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2화 〉 뜨거운 한파 (242/336)

〈 242화 〉 뜨거운 한파

* * *

"흐응..., 곧 임신도 할 수 있겠어요, 서방님."

"어허, 안전성을 확보하고 임신한다니까. 너희는 노예라서 암캐처럼 함부로 시도하지 않을 거야."

약간 타박하듯이 말을 했는데 수지는 자신을 아껴준다는 것에 환하게 웃었다.

/

얼마 후.

회장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민정은 양복 차림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정말 사회초년생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민정의 모습에 난 그녀의 옷차림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앞으로 잘해."

"네, 회장님."

허리를 숙이면서 답하는 민정이었는데 그녀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는 쉔랑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까요?"

"납치당했던 여자이기도 하고 아이도 1살도 안되었으니 출산휴가를 줘버려."

고개를 끄덕이는 쉔랑은 내가 왜 민정이라는 여자를 직원에서 비서로 보직을 이동시켰는지 이해하는 눈치였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언론에 흘릴까요?"

'그 이유는 아니지만 괜찮은 방법이기도 하지.'

언론의 관심이 많이 희석된 성화 그룹이었지만 언제 또 과거의 일을 들추고 지랄할 확률이 높은 만큼 이미지를 희석시킬 필요가 있었다.

"응, 대충 잘 다듬어서 뿌려봐. 취직시켜주고 바로 출산 휴가를 준 것으로 말이야."

"비서실 이야기는 집어넣지 말까요?"

"응, 일주일간 같이 일한 직원들은 모르니까 말이야. 인사팀에서 발설할 일도 아니니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쉔랑은 바깥으로 나갔다.

/

비서실.

'지우는 잘 있겠지?'

민정은 남동생들이 자신의 딸을 돌봐두고 있는걸 잘 알고 있었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큰 문제 없이 잘 돌봐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그녀였다.

비서실에서 잠깐 마음을 졸이는 민정은 자신의 선배들을 바라보았는데 다들 바빠 보였다.

'어떻게 인사를 하지?'

잠깐 머뭇거리던 민정은 자신이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뒤따라 들어온 쉔랑이 민정을 불렀다.

"잠깐 따라 나오도록 하지."

쉔랑의 말에 움찔거린 민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내가 일을 한 것 중에 잘못한 게 있나...?'

민정은 취직 후 비서실로 보직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에 자신이 뭔가 잘못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없는 거 같은데...'

신입이라고 이것저것 일을 배웠던 만큼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래도 문제는 일으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민정은 복도에 나와서 쉔랑의 말을 들었다.

"120일간 출산 휴가다. 출산일 기준이 아니라 오늘 일 기준으로 계산이 되니 집에서 푹 쉬도록."

그 말에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 눈치인 민정이었는데 쉔랑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 퇴근하면 된다."

"아, 네, 감사합니다..."

딱히 짐이랄 것이 없는 민정은 회장실 쪽을 한번 바라보고는 어정쩡한 모습으로 비서실에 들어가 무어라 말을 하지 않고 가방을 챙겨서 다시 복도로 나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엘리베이터에 탑승을 하고 내려가는 민정은 핸드폰을 꺼내 들어서 자신의 주인에게 톡을 날렸다.

­회장님, 저 출산 휴가라고 하는데 정말 퇴근을 해도 되는 건가요?

톡을 보낸 민정은 핸드폰을 손으로 꼭 쥔 체 일단 휴게실이 위치한 층에 내려서 잠깐 앉아있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답장이 날아왔는데 그것을 본 민정은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 내가 휴가 준거니까 애기나 돌보고 있어.

­감사합니다, 회장님!!!!

바로 답장을 하는 민정은 1 표시가 사라진 뒤에 답장이 오지 않는 것을 보고 핸드폰을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하아..., 그렇게 가학적으로 괴롭혔으면서 이렇게 대해주다니...'

짐승 우리에 갇혀서 고문을 당하고 강간을 당하던 기억을 떠올리는 민정이었지만 그것들이 점점 희석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아 몰라..., 난 회장님의 물건이니까...'

어차피 반항을 한다고 한들, 죽음으로 도망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만큼 현실을 받아들이고 수긍을 하는 민정이었다.

'그리고 난 이렇게 바깥에 나올 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처음 바깥에 나와서 배에 탑승을 하게 된 후 부산항에 도착을 했을 때 문득 눈물이 쏟아져나왔지만, 그 누구도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기보다는 안쓰러움과 동정을 보내주는 사람들이었다.

통제된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회복에 집중을 하고 온갖 의사들이 달라붙어서 몸 검사를 해주었는데 아주 말짱한 그녀는 어떻게 납치가 되고 어디에서 생활했는지에 대한 것을 조사관에게 말해주었다.

/

­서울에서 정신을 잃은 뒤 깨어나자 일본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에게 안대가 씌여진 체로 어디론가 실려 가는 것을 느끼고 곳곳이 다 막혀 있는 지하실에 갇혔어요.

­그리고 안대가 벗겨진 뒤에 무언가 경매를 하는 듯한 소리를 들었는데 주변은 전부 철창으로 막혀 있었고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어요.

­사람들이 있는 곳은 빛이 거의 없어서 실루엣만 겨우 보일 정도라 누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일본어를 계속 들은 전, 다시 포장이 돼서 어디론가 옮겨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시 안대가 벗겨지자 어딘지 모르는 공간 안에 갇혀지게 되었는데 한 남자가 절 강간했어요.

­그리고 두들겨 맞으면서 온갖 치욕을 주면서 절 능욕했는데 몇 날 며칠인지 잘 모르는 시간이 흘렀죠.

­그러다가 임신을 하게 되었고, 이후에 점점 고문의 강도가 약해지더니 어느 날인가 바깥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갇혀 있던 곳이 지하실이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고 창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을 보았는데 항구가 보였어요.

­이후에 일본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최대한 수긍하는 척해서 기회를 노리다가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출장 의사가 와서 출산을 도와줬어요.

­출산 후에 절 지하실에 두지 않고 집에 같이 생활을 하게 되었고 약간 방심을 한 남자의 뒤통수를 화분으로 찍어버렸어요.

­몇 개의 화분을 더 그놈의 머리에 찍어버린 뒤에 그놈이 사둔 제 옷을 입고는 아이를 품에 안아 들어서 바깥으로 나갔어요.

­겨울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아이를 품에 꼭 안아 든 체로 항구로 다가갔어요.

­제가 그놈을 죽인 게 저녁이었고 항구에 도착했을 때가 밤이었는데 항구에 조금 소란이 일고 있었어요.

­마치 도망가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어느 배에 탑승을 하고 있는 모습에 저도 그곳으로 대책 없이 달려갔고 어두운 밤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받지 않고 배 안에 숨어 들을 수 있었어요.

­이후에 계속 숨어있다가 아이가 울어서 큰일 났나 싶었지만, 다행히 그분들도 도망쳐 온 분들이라 같이 부산항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

'물론 저 이야기는 다 거짓말이지만 말이야.'

배 안에 숨어든 것은 은신 기능을 사용한 한수가 자신을 배 안에 숨겨주고는 사라진 것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들 그때 정신이 없어서 날 보고 그런 거 보다 했으니 의심을 받지는 않지.'

젊은 여자와 신생아가 야쿠자의 스파이라고 의심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었기에 아무 문제 없이 부산에 도착을 한 민정은 회사를 빠져나와 바깥을 바라보았다.

'택시 타고 가는 건 사치겠지?'

잠깐 그런 생각을 하던 민정은 가방 속에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느끼고는 꺼내 들었다.

­택시 타고 가라.

한수의 톡이 와 있었는데 그 아래로 100만원이 입금이 되었다는 톡이 있었다.

'아...., 진짜 왜 이러는거야....'

당연히 민정은 현실을 수긍한다고 할지라도 한수를 원망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잘해주니 적응이 안 되는 그녀였다.

"하아...."

­정말 감사합니다, 회장님!

잠깐 멈춰서서 한숨을 쉬는 민정은 답장을 보내고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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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민정이 택시를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뒤로 다가온 쉔랑이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회장님, 야쿠자에서 냄새를 맡은 모양입니다."

"못 맡으면 병신들이지, 우리가 섬을 습격한걸 알아차린 거지?"

일본의 한 섬에 갇혀있는 인신매매의 피해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북한 출신팀을 보내서 깽판을 제대로 쳐둔 상황이었다.

"맞습니다, 회장님. 목격자는 전부 죽여버렸기에 증거를 확보하는 게 늦었지만 일단 DNA를 확보했기도 하고 습격자의 범위를 좁혀나가서 저희 그룹이 용의자에 올랐습니다."

"괜찮아, 어차피 일본 자본이라고 해봐야 우리랑은 크게 상관없으니까 말이야."

난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루테 그룹에 일본계 자금이 많이 있긴 하지만 이미 갈기갈기 지분이 찢겨져 나가 그룹이 공중분해가 되었기에 성화 그룹이 먹어 치운 계열사에서 힘을 쓸 수 없는 그들이었다.

'전혀 상관없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정부도 이득을 봤네.'

내가 루테 그룹의 회장과 손자를 죽여버렸기에 가족들에게 상속을 하게 되는데 당연히 상속세가 발생을 해서 세금을 징수해가는 정부였다.

'그나저나 집이나 챙겨줄까?'

남동생들과 같이 지내면 내가 쳐들어가서 따먹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복지로 집을 챙겨줄 생각을 했다.

"경호실장."

"예, 회장님."

"기왕 언론에 뿌리는 거, 전셋집까지 마련을 해줬다고 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게 잘 다듬도록 하겠습니다."

"회사 근처의 원룸으로 잡아놔, 아니 투룸."

"예, 회장님."

허리를 숙이고는 바깥으로 나가는 쉔랑이었고 난 핸드폰을 들었다.

­집 잡아줄 테니까 남동생들이랑 떨어져 살아.

­네, 회장님. 알겠습니다.

즉각적으로 답이 오는 민정이었는데 난 그녀의 핸드폰을 시스템으로 들여다 볼수 있었고, 그녀의 얼굴이 보이는 카메라에는 많이 시무륵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겨우 동생들과 다시 재회를 했는데 떨어지는 것에 아쉬워하는 거겠지. 하지만 내 알바가 아니야.'

남동생들인 만큼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명령을 철회할 생각이 없는 난 변명거리도 알려줬다.

­회사 근처로 구해줄 테니까 동생들한테는 출퇴근 때문에 분가한다고 해.

­네, 주인님. 그런데 동생들이 찾아오면 어떻게 하죠?

그녀의 표정은 약간 기대하는 표정이었는데 난 그녀의 희망을 짓밟지는 않았다.

­자고 가는 것은 금지, 밤 9시 이후 금지, 내가 가는 날도 금지.

­네, 회장님, 명심하겠습니다.

바로 답을 하는 민정이었고 그녀의 표정은 다행이라는 표정이었기에 난 염탐하던 것을 중단하고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나도 퇴근이나 해야겠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쉔랑이 퇴근을 하고 들어온 것을 볼 수 있었고 난 입을 열었다.

"나 퇴근한다."

"예, 회장님."

"비서는 필요 없어, 그냥 혼자 간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후 리무진에 혼자 탑승을 한 난 눈이 내리는 바깥을 구경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문득 군대에 있을 때 생각이 나는 난 피식 웃었다.

'바깥에 있을 땐 눈이 오는 게 참 보기 좋은데 말이야, 군대에 있을 때는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 그 자체였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정말 오래된 일이라고 느껴지는 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다가 창문을 열었다.

눈바람이 리무진 안으로 들어왔는데 난 그 바람을 즐기면서 샴페인을 마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도착을 한 뒤에 난 노예들과 함께 실외정원으로 나갔다.

실외정원은 내가 설치한 기계 덕에 온도가 따뜻하게 유지가 되고 있었는데 바깥의 눈이 들어와서 바닥에 쌓이고 있었다.

바닥은 눈으로 뒤덮여 있는데 공기는 따뜻한 광경은 물리법칙을 개무시하는 듯한 광경이지만 시스템은 기술력으로 물리법칙을 극복하고 있었다.

"우와, 신기해요, 오빠!"

이 광경에 레아가 신기하다는 듯 폴짝 뛰면서 맨발로 정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뭔가 차가운데 따뜻해요, 서방님."

수지도 이 광경은 처음 보는 만큼 신기한 표정을 지으면서 날 바라보았고 시아와 단단도 마찬가지로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 이 눈밭에 우다다를 시전하고 있는 랑이는 짐승도 이 광경은 본능적으로 신기하다고 느끼는 듯 폴짝폴짝 눈바닥에서 점프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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