지만 이성빈이 사성 그룹을 곤란하게 하려 마음을 먹으면 방법이 아주 많다. 이선우 부회장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성빈과 이재은의 관계가 틀어질 일이 없다고 믿는 것인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그래서 관심이 가는 종목은요?”
“반도체.”
“호오. 사성의 기둥 하나를 뽑아 오시려고요?”
사성 그룹의 주력 사업은 당연히 전자다. 하지만 반도체 역시 만만치 않다. 세계 최고의 DRAM 제조 회사가 사성 반도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사성과 양분하고 있는 미국의 애플조차도 반도체는 사성의 것을 사용할 정도다.
“그리고 건설, 백화점, 유통 정도?”
“정도요? 하하, 그 네 곳의 시총만 합쳐도 재계 20위권 그룹들보다 많을걸요.”
“욕심을 안 부릴 거면 몰라도 기왕 욕심을 부릴 거면 크게 부려야지.”
“그 말이 맞네요.”
“만약 내가 반도체를 갖게 되면 SB 테크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
이성빈이 피식 웃는다.
“안 그러셔도 돼요.”
“아니야. 내가 갖고 싶어서 그런 거야. 선영이 바쁘게 지내는 것 보니 부럽기도 하고.”
이성빈이 테이블 위 이재은의 손을 꼭 잡고 말한다.
“누님 하고 싶으신 것 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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