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2화 〉 드래곤의 은밀한 부위(02)
* * *
"으아아아악! 내 손이... 어?"
손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바닥을 구르던 나는, 내 손에 막대한 양의 마나가 모여있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머쓱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환각인가? 아니면......'
오히려 내가 마나에 너무 민감해서 과도하게 반응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손은 멀쩡했고 세이라의 가슴은 빛나고 있었다.
"시간을 드릴 테니 몸을 먼저 수습하세요."
그 말에 옷을 툭툭 터는데, 세이라의 금색 눈동자는 약간의 경멸이 섞인 표정으로 내 고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노력해 보겠습니다."
마나회로를 가동시켜서 팔과 다리에 일부러 피를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최대한 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약간 바지가 불룩해져 있었지만 이거 이상으로 풀 수는 없었다.
"그런 의미로 부른거 아니에요. 특히, 이전에 프레데리카를 통해 경고를 드렸지만 드래곤의 경우 마나를 담은 생명체와 접촉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를 해주세요."
그 손만 잡아도 수정된다는 그건가.
'그러면 지금쯤 드래곤 숫자가 지상을 채울 정도로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가능성의 경고이지 실제로 그렇게 벌어지지는 않아요. 반 처럼 성욕에 가득 차있는 드래곤은 거의 없고 이성적으로 드래곤의 숫자가 늘어나면 세계가 버텨내지 못할 것을 아니까 스스로 후손을 제한하니까요."
"그렇습니까... 그보다 제 생각 읽으시는 것 같은데."
"읽고 있어요."
저 금색의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면 강한 위압감과 함께 내 정신이 읽히는데, 처음에는 어디까지 읽히나 시험을 해보려고 했지만 어차피 실시간으로 읽히고 있으니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과 함께 이전보다 위압감이 약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나회로가 증설되고 그 동안 겪은 일들로 인하여 경지가 많이 오른 모양이네요. 이제 눈을 뜨는 것만으로 호흡곤란이 벌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니까."
'세이라가 조절한게 아니라 내가 강해진 건가?'
편안하게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던 세이라는 자신의 드레스 앞섶을 내려서 유륜의 자국이 살짝 보일 때까지 흘러내렸다.
"제가 부탁하려고 했던 부분은 이곳이에요."
그녀가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양쪽으로 잡고 벌리자, 그 안에는 가슴골 사이에서 맥동하고 있는 금색의 태양이 보였다.
아니, 태양은 아니지만 지극히 태양에 가까운 그 무언가가.
"드래곤 하트. 알고 계신가요?"
드래곤 하트라고 한다면 현재까지 인간이, 아니 대륙에서 모든 아인종을 통틀어서 비견될 바가 없는 보물이었다.
이 대륙에서 하프 드래곤 세이라를 제외하면 이미 대륙을 떠나버린 드래곤들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물건인데 실제로 드래곤의 심장 역할을 하는 기관은 따로 있지만, 마나의 집약체라고 볼 수 있는 드래곤들의 모든 마나활동의 코어로 작동한다는 점에서는 심장이라는 말도 틀리지는 않은 물건이었다.
수백, 수천년 동안 드래곤의 마나활동을 담당하면서 발전한 드래곤 하트는 도시 하나를 공중으로 띄울 수 있는 막대한 마나가 담겨 있었고 그렇기에 고대시절, 마나 세이버가 없고 마나회로가 없던 시절에도 인간은 드래곤에게 도전하여 전설 속에 이름을 남길만한 이들이 손에 넣었던 보물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세이라의 가슴에서 빛나는 태양과도 같은 무언가가 드래곤 하트였다.
"그런데 그것은 왜... 어디 심장병 같은 문제가 생기신 겁니까?"
"지금까지는 없지요. 곧 약간의 문제가 생기겠지만."
세이라는 자신의 드레스 상체부분을 완전히 벗으면서 자신의 가슴을 드러내었다.
솔직히 말해서 가슴골 사이에서 빛나는 드래곤 하트의 흔적보다, 그녀의 봉긋한 가슴에 눈이 간다면 내가 좀 이상한 놈이겠지?
"제 가슴에서 드래곤 하트를 추출해주세요."
"예?"
"물론 전부 다 추출해달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렇게 된다면 제가 사망상태에 들어갈 테니까 부분적으로 드래곤 하트를 추출해주세요."
"그게 가능합니까? 드래곤 하트는 가공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들었습니다만."
"강제로 굳어버린 드래곤 하트라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살아있는 상태라면 아직 부드러워서 괜찮아요."
부드럽다는 말에 자연스럽게 하반신에 신호가 간다.
"굳이 왜 저입니까?"
"드래곤 하트를 눈 앞에 두고 욕심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드래곤 하트라. 비싸려나... 싶기는 하다.
그런데 그걸 손에 넣는 순간 나는 왕국의 수호룡을 시해했다는 혐의로 쫓기게 될 테니 그 때부터는 이미 돈이 문제가 아니게 된다.
"어디에 쓰시려고 하는 겁니까?"
"저의 기사에게 걸맞는 무구가 필요하니까요."
'난가?'
혹시나 싶어서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어보자 그녀는 맞다는 듯이 살포시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앞으로의 있을 당신의 길, 그 고난의 여정에는 특별한 무기가 필요한 법이지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약간의 감격과 함께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얼마나 좆같은 임무를 시키려고 이러지?'
사실 모든 조직은 가성비로 돌아가기 마련이었다.
어차피 후방에서 치안유지나 하는 경비병들에게 굳이 마나 세이버 같은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마나회로 단련법을 전수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과일 깎아먹는 과도까지 마나 세이버로 만들 필요가 없는 셈이고, 마도기사단에서도 훈련 도중에는 출력이 약한 저출력 마나 세이버를 사용하고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야 평균적인 마나 세이버를 받는다.
근위기사단 같은 경우는 신형 마나 세이버, 실체검에 날이 붙어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무장을 가지고 백장미 기사단 같은 국경을 지키는 기사단은 기마돌격 때 사용하는 노바 랜스를 주 무장으로 사용하고 마나 세이버는 개인의 선택으로 보조무장 채용하는 것처럼.
즉, 나에게 특별한... 드래곤 하트가 들어간 마나 세이버를 주려는 이유는 그만큼 어려운 일을 나에게 맡길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후."
하지만 어쩌겠는가.
왕국의 수호룡 세이라와 계약을 맺고 그녀의 기사가 되기로 맹세하기로 한 것은 나였고, 어차피 그런 임무가 주어졌을 때 내가 도망갈만한 놈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차라리 장비라도 좋은 것이 낫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제 가슴에 손을 넣으시고 잡히는 만큼 뽑으시면 돼요."
물컹.
그 말에 양쪽 가슴을 움켜쥐었는데 어떻게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이게 함몰이 아니라서... 이걸 밀어 넣어야 하나?'
꾹꾹.
볼록 솟아오른 유두를 만져서 안으로 넣으려고 하는데 손가락으로 밀어넣으려고 하니까 자꾸 자극을 받아서 그런가 단단해져서 오히려 밖으로 융기하느라 억지로 가슴 안으로 밀어넣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뭐... 하세요?"
"아니 넣으라고 하시니까... 근데 함몰이 아니라서 넣을만한 곳이 안 보이네요. 그래서 좀 밀어넣고 있었습니다."
"......"
정말로 경멸어린 표정이란 무엇인가, 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한심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세이라를 보면서 나는 부드러운 그녀의 가슴에서 손을 떼었다.
"아닙니까?"
"드래곤 하트를 그곳에서 뿜어내면 이미 드래곤이 아니라 젖소에 가깝지 않겠어요?"
가슴만 봐서는 약간 젖소 기질이 있는 것 같은데... 라고 하면 안 되겠지.
"실례라는 것을 안다면 생각도 하지 마요."
자신의 가슴을 드러낸 채로 나름대로 부끄러운 듯이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그 우아하고 고귀한 왕국의 수호령이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귀족가 아가씨가 귀엽게 토라진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장난은 여기까지 해야지'
나름대로 각오를 하고 자신의 몸을 맡긴 것인데 언제까지 장난만 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파지직.
아까까지 손에 남아있던 마나의 흔적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가슴 사이에서 빛나는 곳에 손을 대었다.
"마나를 둘러서 뚫어야 합니까?"
"지금은 제가 직접 열어두고 있으니까 그냥 넣으셔도 될 거에요."
빛나는 곳을 향해서 손을 뻗어보았다.
피부가 닿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내 손이 타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기는 했지만 의외로 간단하게 그녀의 가슴 속으로 내 커다란 손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닿는다'
안에는 갈비뼈나 근육, 피와 살은 없었고 오히려 따스한 햇살이 내 손을 감싸는 것만 느껴지고 있었다.
"손을 쥐어보세요."
그 말을 듣고 마치 햇빛을 손에 쥔다는 느낌으로 손가락을 오므리면서 손을 쥐자, 그 안에는 내 손톱만한 따스한 돌이 쥐어지는 것만 같았다.
"후우... 후우... 잠시만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세이라는 자신이 앉아있는 의자의 손잡이를 꽉 쥐고, 자신의 금색 눈동자를 크게 뜨면서 나에게 명했다.
"[빼세요!]"
그 말에 나는 주먹을 꽉 쥐고 그녀의 가슴에서 작은 조각을 뽑아내었다.
후와아악!!
마치 태양에서 홍염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그녀의 가슴에서는 금빛의 어마어마한 마나가 분출되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녀는 강제로 자신의 가슴을 꽉 붙잡고는 손으로 뭉쳐지게 만들어서 가슴에 생긴 구멍을 닫아버렸다.
"으흑...!"
자신의 신체 일부를 추출했기 때문인지 세이라는 가슴에서 조각을 뽑아내는 순간 크게 흔들리면서 비틀거렸기에 내가 그녀의 몸을 받쳐주는 것으로 의자에서 쓰러지지 않도록 잡아주었다.
"하아... 하아... 고마워요."
"별 말씀을."
가슴골 사이에서 빛나던 무언가는 이미 사라져 있었고 그녀의 가슴은 그냥 아름다운 귀족 아가씨가 맨가슴을 드러낸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가슴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어차피 드래곤은 난생이라 젖을 먹일 일이 없어서, 인간으로 의태하면서 만들어진 기관이니까요."
"예."
"......그러니까 계속 쳐다보지 않으셔도 된다는 이야기에요."
"예."
아니 근데 눈이 안 떨어지는 걸 어떻게 하는가.
남자를 앞에 두고 맨가슴을 내놓은 상태로 눈을 돌리라고 한다면 그게 순순히 돌아가는가?
아무리 상사의, 그리고 기사로써 모시는 레이디의 명령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기사들 사이에는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자신이 모시는 레이디를 보고 꼴리지 않으면 기사 자격이 없는 놈이지'
"그만 봐!!"
결국 세이라가 내 머리에 가벼운 마법을 날려서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드레스를 주섬주섬 다시 입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정말이지 인간들의 성욕이란... 심지어 저는 인간도 아니잖아요? 그냥 인간 여성의 모습으로 의태하고 있을 뿐인데 왜 그렇게 진지한 눈으로 보고 계신 건지 모르겠네요!"
그러면서도 약간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 있었는데, 정말 평범하게 가슴 보던 말던 신경을 안 쓴다면 모를까 이렇게 계속 의식하니까 자꾸 나도 가슴골에 시선이 가면서...
"손에 든 조각 확인시켜 주세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내 손바닥에 그녀의 가슴에서 추출한, 드래곤 하트의 조각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들고있는 줄도 몰랐네... 그냥... 따뜻한데?'
마치 숯처럼 손이 타들어가는 열기를 내뿜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내 손에 들려있는 토파츠... 아니 더 하얗게 빛나는 백색광의 보석은 아직 가공되지 않아 울퉁불퉁한 원석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은은하게 빛을 발산하는 그 모습은 마법등에 박혀있는 조명과도 같아 보였지만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순수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드래곤 하트를 손에 쥐신 기분이 어떠세요?"
"마치 태양을 손에 쥐고 있는 것 같군요."
"골드 드래곤의 하트를 쥐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적절한 비유로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세이라는 자신의 손을 공중으로 뻗었고, 공간이 일그러지며 작은 상자가 그녀의 손에 떨어져 내렸다.
달칵.
안에는 특별한 것은 없고 몇 개의 금속괴가 들어 있었는데, 이걸로 뭘 하겠다는 것인지 나로써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 당신이 사용할 검이에요."
그렇게 말한 세이라는 자신의 가슴 앞에 손을 모으면서 상자 내부에 들어있던 금속을 분해하며 무언가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자꾸 제 가슴을 적절하게 만져주신 덕분에 손 모양에 딱 맞춘 검을 만들 수 있겠네요."
왠지 말에 가시가 박힌 것 같은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