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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마왕을 잡았지만 자영업합니다(02) (40/594)



〈 40화 〉마왕을 잡았지만 자영업합니다(02)

화아악!

소녀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마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따위라니?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아니, 뭐... 그러니까..."

"하, 설마 300살 먹은 노인네가 나이에 안 맞게 어린 소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불만인 거냐?"

"그쪽에 대해서 불만은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그것이 아니라면 나랑 똑같이 닮은 호문클로스들이 잔뜩 있다는 점에서 나르시스트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 내가..."

'빌어먹을'

외출하느라 평상복을 입고 나오고 훈련상황도 아니라 마나 세이버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무기가 없으니 이 상황을 빠져나갈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영웅의 현재 모습은 별로 생각 안 했습니다만."

"그렇다면?"

"지금 일이 대놓고 자랑할만한 작업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쪽이었나?"

그 순간 내 몸을 압박하던 마나가 가라앉으면서, 내 앞에 있는 프레데릭... 지금은 프레데리카 엔디미온이 헛기침을 하면서 시선을 돌렸다.

"아니 뭐, 그럴 수 있지. 먹고 살려다보면 이 장사 저 장사를 할 수 있는 거고..."

'그쪽은 안 부끄럽나보지?'

하기야 나이를 300살이나 먹었으면 그쪽에 부끄러울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얼씨구나 좋다고 와서 발기한 채로 정액을 뽑아내는 녀석이 이 장사를 지적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만."

"저도 이 업계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제가 생각하는 영웅이랑은 조금..."

"하, 네 놈도 기사라면 연금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

왕국에서 기사나 공무원으로 일정기간 이상 복무하면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이 나온다.

사실 돈 많이 준다는 사설기사단에 가지 않는 대부분의 기사들은 나라에서 책임지는 연금 보고 들어오는 것이다.

"내 연금이 얼마인지 아느냐? 1년에 500골드다 500골드! 금화 말고 요즘 기준으로 500골드!"

"와 씨! 그거 너무하네!"

여기서 호문클로스 제작비용이 200골드인데 그거 2.5배인 셈이다.

인공지성 가장 싼게 500골드인데 그렇게 따지면 옵션 하나가 프레데리카 엔디미온의 1년 연금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 돈으로는 적당히 옷을 사거나 한 끼 식사를 푸짐하게 먹는 것으로 끝이었다.

'너무한, 왕국을 구한 용사한테 고작 500골드? 미친거 아닌가?'

왕국의 졸렬함에 치를 떨려고 하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300년 전에 500골드면 뭘 할 수 있습니까?"

"칫."

내 날카로운 질문에 프레데리카는 혀를 찼다.

"생각해보니 300년 전이면 많이 준거구만 뭐!"

"왜, 뭐 왜!"

이 노인네 진짜 뻔뻔하네.

"안 그래도 초반에 특허내둔 신약들도 지금은 자유롭게 풀려버렸고 엔디미온 연금공방에서도 내 존재가 알려지면 안 된다면서 뒷방 늙은이 취급하지 않나..."

갑자기 신세한탄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모아둔 돈으로 이 공방을 만들었지!"

즉, 노인네가 퇴직금 몰빵해서 만든게 이곳이라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호문클로스를 제작해서 판매하려고 했는데 요즘 같은 평화로운 시대에는 호신용 호문클로스가 인기가 없더군. 너무 비싸다나? 그래서 최근 대세인 저가에 다량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지."

자랑스럽게 자신의 플라스크를 통통 두들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사실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 연금술사 길드가 나선 것이 아니라 개인이 오롯이 이 공방을 만들고 호문클로스를 제작할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능력이었다.

게다가 3호에게서 느껴지는 마나량을 본다면 이곳은 지금 전투용 호문클로스를 제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안 된다고 '안' 하는 것이라는걸 생각하면......

'개인이 무장군단을 가질 수 있는 수준... 왕실이 이걸 알면 한바탕 난리가 나겠군'

가뜩이나 마도기사단도 축소시키고 근위기사단을 늘리는 왕실인데 이걸 알게되면 그야말로 난리가 날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처럼 판매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

"다시 받거라."

'별로 살펴본 것 같지도 않은데 왜 달라고 한 거야?'

내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말랑이 본체를 잘 챙겨두려고 할 때였다.

"그거 조심해서 쓰거라."

"예."

내 바지를 축축하게 적시는 말랑이를 일단 떼어내고 손을 잡아서 일으켜주려고 하는데, 말랑이는 다리를 쓸 줄 몰라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대신 허리를 쭉 펴려는 행동을 보였는데, 슬라임 형태일 때 자기 몸을 늘리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두 발로 걸어다닌 적이 있어야 쓰지......'

"무거워......"

자신의 슬라임 몸으로 내 몸을 기어오르던 것이 익숙한지 내 몸에 찰싹 달라붙은 채 얼굴을 꿈틀거리면서 움직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하...... 이거 어떻게 풉니까."

"사용 안하실 건가요?"

팔 다리도 제대로 못 움직이는 말랑이를 어떻게 쓰라는 거야. 차라리 그냥 평상시의 말랑이를 사용하고 말지.

게다가 이렇게 두다가는 어딘가 다칠 가능성도 있고 원래 통각이 없는 말랑이가 지금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에 계속 놀라고 있으니 안전을 위해서 다시 돌려보내는 편이 나았다.

"구슬을 제거하면 된다."

프레데리카 경의 말을 듣고 말랑이의 몸에 집어넣은 구슬을 뽑아내니,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고 있던 호문클로스가 기능을 정지하고 내 손에 들려있던 슬라임이 다시 소녀의 모습을 만들었다.

뽀잉...

"이제 괜찮아?"

자기 몸으로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지 말랑이는 곧바로 내 손을 타고 몸을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내 머리 위로 올라가서 당당하게 허리에 손을 얹고 허리를 폈다.

'역시 말랑이는 이게 어울리지?'

뭐 말랑이에게 지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고, 성대가 없어서 그렇지 말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니 나쁘지는 않은데...

'좀 아깝기는 하다'

말랑이로 인해서 태어난 호문클로스의 몸을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뺐으니 말이다.

"그 슬라임을 호문클로스로 이용하진 않을 모양이군."

"본인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니까요."

"재료 아깝게... 가뜩이나 손해보고 데려와서 견학시켜주고 있구만."

나도 아깝기는 한데 어쩌겠는가.

거기에다가 말랑이 넣어두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슈르라도 넣어달라고 할까...'

"켈록!"

근데 슈르는 여기 공기가 안 좋아서 힘들어하고 있으니 이 몸에다가 뭘 부탁하는건... 그냥 인간이 아니고 짐승이지.

'아니지 짐승보다 못한거지'

"잘 봤습니다..."

그래도 호문클로스 제작공정도 보고 말랑이로 호문클로스도 만들어보고 그랬으니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다.

그렇게 호문클로스 공방 견학은 조금 허무하게 끝나는가 했는데......

"그냥 갈건가?"

"가야죠."

"아무리 그래도 내가 상도덕이 있지, 우리 공방까지 왔는데 호문클로스 한번 안아보지 못하고 간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예?"

"직접 제조한 호문클로스가 싫다면 이미 만들어진 애들은 아무나 써도 되네."

"영감님도요?"

"이 몸 말인가? '몸'은 제공 가능하지."

생각해보니 굳이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외모는 미소녀지만 내용물이 할아버지인데, 내용물을 뺀다고 해도 뭔가 기분이 나쁠 것 같다. 할아버지 냄새도 날 것 같고.

"본래 이 몸은 그런 용도가 아니지만, 원한다면야 제공은 해주마. 단지 우리 공방에 대한 평가를..."

"그럼 이분으로."

나는 자연스럽게 3호의 손을 잡았다.

"......응?"

"안 됩니까?"

"그건 아닌데, 방금 전까지..."

'아무리 그래도 할아버지가 들어있던 몸은 좀......'

뭔가 프레데리카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이 보였지만 딱히 거절의 의사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본인이 싫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요."

3호는 말 없이 프레데리카를 볼 뿐이었다.

"그 아이도 그런 용도는 아니지만, 이미 약속을 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오!"

3호 정도면 완전히 좋지!

*      *      *

나는 3호와 함께 공방에 준비되어 있다는 취침실로 향했다.

'아... 이런 취침실...?'

그곳은 사람이 딱 누워서 잘 수 있는 간이 침대 몇 개가 설치되어 있는 삭막한 공간이었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호문클로스들이 잠만 자는 공간인 모양이었다.

효율성을 중시하고 장식품조차 없는 것이 딱 생활관 생각나서 기분이 묘해졌지만...

'괜찮아!'

옆에서 손을 잡고 있는 3호를 생각하면서 가라앉는 흥분을 다시 불태웠다.

아, 말랑이와 슈르는 일단 프레데리카에게 맡겨두었다.

평상시라면 말랑이가 막 나를 깨물면서 질투할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순순히 보내주는게 아닌가?

"미리 말씀드리지만 제 육신은 그런 용도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아니 실망할 것 같지는 않은데......"

조심스럽게 3호의 가슴을 만지기 시작하는데 역시나 호문클로스 특유의 잔근육이 없이 부드러운 가슴이 만져지고 있었다.

'이 크기에 이 정도 부드러움이라... 지난번의 나오미는 좀 더 탱글탱글했던 것 같은데...'

물론 수인족은 인간보다 근력이 강하니 몸도 더 단단할 수도 있지만.

'이쪽도 좋아!'

옷 위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가슴을 만지고 있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3호는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 나를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조금 더 부끄러워하거나 내 손을 쳐내는 앙탈을 부려도 괜찮을텐데'

"이미 준비는 끝나신 것 같으시군요."

당연히 가슴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내 하반신은 완전히 발기해서 바지를 뚫고 나올 기세였다.

"바로 시작하실건가요?"

"예!"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는지 3호가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조금 더 부끄러워하면서 벗어주는 편이 더 흥분될 것 같기는 하지만...'

어차피 지금만 하더라도 하반신에 반응이 오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정장을 하나씩 벗기 시작하는데 역시나 호문클로스 특유의 하얀 피부가 모습을 드러내고 속옷 한 장도 없는 알몸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없다.

"......응?"

그러니까, 없었다.

가슴의 굴곡은 보이지만 유두가 없다.
고간에 엉덩이와 허벅지가 겹쳐지는 라인은 보이지만 중요한 부분이 없었다.

"뭐지? 왜 없지?"

아니 그러니까 이건... 이건 말랑이도 있는 부분인데 없었다.

가슴은 그저 둥그런 살가죽으로 만들어진 공과 같아서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는 유두가 없었다.

유륜 안으로 유두가 들어가는 함몰된 젖가슴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유륜의 흔적조차 없이 그냥 가슴의 모양만이 있었고 도드라지는 뾰족한 부분이 없었다.

게다가 하반신도 살짝 들어가는 균열이 있어야 하는데 평평하게 보여서 설마 싶어서 손을 뻗어서 만져보았다.

'없다'

원래 2개 정도 구멍이 있어야 하는데, 없었다.

하나도 없었다.

들어가는 구멍이건 나오는 구멍이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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