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화 〉 한국에서
* * *
"아으읏...!!"
진진통을 느끼기 시작하는 하윤이었는데 수지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그녀의 손을 잡아주면서 말했다.
"심호흡 천천히, 마음 편하게 먹어야 해."
출산 경험이 있는 수지의 말에 하윤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면서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는데 온몸에서 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헉..., 저렇게 엄마가 절 낳았구나..."
출산의 광경을 처음 보는 시아는 꽤나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역시 단단도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끝나고 엄마한테 선물이라도 보내 드려야겠어요, 주인님,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지, 으적..., 중국에 다녀와도 돼."
"그, 그럴까요, 주인님?"
중국에 다녀오라는 말에 잠깐 머뭇거리는 단단은 고개를 푹 숙인 체 고민을 하고 있었고 결정을 내렸다.
"네, 주인님, 저 중국에 다녀올게요."
"좋아, 회사에 연락해서 중국에 가는 팀이랑 같이 다녀와, 알겠지?"
"물론입니다, 주인님."
고개를 숙이면서 답하는 단단은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는 기대를 보이고 있었고 나도 묘소나 다녀오자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낳고 조금 보다가 다녀와야지.'
그 생각을 하면서 과자를 먹고 있는 난 비명을 지르는 하윤을 볼 수 있었다.
"아아아악!! 흐아아아악!!!"
그렇게 비명을 지르는 하윤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를 바로 출산할 수 있었다.
'조금 이르게 출산을 했으니까 쉽게 아이가 자궁에서 나오겠지.'
아이가 완전히 자라지 않은 체로 출산이 되었기에 금방 끝난 출산이었고 아이가 나오자마자 바로 기계팔들이 움직여서 아이를 깨끗하게 닦아주면서 인큐베이터 안으로 집어넣었다.
안에 들어간 하윤의 딸은 앙앙 울고 있었고 땀과 눈물로 범벅인 하윤은 옆으로 다가온 인큐베이터를 바라보았다.
"...."
말없이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간 아이를 바라보는 하윤은 떨리는 손으로 인큐베이터를 쓰다듬었다.
"아, 아이를 안아보면 안되나요...?"
인큐베이터를 바라보면서 내게 말을 하는 하윤의 모습에 난 안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안되고, 1시간 12분 뒤에 안아봐."
"알겠어요...."
대답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아이를 바라보는 하윤이었는데 난 의자에서 일어나 하윤에게 다가갔다.
수지는 기계손들이 하윤의 하체 아래에 터진 양수와 피를 깨끗하게 치우는 것을 보고 그저 옆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내가 다가오자 자리를 비켰다.
"이것들이 널 보조할 테니까 샤워부터 해."
"....알겠어."
다시 반말로 돌아온 하윤이었는데 몸이 떨리고는 있지만 움직일 수 있는 체력이 남아있었다.
하윤은 기계팔들이 안내하는 것에 따라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손을 깨끗하게 하고는 나와 팔짱을 하면서 말하는 수지였다.
"조산이 안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네요, 서방님."
"왜?"
"전 아이를 낳을 때 진짜 죽을 뻔했거든요, 10시간도 넘게 걸린 출산이었는데, 30분도 안 걸리고 아이가 나올줄은 몰랐어요."
뭔가 신기하다는 감정을 드러내는 수지였고 난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납골당으로 가자."
"납골당이요?"
하윤의 옆에 딱 달라붙어 있어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못 들은 수지는 갸웃했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모습은 아니었다.
"물론 좋아요, 서방님. 다 같이 가는 건가요?"
"그렇지, 막내는 한 번도 안 갔으니까 가서 인사해야지."
처음에는 수지만 데리고 가던 납골당이었지만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냥 시아와 단단도 데리고 가는 납골당이었다.
"음식 준비할까요?"
"그러는 게 좋지. 이번에는 단단이랑 레아에게 음식 준비를 맡겨보자."
"알겠어요, 서방님. 그러면..., 저랑 시아랑 한 번에 먹으시려고요?"
대답을 한 수지는 웃으면서 내 목에 두 팔을 감싸면서 말했고 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수지의 엉덩이를 감싸서 안는 난 시아를 바라보았고 말을 듣고 있던 시아는 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좋아, 자기야! 바로 가자!"
웃으면서 다가오는 시아였고 난 한 팔로는 수지를 안아 들고, 다른 팔로는 시아를 안아 들고는 위의 침실로 향했고 단단은 내 말을 들었기에 레아와 같이 차례상을 준비하러 움직였다.
/
그 시각, 어느 조용한 건물 안.
김지수는 눈앞의 남자와 마주 앉아있었다.
"점심에 겨우 시간을 냈는데, 굳이 점심에 시간을 내야만 했나?"
"저녁에 시간을 내면 보는 눈이 더욱 많은 것 같아서 이렇게 잡았습니다."
"후우, 뭐, 어찌어찌 걸리지는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는 성화 금융의 이사인 김성재였다.
"말씀하실 것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물론이지, 이번 재판은 다행히 난 집행유예로 끝났지만, 그 어린놈에게 계속 고개를 숙이는 게 정말 더러워서 말이야."
이를 가는 김성재의 말에 눈빛을 빛내는 김지수였다.
"무언가 바라시는 게 있으십니까?"
"비밀을 유지해주면 좋겠군,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일을 때려치웠고 캐나다로 이민을 갈 생각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내가 재산을 옮길 때 좀 눈을 감아줬으면 하는데 말이야."
검사의 숫자가 파격적으로 줄어든 만큼 개개인에 집중된 권력이 급상승을 한 검사들이었는데, 이번에 언론에 얼굴을 많이 비추면서 인지도를 쌓은 김지수는 다른 국가 기관에 말을 넣을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 권력을 느끼고 있는 김지수는 자기 자신이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지금까지 하지 않았는데, 부패한 검사가 되기 싫어서였다.
그렇지만 복수를 위해서는 이 정도는 눈을 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김지수는 약간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다만 말씀하시는 정보에 따라서 눈을 감아드리는 수준이 달라질 것입니다."
"좋아, 그러면 어디부터 말을 해줄까?"
손바닥을 비비면서 사악한 미소를 짓는 김성재의 모습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김지수였지만 물어볼 부분은 정확하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회장직에 올라간 진짜 이유부터 말씀해주시죠."
"역시 언론에 나온 건 믿지 않고 있었나보군?"
"물론입니다, 다만 국민의 절반쯤은 그걸 믿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지요."
일본의 방송국ANN에서 한 인터뷰를 통해서 정말 운이 좋으면서도 능력이 있는 남자라는 것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고아임에도 성공을 한 김한수 회장의 명성은 세계로 꽤나 널리 퍼져나가고 있었고 이로 인해 성화 그룹의 이름은 더욱 널리 알려지고 있었다.
"진실은 말일세, 아마 좀 허무맹랑하게 들릴 것 같지만 말해주지."
김성재 이사의 말에 집중을 하는 수지는 고개를 끄덕였고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일단 주식시장 붕괴 사태로 이득을 본 것 맞네, 그건 확실하기 그지없는데 말이야, 중국에 여행을 갔을 때 한 여자와 접촉을 했지."
"여자라면?"
"쑹단단이라고 하는 여자인데, 삼합회의 최고위 간부 중 한 명의 사생아지, 간부의 이름은 쑹리쥔. 지금 삼합회의 서열 2위지."
수지가 계속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침을 삼키고 말을 하는 성재였다.
"그 사생아와 연이 되어서 그런지 10월에 리쥔과 접촉을 해서 감시자 역할로 성화 그룹의 회장 자리에 오른 거지. 내부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갓는지는 잘 모르지만 리쥔이 꽤나 흡족하면서 아버님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하더군. 그리고 애초에 성화 그룹이 삼합회의 재산으로 시작한 기업이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지수는 이 진실을 이용할 생각을 하려고 했는데 바로 고개를 젓는 성재였다.
"아니, 아마 지금 성화 그룹이 삼합회와 연관이 되어 있다고 말을 한들 믿어줄 사람이 없을 거야, 조금 묘한 게 지금 현 회장인 그 어린놈이 중국 쪽 세력의 힘을 완전히 죽여버리고 있거든."
"그렇다면 삼합회에서 분명히 무슨 일을 저지를 터, 그걸 이용해서 언론에 보도한다면..."
"안돼, 내가 그걸 생각을 안 해봤다고 생각하나? 이미 회사는 그 어린놈에게 확실히 휘어 잡혔을 뿐만이 아니라 삼합회에서, 뭐 삼합회라고 하지만 결국 그 서열 2위의 리쥔의 뜻이겠지만 한국 시장은 그냥 돈만 빨아먹는 거로 내버려 둘 생각인 거 같아, 요즘 중국은 아프리카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으니 한국에서도 미국과 씨름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야. 그리고 중요한 건 투자한 지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
수지는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되었고 한숨을 푹 쉴 수밖에 없었다.
'젠장, 그러면 어떻게 공격을 해야 하는 거지?'
불법적인 부분의 경우 회장이 직접 지시를 했다는 건 오로지 구두로만 전달을 하고 항상 도청이 방지된 장소에서 경호실장이 지시를 내려주었기에 잡아드릴 수가 없었다.
"다른 정보는요?"
"내가 알기로는 그 어린놈이 운영하는 연구소가 하나 있어, 신안에 위치한 연구소인데 말이야, 그곳이 꽤나 수상해."
옆에 놓여있는 서류 가방을 열어서 위치가 적혀있는 서류를 건네주는 성재였고 그것을 받는 수지는 천천히 살펴보았다.
"알겠습니다. 또 하실 말씀이 있으신거 같은데요?"
"물론이지, 그 거지 같은 애송이 놈 아래에 있는 건 질색이니까 말이야."
'감시자로 왔으면 그냥 감시만 할 것이지, 뭐 이렇게 사사건건 개입을 하는 데다가 회사에 잘 나오지도 않는 애송이 놈.'
김한수가 회장으로 오고 나서 바로 숙청을 당한 전 성화 상사의 사장인 김인철 건으로 인해 자신의 입지가 그야말로 말석까지 추락한 만큼 이를 작정하고 갈고 있는 성재였다.
성재는 회사 내부의 비리들과 불법적인 행위에 관련된 서류를 넘겨주면서 하나하나씩 설명을 해주었고 모든 설명이 다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성재를 막는 지수였다.
"여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없습니까?"
"여자? 그건 안 될 거야. 일단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많은 여자들을 만난다고 문제가 될 일이 없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는 있겠지만 딱히 타격은 없을 거다."
고개를 젓던 성재는 추가적으로 말을 이었다.
"비서들 같은 경우 빚으로 묶여있어서 그것들은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거야. 여자 문제는 포기해."
단호하게 말을 하는 성재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는 지수는 이제 받은 자료들을 잘 다듬어서 칼을 꽃을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앞에서 그렇게 뻔뻔하게 나오다니..., 이 개새끼..., 내 부모가 죽었다는 것도 알고, 내 뒷조사도 다 했을 놈이 어떻게 그렇게...!!'
자신이 소환조사를 할 때 아주 뻔뻔하게 나온 한수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이를 가는 지수였는데 성재는 그 모습에 웃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난 캐나다로 이제 출국하니까 뒷일은 잘 부탁하네."
"걱정하지 마시죠, 제가 그냥 모른 체 하고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알겠다고 말을 하는 지수의 모습에 성재는 안심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이후 캐나다까지 아주 안전하게 도착을 한 성재는 그곳에 완전히 정착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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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골당에서 난 인사를 드린 뒤에 식사까지 대접한 뒤에 옆에 마련된 방에서 인사에 올렸던 음식을 먹고 있었다.
'역시 돈이 좋네.'
간단하게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싱크대와 전자레인지, 그리고 전기레인지가 위치해 있는 방이었기에 조금 식은 음식을 다시 대우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약간 코사크 풍 음식이네?"
고기 요리가 우크라이나에서 먹었던 음식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면서 말했고 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빠. 일단 요리를 하라고 하셔서.., 혹시 문제가 되나요?"
'정통적 차례상이면 문제가 되겠지만 부모님도 해외 음식은 드셔봐야지.'
해외여행은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부모님이었기에 이렇게라도 대접을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히려 잘했어. 단단은 아예 훠궈를 준비했는데 뭐가 문제겠어."
전혀 상관없다는 말을 하자 안심을 하는 레아였고 몇 번 상을 준비해봤던 단단은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주인님, 레아가 방송에 관심이 있는 거 같아요."
"방송?"
난 무슨 방송인가 싶어서 레아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허둥지둥거리고 있었다.
"아니..., 그으...."
우물쭈물거리던 레아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푸른 동공이 떨리고 있었지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