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48화 장대하고 원대한 꿈
회사에 출근한 나는 업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어제 했던 인터뷰 기사가 나왔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아니 이게 뭐야!"
검색창에 레몬로즈를 넣었다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기사가 내눈에 띄었다.
[전 레몬로즈를 영입한 화제의 신생 기획사 BICA ENT의 사장 신재윤 씨를 만나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나는 일단 최 기자와 친분이 있는 나 이사님을 사장실로 호출했다.
나 이사님이 오는 동안 차분히 기사를 살펴보기로 했다.
기사 속의 사진은 어제 자료용으로 보관할 거라며 찍은 그 사진이었다.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내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비스듬히 선 채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르고 골랐을 텐데 이런 사진인 거 보니 어제 어지간히 사진들이 이상하게 찍혔나 보다.
사진 속의 내가 유난히도 못나 보인다.
'누나, 얘들아 내가 못나서 미안해'
잠시 못난 나를 선택해준 내 여자들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시간을 가진 후 눈을 사진 아래로 돌려 내용을 살펴보았다.
내용은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애들이 우리 회사로 올 때 뿌렸던 보도자료 내용과 어제 애들 인터뷰 내용을 적당히 짜깁기하고 기자의 개인적인 감상을 붙인 수준에 불과했다.
대체로 무난한 내용이었지만, 날 묘사할 때 붙은 몇몇 수식어들이 거슬린다.
'20대 청년사업가, 매력적인 외모, 시원한 성격.'
20대 청년사업가
20대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업가가 아니라 로또벼락 맞고 돈지랄하는 거지.
이건 기자가 진상을 모르니 넘어갈 수 있다,
매력적인 외모.
매력적이라는 건 장점이 뭐예요? 하고 물을 때 착한 거요 라고 답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딱히 어디 잘난 데는 없는데, 억지로 칭찬해 주고 싶을 때 하는 말이지
억지로 쥐어 짜내느라 기자가 고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원한 성격
내가 어제 아부를 시원하게 막힘없이 잘하긴 했지.
오죽하면 내가 나 자신한테 놀랐을 정도니까
내 이름과 사진으로도 모자란 저런 화려한 수식어까지 붙여져 세상에 알려진다 생각하니 형용할 수 없는 쪽팔림이 밀려온다.
겨우 이 정도에 쪽팔려 죽을 거 같으니 난 연예인 같은 건 정말 못할 거 같다.
"어서 오세요. 나 이사님. 여기 이거 좀 보세요"
나 이사님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나는 컴퓨터 화면을 그에게 들이댔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나 이사님이 내가 보여준 기사를 확인하더니 눈이 동그래진다.
그도 최 기자가 내 기사를 쓸 줄은 예상을 못했다.
"어제 인터뷰랑 촬영, 우리 쪽에서 제의해서 된 거였죠? 성사시키면서 저 모르게 돈 주거나 그런 거 있었던 건가요?"
나는 합리적인 의심부터 던졌다.
이런 홍보기사는 보통 돈 주고 쓰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이것도 돈 받고 써준 홍보기사가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아냐. 어제 인터뷰는 내가 최 기자랑 개인적인 친분으로 잡은 스케쥴이었어. 오랜만에 레몬로즈 소식 전하면 팬들한테 관심 끌 거라고 설득한 거였지. 우리가 쓴 건 어제 스튜디오 대여 비용이랑 애들 출장 메이크업, 헤어 비용밖에 없어."
"그럼 최 기자님이 제 기사를 쓴 것도 팬들이 흥미 때문이 아닐까요? 레몬로즈의 새 회사라면 팬들이 궁금해 할 거 아니에요."
"그런 거치고는 회사소개가 아니라 자네 소개가 주야. 여기 봐. 자네가 어떻게 레몬로즈를 데려왔는지와 자네에 대한 인상이 전부잖아. 애들 인터뷰에서 따온 것도 새 회사 인상이라기보다 자네 개인에 대한 인상을 소개했고. 이러면 결론은 하나야. 최 기자가 자네를 정말 좋게 봤다는 거지."
나 이사님이 말한 대로 이건 최 기자가 나를 좋게 보고 부탁도 안 한 홍보를 위해 써준 기사다.
최 기자가 속한 데일리 엔터는 종이 신문사가 아닌 인터넷 언론이다.
다시 말하면 아무런 이슈도 없는 내 기사를 써 봤자 관심도 못 끌고 클릭 수도 적기에 기자나 언론사 입장에서는 의미가 없다는것이다.
그리고 애당초 내 소식이라는 게 뉴스의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럼에도 내 기사를 쓰고 사진까지 걸어 올렸다는 것은 나와 애들을 한 번 더 홍보해준다는 의미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결론은 어제 내 아부하는 스킬이 정말 끝내줬다는 거다.
새롭게 개화한내 재능이 너무 심하게 꽃을 피워버렸다.
최상진 기자는 나를 너무 좋게 본 나머지 어제 말 몇 마디 나누고 사진 찍은 걸 가지고 내 단독기사를 띄어버린 것이다.
"하아..나 이사님이 조만간 최 기자님 식사 대접해주세요"
그래 고마운건 고마운거야.
쪽팔린건 잠시 잊고 좋게 생각하자.
"나보다 자네가 해야 하지 않겠어?"
나이사님이 능글맞은표정을 지으며 넌지시 나에게 말했다.
이 양반 내가 곤란해 하는 상황을 즐기고 있는거다.
역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란건 만인 공통이구나
"아니요. 나 이사님이 하세요. 사장 명령이에요"
애기 때 부터 올해 6월 티나와 세미를 만나기 전까지 이상하게 아저씨들에게만 인기 많은 팔자였다.
그동안 내 주위에 여자라고는 동네 할머니들밖에 없었다.
엄마 얼굴도 모를 정도로 여자하고 인연이 없던 나에게 최근 5개월간 그동안의 여자 없던 세월을 보상하듯 한 번에 밀려들었다.
그것도 과격할 정도로 밀려들었다.
여기서 벗어나기 싫어
더는 아저씨하고 엮이기 싫다고.
그냥 이대로 살게 해 줘
"뭐 알았네. 그나저나 자네 말솜씨에 나도 어제 깜짝 놀랐어. 언제 그렇게 연습했나. 방송국 좀 다니다 보니늘은 거야?"
"어제는 저도 놀랐어요. 이상하게 말이 술술 나오더라구요. 이제 누굴 만나도 잘 할 자신이 생겼어요. 말 나온 김에 오늘 방송국이나 한번 돌죠."
"나도 성격 급한 편이긴 하네만, 자네도 만만치 않구만"
모처럼 깨우친 재능이다.
이대로 썩히기 아깝지 않은가.
"애들 기사는 어때? 잘 나왔어?"
그러고 보니 내 기사에 정신이 팔려 애들 기사를 확인 못했다.
[단독. 지난 9월 갑작스럽게 해체한 레몬로즈, 그녀들의 근황과 솔직토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이거......홍보가 맞긴해요? 그리고 해체가 아니라, 재계약 안한거잖아요"
피지엔터와 좋게 헤어졌다.
좋은 사람들과 새 회사에서 새 앨범을 준비중이다.
빠른 시일내에 팬들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이런 내용인 기사가 어째제목만 보면 이혼한 부부가 그 동안 말 못한 결혼생활의 비밀을 폭로하는 듯한 뉘앙스다.
"해체나 재계약 실패나 레몬로즈라는 이름의 그룹이 없어지는 건 마찬가지잖아. 사소한거에 신경쓰지마. 관심 끌면 다 홍보야. 제목 시선가게 잘 뽑았네. 역시 최 기자야"
알면 알수록 이쪽 세계는 심오하다.
밖에서 보기에 대체 왜 이래 싶은 것도, 안에서 보기에는 합리적인 행동으로 치부된다.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세계같은 기분이다.
"기사 내용도 괜찮고, 사진도 잘 나왔어. 댓글 반응들도 좋아."
문장 하나, 단어 하나까지 차분하게 기사를 살핀 나이사님이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인다.
가장 걱정했던게 댓글이었는데, 반응이 좋다
아직 오전시간이고, 기사가 올라온지 얼마 안되 댓글이 많은건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댓글들은 모두 호의적이었다.
"역시 애들 미모 관련이 가장 많아. 가장 먼저 눈에 띄는게 사진일테니 당연하거겠지"
"댓글들 우선 니키부터 보여줘야겠네요. 이거 보여주면 더 이상 베이글 타령 안할거에요"
댓글 중 니키에 대한 내용이 많이 눈에 띄었다.
데뷔할 당시에는 니키가 레몬로즈의 대표 비쥬얼이었다.
리더이자 메인댄서, 그리고 비쥬얼까지 멤버들 중 최고 인기를 자랑했었다.
당시 다른 멤버들이 너무 어렸던 탓도 있었지만, 실제 니키는 그런 평가를 받을 만큼 이뻤다.
이후 그놈의 베이글에 대한 욕망 때문에 몸매 관리를 엉뚱한 방향으로 해버렸고, 못 생겨졌다는 악평이 많아지면서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리고 점점 떨어지는 인기와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더욱 베이글에 집착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것을 내가 끊어버린 것이다.
지금은 예전의 미모를 회복한 것을 넘어, 그동안 봉오리 속에 숨겨져 있던 그녀의 아름다움이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저주가 풀린 공주님 같은 몇달만의 갑작스런 변화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거 같았다.
"내가 하도 궁금해서 어제 애들한테 물었는데 자네랑 같은 대답을 하더군. 24시간을 잔소리하니까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야."
어제 나한테 애들 관리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 했었는데 정말 애들한테 물어봤었나 보네?
어쨌든 애들하고 사전에 말을 맞추진 않았지만 맞아 떨어져서 다행이다.
"나도 애들한테 항상 오냐오냐 한건 아니야 7년동안 잔소리 한건 마찬가지지. 그래서 좀 더 물어봤고, 한가지 차이점을 발견했어."
무슨 대답이 나올지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아마 알아서 잘 대답했을거다.
눈치는 나보다 더 빠른 애들이다.
애들이 대답을 잘못 해서 나와 애들의 관계가 들켰다면 나이사님이 지금 나랑 이렇게 편하게 대화 할 리가 없다.
진작에 멱살 잡고 두들겨 팼겠지
"애들 말이 자네는 굉장히 구체적이었다더군. 어디를 얼만큼 빼라, 어디를 어떻게 찌어라. 그런게 상당히 구체적이었다고 말야. 그리고 결과물은 보다시피리 대성공이지. 그래서 난 역시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다는걸 깨달았네"
얘네들 정말 아슬아슬한 부분까지 말했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어디 얼만큼을 내가 어떻게 확인했는지 궁금해 할거다.
"애들이 자네한테 보내던 운동사진을 내가 모르는게 아냐. 다 내가 허락해서 보냈던거지. 그것만으로 그렇게 하다니 정말 대단해. 여자 트레이너들도 여럿이 실패한걸 자네는 성공한거야"
아니에요 그거 가지고는 저도 불가능해요.
오감중에 후각 하나 빼고 시각, 촉각, 미각, 청각, 모두 사용한 결과에요.
아니다. 가끔 애들 몸 냄새가 좋아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거나 돌아가면서 품에 안고 있던 적도 많다.
정정하겠습니다. 오감 모두 사용한 결과입니다.
오감으로도 모자라 제 한몸 희생해서 제 위, 아래에서 열심히 허리 흔들도록 지도한 결과죠.
진실은 말 못하지만 결과가 좋으면 좋은거다.
가끔은 진실을 모르는게 더 나을때가 있다.
그게 바로 지금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집으로 올라갔다.
출퇴근 시간이 편도 30초 정도 밖에 걸리지 않기에 밖에 나갈 일이 없을 경우 어지간하면 식사는 모두 집에서 해결한다.
이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리드레아나 누나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니키와 마주치자 나는 다짜고짜 태블릿을 들이밀었다.
"봐. 이거 봐. 내 말 맞지?"
나는 오늘 올라온 리드레아의 인터뷰 기사를 니키에게 보이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라고 하였다.
"봤어"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니키의 기분이 안 좋은거 같다.
참 이해가 안된다.
그놈의 육감적인 베이글 몸매가 뭐라고 그렇게 고집하는지.
이 기회에 마지막 남은 미련마저 없애 버리기 위해 강하게 밀어붙였다.
"니키 몸매 쩐다. 지금이 역대 최고 예쁘다등등 많잖아. 봐봐"
한참 말없이 내 잔소리를 듣던 니키의 고개가 힘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힘겹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제는...영원히....안녕....베이글....흑"
드디어 니키가 항복을 선언했다.
나야 니키의 베이글 타령을 몇달만 들은 거지만, 애들은 몇년을 들어왔다고 한다.
지긋지긋했던 베이클 타령이 드디어 끝난것이다.
"봤지? 내 말이 맞잖아. 그러니 니들도 말 좀 잘들어"
짝
"으악"
"그만하고 어서 밥이나 먹어."
이 기회에 가끔씩 나에게 반항하는 제이, 티나를 압박하려 했지만, 어느새 내 뒤에 나타난 누나의 등짝 공격에 실패했다.
얼얼한 등짝을 어루만지며 돌아보니 누나는 출근할 때 입었던 옷이 아닌 집에서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오늘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티를 입고 하의는 엉덩이가 반이나 드러나는 짧은 바지.
당연히 전에 선언했던 대로 집에서는 노팬티 노브라다.
밥 먹고 다시 내려가야 하는 점심시간에도 집이라며 저런 복장을 고수하는 누나를 보고 있으면 이제는 장인 정신이 느껴질 정도다.
"빨리 먹고 식후운동해야지. 나 오늘 아침에 못 해서 지금 급해. 마음 같아서는 앉아서 밥 먹는 대신 네 위에 올라가서 박히고 싶을 정도야 ."
"언니 멋져요"
누나의 열렬한 추종자인 세미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자기도 하고 싶다는 거다.
"안돼. 누가 나한테 안겨 있으면 나도 밥을 못 먹잖아."
단호한 거절에 세미와 누나, 그리고 말없이 나를 보던 아인이가 실망한 표정이 되었다.
아인아 너도 하고 싶었던거니? 너 밥이 중요한 애 아니였어?
아무리 내가 야동 같은 성생활을 하고 있다지만, 밥 만큼은 편히 먹고 싶다.
기분은 좋겠지만 밥 먹는 내 위에서 누군가가 허리를 흔들고 있으면 밥이 제대로 넘어갈거 같지가 않다.
매끼마다 이런다면 굶어죽기 딱 좋다.
"그럼...오빠. 오빠 밥먹을 때 식탁 밑에서 빠는건 되죠? 오빠가 방해될거 없잖아요"
아직 포기를 안 한 세미가 은근슬쩍 딜을 걸어왔다.
역시 이럴때는 멤버들 중 가장 적극적인 세미답다
"맞아"
"나도 전부터 해보고 싶었어"
내가 미쳐 대답을 하기도 전에, 아인과 니키마저 나를 압박해온다.
뒤에서 제이와 티나가 소리없이 그녀들을 응원하는게 눈에 들어왔다.
정말 너희들 발전속도는 누나 못지 않구나.
"니네 대체 그런건 어디서 배운거냐?"
"오빠 너무 순진한거 아냐? 상식이야. 상식"
한치의 부끄러움도 느껴지지 않는제이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가 너무 순수한 건지, 아님 내 주위에 과감한 사람들만 모이는 건지 진심으로 헷갈리기 시작한다.
짝짝짝
애들의 공세에 수세에 몰리던 나를 지켜보던 누나가 감격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너희들은 그동안 내가 가르친 연습생들 중에 최고야"
"누나가 안 가르쳤잖아. 누나 얘네 데뷔하고 피지엔터 온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처녀는 다 연습생이야!"
그럼 데뷔는? 이라고 물어보려다가 관뒀다.
대화의 흐름상 데뷔 = 섹스겠지만, 상대가 누나인 만큼 거기서 한 발자국, 아니 몇 발자국 더 앞으로 나가는 대답이 나올거 같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 집을 내가 꿈에 그리던 교성과 정액과 애액이 가득한 집으로 만들 수 있을 거야."
누나는 장대하고 원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정말 누나답다.
"그거 귀신의 집보다 더 무서울거 같아"
내 솔직한 심경고백에 누나는 그저 웃을 뿐이다.
내가 아무리 반항 해봤자 이미 분위기는 넘어 왔다는거다.
누나의 웃음을 보고 깨달았다.
처음 식탁 밑에서 입으로 하겠다고 하면 내가 반대할걸 예상하고 미리 한단계 뛰어 넘은걸 제안하고는, 중간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거였다.
내가 야동같은 성생활을 하고 있다지만, 누나는 야동같은 생활이 목표인거 같다.
누나라면 가능하다.
"하고 싶은 사람?"
누나는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이미 기정사실화 해버렸다.
그나저나 어떻게 한명도 안 빼놓고 다 손드냐.
참 호기심과 단합심이 넘치는 애들이야
"한 번에 다할 수 없으니까 지금은 가위바위보로 정하고, 이따 저녁 때 제대로 순서를 정하자"
누나의 제안에 6명의 여자들이 동그랗게 모여 가위바위보를 시작했다.
나는 모든걸 포기한 채 비장한 표정으로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는 여인들을 뒤로 하고 식탁으로 가 자리에 앉았다.
밖에서는 삼세판하자, 언니 늦게 냈어.같은 소리가 들려올 뿐 밥 먹으러 올 생각들을 않고 있다.
눈 앞에 맛있게 차려진 음식들이 식어간다
"밥 다 식는다. 빨리 먹자"
밖을 향해 소리쳤지만, 그곳에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만이 있을 뿐 내 말을 듣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 후 승자가 득의 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식탁 밑으로 들어간 그녀는 천천히 기어와 내 지퍼를 내리고는 남근을 꺼내 고개를 묻는다.
나는 잠시 남근에 열중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는 모든걸 포기한 채 수저를 들었다.
'흐음 이거.....좋긴 하네'
솔직히 (마음이) 불편할 거 같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잠깐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는 사이 시선이 느껴졌다.
주위를 돌아보니 모두가 다 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본심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이고 열심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꼭 한 명씩만 할 게 아니라 두 명도 괜찮지 않을까?"
"두 명이 들어가기엔 식탁 밑이 좁을 거야"
"그럼 오빠 방 침대 사이즈 큰 거로 바꾸는 김에 식탁도 큰 거로 바꾸자"
"그럴 필요 없어. 지금 자리가 아니라 넓은 쪽에 앉히고, 식탁 밑에 들어갈 게 아니라 양옆에 앉아서 하면 되지."
"그러면 한 번에 세 명도 가능하겠다. 양옆에 아래까지 해서"
밥 먹는 내내 내 귓가에는 식탁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이런 대화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