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82화 바로 이거야
뮤비 촬영까지 모두 마치자 우리가할일이 거의 없어졌다.
이제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거는 열심히 PR하고 스케쥴을 잡는 일이다.
요즘 나이사님인 매일 같이 방송국을 돌아다니고 기자들을 만난다.
당장은 실물 앨범이 없기도 하고, 연말 시상이나 특집 프로등을 준비하느라 방송국과 언론들 모두 바쁘기에, 얼굴을 익힌다는 이상의 의미는 없다.
하지만 미리미리 친분을 다져놔야 정말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다.
12월 10일
나이사님과 기자들과 만남을 가진 뒤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겉으로는 모든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남들에게 말 못한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계획상 리드레아가 활동을 시작하면 바로 새별너울의 데뷔준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12월 중순인 지금까지도 새별너울의 타이틀곡을 찾지 못해 조금씩 초조해지고 있었다.
유명작곡가, 무명작곡가 닥치는 대로 만났지만, 타이틀곡을 찾지 못하고 다음 앨범에 수록곡으로 넣을만한 곡들만 몇개 건졌다.
심란하기도 했고, 요즘 너무 정신없게 살았기에 아무 생각없이 거리를 걷고 싶어졌다.
나이사님께 내려달라고 한 후 화요일 오후3시에 어딘지 모를 길을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오후 햇살을 받으며 정처없이 걷는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 머리가 맑아진 것을 느낀 나는 내 지금 위치를 확인하고 회사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12월 치고 오늘 날씨가 조금 따뜻하다 싶더니 눈이 아닌 비가 내린다.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던 빗줄기가 굵어졌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눈 앞에 보이는 카페에 들려 잠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사람이 많은 시간대가 아니여서 카페는 한산했다
두 손을 들어 머리에 깍지를 끼고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내 앞에 놓인 커피잔은 잊은 채 나는 창밖의 풍경만 바라보았다.
강하게 내리는 비 사이로 우산을 쓴 사람들과 차들이 지나갔다.
도시에서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풍경이지만 오늘따라 왠지 계속 시선이 갔다.
조금씩 비가 그쳐가자나는 돌아갈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가 맘에 안드셨습니까?"
계산을 하려는데 연로한 카페 마스터가 묻는다.
내 자리에 놓인 커피는 거의 줄지 않았다
"아니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창밖의 풍경을 보다가 커피 마시는걸 깜빡했네요. 죄송합니다"
"감수성이 풍부하신가 보군요"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그러네요."
"바쁘지 않으시다면 한번 드셔보시지요. 식었지만 맛있을 겁니다. 카페 마스터로서 자신합니다"
그의 말이 오만함이 아닌으로 자부심으로 느껴졌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을 보니 멋있다 생각했다
나는 그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웃으며 말했다.
"네 그러죠."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커피잔 위로 올라오는 따뜻한 커피의 향은 날아갔지만, 입으로 커피가 들어오는 순간 진한향과 부드러우면서 쌉쌀한 맛이 느껴졌다.
미식가나 커피 매니아는 아니지만 맛있는 커피란걸 알 수 있었다.
카페마스터의 자신감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나는 고개를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던 카페 마스터에게 미소지었다.
그도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는 카운터 한쪽에 있는 요즘은 보기 힘들어진 미니오디오에 시디를 넣고 음악을 틀었다.
비를 뿌리는 구름들 사이로 내려오는 몇 줄기의 햇살과 바람, 그리고 봄이 떠오르는 듯한 음악이었다
커피는 식었지만 기분이 따뜻해진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즐겼다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커피도 맛있고, 음악도 좋다,
창밖의 풍경도 좋다.
커피를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마스터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잘 마셨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안 마시고 갔다면 후회할 뻔 했습니다."
"좋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네 음악도 좋고 커피도 맛있고,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음악이 좋으셨다니이건 선물로 드리지요"
그러면서시디를 꺼내준다.
시디를 보니 정식음반이 아닌 요즘 보기 드문 공시디에 음악을 넣은 것이었다.
"제 아들놈이 만든겁니다"
"아드님이 작곡가 이신가봐요"
"아니요 그냥 회사원입니다. 그 녀석이 학교 다닐 때 만든 곡인데 작곡가 될 거라고 곡 하나 만들고 시디를 잔뜩 만들어놨죠. 몇군데 보내고 포기하긴 했습니다만 그때 녀석이 만들어 둔 곡을 이렇게 가끔씩 가게에서 틉니다. 이런 말 하긴 부끄럽지만, 이 곡이 좋다고 하신 분은 손님이 처음이시니 드리려고 합니다."
손에 든 시디를 잠시 멍하게 쳐다보았다
내가 아까 들은 음악을 다시 떠올렸다
'이거다. 바로 이거야'
시간이 제법 지난 만큼 지금 트렌드의 곡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멜로디는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멜로디가 확실한 이상 편곡을지금 트렌드에 맞추면 된다.
나는 카페마스터에게 내 명함을 건냈다.
그는 명함을 받아보더니 놀란 얼굴로 나를 보았다.
"제가 이 곡을 사고 싶습니다. 아드님과 만나게 해주십시요"
리드레아의 준비가 끝나고 새별너울의 타이틀 곡까지 찾자 더 이상 마음의 짐이 사라졌다.
카페에서 우연히 찾은 곡의 원작자를 만나 계약을 하고 저작권 등록까지 끝낸 날, 나는 새별너울의 연습실을 찾았다.
그동안 리드레아 때문에 바빠서라고 했지만, 사실은 나도 모르게 타이틀곡을 찾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새별너울을 피해 왔던 기분이 들었다.
새별너울 애들이 우리 회사에 온 첫 날 연습을 본 이후 몇달 만에 연습실을 찾은거 같다.
내가 연습실에 들어서자 이전 같았으면 사장이 연습하는 걸 보러 오면 긴장했을 텐데, 얼마전에 같이 점심을 먹기도 했고, 뮤비 촬영장에 데려가서 얼굴을 익혀서 그런지 평범하게 맞이해준다.
반갑게 활짝 웃는 얼굴은 아니더라도 '사장이 갑자기 여기 왜 온거야' 라는 인상이 아닌것만 해도 만족한다.
리드레아, 새별너울 할 것 없이 나는연습실에 가면 항상 구석에 앉아 가끔 트레이너와 몇마디 나눌 뿐 보통은 말없이 지켜보기만 한다.
오늘 나는 한 손에는 새별너울의 프로필과 그녀들을 지켜본 매니저, 트레이너들의 보고서를 살펴보며 실제 그녀들의 인상과 비교하고 체크해 보았다.
그동안 많이 신경을 못 썼으니 이제부터라도 좀 더 알아보려는 마음이었다.
땀흘리며 열심히 춤추고 있는 그녀들을 보며 차분히 프로필과 멤버들의 코멘트까지 달린 보고서를 살펴 보았다.
겉으로만 보이는 실력, 외모 외에 성격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 흥미로웠다.
보고서는 나이 순서대로 최연장자 동갑내기들부터 소개하고 있었다.
[박윤미] 166cm
새별너울의 리더.
멤버들을 보살펴 주고 챙겨주는 엄마 같은 스타일이다. 말솜씨가 아주 좋아, 그녀가 입을 열면 멤버들이 모두 설득당한다.
멤버들 뿐만 아니라 트레이너, 매니저등도 그녀의 말을 듣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서나라:"윤미 언니한테 대드느니, 그냥 시키는대로 할래요. 저 언니는 말로 사람을 홀려요. 세뇌당하는거 같아요. 2시간 동안 잡혀서 얘기 들어보시면 알거에요."
[최수현] 165cm
박윤미와 함께 최연장자이다.
밝은성격으로 팀의 분위기 메이커다.
연기 하는 것을 좋아해 가끔씩 멤버들을 데리고 역할극을 하기도 한다.
멤버들은 저 언니 또 저런다고 고개를 내젓지만, 할 때까지 조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울려준다. 박윤미가 몇번 말리려 했으나 그녀의 말솜씨로도 실패했다.
박윤미: "수현이가 역할극에 꽂히면 말을 해도 듣지를 않아요. 말이 통해야 설득을 할텐데 땡깡만 부리니 방법이 없어요. 이걸 확 팰 수도 없고."
다음 이진아, 한지윤, 민윤정.
이 세명은 동갑으로 박윤미, 최수현과 한살 차이 동생들이다.
[이진아] 171.2cm
큰 키와 모델같은 체형, 성숙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리드레아의 제이보다 키가 더 크다.
그리고 새별너울의 유일한 랩 담당이다.
랩 담당이라 하지만 노래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차가워보이는 인상이지만 귀여운 걸 매우 좋아한다.
듣기로는 그녀의 방과 침대에는 인형이 가득하다고 한다.
민효정: 진아 잠옷이 레이스 잔뜩 달린 공주님 스타일이에요. 저 키, 저 차가운 얼굴에 그런 잠옷 입고 인형 안고 자는거 보면...솔직히 좀 웃겨요."
[한지윤] 166cm
외모, 실력 모두 뛰어난 새별너울의 에이스 후보다.
그냥 쌓인 실력이 아니라는 듯 연습벌레에 승부근성이 강하다.
한편 다른 사람의 부탁을잘 거절하지 못 해서, 멤버들 심부름을 가장 많이 다닌다고 한다.
강아영:"무슨일이든...잘하는...언니...제...심부름도...잘해요..."
[민효정] 167cm
김지연 팀장과 똑닮은 외모다.
한지윤과 같이 외모와 실력 밸런스가 좋다.
원만한 성격으로 언니들과 동생들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한다.
다만 조금은 어두운 면도 있는 것 같아 트레이너를 비롯한 스탶들이 그녀의 기분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지윤: "효정이 착해요. 성격도 좋고. 그런데 겁이 엄청 많아요."
위의 세명 다음으로 한살 아래가 박서정, 서나라다.
동갑내기 둘이 메인댄서와 메인보컬, 그리고 최장신과 최단신을 맡고 있다.
[박서정] 171.7cm
큰 키와 긴 팔다리로 멋진 춤을 보여준다.
새별너울의 메인댄서이다. 리드레아 포함, BICA ENT. 소속 연예인들 중 최장신이다.
제이, 이진아가 마르고 모델같은 몸매라면 박서정은 굴곡이 더욱 뚜렷한 몸매다.
리드레아의 제이가 조금 지켜봐야 느낄 수 있는 묘하게 섹시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면 박서정은 몸매,얼굴에서 풍기는 분위기부터 누가보아도 단번에 섹시계열이란걸 알 수 있다.
머리가 좋고, 책을 좋아하는 지적이 성격이다.
최수현: "연습시간에는 미친듯이 춤추는 애가 숙소에서는 가만히 책만 보고 있어요."
[서나라] 162cm
새별너울의 메인보컬로 멤버들중에 키가 가장 작지만, 얼굴이 작고 다리가 길어 흔히 말하는 비율이 좋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다가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작아 놀란다.
가창력이 뛰어나 새별너울의 메인보컬을 맡고있다.
자주 화를 내곤 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박서정: "우리 중에 제일 순둥이가 나라에요. 그거 감추려고 앙칼진 척 하는거지. 혼자 있는거 싫어해서 얼마나 멤버들을 쫓아다니는데요."
[강아영] 164 cm
새별너울의 막내이다.
성격은 느긋한 마이페이스이다.
피지엔터 시절에는 다른 세명과 함께 막내 4인조였지만, 친구들이 다른 곳으로 가 유일한 막내가 되었다.
친구들이 떠나고 혼자 남은 탓에 한동안 우울해 했지만, 멤버들의 보살핌으로 금새 회복했다.
그녀의 인형같은 외모와 특유의 분위기는 사람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이진아: "아영이는 세게 안으면 부셔질거 같고 살살 안으면 도망갈거 같은 아이에요. 혼자 놀기도 잘하고,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도 자연스럽죠. 꼭 아기 고양이 같아요."
프로필과 연습장면을 본 인상은 그녀들의평균키가 큰 편이라는 거였다.
평균이 167cm에 육박한다.162cm가 최단신이니 말 다했지.
본래 연습생 중에 김수연, 주민정등과 강아영을 제외한 다른 막내들이 150후반에서 160초반이었는데 다들 다른 회사로 가버리고 큰 애들만 남아버렸다.
14명이 다 올거라 생각은 안했지만,설마 이렇게 남을 줄은 몰랐다.
큰게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메인보컬로 무대 가운데 설 일이 많은 서나라가 멤버들 중 가장 작은게 조금 신경 쓰였다.
'서나라 비율이 좋으니, 영상으로는 괜찮겠지만, 실제 무대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네.'
몸무게라면 고생할 지언정어쨌든 빼거나 찌우면 되지만 키는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메인보컬을 바꾸거나, 한명 있는 랩 담당과 메인댄서를 바꿀 수도 없다.
이진아, 박서정은 굽 낮은 신발 신기고, 서나라는 굽이 높거나 밑창을 잔뜩 넣은 신발을 신기는 수 밖에.
잠시 고민을 제껴두고 연습장면을 지켜보았다.
이들을 데려오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실력에 대한 의문은 없었다.
트레이너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실력은 뛰어났다.
외모뿐만 아니라 표정연기까지 현역 걸그룹 마냥 자연스럽다.
비쥬얼은 대표 비쥬얼 멤버 한명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들 출중하다.
키에 대한 고민을 잊으려 했지만, 여전히 한가지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처음 연습을 지켜봤을 때는 못느꼈지만, 정식 소속연예인 계약까지 하고 나니 다른 문제가 눈에 띄었다.
'역시 다른 신인들처럼 얘네도 자연스러움은 조금 부족하네. 이게 다 경험이 부족 때문이긴 하지. 이러면 안되지만 나도 모르게 계속 리드레아 애들이랑 비교하게 되네'
리드레아는 자기 관리부터성질 더러운 피디, 불의의 사고, 난입한 팬, 반응 안좋은 관객, 괴롭히는 기자 등등 다양한 상황을 겪고 해쳐왔다.
그녀들의 이런 경험은 값진 보물이다.
리드레아가 시간 날 때마다 알려주면 좋지만, 그녀들도 너무 바쁘다.
그리고 새벌너울에게 리드레아는 감히 말 걸기도 어려운 대선배들인지라, 먼저 가서 부탁하기도 힘들다.
쉬는 시간이 되자 나는 새별너울 담당 윤팀장, 댄스트레이너와 함께
"애들 많이 늘었네요. 영상으로 매일 보긴했지만, 실제로 보니박력이 달라요."
"사장님이 매일 확인하니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하고 있죠. 저도 매주 사장님 체크표 때문에 긴장하고 있구요."
댄스 트레이너가 웃고는 있지만 은근 뼈가 있는 말을 던졌다. 매주 사장이 저번 주보다 발전한 점, 미진한 점 등을 체크하니 트레이너도 스트레스 일거다.
하지만 이것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내 나름대로 직원들을 컨트롤하고, 새별너울에게 관심이 있음을 꾸준히 보여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들 수고 스럽게 매일 영상찍어서 보내주는데 저도 제대로 보고 있다는 보고는 해야 하잖아요."
"알아요. 그리고 놀랄 정도로 정확하시죠. 어렸을 때 춤 배운적 있으세요? 어디 댄스학원에 다녔다던가......"
트레이너의 질문에 피지엔터에서 당시 나팀장님과 누나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음악의 음자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하던 그때 말이다.
"하하. 전혀 아니에요. 티비에서 음악방송 본 게 전부에요."
"그런거라면 더 무섭네요. 지원팀 김팀장님한테 대충 듣긴 했지만, 과연 기획사 사장님 하실만 하세요."
나 모르게 직원들끼리무언가 이야기를 주고 받은게 있나 보다.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윤팀장을 보니 더욱 확실하다.
"그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하기로 하고, 요즘 애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열심히 한다 이런거 말구요."
내 물음에 윤팀장이 답했다.
"춤, 노래뿐만 아니라 외국어 공부 같은 것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순조롭습니다. 멤버들끼리도 잘 뭉치고 서로 잘 챙깁니다. 단순히 한 그룹이여서가 아니라 피지에서 방출 된 14명 중에, 다른 회사로 먼저 간 몇명 제외하고 남은 애들이라서 그런지자기들끼리는 더욱 애뜻한거 같습니다. 다만......"
"다만요?"
"조금 불안한 듯 합니다. 아무리 데뷔할거라 말해줘도 말이죠."
이것은 우리회사에 실적이 전혀 없고 꼭 데뷔 시켜줄거라 믿었던 피지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백번 말한다 해도 불안감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리드레아가 활동 시작하고. 새별너울 데뷔준비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나아질거에요. 시간을 두고 지켜보죠."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애들 문제라기 보다 저나 트레이너들 고민입니다."
윤팀장도 새별너울을 지켜보면서 나름의 고민이 있었는지, 기회가 생겼을 때 말하기로 한 것 같았다.
"체중조절을 보면 순조롭습니다. 먹는 양은 줄고 연습시간은 늘었으니까요. 저희는 숙소가 회사에 있어서 몰래 야식먹거나 하는거 관리하기도 수월하죠. 다만 체형이 문제입니다. 그냥 마르기만 해서는 안되니까요."
피트니스 강사로 영애가 와 있긴 하지만, 아직 눈에 띄게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은 아니기에 윤 팀장 입장에서 조금 초조한가 보다.
"허영애씨가 애들을 맡은지 얼마 안됐으니 좀 더 두고봐야죠."
"잘 됐으면 좋겠군요."
윤팀장은 그래도 조금 불안한듯 싶었다.
뭔가 나에게 더 말하고 싶은게 있는 눈치였지만, 포기한 거 같았다.
'부족한거, 필요한거 손놓고 구경할 사람은 아니니 때 되면 말하겠지.'
나도굳이 캐묻지 않기로 했다.
"애들 건강은 어때요? 아픈데는 없죠? 간혹 아파도 숨기는 경우도 있다는데 잘 살펴주세요."
이번에는 같은 여자로서 애들 몸상태를 살피기 용이한 트레이너가 답했다.
"어떤 회사에서 데뷔조 결정을 눈 앞에 둔 연습생이 며칠 쉬면 될 만한 부상을, 혹시나 데뷔조에서 떨어질까봐 숨겼다가 한두달 짜리 큰 부상으로 만드는 일이 있었다고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었죠. 여기서는 그런 일 없도록 매일 꼼꼼히 체크하고 있어요."
역시 믿을만 하다.
내가 아무리 머리로 생각한다해도 역시 경험자들은 다들 알아서 잘 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꼬치꼬치 캐묻는 것들 그만두고는 간단한 이야기나 하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