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화 〉 1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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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 184화
이성빈은 자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백교에게 의아한 듯 묻는다.
“왜 그렇게 웃는 거야?”
“드디어 곡주님이 취미를 갖으신 것 같아서 기뻐요.”
“응? 취미?”
“네. 자동차 업체를 인수하셨다면서요.”
팀 몬스터를 말하는 것 같다.
“곡주님은 항상 일 때문에 바쁘셔서 걱정이 많았어요. 그렇게 취미 생활을 즐기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백교가 무언가를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팀 몬스터를 인수한 것은 제임스 록펠러의 권유가 있기도 했지만 자신과 가족들, 즉 호곡화들이나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차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곳에서 만드는 차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라죠? 돈을 벌기는 쉬우나 쓰는 것은 쉽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곡주님께서는 진시황처럼 사치를 즐기신다 해도 평생 마르지 않는 황금 우물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틀린 말은 아닌지라 이성빈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전 기뻐요. 이 기회에 다른 취미도 가져 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어떤 취미가 좋을까?”
백교의 말대로 자신에게 취미라 부를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행을 다니시는 것도 좋고, 스포츠를 즐기시는 것도 좋죠. 아니면 영국의 유명한 부자처럼 전 세계에 자신만의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
“그런 사람이 있어?”
“네. 유럽 내에 그 사람 명의의 고성만 열 채가 넘어요. 그리고 아름답다고 알려진 모든 곳에 그 사람의 별장이 있죠. 곡주님이 계시던 맨해튼에도 그 사람의 빌딩이 있죠.”
“전 세계를 상대로 현실판 부루마블을 하고 있는 건가?”
“호호, 듣고 보니 그렇네요.”
이성빈이 잠시 생각을 하다 말한다.
“고성이라. 그건 나쁘지 않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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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빈의 앞에 팀 몬스터의 찰스 브라운이 앉아 있다. 처음 보았을 때에 비해 많이 헬쓱해 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다.
“하하, 회장님 덕분에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습니다.”
찰스 브라운을 비롯한 한국에 방문한 몬스터의 팀원들은 이성빈의 배려로 매일 같이 뜨거운 밤 문화를 즐기고 있었다.
“미국에 언제 돌아가죠?”
“이틀 후에 가게 됩니다.”
“가시게 되면 바로 발주가 들어갈 겁니다.”
“네?”
“자동차 스무 대를 주문 넣을 생각입니다.”
“한 번에 스무 대나요?”
이성빈이 뭐가 문제냐는 듯 찰스 브라운을 바라본다.
“팀 몬스터는 자동차를 만드는 곳 아닙니까? 일거리가 들어오면 좋아해야죠.”
“하, 하하. 그렇기는 한데 한 번에 스무 대를 주문받은 적이 없어서요.”
“촉박하게 일하실 필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약속은 합시다.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을 말리지는 않지만 너무 빠져 있지는 말라는 겁니다.”
속내를 들킨 찰스 브라운이 어색하게 웃는다. 일거리가 많아지면 그만큼 취미 생활을 즐길 시간이 모자라게 될 것이다.
“어떤 차를 원하십니까?”
“디자인과 안전성, 그리고 성능까지 최고를 원합니다. 비용은 원하는 만큼 사용해도 됩니다. 아니, 차라리 내가 주문한 차를 만들며 팀장님과 팀원들의 욕망을 모조리 분출하세요.”
“정말 원하는 만큼 지원이 됩니까?”
“저 돈 많습니다. 찰스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많이요. 그러니 제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하! 의욕이 마구 샘솟는군요.”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회장님.”
“팀 몬스터에서 만드는 차가 한국의 도로에서 달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습니까?”
찰스 브라운이 볼을 긁적인다.
“일단 미국의 법령에는 저촉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법령을 확인한 후 거기에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변호사에게 한국의 법령을 정리해서 보내라고 지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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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주님. 로엔 그룹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로엔의 누구?”
“회장의 최측근인 이재형 실장입니다.”
“용건은?”
“로엔의 신 회장이 곡주님을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이성빈이 흥미롭다는 듯 웃음을 짓는다.
“로엔의 회장이라. 나를 왜 만나려고 하는 걸까?”
“위기를 느낀 거라고 판단합니다.”
“좋아.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약속은 언제로 잡을까요?”
이성빈이 시계를 보고는 짧게 말한다.
“한 시간 후 송림에서 보자고 해.”
왕첸이 고개를 숙인 후 나간다. 로엔이라는 대기업의 회장과의 약속을 한 시간 전에 정해 버렸지만 왕첸은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누구보다 우선시 되는 존재가 이성빈이기 때문이다.
로엔 그룹의 신이한 회장과 약속이 잡혔다는 보고를 받고 바로 출발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한복을 곱게 입은 송림의 주인이 이성빈이 반겨 준다.
“회장님. 격조하셨어요.”
“일이 많이 바쁘네요. 로엔의 신 회장은요?”
“조금 전에 도착하셨어요.”
일부러 조금 늦게 도착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안내를 받아 안쪽 별채로 가니 건장한 체격의 몇몇 사내들이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
신이한 회장의 경호원인 듯하다.
이성빈이 다가가자 길을 비켜 준 경호원들이 왕첸의 앞을 가로막는다. 왕첸이 불편한 표정을 짓자 이성빈이 한마디 한다.
“이런 녀석들 한 트럭이 있다고 해도 내 몸에 상처 하나 낼 수 있을까?”
중국어로 이야기한 이성빈의 말을 들은 왕첸이 고개를 숙이고는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경호원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는데 이성빈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 이미 호화단원들이 주위를 완벽하게 에워싸고 있었다.
이성빈은 혼자 별채로 들어갔다. 안에는 신이한 회장이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서 와요. 우리 처음이죠?”
“네, 그렇습니다.”
신이한의 반대편에 앉은 이성빈이 그에게서 술주전자를 받아 잔을 채워 준다.
“이 회장님. 우리 나눠야 할 말이 많지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신이한이 술을 마신 후 육전을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나는요. 오해라는 말을 참 싫어해요. 오해.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앎. 이런 뜻이거든요. 오해라는 것은 대부분 자기 망상에서 비롯되거든요. 이번 일도 그래요. 그룹에 충성하는 직원들이 SB 그룹의 행보를 잘못 해석했어요. 마치 SB 그룹이 우리 로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판단했거든요. 그건 SB 그룹도 마찬가지지요. 우리들의 대응이 조금 과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SB 그룹의 대응은 그것보다 과했으니까요.”
신이한이 이성빈의 잔을 채워 준다. 잔을 비운 후 이성빈이 육전 하나를 입에 넣는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로엔 그룹의 경우 충성하는 일부가 그릇된 판단을 했다지만 SB 그룹은 전적으로 제 결정에 의해 움직인 거니까요.”
신이한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로엔 그룹을 적대하는 것이 이 회장 본인의 뜻이란 말이죠?”
이성빈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여 시인한다.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이성빈이 신이한의 잔을 채워주며 말한다.
“맹수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데 이유가 있습니까? 그냥 자연스러운 일인 겁니다.”
“하, 하하. 하하하하!”
신이한이 미친 듯 크게 웃는다.
“그러니까 SB가 맹수고 우리 로엔이 먹잇감이라는 말이죠?”
이성빈은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술잔을 비운다.
“꼴이 많이 우스워졌네요. SB 그룹이 저력이 대단하다는 것 알고 있어요. 중국의 천화 그룹과 친밀한 관계고 미국에도 연줄이 대단하다죠. 하지만 우리 로엔도 만만치 않아요.”
“정계에 깔아 둔 인맥과 일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작은 일부죠.”
“얼마 전 대통령님과 식사를 했죠.”
술잔을 들던 신이한이 놀란 눈으로 이성빈을 바라본다. 이문수 대통령은 자신을 꺼린다. 일본 기업이라는 프레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문수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친일 청산을 큰 목소리로 주장하던 사람이었다.
“대통령님께서 로엔과의 싸움을 적당히 끝마치면 안 되겠냐고 하시더군요.”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제가 뭐라고 대답을 했을 것 같습니까?”
“아무래도 대통령님의 말씀이니 긍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을까요?”
이성빈이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미 바퀴는 구르기 시작했고 어느 한쪽이 무너지지 않는 한 바퀴는 멈추지 않을 거라고.”
신이한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한다. 순식간에 변해 버린 신이한의 분위기에도 이성빈은 태연하기만 하다.
“궁금한 것이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혹시 일본에서의 일…… 이 회장이 꾸민 겁니까?”
이성빈은 대답 대신 빙긋 웃는다. 그것으로 대답이 되었는지 신이한이 잔을 비운다.
“뒷감당할 자신이 있으신 겁니까? 이런 식의 공격이 다른 기업들에 알려진다면 좋을 것이 없을 텐데요.”
“알려질 일도 없고 알려진다 해도 로엔의 편을 들어 줄 기업은 없을 것 같은데요. 로엔과 싸움을 준비하며 알아보니 로엔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갈 이들은 없을 것 같더군요. 그러니까 평소에 잘 좀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내가 다른 기업의 회장들에게 말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로엔이 다른 기업들과 친하지 않다고 해도 한국의 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성빈은 대답하지 않고 신이한의 잔을 채워 준다. 자신의 잔도 채운 이성빈이 잔을 비운다.
“하시고자 하는 말씀은 다 하신 겁니까?”
신이한이 대답을 하지 않자 이성빈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신이한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 이성빈이 말한다.
“누군가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거나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걸려 온 싸움 역시 피하지 않죠. 제 싸움법이 조금 거칩니다. 어떻게든 상대를 갈기갈기 찢어발겨 버립니다. 다시는 눈도 마주칠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술 한잔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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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이성빈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속도를 조금 높이도록 해. 그래.”
전화를 끊은 후 왕첸에게 말한다.
“단원들을 암화들에게 붙이도록 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암화들 역시 기본적인 수련은 거칩니다.”
“알지. 하지만 상대가 총을 지니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어?”
왕첸이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지만 신이한의 경호원들은 총을 지니고 있었다.
“총입니까?”
“그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뒷수습 생각하지 말고 선제 조치하도록 하고.”
“네, 곡주님.”
신이한의 경호원들만 총기를 가진 것이 아니다. 평소에 소지하지 않을 뿐이지 호화단의 화력은 대단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이라도 중화기로 무장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얼굴 보고 선전포고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싸워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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