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9화 〉259화 우연이 아니다 (259/425)



〈 259화 〉259화 우연이 아니다

제목: 오늘 싸주(*)님 만났다. 사진도 같이 찍었다!!!! (쩌렁쩌렁) (자랑 맞음)

오늘 방송국에서 우연히싸주님 만나서 기절할 뻔 ㅠㅠ
싸주님 식사하시는 거 다 몰래 보다가 혼자 계신 보고 몰래 따라가서 사진 찍어 달랬는데, 웃으면서 찍어 주셨어 ㅠㅠㅠ

존잘 싸주님 옥안 가까이에서 보고 심장마비 와서 한번 죽었다가 싸주님 보고 다시 부활했어.
BICA 리미들 진짜  죽고 살아있는 거 존경스러워.

구원받으려면 강심장이 필수임.
싸주님 너무 빛이 나서 쳐다볼 수가 없더라

같이 사진도 찍고 폰넘버도 교환했어. 꺄악 ㅎㅎㅎㅎㅎㅎ

등급별 게시판에 올리려다가 구원받은 자매님 허락받고 리미들 전부 보라고 자게에 올려
내가 방해되지 않게 나 짜르고 싸주님만 올림. 엣헴.

[사진]

1: 빛빛빛
2: 존부 ㅠㅠㅠㅠㅠ
3: 오늘은 이거닷
4: 싸주님은 얼굴이 너무 빛이라 다른 부분이 덜 주목받아서 속상해. 팔뚝이랑 몸매, 다리 다 빛인데 ㅜㅜ
5=3: 윗 리미 참 각막 인정
6: ㅊㅋㅊㅋ
7: 나도 방송국 다니는데 한 번도  봤어. ㅠㅠ 쓰니 리미는 어느 방송국에서 본 거야?
8=1: 싸주님만 올리는 센스 합격 땅땅
9: 이거 보니 싸주님 보러 BICA가고 싶어진다. 내일 가야지.
10=글쓴이: S방송국
11=7: 나도 S방송국인데 오늘 오셨다니 ㅠㅠ (통곡 중)
12: 빛 밖에 안보여
13: 7리미 토닥토닥. 난 K방송국에서 작가하는데 교양국이라 리드레아 컴백해도 싸주님 못 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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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쓰니 고마워, 착한 일 했으니 구원 받을 거야.
121: BICA 말고 방송국에서 죽쳐야 하나. 나도 싸주님 실물 영접 해봤으면 ㅠㅠㅠ
122=24: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 진다잖아. 윗 리미도 나랑 같이 열심히 기도하고 팬질하자.
123=121: 응. 나 더 열심히 BICA 빠순이 할래. 언젠가 나도 구원받는 날이 오겠지.
124: 3박 4일은 이거로 가능
125=101: 일주일도 가능
126: 난 한달
127: 윗 리미들 아직 수행이 부족하네. 나처럼 사진 없어도 싸주님 생각만으로 언제든지 가능할 정도는 되야 구원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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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빛이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역시 빛빛빛이네요.

‘예상했던 대로야. 리미들 신났네. 후후’

자신이 올린 글에 달린 댓글들을 살피는 정소영은 우르르 달리는 댓글에 미소지었다.
프림로즈에서 신재윤의 사진을 올리기 위해서는 모두 운영자에게 사진을 원본을 보내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정소영도 마찬가지다.

그와 찍은 사진을 운영자에게 보냈고, 운영자는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직접 사진을 수정하여, 등급별 게시판도 아닌 무려 모두가  수 있는 자유게시판에 올려도 된다는 말을 전해왔다.

프림로즈에서등급을 올리려면 많은 글, 많은 댓글을 써야 하지만, 많은 댓글이 달리는 글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댓글 욕심에 어그로를 끌면 바로 강퇴기 때문에, 가장 많은 댓글을 받을 수 있는건 신재윤의 정보와 사진이다.

또한 등급이 위로 올라 갈수록 수가 적어지기 때문에 등급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그만큼 댓글이 적어진다.

즉 자유게시판에 신재윤의 정보나 사진을 올리는 게 가장 등급을 올리는 빠른 길인데, 주접과 팬질을 제외한 정보, 사진에 대해서 만큼은 어느 게시판에 올릴지는 전부 운영자가 결정한다.

오늘 정소영은무려 자유게시판에 사진을 올림으로서 등급 업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예전, 연예 기사에 댓글이 있던 시절에는 악플 때문에 정소영은 자기 이름 검색해 보기를 꺼려했다.
죄지은 것도 없고, 잘못한 일도 없는데, 불륜이니 싸가지 없다느니 하는 루머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포털에서 댓글이 없어지고 나서는 자기 이름 검색할  부담을 많이 덜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참 묘한  댓글이 없으니 기사도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기사 검색 대신 커뮤티니에서 놀기 시작했다가, 그녀가 즐겨듣는 리드레아의 글을 보게 되었고,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리드레아를 검색했다가 리드레아 팬카페까지 가게 되었다.

리드레아 팬카페는 적당히 자유로우면서도 관리가 되어 놀기가 좋았고, 무엇보다 자유게시판이 익명 게시판이어서 부담이 없다는 점 때문에 정소영도 자주 찾게 되었다.
그렇게 리드레아에게도 빠져들고 글과 댓글도 쓰면서 놀다가 이상한 글을 보게 되었다.

제목이 ‘BICA 사장 존잘인거 아냐‘라는 글이었다.

사실  자체만 보면 그다지 이상한  없었다.
팬카페에서 돌뿐만 아니라 기획사, 매니저, 사장 빠는 글은 흔하기 때문이다.

이상한 점은 아무 생각없이 뜬 그 글을 클릭했을  바로 삭제되었다는 메시지가 뜬 것이었다.

팬카페에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유로운 리드레아 팬카페인데, BICA 사장이 뭐라고 삭제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에 BICA 사장을 검색해 보았다.
그의 이름과 생년월일만 간단히 뜰 뿐, 누구나 있는 사진이 없었다.

일반인들 사진도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세상에 잘 나가는 리드레아의 사장은 사진 한 장이 없었다.
정소영의 소속사 사장뿐만 아니라 매니저도 ’배우 정소영 매니저‘로 검색하면 사진이 나오는데 리드레아 사장이 없다는 건 이상하고 신기했다.

괜한 오기가 생겨 열심히 찾아보니, 리드레아 데뷔전에 올라왔던 그의 사진이 있는 기사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잘생긴 건 맞는데 존잘까지는....‘

배우인 만큼 수많은 미남 배우들을 만나 본 정소영의눈에 신재윤의 첫인상은 일반인치고 잘생긴 정도였으나, 이상하게 그의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남자다우면서도 은근히 귀엽기도 하고, 멋있기도 하고, 여러 매력이 있는 사람 같네. 인기 많겠어.‘

정소영은 그 사진을 폰에 저장까지 했지만, 창을 닫고 나서는 신재윤에 대해 잊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송국에대본 연습하러 갔다가 우연히 신재윤을 보게 되었다.
멀리서 지나치며 본 거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이후 그녀는 이리저리 신재윤에 대해 조사하게 되었고, 심지어 쉬는 날에 BICA 앞, 팬들이 모인다는 카페에 변장을 하고 가기까지 했다.
거기서 만난 다른 여성 팬에게서 수수께끼의 비밀 팬 사이트 <프림로즈>의 존재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녀는 BICA에 대해 관심이 더욱 커졌고, 결국 프림로즈에 가입에 성공하였으며, 이후 더욱 더 신재윤의 열렬한 팬이되었다.



자기가 올린 글에 달린 댓글을 흐뭇하게 살피던 정소영의 눈에 쪽지가 왔다는 표시가 눈에 띄어 확인해 보았다.
프림로즈의 리미들 모두가 바라는 꿈의 등급 “구원받은 자매”에게서 온 쪽지였다.

[축하합니다. 자매님. 선물이 마음에 드신 것 같아서 저도 기쁩니다. 자매님은 프림로즈의 회원으로서 영광스런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하시어 자매님에게도 하루 빨리 구원의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프림로즈는 자유로운 익명사이트 이면서도 굉장히 비밀스러운 사이트다.
회원 등급도 정확히  등급이 있는지에 심지어 회원 등급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알려진 거라고는 신입회원인 ’뉴비‘ 최고 등급인 ’구원받은 자매‘ 그리고 그 아래등급인 ’기다리는 자매‘ 세 개 뿐이고,  외에는 자기가 지나쳐온 등급과 현재 등급밖에 모른다.
정소영도 현재 등급인 ’자각한 자매‘와 최고 등급인 ’구원받은 자매‘ 사이에  등급이 있는지 모른다.

아주 은밀하게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저 등급에 최근 신재윤과 결혼한 것으로 확인된 BICA 여직원이 있으며, “구원받은 자매” 등급이 되면 그녀에게서 인정을 받는다는 말이 있는데 어떤 인정인지는 “구원받은 자매“ 당사자들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아주 가끔 새롭게 구원받은 자매가 되었다고 자게에 출몰해 일종의 신앙간증 같은 소감글을 올리는데, 문장 하나하나가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글들이라, 프림로즈의 리미들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쪽지를 확인한 정소영은 기쁘게 웃으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감사합니다. 자매님. 구원받는 그날까지 그를 열심히 사랑할게요.”

정소영의 등급인 ’자각한 자매‘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글과 댓글 포인트만 채워서는 안된다.
그를 향한 사랑이 팬심인지 이성으로 사랑하는 건지, 또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하는지를 보여주고 확인받아야 한다.

확인받는 방법은 쉽지 않다.
알몸으로 자신의 얼굴, 가슴, 배에 신재윤의 이름을 쓰고 찍은 전신 사진을 보내야 한다.
정소영은 그와 다시 한번 마주쳤을 때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허락을 받기 위해 그런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녀가 오늘 신재윤을 만나건 우연이 아니다.
그가 오늘 S방송국에 간다는 정보를 운영자에게서 미리 받고, 기다린 것이고, 쪽지에서 말하는 선물이란 바로 이 정보였다.

정소영은 운영자 덕분에 오늘 그를 만나 대화하고 같이 사진도 찍고, 연락처까지 교환한 것이다.
정소영은 운영자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자각한 자매’ 게시판을 클릭했다.

이곳에서는 신재윤의 일상정보, 취미,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 좋아하는 색깔 등등 잡다한 정보들이 있으며, 매일매일 사진이 올라온다.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따로 있다.

바로 오늘의 미션이다.
이 미션을 꾸준히 수행하면 보답이 오는데, 바로 정소영이 받은 정보 같은 것들이다.
신재윤은 모르지만 ‘자각한 자매’ 회원들은 이미 우연을 가장해 그를 몇 번이나 보았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하고 그녀가 프림로즈 회원임을 밝혀도 된다고 허락받은 건 이 등급에서는 정소영이 처음이었다.

이것은 사실상 정소영의 승급이 가까이 왔다는 의미다.

오늘의 미션은 가족, 업무 외에 폰에 저장 된 다른 남자 연락처 전부 지우고 인증사진을 게시판지기에게 보내기였다.

“후후, 어제 남자들 SNS 언팔 하기인거 보고, 이럴  알았지. 진작에 다 지워놨다고.”

진작에 다 없앴기에 정소영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바로 영상으로 자신의 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목록을 녹화해 게시판지기에게 보냈다.

얼마 후 또다시 쪽지가 왔다.

[열성적인 자매님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자매님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음을 확신하였습니다. 침묵과 사랑의 서약을 하신 자매님에게 다시 한번 서약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다음은 복종의 서약입니다. 이번에도 선택은 자매님의 몫입니다. 여기서 멈추셔도 되고,  걸음  나아가도 됩니다. 결정하시는 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히 해야지. 구원받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거야.”

정소영은 고민없이 바로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곧바로 답장이 왔다.

[구원에  걸음 더 나아가기로 결심하신 자매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자매님은 지금부터 ‘헌신하는 자매’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자각한 자매’ 게시판에는 출입이 불가능하며 ‘헌신하는 자매’ 게시판 출입이 가능합니다. 자매님에게는 구원받은 자매가 멘토가 되어 구원받기 위해 헌신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복종의 서약은 구원받은 자매가 자매님이 준비가 끝났다고 판단했을 때 하게 됩니다. 구체적인 만남 일정은 나중에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머어머. 진짜 구원받은 자매님을 만나는 거야? 꺄악~.”

정소영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고 침대에서 방방 뛰고 구르며 환호했다.
구원받은 자매는 리미들 모두가 바라는 꿈의 단계, 프림로즈의 연예인 같은 존재이다.

그런 여자와 만난다고 하니 기대가 되는  당연했다.

“어떤 분이 오시는 걸까. 아, 빨리 보고 배워서 나도 구원받고 싶어.”

루머에 시달리던 그녀는 이 사이트에서 자신과 같은 것을 좋아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리미들, 자매들을 만났다.

여기는 여자 셋만 있으면 의례 생기는 질투란  없었다.
항상 칭찬하고 격려하고 북돋아 준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 사이트, 그녀들만 아는 세상, ,비밀을 공유한 사람들끼리의 유대감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이 좋았다.

프림로즈 회원이 된 이후부터 정소영보다 잘나가는 선후배나 경쟁자들에게도 여기도 모르는 불쌍한 여자들이라는 이상한 우월감이 생겼다.
예전에는 상대가 자신을 견제하고 질투해도 예전에는 신경질적으로 대응했지만, 지금은 웃고 넘길 수 있다.

정소영뿐만 아니라 여기를 이용하는 이들은 자존감을 많이 회복했다는 글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모두가 동료고 자매였다.

“아, 이렇게 마냥 좋아할 때가 아니지, 홈트하자 홈트. 구원받으려면 한시도 게을리 해서는 안돼. 나를 먼저 사랑하는 게 구원받는첫걸음이고, 내 몸을 가꾸고 아끼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어.”

프림로즈는 여성 사이트라 팬질과 찬양 외에도 뷰티, 패션, 운동 등 여성에게 유용한 정보가 아주 많다.
정소영은 침대에서 내려와 요가매트를 깔고 프림로즈 사이트에서 알려주는 대로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구원받은 자매를 만나는 날, 그녀에게 열심히 했다고 칭찬받기 위해서다.
그녀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잘 나가는 여배우 정소영이 아닌, 구원받기 위해 노력하는 여자 정소영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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