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3화 〉103화 크...아까워 (103/425)



〈 103화 〉103화 크...아까워

"여러분 앵콜 감사합니다."

쇼케이스를 막 시작했을 때 첫 등장에서는 무대를 뛰어다니고 싶은 충동을 참고 얌전히 서 있었다면, 지금 리드레아는 무대 끝에서 끝을 뛰어다니며 한명이라도 더 많은 팬들과 인사를 나눈다.

다시 등장한 그녀들로 인해 끓어 오른 분위기가 조금 진정되자 티나가 니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니키 언니, 오늘 저녁 내내 우리가 여기 계신 분들을 여러분이라고만 부르고 있어.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

"맞아.  소설의 이름을 말할 없는 사람도 아닌데 이제는 부를 이름이 없어서 많이 답답해. 여러분도 저희처럼 많이 답답하시죠?"

네에에에에엣!!!!

관중들 또한 이제는 공식적으로 말할  없는 이름 때문에 맺힌게 있는지 절규와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아인이 마이크를 입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규...울..."

"아인아 스톱. 그것도 안돼! 위험해!"

제이가 급히 아인 제지하며 손으로 아인의 입을 막자 회장은 웃음소리로 가득찬다.
웃음 소리가 잦아들자 이번에는 세미가 말을 잇는다.

"우연이겠지만, 오늘 주황색 옷을 입고 오신 분이나, 주황색 악세사리를 하신 분들이 많이 보이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너무 보기 좋아요."

"나도. 우리 리드레아의 공식 색깔 로지브라운이 좋지만 주황색도 좋아."

주황색이 좋다는 말에 다시 한번 객석이 끓어 오른다.
실제 색이 좋다는게 아니라 그녀들의  팬덤인 오렌지가 좋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팬덤명을 발표하기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간다.

"여러분, 방금 저희가 막 준비를 끝내가던 중에 높은신 분들한테 한가지 미션을 받았어요."

"대본에 있는 내용 방금 안거 처럼 연기하는거 아니냐 의심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건 100퍼센트 리얼, 레알, 실제상황이에요. 저희도 갑작스레 받은 미션에 너무 당황해서 이따가 단단히 따질 생각이거든요. 사장님, 매니저님 저희 들어가면 각오하세요!"

"가만 안둘거야!"

티나가 주먹을 쥐며 엄포를 놓자 제이도 티나를 따라하며 주먹을 불끈 쥐며 들어올리고 무대 뒤를 가리킨다.

미션이란 말에 관객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녀들을 바라보자 니키가 말한다.

"저희가 받은 미션은 여러분들의 새 이름을 발표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저희는 어떤 이름도 들은게 없어요!!!"

살짝 돌려말하긴 했지만, 내가 지금 이름 지으라고 한걸 팬들에게 다 까발린거다.
갑자기 시킨 일이니 애들이 화낼거는 각오 했지만, 이런식으로 복수할 줄은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포장좀 해주지.
주먹구구식이라는게 너무 티나잖아.

나는  뒤에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을 느끼며 나이사님에게 말했다.

"화낼  각오하긴했지만, 설마 이런식으로 다 까버릴줄 몰랐어요."

"저런 솔직하고 가식없는 모습이 바로 저 아이들의 매력입니다. 여기 모인 팬들은  모습에 이끌려 여기에 모인거죠."

나이사님. 너무 전지적 나이사님 시점으로 해석한거 같아요.
나이사님 눈에 쟤네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다 이뻐보이잖아요.

그리고 쟤네가 다 솔직한건 아니에요.
저랑 같이 살면서 말 못할........ 일이  많았답니다.

팬덤이름 발표하라면서 아무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말에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아마 회사 일처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세미가 관객들을 진정시키면서 말한다.

"여러분 안심하셔도 되요. 저희가 다 생각해둔게 있답니다."

"헤헤. 세미 말이 맞아요. 실은 저희가 생각해 놓은게 있었어요. 저......좀 전에 말씀드린거 준비  됐나요?"

티나가 무대 옆을 바라보며 오늘 공연 진행을 맡고 있는 무대진행 스탶에게 묻는다.
나 모르게 스탶들에게 뭔가 말을 해놨나 보다.

"아 다 되셨다구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제 준비가 끝났데요. 질질 끌지 않고 바로 갈게요. 저희 리드레아 팬분들 이름입니다. 하나둘셋 보여주세요"

티나의 신호에 따라 무대 뒤 화면에 글자가 나타난다.

[리프 (REE-F)]

"이것이 여러분들의 새 이름입니다. 알,이,이 하이픈, 에프. 리프에요"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리드레아아아아아
리프으으으으으

새로운 팬덤명의 발표에 객석에 큰 환호를 보내주었다.

과거의 팬덤명 오렌지 때문에 오늘도 여기저기 주황색 차림을 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과거는 묻어두고 새로운 이름과 함께 나아가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함성이 잦아들자 세미가 차분히 이름에 대해 설명한다.

"리프는 REED-REA'S FREINDS & FAMILY에요. F가 팬(FAN)의 F인줄 아셨죠? 물론 팬분들을 의미 하는건 맞아요. 하지만 팬으로 한정짓고 싶지 않아요. 여러분들은, 리프는 모두가 저희 친구고 가족이에요."

세미의부연설명에 회장이 열광으로 가득찬다.

내가 볼 때는 처음 FAN으로 지은다음에 나중에 의미를 더 갖다 붙인걸거다.
나도 리드레아란 이름과의미를 그렇게 지었거든

리프는 간단하고 말하기도, 쓰기도 편하고, 어감도 괜찮은거 같다.
어떤 사정을 통해 저런 이름을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름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옆에서 누나가 뜻을 알려주기 전까지는......

"리프(REEF) 찾아보니 암초란 뜻이네...."

"암초?"

"수면 아래에 있어 안보이는 바위, 뱃사람들이 가장 무서워 한다는 암초."

지금 갑자기 정한게 아니라 미리 생각해 두었었다고 하니 리드레아도 단어 뜻을 몰랐을리가 없다.
REE 다음의 하이픈은 멋내려고 한게 아니라, 자기들 나름대로 머리를 쓴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운데 작대기 하나 집어넣었나 보네."

현장의 팬들은 고조된 분위기를 타고 리프라는 새 이름이 생겨 좋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중계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 몰라 살펴보았다.

- 리프 좋다
-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오렌지는 좀 그랬는데 리프는 맘에 들어
오렌지 보다 낫다
- 레몬로즈, 오렌지는 더 이상 그만. 이제는 리드레아, 리프다
- 우리는 리프다. 오렌지라고 하지 
레몬로즈, 오렌지는 더 이상 그만. 이제는 리드레아, 리프다222222222222
- 레몬로즈, 오렌지는 더 이상 그만. 이제는 리드레아, 리프다 333

오렌지가 워낙에 별로였던 이름이여서 그런지 중계를 보는 팬들 반응도 나쁘지 않다.

의미라는건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리드레아, 새별너울 다 생각없이 이름부터 지은 뒤, 뜻을 나중에 만들었고, BICA는 남이 지은 이름에  맘대로 의미를 붙였다.
한두번 해본 일도 아니니 익숙하다.

나는 누나를 불러 말했다.

"우리가 의미를 조금 더 덧붙이죠. 애들이 말한 대로 리드레아의 친구, 가족도 뜻하고, 지금 눈 앞에는 없지만, 항상 제자리에서 소리없이 리드레아를 지탱해주는 모든 이들을 의미 한다고 해야겠어요. 주연씨한테 지금 바로 공계랑 팬카페에 제가 말한 대로 올리라고 해주세요."

"네 사장님."

다른 아이돌 팬덤들도 잘 살펴보면 보면 억지로 같다 붙인 이름이 많고, 본래 뜻을 가지고 되새기는 일은 거의 없으니, 크게 신경  필요는 없다.

아이돌 팬덤들 간에는  응원팀이 아니라해도 서로 그룹 이름이나 팬덤 이름에 대하여 단어의 본래 뜻보다 갖다 붙인 의미를 더 존중해주는 보이지 않는 신사협정 같은게 있기도 하고.

내가 리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나이사님은 애들을 뿌듯한 얼굴로 보고 있는거 보니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나이사님을 바라보자 바로 이름에 대한 소감을 말한다.

"리드레아와 리프. 전 마음에 듭니다. 연관성도 바로 알 수 있구요.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레몬로즈와 오렌지는  이상했어요. 의미 붙이기도 힘들었구요."

중계방 댓글 중에도 나이사님하고 비슷한 말이 있었지.

내가 억지 의미 붙이기에 익숙하다 해도 오렌지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나이사님에게 오렌지에 어떤 의미를 붙였었는지 물었다.

"그런데 오렌지 의미는 팬들한테 뭐라고 설명했었어요?"

"못했습니다."

"네?"

"회사 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모아 고민해봐도 좋은 생각이 안나더군요. 결국 아인이 내세워서 오늘부터 여러분들은 오렌지 라고 한마디 하게 했더니 바로 정리 됐죠."

팬들 마음이 이해가 간다.
만약 아인이 나에게 "오빠는 오렌지" 이랬으면 나같아도 "맞아 나는 오렌지야" 라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을거다.

"리프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습니까. 애들도 성장한거에요."

성장의 편차가 꽤 작은거 같지만, 그럼에도 나이사님은 자식 같은 아이들의 성장에 크게 감동한거 같다.

이름 하나 제대로 지었다고 아까 무대 봤을 때보다 더 감격한 표정인걸 보면 애들 작명실력에 기대치가 대체 얼마나 낮았던거지?

******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니 오렌지빛 취침등이 은은하게 방을 비추고 있다.
고개를 돌려 창문을 가린 커텐 사이를 보니 여전히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채다.

겨울이라 밤이 길어 창문에 들어오는 불빛만 봐서는 시간을 알 수가 없다.

머리 위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찾으려다가 어제는 핸드폰을 침대 머리맡이 아닌 책상위에 올려놨던걸 떠올렸다.

"으음...."

내가 몸을 뒤척인 탓인지 내 위에 엎드려 잠을 자는 아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를 흘린다.
항상 나에게 붙어 자는 아인의 체온 덕분에 긴긴 겨울밤에도 한기를 느껴본 적이 없다.
아인의 목까지 덮여있던 이불은 밤새 조금 흘러 내려가 아인의 등 가운데 춤에 걸쳐 있었다.

손을 내려 이불을 치켜 올려 아인의 목까지 다시 덮어주자, 아인이 몸을 뒤척이며 나를 더욱 꽉 겨안는다.
내 위에서떨어지지 않으면서 나무에 매달린 코알라처럼 팔다리로 나를  껴안고 자는 아인이 신기할 뿐이다.

이렇게 아인을 항상 품에 안고 자니 겨울이 따뜻하긴 한데 여름에는 어쩔련지  걱정이 되긴한다.

어제 쇼케이스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건 자정이거의  되어서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 개인적으로는 쇼케이스보다 집에 돌아와서가  바빴던거 같다.

쇼케이스를 마치고, 고무적인 음원성적과 성공적인 쇼케이스 덕에 잔뜩 흥분한 리드레아를 상대해야 했다.

자정에 집에 와 애들을 다 상대하고 잠든게 2시가 넘었던거 같다.
덕분에 자정과 1시 음원 순위는 확인도 못했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23시 순위는 68위.

22시에는 65위로올랐다가 조금 떨어진 것이다.
음원 공개 이후 처음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23시부터는 팬덤이 큰 남돌의 곡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겨우 이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건 좋은 징조고, 이런 기세라면 한동안은 차트아웃 걱정은 안해도 된다.

나이사님은 첫날 성적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매우 기뻐하며, 지금 성적이면 행사 뛰면서 투자금 전체 회수는 힘들어도 앨범제작비 정도는 건질 수 있을거라고 했다.

어쨌든 일상적인 밤이자 동시에 광란의 밤을 보낸 탓에 킹사이즈 침대 2개를 나란히 붙힌 내 침대에는 사람들이 가득차 있다.

리드레아와 누나는 물론 어제 의상이 대호평을 받아 잔뜩 흥분한 윤정과 혜리까지 우리집에서 밤을 보냈으니....

"음원순위 궁금한데...."

새벽 1시부터 프리징되는 음원차트 순위가 다시 갱신되는 시간은 아침 8시.
요즘은 해가 7시 넘어서 뜨니 밖이 아직 어둡다는건 정확한 시간은 몰라도 아침 8시 전이라는거다.

그래도 새벽 1시 순위가 궁금한건 어쩔  없다.

만약 어제 마지막으로 확인한 순위가 많이 떨어졌었다면 쳐다보기도 싫었겠지만, 기대해도 좋을 성적을 보고나니  보고 싶어지는게 사람 마음이다.

어차피 잠도 다 깼으니 다시 억지로 눈을 감기보다 일어나 운동이라도 하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가장 큰 난관은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인을 깨우지 않고 침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잠들어 있는 아인을 두 팔로 받치고 천천히 몸을 옆으로 하면 나머지는 중력이 알아서 해결해준다.

스르륵..

처음에는 이렇게 하다가 자주 깨웠지만, 내가 이짓을 하루이틀 한게 아닌지라 요령이 쌓였다.
옆으로 내려와서도 나를 껴안고 있는 아인의 팔과 다리를 하나씩 떼어놓고는 몸을 일으켰다.
 뒤쪽에도 자는 사람들이 있으니 살금살금 침대가 최대한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를 벗어났다.

"시간이 이거 밖에 안됐네"

침대를 벗어나 책상위에 놓여져 있는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6시 11분.
평소 내 기상시간은 6시.
어제는 평소보다 늦게 잠들었음에도 거의 비슷한 시간에 일어났다.
이런거 보면 습관이란게 참 무섭다.

"어제 순위 보자"

01시 순위 81위

크...아까워

어느 정도 떨어졌을거라는건 각오했지만, 60위대까지 올라 갔다가 다시 80위대로 내려와 있는 순위를 보니 속이 쓰리다.

1시 순위를 확인하기 전에는 어제의 오름세를 기억하며 두근거리고 설레일 정도 였는데, 순위가 많이 떨어져 있는걸 보자 이대로 쭉 내려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실시간 순위가 이래서 싫다.
사람 기분을 한시간 마다 바꿔버리고, 매시간마다 확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주식이나 코인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가격 확인하고, 등락에 따라 기분이 휙휙 바뀌는거랑 비슷하다.
뭐 주식은 개장, 폐장시간이 있고, 실시간 차트는 프리징 시간이라도 있는데 코인은 그런 것도 없으니 하루종일 죽어나겠지만.

"에이 운동이나 하자"

원래는 실시간 순위를 확인한 후 커뮤와 기사에 들어가 댓글을 보고, 뮤비 조회수, 다시 보기가 올라온 쇼케이스 조회수, 반응 등도 살펴보려 했지만, 80위 대로 내려가 있는 순위를 보고나니 그럴 마음이  사라진다.

나는 핸드폰을 다시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뒤늦게 옷을 입고 3층 운동실로 향했다.




"어서와"

운동을 마치고 7시 30분쯤 집에 들어오니 누나가 나를 맞이한다.
엉덩이를 반만 가리는 체크무늬 치마를 입고, 앞을 잠그지 않은 하얀 블라우스에 목에는 교복리본 같은 것을 걸치고 있다.

누나는 지난 연휴 휴가 후 수현과 윤미가 학생 때 입던 교복을 가져왔단 소식에 불타오르더니, 자기도 꾸미면 현역이라며 온갖 교복을 사들이고는 매일 바꿔 입어가며 나에게 보여주고 있다.
얼마나 많이 샀는지 월급 준거 다 털어넣은거 아닐까 걱정될 정도다.

지금 입고 있는 것도 모 학교의 실제 교복을 치수를 왕창 줄여 지금의 파렴치한 스타일로 재창조 한 것이다.
누나가 옷을 수선하는데에는 코디인 윤정과 혜리의 많음 도움이 있었다.

누나를  영애도 입어볼까 했다가, 자기도 동안이긴 하지만 누나처럼 잘 어울리기는 힘들다며 이벤트식으로 가끔 입어보는거 말고는 포기했다.
대신 자기 장점을 살려 전에 말한 적이 있는 다양한 스타일의 미니슬림드레스를 주로 입고 있고, 리드레아는 현역들과 교복차림으로 경쟁하기 싫다며, 영애처럼 자기의 장점을 살리는 중이다.

중간에 낀 전시연을 비롯한 직원들은 연예인, 연습생, 그리고 누나, 영애 같은 사기적인 동안미녀들과의 직접적인 비교를 피해 자기들의 나이에 맞는 직장인다운 차림으로 어필하고 있다.

덕분에 회사 남자직원들만 고생이 많아져 요즘은 매일 회사에서 고개를 숙이고 돌아다니는 수준이다.
유일한 정상인이었던 주혜민과 이주연마저 은근슬쩍 치마가 짧아지고 있는 중이라,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는 구과장과 장윤철이 조금씩 불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나이사님, 윤팀장, 구과장은 유부남이라, 최경식 매니저는 10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 때문에, 장윤철은 사귄지 한달도 안된 여자친구 때문에 양심에 찔려 차마 제대로 쳐다보지를 못하는거 같다.
여자문제에 관해서는 당장 돌에 맞아 죽어도 할말 없는 나와 다르게 참 몸과 정신이 바른 사람들이다.

어쨌든 계속 이대로 가다간 조만간 정말 남녀 사무실을 분리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어디야?"

내 말에 누나가 베시시 웃으며 치마를 들어올린다.
음모를 모두 왁싱한 탓에 숨김하나 없이 드러나 있는 음부 위에  줄로 글자가 써져 있다.

신재윤 전용걸레보지
XX여고 2학년 1반 김지연

처음에는 삐뚤빼뚤하던 글씨가 그동안 매일 써서인지 이제는 꽤 바르다.
항상 그날 입고 있는 학교 이름을 저렇게 써놓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항상2학년 1반이다.

문제는 누나가 저렇게 2학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동안이라는거.
한 겨울에도 집에서 노팬티, 노브라를 고집하는 누나의 패션 철학은 존중하지만, 올해 31살의 나이에 교복스타일의 옷을 입고도 이렇게 잘 어울린다는게 무서울 지경이다.
아무리 동안이라지만, 이 정도면 인간을 초월한 급이다.

나는 누나에게 다가가 껴안고는 눈을 마주쳤다.

"늘 하는 말이지만 보고도 믿을 수 없다니까. 누나 정말 고등학생같아"

"오빠 무슨 말 하는거야? 나 고딩 맞아. 오빠 전용 고딩보지인걸."

수현의 근친설정 롤플레이 소식을 들은 이후 누나도 롤플레이에 점점 눈을 떠가는거 같다.
처음에는 교복만 입더니, 언제부턴가 저렇게 글씨를 쓰고, 이제는 연기까지 몰두하고 있다.
늘 하는 말이지만 누나의 한계가 어디일지 정말 궁금하다.

"김팀장님 너무 무서운거 같아. 나보다 6살 많은 사람 얼굴이 저렇게 어려보이는게 무섭고, 저렇게 이쁜데도 더 사랑받기 위해 저 정도로 노력하는게 무서워."

"우리도 더 열심해 해야겠어 언니. 사장님한테 처녀 줬다고 안심할게 아니야."

"어제 밤에 본 리드레아도 그렇고, 팀장님도 그렇고, 우리도 더 필사적으로 해야해."

나와 누나가 키스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윤정과 혜리가 옆에서 결의를 불태운다.

대체 뭘 어떻게 열심히 한다는건지 모르겠지만, 뭐든 좋으니 일에 지장 안가는 선에서 해줬으면 좋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