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5화 〉345화 알면 알수록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나비가면 여자들 앞에 섰다.
각주가 한껏 자극해놓은 자지는 급한 성미를 못 참고 가운 사이를 뚫고 나와 나비가면을 향해 있었다.
흰가면은 총 15명.
정신없이 하느라 몇 명인지 세어보지도 않았는데 각주가 말해줘서 알았다.
흰가면이 침대 가까운 쪽을 둘러싸고, 그 뒤쪽에 나비가면 여자들이 있어서 잘 몰랐는데, 나비가면 여자들만 남은 걸 보니 한 30명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설마 회원 30명으로 더 이스트가 유지될 리는 없을 텐데, 나비가면 여자들은 왜 이렇게 적지? 파트너가 있는 나비가면은 도전에서도 섹스가 의무가 아닌 만큼 여기 안 나와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무언가 내가 꼭 알아야 할 특이 사항이 있다면 각주나 세영이가 알려주었을 것이기에 일단 의문을 접고 그녀들 앞에 섰다.
중요한 건 이 도전을 끝까지 성공하여 기둥서방이 되는 것이니까.
“자, 이제 너희들 차례야. 나와 섹스 할 사람은 손들어. 10명이면, 10명, 20명이면 20명, 전원이라면 전원과 난 섹스할 거야. 모두 만족시키고 매난국죽, 각주와 섹스해서 기둥서방이 될 거야.”
가운 사이로 자지를 세워 보이고 서 있는 나를 보며 다리를 비비 꼬는 여자, 혀를 날름 이며 입술을 핥는 여자, 가슴에 손을 얹고 꼼지락거리는 여자, 가랑이 사이를 만지는 여자, 자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여자, 다리를 벌리고 치마를 들여 속옷을 보여주는 여자도 있었지만, 손을 드는 여자는 아무도 없었다.
뭐지? 반응들 보면 다들 섹스하고 싶어서 발정 난 상태인데 왜 아무도 손을 안 들지?
의아해하며 슬쩍 시선을 각주에게 향했지만, 각주는 그저 담담한 얼굴로 이쪽만 주시하고 있었고, 각주와 함께 있는 매, 난, 죽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상하다 싶어 흰가면,
아니지. 이제는 흰가면이 아니지.
세영을 비롯한 나와 섹스한 여자들, 내 여자들을 보았지만, 그녀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휙 휙 하고 주변을 몇 번이고 돌아보자 그제야 나비가면 사이에 누군가가 일어났다.
“[무]님.”
“오, 너 할래?”
기대와 달리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나비가면 모두를 대신해 제가 대표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진지한 여자의 태도에 가벼운 태도를 버리고 진지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경청했다.
“저희는 모두 파트너가 있습니다. 파트너를 진심으로 따르고 모시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파트너가 너무너무 싫은데,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자는 여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는 모두 같습니다. 파트너가 좋든, 싫든 더 이스트의 여자, 동각의 후예로서 계약을 어길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계약을 중단할 수 있는 예외 사항이 있다 한들, 저희를 위해 큰돈을 낸 파트너를 배신하고 ‘오직 한 사람에게만 몸을 판다.’라는 300년간 쌓인 신뢰를 저희 손으로 무너뜨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기특한 것인지, 아집인지.
나랑 섹스 안 한다고 아집이라고 비하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기둥서방 도전.
기둥서방이 되면 더 이스트 모든 여자를 쥐고 흔들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은퇴자까지.
자신들, 그리고 이곳을 지나쳐간 이들의 모든 인생이 생전 처음 보는 남자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한 명이라도 더 나서서 나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파트너 계약, 그리고 더 이스트의 신뢰를 우선하여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너희 앞날이 걸린 일이야. 나를 막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는 거 잘 알잖아. 그 모든 걸 감수할 정도로 계약이라는 게 중요한 건가?”
“제가 말씀 드릴게요.”
그러자 또 다른 여자가 일어났다.
나비가면 중 유일하게 내가 아는 여자.
남강석의 파트너인 [계]였다.
[계]는 아까 처음 만났을 때와는 전혀 모습이었다.
만약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계]인지 떠올리지 못했을 정도다.
첫날밤을 치르면 머리를 올리는 옛 전통이이어지는 탓인지 아까나 지금이나 파트너가 없는 흰가면은 전부 머리를 풀어 내리거나, 포니테일, 트윈테일이라도 전부 머리가 아래로 향하도록 묶고 있었다.
반면에 파트너가 있는 나비 가면은 모두 머리를 올리고 있다.
[계]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아까는 정성스레 손질한 머리에 화려한 장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충 말아 올려 심플한 검은색 고무 머리끝으로 묶었다.
입고 있는 옷 역시 아까의 화려한 드레스와는 정반대로 헐렁한 진한 노란색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이다.
후드티와 청바지, 그리고 대충 말아 올린 머리.
만약 나비가면 대신 안경을 쓰고 있었다면 영락없는 시험공부 중인 여대생이라고 해도 믿었을 거다.
전에 비하면 너무 프리하고 가벼운 모습이지만, 지금이 훨씬 신선하고 생기가 넘쳐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계]는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는 나에게 말했다.
“[무]님은 저의 파트너이신 [담]님을 잘 아실 겁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저는 그를 혐오합니다.”
[계]는 내가 남강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모른다.
아무나 올 수 없는 더 이스트에 나를 데려온 이인 만큼, 나와 남강석 사이가 각별하거나 친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이다.
그런데도 남강석의 친인(일 강능성이 높은)인 나에게 싫다도 아니고 혐오한다고 했다.
[담]님이 아니라 ‘그‘ 라고 했다.
[계]가 얼마나 남강석을 극혐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그가 호감이 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어.”
돌려 말하긴 했지만, 나도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기자 [계]가 ‘그럼 그렇지’라는 얼굴로 살짝 미소 짓고는 이내 곧바로 미소를 지운다.
“그런 사람이지만 저는 파트너로서 [담]님을 존중합니다. [담]님을 따릅니다. [담]님이 원하는 여자가 되기 위해 한시도 게을리하지 않고 노력합니다. 나비가면 모두 저와 같습니다. 미래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기 있는 이들 중 그 누구도 어렸을 때자신이 더 이스트의 여자가 될 거라 생각지 못했고, [담]님이 [무]님을 데리고 오기 전까지 기둥서방의 탄생이 눈 앞까지 다가 올거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사람의 인생이고 우리의 삶입니다. 그렇기에 현재에 충실하며 자신의 파트너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최선을 다한다. 이것이 파트너를 모시는 저희의 마음가짐입니다.”
차분하면서도 신념에 가득찬 [계]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 돌려 각주를 불렀다.
“각주.”
“네. [무]님.”
“아까 다른 사람 첩으로 들어간다거나, 딴 남자와 눈이 맞아 그의 아이를 5년 동안 두명이상 낳는 조건이면 파트너 계약 해지 가능하다고 했잖아. 300년 동안 파트너 계약이 중간 해지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스물다섯 번입니다.”
“이유는?”
“열아홉 번은 계약기간 중 남자가 죽었고, 네번은 여자가 죽었으며, 두 번은 다른 이에게 겁탈당한 기녀가 자살했습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비록 창기였을지언정, 계약과 신뢰, 그리고 자신이 모시는 남자에 대한 지조와 절개를 절대로 지킨다.
아까 과거에 자기 여자 다른 눈에 안 띄게 숨겼다는 건 견물생심이라고 미녀를 보고 무슨 나쁜 일을 저지를까 숨긴 거였지, 다른 남자랑 눈이 맞거나 첩으로 들어갈까 봐 숨겼던 것이 아니었어.
이걸 각주가 말을 섞어서 내가 착각한 게 만든 거야.
뭐, 아까는 나한테 숨기고, 감추고 그랬으니까.
이러니 동각이 시대가 몇 번이나 바뀌어도 높으신 분들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받으며 이어져 내려올수 있었던 거겠지.
이걸 알고 있음에도 기둥서방 도전에 동각의 모든 여자를 안으라는 조건을 내건 건 도전자의 배포와 담력, 자신감을 시험하는 거였어.
기둥서방 도전해 전 재산 날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니 배포 큰 조상님은 참 많기도 했다는 거고.
“도전이 좀 쉬워진 건 좋지만, 아쉽군. 너희도 안고 싶었는데.”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무]님에게 안기고 싶은 걸 참고 있습니다. 아까부터 젖어 있었어요. 파트너가 있는 여자가 파트너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성욕을 느끼는 건 죄입니다. 이따 방으로 돌아가 반성하는 의미로 [담]님을 생각하며 자위할 겁니다. [담]님을 떠올리는 순간 바로 식겠지만요.”
이제 알겠어.
파트너를 성적으로 배신하는 건 생각하는 것조차 안 되지만 까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거군.
더 이스트의 여자는 마음에 드는 파트너에게는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지만, 마음에 안 들면 비즈니스 성노예 마인드야.
자신의 미래, 모두의미래보다 파트너에게 충실한 것이 더 중요한,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로 철저한 개인전용 성노예 마인드.
[계]는 정중하게 마치 서양 귀족들 인사처럼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인다.
후드티와 청바지라는 차림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사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무]님께 한가지 부탁드릴 게 있어요. 만약 기둥서방이 되신다면, 처음 말씀하신 대로 더 이스트의 문을 닫더라도 부디 파트너 계약은 끝까지 지킬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지.”
“감사합니다.”
고집을 부려야 할 때가 있고, 물러서야 할 때가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300년.
많은 이들이 자부심으로 지켜온 역사다.
나는 그녀들이 자신들이 몸 파는 여자라는 현실을 이 자부심으로 겨우겨우 버텨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조차 없다면, 단순한 ‘창녀’에 불과한 그녀들을 버티게 해준 자부심.
그렇기에 이들의 마음을, 정신을 존중하기로 했다.
“[계] 하나만 물어보지. 남, 아니 [담]과 계약이 끝나면 나와 자겠어?”
“파트너가 있는 몸이라 차마 제 입으로 꺼낼 수 없었는데 먼저 말해주시니 기쁘네요. 받아만 주신다면 기꺼이요. 저도 다른 여자들처럼 [무]님만의 여자가 되어 [무]님의 아이 낳을게요.”
이번에는 고개만 숙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아예 무릎까지 굽히며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더 이스트가 서양식 사교클럽 컨셉이니 저런식으로 인사했, 동각이었으면 아마 절을 했을 것이 분명해.
“부디 기둥서방이 되어주세요. 파트너가 있는 여자는 자위도 오직 파트너만 생각하며 해야 하지만, 기둥서방은 예외거든요. 저, 그동안 자위나 섹스나 제대로 간 적이 없어서 욕구불만이었어요. 더 이스트에서 개발된 뜨거운 몸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무]님은 모르실 거에요. [무]님을 생각하면서 자위한다면 갈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제 보지가 흠뻑 젖은 것처럼요.”
몸을 일으킨 [계]가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손으로 지그시 누르자, 청바지가 살짝 물기에 젖는다.
청바지가 젖을 정도면 보지가 거의 홍수가 났다는 의미.
얼굴을 자세히 보니 [계]의 양 볼이 붉게 물들어 있고 뜨거운 숨결을 내뿜는다.
저런 뜨거운 몸을 가지고도 규칙에 따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직 파트너만 생각하며 자위한다니.
도대체 더 이스트에서 여자를 어떻게 교육하길래 결벽증 정도도 파트너에게 철저한지 궁금할 정도다.
이건 교육이라기 보다 거의 세뇌나 조교 수준.
“각주, 매, 난, 죽. 얘기 들었지? 이제 남은 건 당신들뿐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밥 먹지 말고 바로 할 걸 그랬어.”
각주와 매, 난, 죽을 돌아보자 나를 여기로 안내하고 지금껏 각주 옆에서 입을 꾹 다물고 지켜보기만 했던 [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무]님께 부탁이 있습니다. [무]님이 기둥서방이 되실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300년의 역사를 별다른 저항 없이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저희 매, 난 죽, 셋이 같이 [무]님을 상대해도 되겠습니까?”
“셋 다 처음이잖아. 첫 경험인데 웬만하면 한 명씩 하는 게 낫지 않아?”
“[무]님은 모르십니다. 더 이스트의 여자는 보통 여자처럼아름다운 첫 경험.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경험을 꿈꾸지 않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남자에게 최고의 만족, 최고의 쾌락을 주는 것을 이상적인 첫 경험이라 여깁니다. 단순히 섹스 스킬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처녀를 원하면 순진한 처녀가 되고, 처녀 빗치를 원하면 처녀 빗치가 됩니다. 첫사랑 옆집 누나가 되길 원하면 옆집 누나가 되며, 금단의 대상이 되길 원하면 금단의 대상도 됩니다.”
더 이스트.
알면 알수록 무섭다.
솔직히 첫인상은 비밀사교클럽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생각보다 건전(?)하다였다.
일반인 기준에서 여자들이 가면을 쓰고, 거의 알몸과 다름없는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변태적인 클럽 맞다.
그러나 내 기준, 특히 우리 집 여자들에게 익숙해진 내 기준에 더 이스트는 아주 건전한 곳이다.
오죽하면 정파(正派) 소리가 나왔겠어.
승아도 비밀사교클럽이란 말에 온갖 변태들이 바글바글할 거로 생각했었다니 내가 이상한 게 아니다.
비밀사교클럽이란 단어에 이상한 기대를 하게 만든 세상 탓이다.
그래, 내 탓이 아니야.
세상 탓이야.
난 잘못 없어!!
어쨌든, 내가 야동보다 더한 현실에서 살고 있어 그렇지, 진짜 현실은 야동이 아니라는 것을 되새기며 조금 싱겁다 싶었는데, 더 이스트 여자의 실체를 알면 알수록 옛적 다른 기생들이 동각 기생을 멸시했던 이유를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더 이스트. 알면 알수록 무섭네.”
“이게 저희가 살아온 방식이에요. 남자를 위한 섹스인형. 파트너를 뒤에서 욕하고 저주하고 원망하는 한이 있어도 계약을 철저히 지키고, 절대 배신하지 않죠. 섹스인형으로 조교 된 민감한 몸을 가지고 매일 자위 삼매경에 빠질지언정 절대 바람도 안 피워요. 그래서 첩으로 인기가 많았고, 지금도 은퇴자 둘 중하나는 파트너로부터 스폰을 받거나 세컨이 되요. ‘첫 키스도 안 해 본 처녀, 한 사람만을 위한 섹스인형’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교육소 강사, 교관도 전부 여자예요. 같은 여자라서 여자의 몸과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아 정말 철저하게 조교 하고 세뇌하죠. 이런 저희가 비인간적으로 보이시나요?”
자조적으로 묻는 각주에게 항복한다는 듯 양손을 머리 높이로 들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더 이스트의 교육방침에 대해서는 심판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우리 집에 여자들 보면 산전수전 다 겪은 더 이스트 여자라도 나한테 짐승, 변태 소리할 게 분명한데 누가 누굴 심판하겠어. 여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부터가 문명사회의 현대인으로서 인간 실격인데.”
“뭔지 대충은 알 것 같군요. 저희보다 심하다면 여자들이 말로만 전용보지가 아니라 정말로 성노예처럼 행동하나 보군요. 개목걸이는 기본일 테고, 여자들 몸에 전용보지를 상징하는 문신을 새겼다거나 젖꼭지나 보지에 피어싱이라도 했나 보죠? 섹스는본능에 충실한 행위라 섹스 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본성이 나오는데, 제가 본 [무]님은 소프트한 S 끼는 있어도 과격한 취향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여자가 너무 과하다 싶으면 말리는 쪽이었죠. 아까도 승아를 마구 다루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승아가 폭주하지 않게 제어하고 있었죠. 이런 점을 볼 때, [무]님은 말리는데 여자들이 고집 피워 문신이나 피어싱을 했을 가능성이 크겠네요. 어때요? 제 말이 맞나요?
“........”
이쪽 분야 종사자, 그것도 우두머리답게 각주는 놀라운 통찰력, 눈치 100단 나 이사님을 뛰어넘는 눈치로 나를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었다.
더 놀라운 건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다른 여자들도 놀라거나 나를 짐승처럼 보는 것도 없이, ‘아 그렇구나’ 하는 반응으로 끝이라는 것이다.
역시 무서워 더 이스트의 교육
내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정확히 짚어내자,나는 각주 앞에서 알몸이 된 듯한 기분이...아, 나 진짜로 알몸이지, 어쨌든, 창피한 기분이 들어 묵묵부답 천장을바라보았다.
”다행이네요.“
뚱딴지같은 반응에 깜짝 놀라 각주를 보니 각주는 정말로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엥? 다행은 뭐가 다행이야? 각주, 설마 그런 취향이었어?“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무]님이 전부 받아주고 만족시켜주니 [무]님의 여자들이 기꺼이 그럴 수 있는 거잖아요. 저희는 몸과 마음이 완전히 섹스 도구로 개발된 탓에 민감한 몸으로 고생해요. 포르노 보면 여자가 너무 쉽게 몸을 허락하고, 조금만 만져도 성욕에 무너지잖아요. 그게 우리예요. 남자의 성적 판타지가 집약된 아름다운 섹스인형. 이왕 이런 몸이 된 거 정말 포르노처럼 이 남자 저 남자와 잘 수 있으면 다행인데, 한 사람만을 위한 여자라는 세뇌가 너무 강해, 남자친구, 남편과 헤어지고 다른 남자를 만날 수는 있어도 바람은 못 피우거든요. 기껏해야 딴 남자 생각하면서 자위하는 정도죠. 그래서 은퇴한 선배들 하는 말이, 정력이 약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행복한 지옥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무]님이 기둥서방이 되면 저희 성욕을 모두 받아줄 수 있을 테니 참 다행이지요. 은퇴한 선배들도 기뻐할 거에요. 기둥서방에게는 남편, 남자친구가 있어도 몸을 허락할 수 있으니까요.“
”즉, 은퇴 후에도 한 사람을 위한 여자라는 강박강념이 남아 바람을 피지 못하는 더 이스트의 여자가 유일하게 바람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이 기둥서방이라는 거야?“
”바람이 아니에요. 진정한 주인이죠. 우선순위를 정하자면 기둥서방 1순위. 다음이 남편, 그 다음이 남자친구. 섹파, 원나잇 순이겠네요.“
”근데, 좀 전에 나비가면은 파트너가 있어 나랑 섹스 못 한다고...“
”더 이스트의 여자에게는 사회의 룰보다 더 이스트의 규칙이 우선이에요. 결혼서약보다 파트너 계약이 더 강력하고, 기둥서방은 파트너 계약보다 강력하죠. 그런데 [무]님은 기둥서방 도전자지 기둥서방이 아니잖아요. 만약 [무]님이 기둥서방이 되고, 저들에게 몸을 바치라고 하면 모두 기쁜 마음으로 바칠 거에요.“
여태껏 내가 더 이스트를 집어삼키는 건 줄 알았는데, 환하게 웃는 각주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저들의 아가리 속으로 가고 있었다.
정신 바싹 차리자.
이대로 가다간 하렘의 주인이 아니라, 더 이스트가 만든 무시무시한 섹스인형들의 살아있는 딜도 신세가 되겠어.
”자, [매], [난], [죽]. [무]님은 기둥서방이 되면 더 이스트를 닫는다고 했어. 300년 역사의 마지막 매난국죽이 될지도 몰라. 흰가면을 전부 상대하고도 지친 기색이 없는 [무]님과 자지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커. 그러니 후회가 남지 않도록 너희의 모든 것을 [무]님에게 보여주렴.“
각주의 명령이 떨어지자 [매], [난], [죽]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면과 드레스를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