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화 〉 1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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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 185화
하남성 여남.
이성빈은 왕첸, 백교 등과 함께 여남 인근의 작은 호수 주변을 걷고 있다.
“어렸을 적 이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곤 했지.”
이성빈이 과거, 아니 전생을 회상하며 중얼거린다.
“어렸을 적부터 혼자였지. 부모의 얼굴은 본 적도 없었고 주변에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 뿐이었어. 저기 저 바위는 나와 친구들의 좋은 놀이터가 되어 주었지. 한 여름에 더우위 지칠 때면 저곳으로 가 물에 뛰어 들었어.”
백교 등은 이성빈이 두 시대를 살아 온 것을 믿고 있다. 당연히 어떤 원리에서인지 모르고 있다. 사실 이성빈 본인도 어떻게 미래로 오게 된 것인지 모른다.
그저 막연히 절대적인 힘을 지닌 어떤 존재가 개입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할 뿐이다.
“열한 살이 되던 해 였을 거야. 이 호수 변에 한 고관대작이 집을 지었어. 그자는 호수가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며 누구도 어업 활동을 하지 못하게 했지. 지역의 관리들도 그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으니 신분이 상당히 높았던 것 같아. 그날 이후로 인근 주민들은 굶주림과 싸워야 했지.”
이성빈은 호수 변에 있는 낡은 고택을 바라본다.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저 건축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소림사에 사미승으로 들어가면 굶주리지는 않을 것 같아 여남을 떠났지.”
같은 하남성이라고 해도 여남에서 소림사가 있는 등본현까지는 아주 먼 거리였다. 열한 살의 어린아이가 홀로 떠날 여행길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나무 뿌리를 캐 먹고 잡초를 뜯어 먹어야 했어. 매일같이 설사를 했고 이름 모를 병에 걸리기도 했지. 결국 소림사에 도착하지 못하고 주린 배를 움켜 쥔 채 쓰러졌지. 그때 만난 것이 바로 사부님이셨어.”
이성빈은 자신에게 화화극락공을 전수해 주고 결국 소림사의 승려들에게 붙잡혀 죽게 된 사부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화화극락공은 절대 추하게 생긴 이가 익혀서는 안 된다는 고집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고아치고는 준수했던 용모 덕분에 사부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사부를 만난 후 굶는 일은 없었지. 좋은 음식을 주었고, 좋은 옷을 입혀 주었지. 지금 생각해 보니 사부도 돈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어.”
여자를 유혹해 얼마간의 돈을 얻어 그것을 사용했었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음에도 사부는 언제나 적당한 선을 유지했다. 그것이 바로 사부가 색마라 불리면서도 오랫동안 살아남은 이유였을 것이다.
“백교.”
“네, 곡주님.”
“알아 봤어?”
“일단 원칙적으로는 매매가 안 된다고 합니다.”
“원칙적으로 안 된다는 뜻은 편법을 이용하면 매매가 가능하다는 뜻인가?”
백교가 생긋 웃는다.
“곡주님의 인맥을 이용하신다면 이런 작은 호수 뿐 아니라 숭산도 살 수 있을 거예요.”
가장 좁은 곳의 폭 넓이가 3킬로미터가 넘는 호수를 작은 호수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중국인들 뿐일 것이다.
“매입하도록 해. 주변의 땅들과 함께.”
“네, 곡주님.”
이성빈이 전생의 고관대작이 지었던 고택을 가리킨다.
“저 건물을 허물어 버리라고 해. 그리고 호수 중앙에 건물을 짓도록 하지. 건축 양식은 고전 방식을 채택하는 편이 좋겠군. 방의 수는 서른 개 정도면 좋을 것 같아. 층수는 5층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 사면에서 다리로 건널 수 있도록 만들도록 하지.”
전생의 이 호수는 정식 이름도 없었다. 그저 인근 주민들이 ‘모호??’, 즉 어머니의 호수라고 불렀을 뿐이다.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곳이 었으니 어머니의 호수가 맞다.
“호수의 이름은 설호雪?로 하지.”
초대 화화곡주이자 이성빈의 전생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단설아의 설자를 호수의 이름으로 지을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건축하도록 해. 내년 여름에는 아이들과 함께 설호의 별장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곡주님의 뜻대로 될 거예요.”
이성빈이 웃으며 걸음을 옮긴다. 물안개가 옅게 끼어 있어 신비로워 보이는 풍경이다.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걸으니 기분이 묘하다.
얼마 전 백교가 취미 생활을 가져보라는 말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였다. 전 세계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구입하는 부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이 바로 전생의 고향이었던 여남, 그 중에도 가장 많은 추억이 남아 있는 모호였다.
“사유지이니 다른 이들의 접근을 막아야 겠죠?”
“호수를 감상하는 것 까지 막아서는 안 되지. 호수 주변을 사람들을 위해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해. 돈 아끼지 말고 제대로 된 공원을 만들도록 해.”
“네, 곡주님.”
“그리고 보니 화화곡은 어떻게 되는 거지? 갑자기 누구라도 들이닥칠 수 있는 것 아닌가?”
백교가 웃으며 고개를 젖는다.
“이미 오래전에 곡이 있는 봉우리에 대한 권리를 획득해 두었어요. 곡에 속한 이들이 아니라면 누구도 접근할 수 없어요.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곳 역시 사유지에요.”
“그렇군. 보안을 철저히 하도록 해.”
단설아와의 마지막 추억이 깃든 장소다. 누군가가 훼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곡주님. 이동하실 시간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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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성 여남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곳은 해남도였다. 해남도, 하이난은 아시아의 하와이로 부르는 곳으로 단위 면적 대비 땅값이 중국 내에서 가장 높은 세 곳 중 한 곳이다.
해남도 청수만 인근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저곳이에요. 전대 주석까지 별장으로 사용하던 곳이죠. 현 주석이 과거와 단절을 선언하며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게 되었죠. 참고로 현 주석은 청수만의 반대편에 별장을 지었어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몰라도 그 덕분에 지금 보고 있는 곳을 매입할 수 있게 되었다.
“당의 재산이기에 아주 싼 값에 구매할 수 있었어요. 주석께서 곡주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당장 사용을 해도 될 테지만 아무래도 곡주님의 격에 맞게 리모델링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이곳도 전통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시행할까요?”
이미 전통 방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이성빈이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전통 구조 좋지. 하지만 중국의 전통 방식은 설호 별장으로 충분히 이곳은 서양 방식으로 하지. 으음, 어떤 방식이 좋을까?”
유럽의 고성을 떠올렸지만 이내 마음을 돌린다. 고성이야 진짜를 구입하면 그만이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신전 건축 방식으로 하지.”
“신전이요?”
“그래. 그리스의 신전처럼 말이야.”
“그 생각을 하지 못했네요. 곡에 속한 모든 이들의 신이 사실 곳인데 말이죠.”
백교의 말에 이성빈이 피식 웃는다.
하이난에서 볼 일을 마친 후 신강자치구의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가 오아시스를 포함한 인근 지역 전체를 구매했다. 그렇게 중국에서 쇼핑을 마친 이성빈과 일행은 여러 나라를 돌며 쇼핑을 계속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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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그룹의 전용기는 스위스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성빈은 비행기에서 암화의 보고를 받고 있다.
“지시하신 일은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로엔 그룹과의 싸움은 이성빈이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진행되고 있다. 로엔 그룹의 사주 일가가 잘못 되었음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싸움의 승패가 가름이 난 이후였다.
“로엔 그룹의 개열사들을 따로따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지시만 하시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개열사가 일곱 곳입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
이성빈은 로엔 그룹을 조금 더 괴롭힐 생각이다.
“남연우가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주제는 아프리카 대륙의 콩고 공화국에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사업입니다.”
“다이아몬드 광산?”
“네. 실제로 남연우는 콩고 공화국의 다이아몬드 광산 한 곳의 채굴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면 사기가 아닌 것 아닌가?”
“사기가 맞습니다.”
암화의 설명이 시작된다.
“남연우가 채굴 허가를 받은 지역은 최근 반군에게 점령 된 곳입니다. 물론 콩고 공화국은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한 반군은 채굴한 다이아몬드를 팔아 무기를 구입합니다.”
“하하, 채굴권은 있지만 채굴을 하지 못하는 곳이군.”
“맞습니다. 남연우는 어디서 구한지 모를 상당한 크기의 원석 몇 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가진 채굴 허가권도 콩고 공화국이 발행한 진품입니다. 그러니 믿지 않을 수 없지요. 실제로 몇몇 대상이 벌써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재주가 좋은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 허가권은 반군 문제를 해결한 후 실제로 큰 돈이 될지도 모른다. 사기도 치고 훗날을 위한 보험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암화가 뒤로 물러난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왕첸이었다.
“블라드보스토크 작업이 끝났습니다. 곡주님께서 지시한 데로 블라드보스토크 마피아의 수뇌부만 정리했습니다. 때를 맞춰 모스크바 마피아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진출했습니다. 혼란에 빠진 현지 마피아들은 모스크바 마피아를 막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가 좋아하겠군.”
기뻐하며 보드카를 마시고 있을 모스크바 마피아 보스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를 떠올리며 이성빈이 피식 웃는다. 지금까지 누구도 이루지 못한 러시아 마피아의 통일이라는 위업을 이룬 위대한 보스의 탄생이었다.
“세르게이가 곡주님께 선물을 보냈습니다.”
“보드카라도 보낸 건가?”
“아닙니다. 어떻게 한 것인지 몰라도 시베리아 한 구역의 개발권을 따냈습니다. 세르게이가 세운 현지 개발 업체와 합작해 시베리아를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자원 개발 사업에도 뛰어들어야 하는 건가?”
“이미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
이성빈이 작은 탄성을 토해내다.
제임스 록펠러의 권유로 페르시아만의 유전 지분을 구입하기 위해 자원 탐사 사업 관련 업체를 하나 만들어 두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연락을 받는 직원 한 명 밖에 없는 이름뿐인 사업체일 뿐이었다.
“한국에서 관련 업종 인력을 스카웃 해 미국에 보내도록 해. 지원은 확실히 해 줘야 겠지.”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하기 곤란한 말인지 왕첸이 말끝을 흐린다.
“무슨 말인데 그렇게 뜸을 들이지?”
“세르게이에게 무기를 구입해도 되겠습니까?”
갑작스러운 말에 더 말해 보라는 듯 왕첸을 바라본다.
“블라드보스토크까지 차지한 세르게이는 러시아 암흑가의 왕이 되었습니다. 그를 통해 무기를 구입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러시아제 무기가 중국제 무기에 비해 뛰어납니다. 그리고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뺌하기도 편합니다. 곡주님의 머무실 곳에 기본적인 무장을 해 두려고 합니다.”
“설마 전차나 미사일을 구매하려는 것은 아니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중화기는 구매할 생각입니다.”
이성빈이 웃으며 고개를 휘휘 젖는다.
“알아서 하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