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1화 〉211화 제대로 보셔야죠 (211/425)



〈 211화 〉211화 제대로 보셔야죠

”결혼 축하드려요.“

“조촐하지만 축하 선물이에요. 저랑 선생님이라 둘이 모아서 샀어요.“

”네, 감사합니다.“

사장실에 들어온 양희선과 유한나를 일어서 반기자 유한나가 한 손에 든 쇼핑백을 전해주었다.
언뜻 보니 백화점 쇼핑백이다.
누나가 있으면  자리에서 열어보겠지만,  선물이 아닌 결혼선물인 만큼 누나와 함께 열어보기로 하고 책상 한쪽에 놓아두었다.

누나와 혼인신고 한 일은 널리 알릴만한 일은 아니라서 주변 사람들에게만 알렸다.
내 주변 사람들 이래 봤자 뻔하지.
회사 사람들 빼면 박한민과 혜선 씨, 그리고 사모님과 그 동생이 전부.

일과 관련 없이 개인적인 지인이라고 칭할만한사람이 이게 전부라는  부끄럽긴 하지만  일 하기 전에 사람 사귀는  보다 혼자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좋아했던 내 탓이니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양희선은 하얀 가운 대신 반소매의 흰 블라우스와 회색 정장치마, 그리고 검은색 하이힐을 신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느 대기업의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처럼 보였다.
유한나는 정장차림인 양희선과 정반대로 캐쥬얼하게 청바지에 검은색의 슬림 반소매 티, 그리고 흰색 운동화를 신었다.
뜨거운 한 여름 날씨를 반영하듯 시스루의 검은색 티 사이로 흰색의 브래지어가 슬며시 비쳐 보인다.

매번 간호사 제복과 간호사답게 말아 올린 헤어 스타일이었지만, 오늘은 외부인 만큼 검은 머리를 편안하게 길게 늘어뜨려 놓았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유한나의 발걸음이 무언가 몸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사뿐사뿐 가볍고 경쾌한 기분이 들었고, 그녀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윤기 넘치는 검은 머리가 마치 광고의 한 장면처럼 부드럽게 찰랑거린다.

유한나 씨 다른 건 몰라도 머릿결 하나만큼은 샾에서 빡세게 관리받는 연예인들보다 더 좋네.
남자의 판타지 중 하나인 윤기 넘치는 긴 머리와 아주 가끔 보여주는 미소.
저러니 남자들이 환장하지.

슬림한 체형의 유한나에 비해 양희선은 블라우스 사이로 봉곳 솟아 올라있는 양 가슴이 제법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옷. 의사 가운 때문에 몰랐지만, 양 선생님 가슴이랑 허리 골반 굴곡이 예상보다 더......조금만 운동하면 거의 영애랑 비슷한 수준이 되겠는걸?
아니야. 안돼! 그만. 양 선생님은 나 이사님 처제고 사모님 동생이야. 이상한 생각 그만.

유한나 때는  그랬지만, 양희선의 몸매를 훑으니 자연스레 나이사님이 떠오르면서 죄책감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유한나의 얼평, 몸평을 한다는 자체로도 이미 나는 구제불능의 영역으로 더 한 걸음 나아간 격이지만, 그래도 마지막 양심이란  아직은 남아 있는지 지인의 처제에 대해서는 자제하고 싶어졌다.

그녀들은 오늘 상담을 겸한 이전에 말한 나를 ‘관찰’하기 위해 회사에 방문했다.
어차피 환자도 없다며 평일 오후에 과감하게 병원문을닫은 그녀들을 일단 자리에 앉히고 맞은편에 앉혔다.

”나 이사님은 만나보셨어요?“

”네. 2층에서 형부랑 인사하고 회사 구경도 하고, 다른 직원분들과도 인사했어요. 회사가 연예 기획사답게 참 이쁘고 좋네요.“

 이사님은 나를 신뢰하지만, 오직 ”여자“에 대해서만큼은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는 만큼 처제가 회사를 방문한다는 말에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처제 건들지 말라는 말을 백번도 넘게 했다.

그렇기에 리드레아 컴백 준비로 회사에 붙어 있을 때가 거의 없는  이사님이 굳이 회사에 있는 시간을 골라서 그녀를 오게 했다.

”나 이사님한테는 약속한 대로 말씀하셨죠?“

”네 주치의  상담사 일로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녀가 나를 ”관찰“한다고 하면 나 이사님의 불안이  커질까 괜한 말은 숨기기로 미리 약속하였다.

”사모님한테는 뭐라고 하셨어요?“

”아, 언니는 눈치가 워낙 빨라서.....“

말끝을 흐리는 양희선을 보니 글렀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
한쪽 머리가 지끈거려왔지만, 우리 사이를 몇 달간이나 비밀로 했던 사모님이니 나 이사님 귀에 들어가지는 않겠지라고 여기며 그녀에게 물었다.

”사모님은 뭐라고 하시는데요?“

”직원들 눈치 잘 보고 형부 귀에 들어가지 않게 알아서 잘하래요.“

사모님은 그저 우리 이야기를 자신에게 전해 줄, 누나보다 확실한 정보원을 심게되었으니 만족인가 보다.

뭐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됐으니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 생각은 이쯤에서 접어두기로 했다.

”그날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그 관찰이라는 건  어떻게 하신다는 건가요?“

그날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너무 길어진 탓에 다음 시간 예약 환자가 왔고, 결국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그저 그녀가 원하는 일을 허락한다고만 하고 자리를 떠야했다.

”간단해요. 있는 듯 없는  방해되지 않게 옆에서 지켜보기만 할 테니 평소처럼 지내시면 돼요. 저희가 방해되는 일은 없을거에요.“

하린이가 수진이를 도와 버드윙에 출근하는 관계로, 지금은 비어 있는 하린이의 책상을 사용하도록 해준 후 나도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을 열어 메일로 전해온 진행 현황이나 그  보고를 확인하려다가 하린의 책상에 나란히 앉아 가방에서 노트북을 비롯해 이것저것을 꺼내 올려놓는 그녀들을 보았다.

”아, 오늘 상담도 하시는 거 맞죠?“

”물론이죠.“

싱긋 웃어 보인 양희선이 노트북을 열고는 무언가 두드리기 시작한다
뭐, 관찰일기 같은 거겠지.

이미 허락한 일 괜히 신경 써봐야 나만 손해니, 그녀들에 대해 잠시 잊고 일에 전념하기로 했다.
예전에 비하면 놀고먹는 수준이라지만 사장인 만큼 알건 알고, 체크할건 해야한다.

리드레아 컴백을 약 보름 정도 앞둔 지금까지 확정된 스케쥴을 확인했다.

리드레아는 벌써부터 사전 촬영으로 바쁘다.
오늘은 스케쥴이 없지만, 어제 너투뷰 예능 녹화를 했고, 내일은 케이블 음악 채널의 짧은 아이돌 프로의 사전 녹화가 있다.

셀렉과 편집이 끝난 사진과 티져가 공개 시일을 두고 최종 논의한 대로 내일 자정에 공개가 된다.

리드레아의 이번 앨범 컨셉은 파티다.
여름철 해변가의 왁자지껄 시끄러운 청춘들의 파티가 아닌, 어른들의 우아하고 성숙한 파티가 컨셉이다.
따라서 의상도 칵테일 드레스 계열로 준비했다.

이왕 성숙으로   확실하게 성숙하고 고혹적인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섹시 컨셉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여름인 만큼 어깨선, 팔, 다리의 어느 정도 노출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리드레아는 요즘 앨범, 무대 준비뿐만 아니라 한동안 소홀했던 운동까지 하느라 바쁘기 그지없다.

그렇게 5분 정도 흘렀을 때,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아빠 저희 왔어요.“

양희선과 유한나가 빤히 쳐다보고 있음에도 누군가가 겁도 없이 아빠 소리를 하며 들어왔다.
노트북 화면에 집중하던 나는 아빠 소리에 기겁하여 고개를 들어보니 박지윤과 최수현이었다.
그녀들을 본 나는 아빠 소리에 이어 다시 한번 심장이 덜컹하는 기분을 느꼈다.

”야. 니들 지금 뭐 하는 거야!“

”왜요?“

박지윤은 영문을 알  없다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최수현은 넉살 좋게 양희선, 유한나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박지윤도 이내 그녀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나를 바라본다.

”옷차림이 그게 뭐야?!“

”옷차림이 뭐가어때서요. 모처럼 스케쥴 없는 날이라 오랜만에  딸들이 사장실에서 아빠랑 다정한 시간 좀 가지려는 거에요.“

”아빠 어때요? 저희가 맏이 들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막내들처럼 꾸며봤어요. 마음에 들어요?“

박지윤은 속옷 없이 속이 훤히 비치는 분홍색 베이비돌 원피스 차림에 갈색 곰인형을 쥐고 있었다.
여기에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차갑지도 않은지 신발도 없이 맨발이었다.

최수현은 가슴 아래 둔덕까지만 내려오는 노란색 병아리가 그려진 헐렁한  크롬 티에 노란색 짧은 주름치마를 입었으며, 무릎까지 올라오는 흰 양말과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최수현 어깨끝를 보건대 노란색 가방도 매고 있는 것 같았다.
박지윤도 속옷을 입지 않은 것이지 볼록 솟아오른 흰  위에 두 개의 꼭지가 비친다.

옷차림은 달랐지만, 헤어 스타일은  다 트윈테일로 똑같았다.
차이라면 박지윤은 두 개의 빨간색 리본이 달려 있었고, 최수현은 노란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장실에서 섹스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그녀들을 맞아들이고 곧바로 열락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에 양희선과 유한나가 있다.
오늘 그녀들이 온다고 해서 여자들에게 사장실에 업무적인 일 외에는 오지 말라고 미리 말해놓은 상태였다.

”너희, 오늘은 사장실 오지 말라는 말 못 들었어?“

”단톡방에서 보긴 봤는데, 그거 저희 스케쥴 없는 날이라 우리 박아주려고 다른 언니들 오지 말라고 한  아니었어요?“

”아, 아니야. 아무도 오지 말라는 말이었어.“

시선을 돌려 양희선과 유한나를 바라보며 서둘러 말했다.
그녀들은 박지윤과 최수현의 옷차림에 자신들이 부끄러운  얼굴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어? 이상하다? 지연 언니가 괜찮다고 그랬는데.“

”윤정 언니랑 혜리 언니도 우리 헤어 만져주면서 오늘은 새별너울한테 양보할 테니 아빠랑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다음에 하려고 지금 효정이랑 진아 의상실에서 준비하고 있다고요.“

아...누나....

누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누나가 하는 일인 이상 다 의도가 있다는 거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여긴 선생님들 계시잖아.“

”아니에요. 저희 신경쓰지 말고 하세요. 저희가  목적이 이런 걸 보기 위해서에요.“

”에?“

차마 제대로 보지 못하고 겨우 힐끔 거리던 양희선이 다급하게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붉게 물든 수준을 넘어 시뻘게진 얼굴을 보니 기대하는건지 부끄러워서 저러는건지 헷갈릴 정도다.
유한나도 말은  했지만 양희선과 같이 일어나 맹렬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맥락을 보건데 저 손짓은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괜찮다는 제스쳐겠지?

”신재윤씨의 일상을 관찰하겠고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알아본 바로 신재윤씨의 일상 중 대부분이 섹스잖아요.“

대체 양희선 안에서 내 이미지는 무엇인걸까.

”일도 열심히 한다고요. 그리고  이런 건까지 보신다는 줄 몰랐다고요.“

”저에게 부탁하시면서 원한다면 직접 와서 다 보라고 하셨잖아요.“

아.......
그때 양희선이 알겠다고 한 말이 저런 의미였구나.
난 당시 그럴 의도가 아니였음을 분명히 말했기 때문에 그저 일상만 관찰한다는 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양희선은 정말 낱낱이 다 보는걸로 받아들인거다.

분명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안될 정도로 이성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는 게 이유였을 텐데 진실을 깨닫고 나니, 표면적인 이유고 뭐고 그냥 성에 대한 호기심만 가득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볼멘소리로 변명하자, 최수현이 손가락을 까딱거리고, 고개를 젓는다.

”대부분 맞죠. 아빠 자지가 바지 속에 있는 시간보다 바지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잖아요. 심지어 잘 때도 아인 언니한테 박고 자면서.“

”가, 가끔 그러는 거고, 그것도 내가 아니라 아인이가 하는 거야.“

아인 여신님 죄송합니다.
궁지를 벗어나기 위해 여신님을 팔았습니다.
실은 넣고자는거  조이는  저도 기분 좋아요.

”제가 조사한 바로 신재윤씨가 아인와 그.....너..넣고 자는 날은 일주일 중 평균 4번이었어요.“

마치 만화의  장면처럼 뜨억이라는 의성어가 눈앞에 떴다가 사라지는 환상을 체험했다.
양희선은 일기장과 인터뷰를 통해 알 거  안다는 건 짐작했지만, 이건 예상을 넘었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 경악하며 물었다.

”일기장에 그런 것도 써 있어요?“

”일기장에도 있었고, 아인씨한테도 들었고, 다른 분들에게도 들었어요. 모두 아인씨를 부러워하더라고요.“

하....누나, 일기장이 조선왕조실록보다 더 하잖아,
왕의 언행과 행실은 물론 먹고 싸는 것까지  기록해서 독하다는 소리를 듣던 사관들도 왕의 잠자리만큼은 노터치였다고!

”최수현씨, 박지윤씨 저희가 방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할게요. 미안해요.“

내가 경악하건 말건 양희선은 지윤과 수현에게 고개를 숙이며 양해와 사과를 구한다.

이보세요. 나한테는 당연하다는 듯 말해놓고 왜 쟤네들하네만 미안해하는거예요?

넉살 좋은 수현은 양희선과 유한나에게 히히 웃어 보인다.

”남들 보는 앞에서 섹스하는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에요. 저희 첫 키스,  페라, 첫 파이즈리, 앞보지 뒷보지 개통식 전부 언니, 동생들 보는 앞에서 하고 카메라에도 찍혀서 누가 보는 거 익숙한걸요.“

”오히려 제가 아빠 전용보지라는걸 마음껏 자랑할 수 있어서 누가 봐주는 게 더 짜릿하기까지 해요.“

”응응, 맞아맞아.“

평소 티격태격하던 동갑내기 지윤과 수현이 모처럼 의견이 맞아 같이 고개를 끄덕인다.
양희선과 유한나도 안심하며 다시 자리에 앉으려고 하자 수현이 손짓을 하며 그녀들을 불렀다.

”선생님들 거기 계시지 말고 이리 가까이 와서 보세요. 보려면 제대로 보셔야죠. 어서요.“

”맞아요. 이쪽으로 오세요. 저희가 얼마나 아빠를 사랑하고, 아빠만을 위해 몸 바치는 전용보지인지 확실히 봐주세요.“

”괘,,괜찮아요?“

”아빠 생활, 저희 생활 보러 오셨잖아요. 이게 바로 거짓 하나 없는 저희 모습이에요. 마음껏 보세요. 저희가 얼마나 행복한 여자인지, 얼마나 행운아들인지 보세요.“


자리에 앉지도, 서지도 않은 엉거주춤한 자세였던 양희선과 유한나는 잠시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켜 책상을 나온다.

”자 아빠, 우리 즐거운 시간을 가질 차례에요.“

”흐흐, 평소보다 더 흥분되고 짜릿해. 아빠 오늘은이렇게 꾸미긴 했지만 연기는 안 해요. 그냥 겉모습만 즐겨주세요. 지금 너무 급해서 연기할 틈이 없어요.“

새별너울에서 연기를 가장 좋아해 멤버들을 귀찮게  정도인 최수현이 저리 말할 정도면 정말 많이 급하다는 거다.

모처럼 사장실에서의 섹스라 흥분한 박지윤과 최수현, 그리고 말로만 듣던, 글로만 보던 일이 드디어 눈앞에서 펼쳐진다는 기대감에 가득 찬 양희선과 유한나.

네 여인의 강렬한 눈빛이 나에게 향하자 몸이 움찔하는 동시에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