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6화 〉196화 한 걸음 1 (196/425)



〈 196화 〉196화 한 걸음 1

다연과의 섹스를 끝으로 모든 정리를 마치고 나도 옷을 다시 입었다.
다은과 다연도 2층에 올라가 속이 훤희 비치는 잠옷을 평범한 옷으로 갈아입고 왔다.
주인아저씨에게 몸을 보여주는 게 부끄럽기도 했지만, 처녀혈이 튀어 여기저기 핏자국이 보였기 때문이다.

손녀처럼 아끼고 7년간 옆에서 지극정성으로 돌봤던 두 여자가 한 남자의 품에 안기는 걸  주인아저씨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 심했나 반성하며 조심조심 재갈을 풀었다.
다은과 다연이 조심스레 그의 옆에 앉아 그를 불렀다.

”할아버지.“

”미친년들.“

후, 다행이다.
미친년이란 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주인아저씨는 많이 좌절하고 실망했을지언정 연세에 비해 강건하던 힘은 잃지 않았다.

”저희한테 실망했죠?“

”꼭,,,꼭 이 할애비한테 이렇게까지 해야 했느냐.“

”저희 미친년 맞으니까요.“

주인아저씨가 천연덕스러운 다연을 어이없는 얼굴로 다연을 보고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인다.

”후우. 나머지도 다 풀어. 일단 저놈부터 몇  패고 얘기하자.“

”할아버지!“

”손녀 둘이  남자에게 안기는 꼴을 봤어. 이건 나도 꼭 해야겠어.

나를 패겠다는 말에 다은과 다연이 동시에 소리쳤지만, 주인아저씨도 같이 소리치며 물러서지 않았다.

”풀어드려. 나도 그 정도 각오는 했어.“

”오빠. 할아버지 팔뚝 못 봤어? 오빠 죽어요.“

”다연아 난 괜찮아. 다은아 어서 풀어드려.“

내 재촉에 다은과 다연이 마지못해 다리부터 묶었던 줄을 풀기 시작했다.
시연도 내심 긴장했지만 내가 손을 들어 옆에 떨어져 있으라고 했다.

줄을 풀어주자 마자 일어나 나를 때릴 줄 알았는데, 주인아저씨는 묶였던 부분이 욱신거리는지 앉은 채로 팔목과 발목을 문지르며 말했다.

”망할 년들, 할애비 말은  듣고 벌써부터 서방 말만 듣네. 하여간 손녀들 키워봤자 다 헛수고야.“

”그러니 이제 할아버지도 우리 저 오빠한테 떠넘기고, 할아버지 인생 사세요.“

”내 나이 72야.  나이에너희들 돌보는 거 말고 뭘 하라는 거냐“

”그걸  우리한테 물어. 요즘 70은 노인도 아니라고 한 건 할아버지잖아!“

”미친년,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나 이렇게 키운 거 할아버지야.“

다연이가 주인아저씨와 더 잘 싸운다고  이유를   같았다.
다은이 조근조근 차분히 설득한다면, 다연은 빽빽 소리 지르며 지지 않고 성질을 냈다.
주인아저씨도 똑같이 미친년이라고 부르긴 하지만다은에게는 차분하게, 다연이에게는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문득 저 아저씨는 다은과 다연을 돌보는 게 고생이 아니라 보람이라고 여겼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너무 경솔한 짓을 벌인 건 아닐까 하는 반성과 함께.

”젠장, 성질 같아서는 죽빵을 날리고 싶은데 늙으니까 힘도 없네.  이 새끼 여기 앉아.“

”네.“

나는 드디어 맞을 차례구나 각오하고 온몸에 힘을 팍 주고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너 뭐 하는 놈이야?“

”아이돌 기획사 사장하고 있고, 저희 회사에 리드레아와 새별너울이라는 걸그룹이 있습니다.“

”오빠 리드레아 회사 사장이었어요? 거짓말 아니고 정말? 

”꺄악, 오빠 나 리드레아 언니들 싸인 좀. 나 팬이에요. 그날의 태엽 아직도 들어. 새별너울도 좋아해.“

”니네 이놈 뭐 하는 놈인지도 모르고 그런거였어? 어휴, 미친년들..“

”오빠 얼굴 봐, 잘생겼잖아. 난 정말 얼굴 하나 본 거거든 그런데 부자였데. 다은아, 우리 대박 났다.“

”이 할애비도 돈 쓸 만큼은 있어.“

”오빠한테는 안 될걸. 이 오빠네 그룹이 요즘 제일 잘나가거든.“

”시끄러!이년아. 아무리 봐도 다은이보다 니가 더 미친년이야.“

대박이라며 만세를 부르는 다연과 긴가민가 조금은 의심하는 다은을 시연이 끌고 아예  밖으로 나가고, 방에는 나와주인아저씨 둘만 남았다.

”얘기 들어보니 우리 애들 말고도 여자가 한둘이 아닌 거 같던데. 지금 여기만 세 명이고.“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죄, 아주 큰 죄를 저지른 만큼 말할  말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고백했다.

”네. 시연이까지 22명. 다은이 다연이까지 하면 24명입니다.“

”이런 분위기에 농담이 나와?“

”농담 아닙니다. 제 인생, 여자들 인생 모두 망가질  있는 위험을 각오하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했다.
그는 진지한  눈을 말없이 바라보고는 이내 탄식을 내뱉었다.

”하, 씨발, 미치겠군. 손녀 둘이  남자를 선택한 것도 미치겠는데, 그 남자 놈은 손녀 둘 말고도 여자가 22명이라니. 저년들은 알아?“

”네 알고 있습니다. 제 여자들 모두 사이좋게 행복하게 살고 있고, 다은이랑 다연이도 행복할 겁니다. 자신 있게 말씀드릴  있어요. “

”정신이 온전치 못해. 저 아이들에게 소홀히 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어?“

”네,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전 책임지지 못하는 일은 시작도 안 하지만,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책임집니다. 그리고 어르신도 보셨지 않습니까. 다은이, 다연이 많이 나아졌어요.“

”어이구, 아까는 아저씨라고 부르더니 이제는 어르신이야?“

”관계가 바뀌었는데 호칭도 바뀌어야죠.“

”후우 미치겠군.“

”미치겠다는 말 버릇되면 안 좋아요. 죽고 싶다 처럼요.“

”......자네는 매를 버는 스타일이군.“

”맞을 짓을 하면 맞아야죠. 얼마든지 패십시오. 각오는  있습니다.“

결국 나는 그에게 손녀 두 명의 몫으로 배에 주먹으로  대를 얻어맞았다.
힘 좋은 노인네가 정말 있는 힘껏 때려서 한  맞을 때마다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지만, 맞은 나나, 때린 사람이나 조금의 마음의 짐과 울분을 덜 수 있었다.



”나머지는 내가 붙여줄 테니까 대충 옷만 챙겨 이년들아.“

”아이참. 할아버지 잠깐만. 거의 다 했어. 오빠는 가만히 있는데 왜 할아버지가  난리야.“

”퇴실 시간 10분밖에  남았어. 1분이라도 넘기면 추가요금  받을거야. 저  돈 많다고 했으니 하루치 받을 거야.“

”할아버지!“

계속되는 주인아저씨 – 어르신이라는말은 나이 들어보이고 쓸데 없이 격식차리는 것 같아 싫다고 해 결국 아저씨라고 부르기로 했다. - 의 재촉과 심통에 다연이 소리를  질렀다.

나와 시연은 짐을 챙기는 그녀들을 도왔다

오늘 그녀들은 나와 함께 서울에 올라갈 것이다.
그녀들은 누나, 나, 효정이 쓰는 방에 같이 살기로 했다.

처음에는 사실상 내방에서 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아인이와 제이가 아예 우리방으로 오고 그녀들 방을 다은과 다연이 쓰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다은과 다연이 완전히 정상은 아닌지라 그냥 우리방을 쓰기로 했다.

참고로 일란성 쌍둥이라는 말에 누나는 더불모녀덮밥에 이어 이제는 더불쌍둥이덮밥도 가능해졌다고 매우 기뻐했다.

다인과 다연은 서울에 가면 우리 집과 회사를 오가며, 회사 사람들부터 차츰차츰 적응해 가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할 예정이다.
밖에 나갈 수 없어 그동안 시험을 보지는 못했지만, 중졸 학력 정도는 공부했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나뿐만 아니라 리드레아, 누나, 효정 모두 공부와는 거리가 있으나, 다행히 제법 공부를 했다는 수진과 하린이 한 집에 살고 있으니 그녀들의 공부를 도울  있을 것이다

그레서 오늘 짐을 챙기면서도 참고서 만큼은 잊지 않고 챙기도록 했다.

일과 시간 중에는 3층에서 다른 여자들과 어울리게 하면서 애들이 하고 싶다는 걸 찾아보게  것이다.
춤과 노래부터 영상, 컨텐츠 제작, 요가, 필라테스, 코디를 비롯한 스타일리스트등 그녀들이 흥미만 생긴다면 가르쳐줄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참고로 다연은 서울에 가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정도로 좌절했지만, 리드레아와 한집에 산다는 사실에 기뻐함과 동시에, 리드레아도 내 여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준비 됐어.“

”.......“

다은, 다연은 7년 만에 처음으로 외출 준비를 했다.
외출복이 없어, 집안에서 입던 중 가장 단정한 옷을 입었고, 신발도 없어, 슬리퍼를 신었다.
급한대로 일단 이런 차림으로 차에 태우고, 읍내에 가서 그녀들이 원하는 옷과 신발을 사주기로 했다.

평소에도 로션 같은 것은 발랐지만 제대로 된 화장은 해본 적이 없어, 시연이 가볍게 화장을 해주었다.
키즈모델 시절에 메이크업을 자주 하긴 했지만, 자기들이 한 적은 없어서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화장을 안 했을 때도 엘프 같았는데, 가벼운 화장을 하고 나니 여신이 되어 버렸다.

얘네들 서울 가면 난리 나겠는데.
당장 윤 팀장부터 보자마자 배우나 모델을 하라고 그럴 거 같아.

그래서 정말로 윤팀장에게는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 발굴한 연예인 지망생이라고 소개할 예정이다.

시연과 주인아저씨는 먼저 마당에 나가 차 앞에서 기다리고, 나는  앞에 서서 그녀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가 선택한 새로운 길을 나서는  걸음이야. 너희 스스로 한 걸음을 내딛길 바래.“

서울로 갈 짐을 챙길 때는 정신 없었지만, 정말 준비를 마치고 나갈 순간이 되니 그녀들은 쉽게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시연은 깍지낀 손을 아래로 내려 그녀들이 나올  있기를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고, 주인아저씨는 팔짱을 낀 채 입을꾹 다물고, 문 앞에 선 다은과 다연을 지켜보았다.

”하아. 진짜 힘드네.“

”그러게. 섹스할 때처럼 쉬울  알았는데.“

다은과 다연은 몇 번이나 발을 내밀었다 뺐다 했고,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심호흡도 반복했다.

”딱 한 걸음이야. 한 걸음만 나가봐. 그러면 너희들 앞에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거야. 약속할 수 있어.“

”오빠 어제 섹스로 이미 새로운 세계가 열렸어요.“

”맞아요. 야동이 오빠와의 섹스에 비하면 얼마나 우스운지 알았어요.“

”너희들이 걸음을 내디딜 수만 있다면 섹스가 이유라도 상관없어. 중요하건 내딛었다는 그 자체지 이유 따위가 아냐.“

”섹스가 이유라. 안될 것도 없죠. 오빠랑 섹스하려면 우리 나가야 하죠?“

”응. 난 서울로 돌아가야 하거든. 그래서 너희들도 데려가는 거잖아.“

”좋아요. 아무리 바깥이 무서워도오빠와의 섹스를 포기할 만큼 무섭지 않아요. 다연아 너도 그렇지?“

”그걸 말이라고 해? 난 키스도 포기 못 해.“

”가자.“

”좋아. 하나둘셋 하면 가는 거야.“

손을 꼭 잡은 두 사람은 하나, 둘, 셋을 세고는 눈을 질끈 감고, 걸음을 옮겨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품에 안겼다.
많이 무서웠는지 내 옷자락을 꽉 쥐고 있는  안의 그녀들을 토닥이며 용기를 낸 것을 격려하고 칭찬했다.

”잘했어. 이제 우리는 영원히 함께야.“

”앞으로 다은이랑 저랑 섹스 많이 많이 해주세요.“

”서울 가면 내방에서 같이 살 거라고 말했잖아. 하루도 빠짐없이 너희들이랑 섹스할 거야. 어제는 한 번으로 끝났지만, 앞으로는 그만해 달라고 해도 계속 할거야.“

”정말 듣기만 해도 최고네요.“

”빨리 서울 가서 오빠랑 섹스하고 싶어요.“

역시 처음이 가장 어려운 법이지, 막상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쉬워진다.
키스가 그랬고, 섹스가 그랬으며, 지금도 밖에 나오니 첫걸음 다음부터는 마당을 지나  앞에서 기다리는 주인아저씨에게도 갔다.

물론 내 손을 꼭 잡은 채 나에게 찰싹 붙은 채 말이다.
7년 만에 밖에 적응이 안되는지 그녀들은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경계하는 듯했다.

주인아저씨는 다은과 다연이 기특하고 감동스러웠는지, 킁할 정도로 콧소리를 냈다.

”할아버지 울어?“

”시끄러 이년아. 끝까지 할아버지 보는 앞에서 섹스, 섹스, 내가 진짜미친년들을 키웠지. 에휴.“

”포기해. 우리 이미 오빠 여자들이 되버렸는 걸. 우리 먼저 갈 테니 할아버지도 빨리 와야 해.“

”짐 정리해서 붙이는 대로 갈 거니 걱정마.“

주인아저씨도 남은 짐과  집을 정리하는 대로 서울로 올라오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곳에 남아 집을 지키겠다 고집을 피웠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애들도 자주 볼  있고, 혹시나 내가 애들한테 못하면 패주기 쉽지 않겠냐고 설득해서 오기로 했다.

노인에게는 시골이 나을 수도 있으나 여기서도 그는 청소하고 잡초제거 같은 소일거리만 했다고 한다.
돈은 충분한 사람이니 서울에서도 여기서 하는 만큼의 일은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고, 좀 더 여유롭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거다.

정 일이 필요하면 나이사님이나 윤팀장님 통해서 어디 일할 만한 곳 찾아줘도 되고.
그의 소중한 손녀들을 데려가는 입장이니 그를 위해 내가 이정도는 해줘야 한다.

”제가 저희 집 가까운 곳으로 괜찮은  찾아놓을게요.“

”시끄러. 나도 돈 있어. 니놈 도움 안 받을 거야.“

”집을 찾는다고 했지, 돈 낸다고 안 했는데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얄미운 새끼 같으니.“

그가 어제 일을 계기로 제정신을 차린 건지, 아니면 여전히 조금 변한 상태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제 그녀들을 공주님이라고 부르던 인자한 할아버지가 아닌, 욕쟁이 할아버지로 남을 것이라는 거다.
나에게도 욕쟁이 아저씨로 남을 거고.

그의 정신건강, 그리고 다은, 다연을 위해서도 차라리 이편이 낫다.

다은과 다연이 차에 타고 주인아저씨와 손을 꼭 붙잡으며 이별을 인사를 나누었다.
시연 역시 인사를 하고 나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말했다.

”계약금 정도는 제가 낼 테니 얼른 와서 잔금 치르세요. 꾸물거리다가 저 계약금 날리게 하지 마시고요.“

”끝까지 재수없는 새끼. 어여 미친년들 데리고 꺼져. 오지 말라고 해도갈 거야.“

”서울에서 기다릴게요.“

출발하는 차 뒤편에서 선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 것을 보았지만, 나는 모른 척했다.

이제 그도 그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며, 다은과 다연도 산속 시골집의 2층이 아닌 더 넓은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영원한 이별도 아니다.

터전이 이곳에서 서울로 옮겨질 뿐, 혈연보다 더 진한 피가 연결되지 않은 조손의 인연과만남 또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아무리 그녀들이 그를 놓아주는 선택을 했다지만, 가족이란 건 그리 간단히 헤어질 수 없는 법이고, 무엇보다 아저씨와 그녀들 서로에게 필요하다.
내가 그를 굳이 서울, 우리 집 근처로 오라고 한 이유도 그래서다.

차 뒷좌석에서 다은과 다연의 울음소리, 그리고 그녀들을 위로하는 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멀쩡한 한 가족을 생이별시킨 악당이 된  같았지만, 언젠가 그녀들이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기에, 결코 미안하다거나 잘못했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언젠가 찾아왔을 그 날이 오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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