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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6화 〉 회장 노릇 (216/336)

〈 216화 〉 회장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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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으응..., 이거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

결국 회의는 아가리를 터는 것이었기에 수다를 떨다 보니 정말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고 생각이 들었다.

난 전부 나간 회의실에서 잠깐 쉬면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한쪽 벽을 전부 채우고 있는 유리는 어둠이 찾아오고 있는 서울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는데 어두컴컴한 곳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이거 어쩌다가 이렇게 내가 뒷세계를 홀라당 먹기는 했지. 기분도 좋고 시궁창 인생 놈들을 가지고 노는 것도 좋지만 방심은 하면 안 되지.'

언제나 그렇듯 불법적인 단체는 공권력의 묵인이나 유착이 있어야만 유지가 되는 만큼 방심을 하면 안 되었다.

'검찰 쪽에는 선을 만들어가고 있고, 경찰은 확실히 손을 잡았지.'

다른 기업들에게도 뒷돈을 많이 받아먹고 있는 정치인들이었는데 다른 기업들은 뒷세계가 아니라 자신들을 제약하고 있던 법안이나 북한 지역에 대한 이권 등이 위주인 로비를 했는데 성화 그룹의 경우 초창기에 선점을 한 군수산업을 제외한다면 뒷세계를 중심으로 로비를 펼쳤다.

'물론 합법적인 사업들도 로비를 펼치긴 했지만 조금 더 커지는 수준이지.'

금융과 상사, 해운, 건설 등 계열사들의 경우 전부 흑자인 만큼 현상 유지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면 루테 놈들을 조질 수단을 가져와야 하는데 말이야...'

이번 회의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루테인줄 알았지만 다른 놈들일 확률도 있는 만큼 확실한 명분을 확보한 뒤에 움직일 생각이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간 난 바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개미처럼 움직이는 사람들과 차량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일단 나중으로 넘기고 그놈은 언제 잡히려나?'

내 차량을 훔쳐 간 놈의 경우 경찰이 추적을 하고 있었는데 잡히면 바로 사망 처리를 하고 내게 산 채로 넘겨주기로 합의가 되어 있는 만큼 난 그놈을 조질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오랫동안 살려둔 체 생체실험을 해야지.'

새로 지어진 생체실험장의 경우 북한 서쪽의 항구 중 한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곳은 오로지 나만이 출입을 할 수 있었다.

실험용 인간들을 대기실에 집어넣는 건 쉔랑의 부하들이 하는 일이지만 안쪽에서 실험을 하고 폐기를 하는 건 나만이 출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있을 때 청소를 지시하기에 내가 진행하는 생체실험에 대해서는 쉔랑도 모르고 있었다.

'그냥 내 잔혹한 취미인 줄 알지.'

중국 출신인 쉔랑인 만큼 공산당의 인체 신비전을 알고 있는 이상 내 취미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취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의약품을 한 종류를 내주기는 했지.'

제약 쪽에 진출을 한 뒤에 식약처에 돈을 먹여서 바로 통과를 시켰지만 부작용 없이 효용을 보이는 약품이었다.

혈관에 직접 투여를 하는 액체이며 혈관 안에 낀 지방을 청소해주는 약품이었는데 식약처의 통과 이후 조금 잠잠하다가 효용성이 해외에서도 인정이 되어서 잘 팔리고 있는 약품이었다.

'부작용이라고 하면 심장의 수명이 줄어드는 거지.'

물론 부작용 없이 개발을 할 수 있었지만 그럴 생각이 없었다.

'수술도 필요 없이 약을 먹으면 혈관이 깨끗하게 청소하는 약품인데 심장의 수명이 줄어드는 페널티 정도는 있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난 몸을 돌려 회의실을 나섰다.

/

며칠 뒤.

결국 잡혀 오게 된 차량 도둑이었는데 난 쉔랑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도주 중 저수지에 빠져서 사망 추정이라고 결론을 낸 경찰입니다. 한동안 수색을 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냥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느낌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수지 물이 깨끗하지도 않을 텐데 말이야. 뭐 그놈들이 알아서 하겠지."

난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에 무릎을 꿇려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꽤나 앳되보이는 남자, 아니 소년이라고 할 수준이었는데 온몸이 피멍으로 가득했고 곳곳에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린놈이 훔쳐 가다니, 세상 말세야, 말세."

어린놈들이 도둑질을 하는 걸 보면서 나는 혀를 끌끌 찼는데 내 옆에 있는 쉔랑의 표정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왜?"

"아닙니다, 회장님."

"뭐, 내가 젊긴 하지."

내 나이를 생각하면 어린놈들이라고 하는 게 웃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소년의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린놈들이 도둑질을 하면 가차 없지.'

촉법소년이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죄를 지으면 바로 감옥으로 잡혀 들어가고 있는 걸 생각하면서 정말 만족했다.

'물론 난 촉법소년을 보지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했지만 엿 같은 것 엿 같은 거니까 말이야.'

촉법소년이라는 단어가 내가 더 어렸을 때 나와줬다면 열심히 이용을 했겠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입학할 때쯤부터 논란이 일어나더니 졸업하고 군대를 가자 전성기를 맞이했기에 정말 아쉬웠었다.

'내가 이용을 못 했으면 사라져야지.'

물론 되지도 않는 소년법들이 많았던 만큼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폐지를 바랐으니 사라졌다는 것을 생각하다가 다시 눈앞의 소년에게 시선을 보냈다.

"몇 살이야?"

내 말에 날 올려다보는 소년이었는데 한쪽 눈이 완전히 부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력이 날아갔을 수도 있겠네.'

얼굴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난 대답을 하지 않자 바로 구둣발을 휘둘렀다.

­뻐억!!

"케흑...!!!"

복부를 향해 쇠 징이 박혀 있는 구둣발로 걷어차 버리자 바로 구토를 하는 소년이었다.

"으우웁...!! 우액...!!"

다만 든 게 없었기에 그냥 위액만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난 구둣발을 바닥에 딱딱거리면서 말했다.

"나이."

"1...17살..."

약간 어눌한 한국말을 하는 모습에 난 반말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구둣발을 휘둘렀다.

­퍼어억!!!

"크에에엑!!!!"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널브러지는 소년이었는데 바로 뒤에 대기하고 있던 떡대 두 명이 다시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존댓말."

"여, 열 일곱 살 입니다..."

더듬더듬 말하는 그놈의 모습에 난 만족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내 차를 왜 훔쳤지?"

"비싸 보여서 훔쳤어요.... 쿨럭...!!"

기침을 하면서 피를 토해내는 소년의 말에 난 쉔랑에게 말했다.

"의자좀."

"예, 회장님."

쉔랑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뒤쪽에 있던 부하들에게 명령했고 그들이 푹신한 의자를 가져오자 난 거기에 앉으면서 다리를 꼬았다.

"어쩌다가 여기 한국까지 기어 왔어?"

"캘록...!! 이, 일본에 가서 돈을 벌려고 했는데 야쿠자 놈들이 저희를 밀어냈습니다..., 그래서 중국으로 넘어간 다른 사람들도 많았는데 저는 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왜?"

"야, 약값을 벌어야 해서요..."

울먹거리는 소년의 말에 난 동정심이 전혀 들지 않았지만 마치 동정심을 느낀다는 듯이 말했다.

"오, 안타까워라. 어쩌다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만큼 내 얼굴을 보지 못하는 소년이었는데 내 얼굴을 본 쉔랑과 부하들은 역시 회장답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놈들, 아주 편하게 생각하고 있네.'

쉔랑은 물론 경호팀원들의 경우 날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게 보이지만 절대적으로 선을 지키며 충성을 바치고 있기에 난 인간미가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너무 복종적이면 기계 같아서 재미가 없지.'

저 정도야 괜찮다고 생각을 하는데 소년은 울먹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저, 전 민다나오 섬 출신입니다.., 거기에서 이슬람 놈들이 테러를 하는데 거기에 제 가족이 휘말려서...."

결국 말을 하다가 울음을 터트리는 소년의 모습에 난 턱을 쓰다듬었다.

'아 필리핀도 난리긴 하지?'

필리핀은 물론 이슬람 영향이 남아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유럽이 중동을 개박살을 낸 이후의 여파가 몰려와 개판이 나고 있었다.

많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었고 다들 도주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스며든 곳은 인도부터 시작해서 동남아시아의 지역이었다.

각 지역이 있는 이슬람 세력들과 접촉을 하고 세력을 다시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원래 도착 세력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바로 개판이 되어 가는 것이었다.

'음, 내 행동의 여파가 이렇게 거대하게 미치니까 너무 좋네.'

만족감을 느끼는 난 더 말을 하려던 소년의 관자놀이를 구둣발로 후려쳤다.

­뻐억..!!

­털썩...!!

딱 기절할 정도로만 후려친 난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대충 치료하고 대기실에 집어넣어."

"예, 회장님."

바로 지시를 이행하는 경호팀을 보면서 난 깜빡한 것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까 차량은 어디 간 거지?"

"경호실장, 내 차는 어디 갔지?"

"이미 필리핀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미리 항구에 사람을 보내둘까요?"

"그래, 보내놔서 연관된 놈들을 조져버려."

"예, 회장님. 그러면 정부와 어떻게 합의를 하겠습니까?"

"어차피 진출할 생각은 아직 없으니까 빠르게 치고 빠지기만 해."

"예, 회장님."

지시를 이행하는 쉔랑이었고 난 창고의 바깥으로 나갔다.

불빛이 많이 켜져 있지만 어두운 곳들이 많은 항구였는데 수많은 물건들이 선적되고 하역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저 중에 밀수품도 많지?"

"물론입니다, 회장님. 중국 내부가 혼란스러워서 정말 양질의 물건들을 밀수입할수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난 퇴근한다."

"예, 회장님."

/

"할아버지, 그놈을 계속 둘 생각인가요?"

"가만있어라, 그놈들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딱히 찌를 방법이 없지 않으냐."

루테 그룹의 회장 저택에서는 아들과 회장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놈들이 하고 있는 불법적인 일을 까발리면 되지 않겠어요, 할아버지?"

"그게 될 리가 있나, 애초에 그놈들이 먹인 금액이 얼마인데 말이야, 그놈들은 신정부에 아주 착실하게 끈을 댄 놈들 중 하나란 말이다."

현 회장은 혀를 끌끌 차면서 성급한 손자를 바라보았다.

'저놈, 차차기 회장 자리를 제대로 할 수 있으련지....'

아끼던 손자지만 그렇다고 이 그룹보다 아끼는 게 아닌 만큼 다른 후보를 생각할 마음이 드는 회장은 입을 다물고 있는 손자를 바라보았다.

"기자들이랑 사람들을 움직여서 시위를 부추긴 것은 좋았다만, 뒷처리는 잘했어야지! 경찰을 움직이면 저놈들이 바로 알아채지 않겠냐."

혀를 다시 끌끌 차면서 손자의 성급함을 탓하자 손자는 그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도 아직까지 저놈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한판 붙자는 건 아닌 거 같으니 한동안 푹 쉬어라."

"예, 할아버지."

손자는 죄송하다는 어조로 답을 했지만 이를 악물면서 그놈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깟 놈이 감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자는 바깥으로 나갔는데 현 회장인 도동수는 한숨을 쉬었다.

"저놈, 어린놈이라고 무시를 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당연히 루테 그룹의 회장인 도동수도 성화 그룹을 밟아버리고 싶지만, 너무 급격하게 성장을 했을 뿐만이 아니라 많은 캐시 카우를 가지고 있어서 현금 자산이 많았기에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사업에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데 저 손자놈이 여자 때문에 저럴 줄이야.'

물론 자신도 그 사진을 보고는 꽤나 탐욕이 솟구쳤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으니 그냥 입맛만 다실뿐이었는데 직접 본 손자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후원하던 야쿠자 놈들이 일본에서 다시 세를 회복했으니 뒷세계에서 한판 붙자는 생각은 대체 회장 놈이 할 생각인지 원....'

일단 뒷세계에서 충돌을 하는 순간 둘 다 정부의 힘을 빌리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압도적으로 이미 지배력을 다진 성화 그룹과 외부에서 들어오는 야쿠자들과의 싸움은 승산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데 말이야.'

성급한 손자의 모습에 절로 다시 혀를 차던 도동수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그 여자는 대체 누구지?'

신원 조회를 했는데 똑같은 얼굴이 전산망에 없는 만큼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 여자였다.

'외국인인가? 아니 외국인 신원 조회도 했는데 말이야....'

도동수 뿐만이 아니라 여색을 밝히는 그룹의 회장들은 물론 각종 연예계 기획사들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누구도 그 꼬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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