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5화 〉 뜨거운 한파
* * *
'저놈들이 다 수익을 늘려주는 놈들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깥에서 무언가 소란이 일어난 것을 느꼈다.
"다들 이쪽으로!!"
한 떡대가 안으로 다급히 들어와 외쳤지만, 마약에 취한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달라붙었다.
"오빠 몸 좋다?"
"....빨리.. 넣어..."
약간 말도 어눌하게 하는 여자들부터 그냥 보지를 벌리고 다가오는 여자들이었는데 떡대는 전혀 유혹을 당하지 않고 아예 그녀들을 들처메고 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떡대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웨이터들과 경비원들이 들이닥쳐서 강제로 들쳐메고는 한쪽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난 혀를 끌끌 차면서 경찰 고위직 놈들을 떠올렸다.
'이놈들, 받아먹어 놓고 말을 전달해주지도 않아?'
이걸로 확실히 이권 몇 가지를 뜯어내겠다고 생각하는 난 마약룸에서 빠져나와 일반적인 손님들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도 이미 손님들이 빠르게 뛰쳐나와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고, 그 뒤를 따라서 여자들도 뛰어가고 있었다.
완전히 전쟁터가 따로 없는 거리를 보는 난 입구 쪽을 아예 틀어막아 둔 것을 스캔했는데 바깥에서 강제로 문을 따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됫다!! 다 나갔어!!"
그때 어느 한 떡대의 말에 난 시선을 돌렸는데 그것에 고개를 끄덕인 한 남자가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륵...!!!
출입구와 이어지는 복도에 기름을 뿌린 뒤에 불을 지르고는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하는 남자들이었고 난 그 뒤를 따라서 이동했는데 천장에서 격벽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이야, 이걸 진짜 써먹을 줄은 몰랐는데?'
만약에 단속반이 들이닥칠 경우에 가구로 시간을 끌고는 건물에 불을 질러버린다는 방책이 있었는데 이걸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에 매우 흡족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아주 개쩌네.'
그리고 마약룸 안에 흔적을 확실하게 지우기 위해 기름을 꼼꼼하게 뿌리고는 불을 지르는 그들이었다.
화르르르륵...!!!!
불길이 순식간에 확장되면서 기름을 뿌리던 남자까지 번지게 되었는데 한두 번 연습한 솜씨가 아닌 듯 옆에 있던 남자가 들고 있는 천으로 그를 확 덮어버렸다.
단번에 불길이 진화되었고 그 남자들이 건물의 비밀통로로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난 불길이 곳곳을 집어삼키는 것을 바라보았다.
'대충 마약은 싹 치워버렸네.'
아까 입구 쪽에 불 지르는 것을 구경할 때 빠르게 치워버렸다고 생각하는 난 조금 마약이 남아있긴 하지만 전부 불길에 휩싸이는 것을 보았다.
'잘 타네, 나중에 감식반 같은 경우에는 윗대가리들이 잘 통제할 테니까 말이야.'
그냥 화재 사고로 종결을 내버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난 불길 속에서 잠깐 시간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아니라 소방관들이 들이닥치더니 진화하기 시작했고, 소방호스에서 강력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아아!!!!
하지만 안에 술도 그득그득 있었던 데다가 가연성 물질이 많은 마약룸이었기에 쉽사리 진화되지 않았다.
'룸이라는 범위를 벗어나는 크기긴 하지.'
룸이라기보다는 클럽의 스테이지 그 이상의 크기였기에 빠르게 진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구경하는 난 결국에는 불길이 전부 잡힌 것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통로가 있습니다!!!"
그중 한 소방관이 안쪽에 위치한 문을 발견하고는 뜯어내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밀통로 같은 경우에는 건축법에 걸리겠지만 그 정도 벌금을 낼 수 있지.'
마약이나 성매매가 걸리는 것보다는 훨씬 싸게 먹히는 비용인 만큼 비밀통로가 드러난 것에 딱히 유감을 느끼지 않았다.
남은 잔불마저 전부 진화를 한 소방관들은 비밀통로의 문을 뜯어내고 안쪽으로 들어갔지만 이미 빠르게 다 탈출을 한 고객들과 직원들이었기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계단을 타고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소방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난 이미 안전가옥으로 진작에 다 도망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곳에서 다들 해산하겠지.'
마약을 복용한 고객들과 복용하지 않은 고객들이 따로 대피를 하게 되는데 마약을 하지 않은 손님들 같은 경우 2차를 갈 사람은 옆에 끼고 있는 여자와 따로 이동을 하면 되고 그냥 갈 사람은 가면 되었지만, 마약 복용자들은 달랐다.
전부 안전가옥으로 이동을 해서 그곳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뒤에 움직이게 되었기에 그곳에서 2차로 마약 파티를 즐길 수도 있었다.
'그렇게 놀고 있으려나?'
마약에 취한 사람들은 정말 정신이 나가 있는 만큼 대피하는 소동이 지난 후에도 파티를 하려고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난 복도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복도의 절반쯤이 불에 타올라 있었고 매캐한 연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을 바라보는 난 천장에서 내려온 차단벽이 박살이 나 있는 것을 보았다.
'약간 야매식 차단벽이니까 말이야.'
진짜 불을 잡는 기능이기보다는 불이 난 것을 명분삼아 길을 차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강제로 부수고 들어올 수밖에 없었기에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흐으음...'
난 천천히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바깥으로 나갔는데 바깥에서 펑펑 오는 눈을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들 불구경을 잘 했나 보네.'
바깥으로 불길이 치솟지는 않았지만, 연기는 새어 나온 만큼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을 하다가 다시 갔다는 것을 예상하는 난 적당한 시간 동안 눈과 연기를 구경하면서 인파를 바라보는데 한쪽에 모이기 시작하는 떡대들을 볼 수 있었다.
'강력계 형사들인 거 같은데?'
사복 차림인데 노란 폴리스 라인 안쪽에 있는 그들을 볼 수 있었는데 하나같이 표정이 구겨져 있었다.
'저놈들인가? 딱 봐도 말 안 듣게 생겼네.'
위에서 분명히 이곳은 수사하지 말고 다른 곳이나 하라고 했을 것이 뻔했지만 그건 두고 볼 수 없다는 사람들이 급발진을 해서 들이닥쳤다고 절로 예상이 갔다.
"이런, 시발. 불을 지르고 도망을 가네..."
한 형사가 한숨을 푹 쉬면서 검지 손가락과 중지 손가락을 비비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흡연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아, 시발 거, 흔적 하나도 안남았지?"
"당연하죠, 아주 시발 활활 다 태워버렸던데요? 건축법 위반밖에 걸릴 게 없는 것 같은데.... 휴우..."
바닥에 침을 뱉으면서 한숨을 푹푹 쉬는 그들이었는데 난 그들에게 오히려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대단한 사람들이야, 권력에 휩쓸리지 않고 정의를 추구하는 모습, 확실히 대단해.'
난 그들의 의지에 찬사를 보내지만 그렇다고 호응을 해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혁명 이후에 정부가 물리적으로 한번 갈려 나갔는데도 다시 윗대가리들은 1년도 지나지 않아서 다 뒷구멍에 주머니를 차고 있지, 그게 바로 인간의 본성이니까 말이야.'
성악설을 믿는 난 저렇게 권력에 짓눌리지 않고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의 말을 더 귀기울였다.
"그 통로에 연결된 곳에서 빠져나간 놈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아예 작정을 하고 파둔 통로더라고요, 지하로 이어진 길을 따라서 바깥으로 나간 곳이 한 실내주차장의 화장실이라고 하는데 이미 흔적도 없이 다 사라졌죠."
"CCTV는?"
"없어요, 애초에 안쪽에 배치된 차량을 저희가 수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가 협조 요청을 하니까 하는 말이 오늘 고장이 나서 어차피 없다고 하던데요?"
"이런 시발, 다 한패네."
바로 견적이 나오고 어린아이를 대려다 놔도 대충 사이즈가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증거가 없기에 어떤 방법도 사용할 수 없는 형사들이었다.
"하아, 이거 영장 청구해봤자 절대 안 나오겠죠?"
"당연하지, 시발. 검찰 놈들도 한 사발씩 다 해 드셨을 텐데 말이야. 아주 시발 나라가 잘 돌아가."
욕이 떠나지 않는 형사들을 보면서 난 피식 웃으면서 대화를 더욱 들었는데 딱히 걸린 게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혹시 마약 같은 건 안 나왔지?"
"싹 타버려서 감식반이 온다는데 시발 제대로 조사를 하겠어?"
"맞아, 시발, 소장이라는 놈이 여기 가지 말라고 살살 말하는데 당연히 그 위에 있는 작자들도 알고 있겠지. 바로 덮을 거야, 이건 망했어."
다들 표정이 어두워지는 형사들이었는데 제일 젊어 보이는 형사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걸 언론에 제보를 하면 되지 않을까요?"
"아서라 임마, 언론에 나온다고 해도 이게 화제가 될 일이냐? 결국 다 심증이잖아, 심증. 오히려 경찰들이 더 욕을 먹겠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다른 형사의 말이었지만 다시 입을 여는 젊은 형사였다.
"아니, 그 최지유 기자 알죠?"
"알지, 그 기자를 모르면 간첩 새끼들이지. 아니, 간첩은 이제 없지."
본능적으로 간첩 드립을 쳤다가 이미 통일이 된 북한인 만큼 바로 고개를 젓는 형사는 더 말을 하라는 듯 턱을 까딱거렸다.
"그 기자는 항상 진실만 기사로 내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 이걸 제보하면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을까요?"
"사이즈를 키우자는 거야?"
"네."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형사였는데 다들 고개를 저었다.
"아, 이거 저희가 진짜 열심히 수색해서 겨우 꼬리를 잡은 거잖아요, 진짜 된다니까요?"
확실하다는 듯 말을 하는 형사였지만 가장 고참으로 보이는 형사가 입을 열었다.
"안돼, 감식반에서 그냥 사고로 화재 발생으로 끝내고 건축법 위반으로 벌금을 때리면 그걸로 끝이야. 그걸 보도를 해봤자 여론이 움직인다고 하더라고 위에서 꿈쩍도 안 할걸?"
"맞아, 지금 루테그룹건으로 아직도 언론이 난리인데 아무리 최지유 기자라고 해도 이건 안돼."
고개를 저으면서 포기하라는 다른 형사들이었는데 다들 표정이 꽤나 침울해져 있었다.
그러던 중 고참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는 것을 내가 먼저 감지를 했고 나보다 늦게 반응을 하는 그였고 핸드폰을 꺼내든 그의 표정이 구겨졌다.
"전부 전원 꺼버려, 술이나 먹으러 가자!"
형사의 말에 다들 발걸음을 옮기면서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렸는데 한 형사가 입을 열었다.
"누구인데요?"
"누구기는, 소장이지."
"아이고, 그 인간 또 노발대발하겠네요."
"노발대발은 무슨, 그냥 말없이 눈치 주면서 진급 부분을 ㅈ같이 해주겠지."
"하아아..., 어쩌겠어요."
고개를 젓는 그들이었는데 다시금 입가에 모시가 여린 것을 보는 난 절로 감탄을 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란 말이야. 형사 월급이 오르기도 하고, 병신같은 여경들이 싹 다 목이 날아가기도 해서 당직도 편해졌고, 거기에 정당방위가 개선되어서 확실하게 제압을 할 수 있으니 과거보다는 좋긴 하지만 저렇게 정의를 위해 살아가는 모습은 정말 훌륭해.'
저런 사람들이 있어서 지금의 세계가 그나마 멀쩡히 돌아간다고 생각이 드는 난 더더욱 미소가 지어졌다.
'그럴수록 더 깽판을 치고 싶단 말이지.'
괜찮은 유흥이었다고 느끼는 난 발걸음을 돌리면서 다시 대책 없이 움직였는데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최지유라, 확실히 스타 기자긴 하지.'
내가 습격을 했던 신문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뒤, 국회의사당에서 나와 대화를 하고 살아남기도 해서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졌다.
그녀가 과거에 꾸준히 써온 기사, 즉 기레기가 아니라 진짜 기사다운 기사를 꾸준히 작성을 한 만큼 더더욱 인기를 얻어서 각종 프로에도 초청을 받게 되었는데 거기서도 정말 바른 모습을 보여줘서 그녀가 쓰는 기사는 곧 사실이나 다름없다는 인증을 받고 있었다.
'지금은 관심에서 살짝 밀려나기도 해서 저 형사들이 포기한 거지만 말이야.'
루테 그룹이 완전히 찢어져서 다른 기업들이 아주 잘 먹어 치우고 있으면서 과거의 잔재를 이참에 전부 털어버리겠다는 듯 아주 작정하고 내부의 비리를 전부 터트리고 있었다.
정말 진실, 거기에 약간의 과장이 더해지긴 했지만 정말 개판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었는데 일본이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를 하고 배상금을 물어서 잠깐 반일 감정이 완전히 죽었다 싶었는데 다시 슬금슬금 거리며 끓어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사죄를 한다고 한들 그 사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국경이 가까운 나라들은 사이가 좋을 수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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