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24화 우리 숙소 살거야
제이가 푹신푹신한 휴게실 소파의 촉감을 즐기며 말했다.
"큰차 오빠 진짜 부자였구나. 큰차 판거야?
'이것들이...그차 내차 아니라니까'
회사 이름까지 큰차를 따왔다.
이제와서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냐 생각하며 나는 속으로만 궁시렁 거릴 뿐이다.
"너무 좋아 피지보다 훨씬 좋아"
지금 3층 휴게실에 있다.
지하부터 차례대로 올라오면서 회사를 구경 시켜줬다.
예상했던 대로, 아니 예상 이상으로 좋아했다.
공사가 끝난 이후에는 온 적이 있지만, 이렇게 다 갖춰놓은 모습을처음보는 나팀장님도 말은 안했지만 매우 기분 좋아 보였다.
아까 연습생들이나 레몬로즈나 3층 휴게실을 참 좋아한다.
레몬로즈, 연습생 다 여자들이다 보니 여기를 좀 신경써서 꾸미긴 했지만 이 정도로 좋아할 줄 몰랐다.
단체관광이 끝나고 자유시간을 주었다.
나팀장님은 연습실과 2층 사무실을 다시한번 살펴보겠다고 내려갔고, 누나도 나팀장님과 같이 갔다.
나팀장님과 누나에게는 내려가는 김에 맘에 드는 사무실을 찜하라고 했다.
대충 보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 아무거나 쓰면 될 거 같지만 쓰는 사람 마음은 또 다르다.
레몬로즈는 3층 편의 시설을 다시한번 쭉 돌아보고는 지금은 휴게실에 몰려와 소파 의자 등에 파묻히거나 이런저런 휴게실 소품을 살피고 주위을 둘러보고 있다.
"난 운동실이 너무 맘에 들어. 운동 열심히 해서 기필코 베이글 몸매 만들거야"
니키가 의욕을 불태운다.
니키야 내가 프로듀서인거 알지?
너 더 빼게 해서 슬렌더로 밀거야.
"자판기 돈 먹었어"
아인이 문을 열고 들어와 말한다.
복도에 있는 자판기를 그새 써봤나 보다.
"아직 안에 물건 없어 월요일에 들어올거야. 내가 돈줄게"
"오빠 밖에 누구 온거같아요"
휴게실 창문 앞에 서서 바깥 풍경을 보던 세미가 말했다.
때마침 내 전화가 울린다.
아까 시킨 음식이 온 것이다.
배달 온 음식을 받고 레몬로즈와 함께 4층 내 집으로 갔다.
집으로 들어서자 마자 니키의 입에서 첫인상이 튀어나왔다.
"엄청 넓어 뛰어다녀도 되겠어"
당연히 넓다.
아직 가구 다안들어와 더 넓어보인다.
티나는 벌써 뛰고있다.
세미는 티나를 잡으러 떠난다.
"자자 이쪽으로 와 여기가 거실이고 저기가 식당"
"4층 다 오빠 집이야?"
제이가 물었다.
"그런 셈이지"
"아인아 저기 베란다 봐봐. 정원같은 것도 있고, 나 무슨 카페 테라스 온 줄 알았어 진짜 좋아"
어느새 돌아온 티나가 아인의 손을 잡고 끌고 같다.
세미는 돌아오지 않은 걸 보니 이미거기 안락의자에 몸을 맡겼나 보
다.
티나가 말한 곳은 베란다 같은 곳인데 좀 넓다.
각 층마다 이런 공간이 있는데 4층은 내 집인지라 특별히 신경썼다.
그래서 티나 말대로 테라스정원 처럼 꾸며놨다.
물론 내가 한거 아니다.
공사한 업체에서 했다.
당연히 공짜는 아니였다
티나가 좋다 좋다 하니 니키와 제이도 구경하러 갔다.
역시 돌아오지 않는다.
나팀장님과 누나가 치킨과 족발을 들고 올라왔다.
레몬로즈와 떠드는 새에 배달 왔나보다.
거실바닥에 음식들을 깔아놓았다.
아직도 레몬로즈가 돌아오지 않아 찾으러 갔다.
예상했던 대로 각자 안락의자에 몸을 맡기고 누워있다.
그나저나 저게 왜 5개나 있는거냐?
내가 알아서 꾸며주세요 했더니 의자를 많이도 갔다 놨다.
베란다에는 안락의자 말고도 한쪽에는 나무테이블이 있어 몇명이 둘러 앉아 차를 마시거나 이야기하기 좋아보인다.
베란다는 통유리 창문으로 막혀 있지만 양 옆 밀어 열수도 있다.
그녀들은 창문 한쪽을 열어 놓고 바람을 쐬고 있었다.
"음식 다 왔어 얼른 와 밥 먹자"
"나 잠깐 좀 있을께"
니키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인아 밥먹자 피자족발치킨이야"
무조건 통할거라 생각했던 아인도 반응이 없다.
안락의자에 몸을 늬인채 두눈을 감고 있는 아인의 얼굴에 바람이 스치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그 모습을 보고 순간 넋이 나갔다.
'와 씨 진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이쁘냐!'
그리고 바로 반성했다
'누나 미안'
"큰차 오빠 또 정신 못차리네 쯧쯧"
뒤에서 제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덧붙인 한마디가 내 소름을 돋게 했다.
"팀장 언니는 오빠 이러는거 알까 몰라"
이...이... 무서운 계집애
니들 오고 누나랑 개인적인 대화 한번도 안했는데 대체 어디서 눈치챈거냐
제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인에게 갔다.
"아인아 일어나 밥 왔어. 야 일어나"
자고 있었던거냐.
어쩐지 밥이 안통한다 했다.
그새 자냐.
"어? 밥? 밥 왔어?"
아인이 눈을 뜬다.
"응 피자치킨족발이래"
"피자치킨족발!"
"그래 밥 먹자"
아인과 제이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데 뒤에서 나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여기 정말 좋구만"
레몬로즈를 찾으러 간 나마저 오지 않으니 이번에는 나팀장님이 온 것이다.
나팀장님도 여기가 꽤 맘에 들었는지 베란다를 이리저리 살펴본다.
'저렇게들 좋아하는데 여기서 먹을까? '
여기도 괜찮긴 한데 먹을데가 없다.
나무 테이블이 있었지만 8명이 앉기에는 매우 좁다.
다 앉지도 못한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거실 말고 여기서 하죠. 날도 좋고 바닥도 깨끗하니까요.
그냥 바닥에 앉아 먹기로 했다.
세미와 누나가 음식들을 가져와 바닥에 놓는다.
컵과 술, 음료 등도 각자의 앞에 하나씩 놓인다.
모두 음식을 둘러싸고 앉는다.
각자의 컵에 맥주를 채웠다
살다보니 레몬로즈와 술마시는 날이 왔다.
이 아름답고 영광스런 순간에 갑자기 그인간이 떠오르는건 왜지?
음악방송뿐만이 아니라 잡지, 기사, 광고 등 걸그룹만 나오면 집중하던 그다.
제대하면 음방, 콘서트 다니면서 꼭 직접 얼굴 보겠다고 다짐하던 그다.
박한민 소원은 이루었니?
걸그룹 얼굴 많이 봤니?
난 걸그룹이랑 술마신다.
부럽지?
나팀장님은 운전해야 하니 술을 안드신다고 한다.
나팀장님의 잔에는 사이다가 따라진다.
전에 같이 마실 때 보니 술 꽤 좋아는거 같던데
"나팀장님 술 드세요 대리 부르시면 되잖아요"
"레몬로즈를 대리기사 한테 어떻게 맞겨"
그것도 그렇다.
"방법이 없으면, 방은 충분하니 다 자고 가도 되요. 혹시 내일 레몬로즈 스케쥴 때문에 안되나요?"
"우리 내일 스케쥴 없는데?"
니키가 말했다.
"내일만 없는게 아니라 다음주까지 없어!"
티나가 괜히 쓸데없는 말까지 더해서 세미한테 한대 맞는다.
"아무리 자네라도 남자집에 재우다니 말도 안되지"
맞는 말이다 .
아주 옳은 말이다.
남자는 짐승이다 고로 나도 짐승이다.
나팀장님은 나도 안 믿는다.
그러므로 그는 훌륭한 매니저이다.
역시 믿고 같이 일을 할 만한 사람이다.
나팀장님에게는 조금 미안해하며 결국 우리끼리 마신다.
"건배"
다같이 잔을 들어 건배를 한다
첫잔이니 원샷을 한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레몬로즈도 원샷을 했다.
레몬로즈가 언제 술마시는걸 배웠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순간 얘네도 연예인 이전에 대한민국 성인이라 사실을 깨달았다.
많이 친해졌다 하지만 이미지와 실제모습의 차이가 느껴질때마다 위화감이 느껴진다.
'앞으로 자주 보다보면 차차 나아지겠지'
"이 집 족발도 맛있지만 쟁반국수가 진짜 맛있네 우리 이 회사 오면 종종 시켜먹어야겠다"
니키가 젓가락을 쉬지 않고 있다
아까부터 밥을 찾던 아인은 한손에 치킨, 한손에 피자를 들고 번갈아가면 한입씩 물고 있다.
쟤가 그유명한 먹어도 살 안 찌는 애다.
제이는 치킨 한쪽을 들고 깨작깨작 먹고 있다.
저러니 살이 안찌지
레몬로즈의 막내 둘 모두 마른 스타일이다.
세미는 조신하게 젓가락을 옮긴다.
식사예절도 바른 아이다.
티나는 마음만 급해서 이리저리 음식을 흘린다.
옆에서 세미가 대신 치워준다.
"재윤아 안먹고 뭐해 이거 먹어 다리야"
내가 먹는 것을 멈추고 레몬로즈 먹는 걸 보고 있자 누나가 치킨 다리를 건네준다
치킨을 양손으로 잡고 깨작깨작 먹고 있던 제이의 눈이 우리를 주시한다.
"다른거 먹고 싶은거 없어? 말해 뭐든 시킬께"
음식이 반 넘게 비자 내가 묻는다
"난 이걸로 충분해. 얘들아 니네 더 먹을래?"
"아니 좀 쉬었다가 과자 먹을래"
나는 신나서 이거먹을래 저거먹을래 할 줄 알았는데 반응들이 미지근하다.
몸매 관리한다고 적게 먹는게 버릇되서 그런지 역시나 양이 적다.
"오늘 연습생들 왔다갔건 어땠나?"
슬슬 배가 불러오니 나팀장님도 집 말고 다른게 떠오르나보다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나에게 물었다.
"회사 돌아볼 때 사람이 없어 너무 썰렁했던거 말고는 나쁘지 않았어요. 회사 시설 좋은거랑 오는건 다른 문제니 좀 더 지켜봐야요"
"오는대로 다 데뷔시킨다 이런걸 본 적이 없으니 많이 와야 좋은건지, 적게 와야 좋은건지 모르겠어. 솔직히 난 아직도 걱정이야"
"걱정마세요. 어떻게든 되겠죠. 저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보세요 두달전만 해도 여기까지 올지 몰랐잖아요"
우리는 지금 (규모만 보면) 피지엔터보다 더 좋고 큰 회사를 만들었다
물론 다 내 통장님 덕분이지만.
어쨌든 두달 전에는 이렇게 술술 풀릴지 상상도 못했겠지.
나도 그렇다.
두달 전에는 내가 건물을 충동구매할 줄은 몰랐다.
"저 믿고 지금까지 후회한거 없으시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믿어주세요"
믿으라 어린 양이여
그냥 믿어요.
믿으면 복이와요
나도 여기에 목숨 걸었어요
"그래그래 자네 덕분에 준비는 제대로 했지,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리고 나팀장님과 건배를 한다
"아참 누나. 누나는 연습생들이 오면 지금하는 일 그만하고 내 일 도와줘"
"무슨 소리야?"
"연습생들이 몇명이 오든 빠른 시일내에 데뷔시켜준다고 약속했어. 즉 내년부터 최소 두팀을 운영한다는거지. 그럼 우리는 당분간 연습생 받을 사정이 안돼."
누나가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춤.보컬등 구체적인 교육은 트레이너들이하지만 연습생들 교육을 총괄 관리하고 인재를 고르는게 누나의 일이자 능력이다. 신생 두팀을 운영하게 된다면 아마 몇년 간 우리회사에 연습생 없을거다. 그러면 누나가 할일이 없다.
"난 연습생들 말고 다른일은 별로...."
누나가 자신감이 없는거 같다.
학생때는 연습생, 연습생을 포기하고 나서는 연습생들과 어울려서 살았다.
다른 인생을 산적이 없기에 꺼려하는 것이다.
나같은 놈도 사장하겠다고 이러고 있는데 연예산업종사자인 누나도 못할거 없다.
밀어붙이면 다 된다.
"연습생들이 데뷔하기 전까지는 계속 관리 필요하지만, 누나도 걔네 몇년간 지켜보고 당장 데뷔해도 괜찮다고 할 정도로 준비된 애들이잖아. 어차피 댄스, 보컬 트레이너도 따로 부를테니 누나는 내 일 도와줘. 나랑 같이 일하다가 틈틈히 연습생 애들 체크하면 되잖아. 그렇게 하자."
솔직한 심정은 나 혼자 이 많은 일 다 하면 서른이 되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
그럼 억울하다.
같이 죽을 사람이 필요하다.
물귀신 작전이다.
"그래 재윤이 혼자한다는건 만만치 않은 일이야 사장일이든 프로듀서든 어디든 도움을 받아야 하지 기왕 도움받을거 난 우리 중에서 누군가 나서는게 좋다고 봐"
나팀장님이 거들어둔다.
누나보러 하라는 소리다
누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조금만 더 꼬시면 어여쁜 저승길 동무가 생길거 같다.
"내 감이란거 하나 믿고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나도 초보야 누나가 옆에서 시행착오 줄일 수 있도록 같이 살펴주고 그래야 회사가 잘돼지"
"그..그래 알았어"
환영합니다. 저랑 같이 죽도록 일해보아요.
"누나 관둔다니까 사장이라 이사란 사람 반응이 어때요?"
나는 나팀장님에게 피지엔터의 반응을 물었다.
"별 반응 없더군. 연습생 내보내기로 했을 때 김팀장이 반발했으니 이렇게 될 걸 예상 했을거야"
"누나가 하루라도 빨리 우리회사로 오면 좋겠는데"
"왜 팀장언니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나팀장님과 대화하는데 딱 이 타이밍에 제이가 끼어든다.
저놈의 기집애
"나혼자 힘드니까.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지"
"으응....그런거였구나..."
제이가 미묘하게 말끝을 흐린다.
"넌 쓸데없는 일에 신경 끄고 많이 먹고 운동이나 열심히 해 그렇게 삐쩍 말라서 어떻게 해 좀 팍팍 먹고 운동 많이 하라고"
그동안 쌓인 감정을 듬뿍 담았다.
"왜? 나정도면 딱 좋지! 가늘가늘 여린 청순 미소녀 얼마나 좋아"
"키는 멀대같이 커서 무슨 가늘가늘 여린 청순미소녀야"
아이돌이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하다보니, 시간이 지나고 성장함에 따라 막내들이 제일 키가 큰 경우가 종종있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레몬로즈가 장신그룹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그룹도 아닌데 제이는 그 중에 제일크다 혼자 170이 넘는다. 171이다.
"큰차 오빠 나도 큰건 알지만, 이미 커버린걸 어쩌겠어. 여기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다행히 나 정도면 비율 훌륭하잖아.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런웨이 뛰는 패션모델해도 된다고"
"너도 잘 아네. 패션모델이 청순 미소녀냐. 시끄럽고 이거나 먹어"
족발을 하나 집어 제이의 입에 물렸다.
족발 한조각 그거 얼마나 크다고 입에 물렸으면 한입에 넣으면 되지 그마저도 깨작깨작 조금씩 넘기는 제이다.
"아참 니네 숙소 어떻게 할거야?"
레몬로즈가 우리회사로 오려면 2달정도 남았지만 숙소에 살겠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오늘 얼굴 본 김에 의견을 물었다.
"무슨 숙소?"
"피지엔터랑 계약 끝나면 지금 숙소 나와야 할거 아냐. 우리회사 와서도 계속 숙소생활 할건지, 아니면 이제 각자 살 건지 물어보는거야. 숙소 산다면 미리 집을 알아봐야 하니까"
"우리 숙소 살거야"
"7년차쯤 되면 보통 따로 살지 않냐?"
"우리 숙소 살거야"
"숙소도 공짜 아닌데 각자 사는 것도 괜찮지 않아?"
"우리 숙소 살거야"
"그래 맘대로 해라"
내 생각보다 애들이 더 친하고 돈독한거 같다.
아무리 친하다 해도 이미 7년간이나 같이 산 20대성인들이 계속 같이 산다고 하는게 신기하긴 하다.
'뭐 사람마다 다 생각이다르고 상황이 다른거니까'
"숙소 어떤 데가 좋아? 아파트? 빌라?"
"여기 같은데"
"나도 여기같은데가 딱 좋아"
니키와 티나가 말했다
"이런 곳이 좋아요"
"여기"
세미와 아인까지 합세한다.
내 등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집들이 와서 눌러 앉으려 하고 있었다.
"하하하 여기가 정말 맘에 들었나 보네. 내가 최대한 비슷한 곳으로 찾아볼게"
"팀장오빠 꼭이야"
나팀장님이 애들을 달랬다.
9월 중순인지라 낮에는 괜찮지만 밤에는 서늘하다.
"얘들아 이제 안으로 들어가자 슬슬 바람이 차"
누나의 말에 자리를 옮겼다.
거실에 과자, 디저트같은 단 것들을 늘어 놓았다
술도 이제 그만 마시고 음료수를 마신다.
집들이 와서 테라스 구경만했던 애들이 이제 집을 둘러본다.
냉장고와 세탁기를 열어본다.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구경한다.
"오빠 이 집 정말 좋다 여기 우리 숙소하자"
"그래 오빠 혼자 살기에 너무 넓잖아. 여기 우리 주고 오빠는 적당한데 찾아"
집구경 하고 와서 또 저런다
아직도 포기를 안했나보다
"안돼 난 절대 이 집 안나가."
"그럼 우리 같이 살까?"
제이의 한마디에 주위가 전부 굳어 버렸다
저 발랑까진 기집애
"야 너 미쳤어?"
내가 버럭 소리쳤다
"괜찮은데?"
괜찮기는 무슨.
누가 그런 정신나간 소리를 했는지 돌아보았다
누나였다
"누나까지 왜 이래!!"
"잠깐만 얘기들어봐. 생각해보니까 방법이 없는게 아냐"
응?
"내가 들어와서 레몬로즈랑 같이 살면 돼. 방 2개는 너랑 내가 쓰고, 방 3개는 5명이 쓰면 돼. 화장실도 넌니방 화장실 쓰고 나랑 애들은 나머지 2개 쓰고"
누나가 그새 거주계획까지 다 짜버렸다.
아까는 싫다던 사람이 그 새 마음이 바꼈다.
대체 왜?
"애들만 있는게 아니라 나까지 있으면 나팀장님도 안심되고. 안그래?"
"그렇군, 김팀장까지 있으면 아예 안 될건 아니야."
나팀장님이 뭔가 수긍한다
나는 못 믿어도누나는 믿는다는거다
아니 정정한다.
남자는 못 믿지만 누나는 믿는다.
"우리끼리 좋다 넘어가고 끝낼 일이 아니잖아. 다른 사람들 어떻게 쳐다보겠어. 사장이랑 소속연예인이랑 한 집에 살면 이상한 소문나"
저 날강도들을 막겠다는걸 포기 안한 내가 항변했다.
"넌 저기 산다고 하면 돼"
"저기 어디?"
누나가 손가락을 위로 가리켰다.
"옥상"
5층도 아니고 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