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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아니니까 괜찮아-412화 (412/594)

〈 412화 〉 작은 눈의 정령(01)

* * *

바스락.

눈도 종류가 있었다.

살짝 녹아들어서 금방 엉겨붙어 얼음조각으로 바뀌는 눈과, 뽀득뽀득 밟히는 기분이 좋은 입자가 큰 눈.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대로 뭉치지 않고 손에 잡아도 쉽게 녹지 않는, 모래처럼 바스라지는 눈송이가 말이다.

'잘 안 뭉치는데?'

처음에는 체온에 녹아내리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설산의 추위 덕분인지 아니면 내 피부가 차갑게 식어서 그런 것인지 손으로 만져도 녹지는 않았고 뽀득뽀득 소리를 내면서 억지로 뭉쳐놓아도, 밀가루에 물을 붓지 않고 억지로 뭉치게 만들려고 하거나 모래성을 물 없이 쌓는 것처럼 제대로 뭉쳐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물이라도... 사용해야 하나?'

하지만 이 눈은 뭔가 동굴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피하는 것처럼, 이 물줄기에 닿으면 순식간에 녹아내려서 사라져버렸고 내 피부에 달라붙은 상태로 있으면 가루가 유지되고 있었다.

"으음......"

지이이익­

일단은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피해서 눈송이를 옮겼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형태가 남아있는 것 같은데......'

하반신은 다 부서졌으면서 물줄기에 휩쓸리면서 녹아내렸고, 그나마 남아있는 곳은 사람으로 치자면 하복부 약간 위쪽과 가슴골, 그리고 쇄골과 목의 일부였다.

머리도 남아있기는 했지만 반으로 쩍 갈라져서 동그란 형태만 남아있을 뿐이었고...

'다른 수단으로 눈을 뭉쳐볼까?'

일단 수분이 필요했다.

물이 너무 없어서 손으로 열심히 눈을 뭉쳐도 자꾸 부서지는데, 지금도 부서지고 있는 가슴 형태를 다시 뭉쳐주려고 하지만 계속 흐트러지는 바람에 결국 왼족 가슴 하나는 완전히 형태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크흠......"

내 몸에서 나올만한 수분이라면 여러개가 있지만 일단은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나누었는데, 눈물을 흘리려고 해도 주변이 너무 건조해서 안구가 뻑뻑한 수준이라 물방울이 흘러나오기 힘들었으며 그나마 남은 것은 침이었다.

'입에다가 머금어서 뭉쳐볼까?'

양손에 가득히 눈가루를 손에 들고 조심스럽게 입에 넣어보았다.

원래 일반적인 눈송이라면 사람의 입 안으로 들어가면 금방 녹아내리며 일부분의 얼음덩어리를 남겨놓고 녹아내리기 마련이었는데 이 눈송이는 달랐다.

'녹질 않는데?'

아까 전에 마나회로를 사용한 상태에서 만지니까 녹아내렸는데 지금은 손이 차가운 것은 둘째치고 입 안에다가 넣었는데도 눈이 녹지 않고 오히려 내 입 안에서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혀에 마나회로를 살짝 두르니 차가운 냉기가 빠져나오는 것과 함께 혓바닥에 물기가 고이는데, 그것을 느끼고 빠르게 마나회로를 중단시키니 다시 얼어붙으면서 원래대로의 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눈은 아니야'

일단 혀 안에서 열심히 굴리면서 모양을 만들어 보았다.

아작.

손바닥에다가 눈을 가득 머금고서 다시 마나회로를 살짝 가동, 눈을 녹인 다음에 덩어리를 늘리고 다시 입에 눈을 집어넣고.

'혀가 얼얼하다......'

혓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냉기가 가득차 있었는데 마나회로를 가동해서 체온을 올렸다가는 이 눈덩이가 모두 녹아내릴 것이었으니 나는 그냥 차가운 감촉을 참으면서 입 안에서 커다란 덩어리가 되도록 눈송이를 뭉쳐두고 조심스럽게 손으로 꺼내들었다.

"부웩..."

너무 커다랗게 뭉쳐놨기 때문인지 이에 걸리지 않고 빼내는 일이 꽤나 힘들었지만, 그래도 인형 정도의 크기로 사람 머리 같은 모양은 만들 수가 있었다.

"어으으......"

혀가 얼얼하고 뺨 부분이 헐어서 너덜너덜한 것이 느껴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입 안에 동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그나마 입 안쪽은 금방 회복이 되는 곳이었고 마나회로를 발동시켜서 입 안의 냉기를 몰아내고 나니까 조금 살만해졌는데, 마치 훈련기사 1년차 겨울에 차갑게 얼어붙은 강철검에 혓바닥을 대는 내기를 했다가 달라붙어서 다급하게 뜨거운 물...을 사용해서 떼어낸 동기 녀석처럼 되는 줄 알았다.

"크흠......"

결국 내 몸 안에 넣고서 다시 만드는 것은 위험했고 그렇다면 내가 몸 밖으로 뿜어낼 수 있는 액체를 사용해서 뭉쳐줘야 하는데.

"......걸쭉해서 바로 얼어버리지 않고 끈적끈적한 접착제 역할을 해줄만한 물건이라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 밖에는 없었다.

마침 이 동굴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비린내에 이상하게 나를 발정시킨다.

그다지 기분 좋은 냄새는 아니었고 냉동되어 있던 고기가 해동되는 것과 비슷하면서 미세하게 비릿한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내새를 맡을 때마다 발정이라도 난 듯 자지가 발딱발딱 서있는 바람에 나는 주변을 한번 돌아보고는 아무도 지켜보는 이가 없다는 것을 떠올리며 아랫도리에 손을 올렸다.

'뜨겁다'

방금 전까지 눈을 만져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자지 자체가 미친 듯이 뜨거운 것인지.

아마 모락모락 김까지 나오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마나회로의 코어부분이 존재하는 하복부에 가장 가까운 곳이 자지인지라 이곳에 마나가 흘러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판단이 된다만.

"내가 온갖 자위에 통달했지만... 이건 처음인데."

바스라진 눈의 여인이 남긴 잔해를 만지면서 그 위에 자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이미 내가 잘못 조립해서 한족 가슴이 무너져 내렸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쇄골의 흔적과 목라인, 그리고 갈라진 머리 사이로 보이는 긴 속눈썹이 여러가지 상상력을 하게 만들어주면서 충분한 상상력 재료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극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하반신이 녹아내린 것이 아쉽지만...... 뭐 상반신만 있어도 쓸 수는 있잖아?'

진짜 여자의 몸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야하다.

당장 머리카락을 잡아서 자지를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쌀 수 있었고 발 끝으로 자지를 꾹꾹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살 수 있으며, 그 콧잔등에 귀두를 문질러 내 냄새를 묻히거나 아니면 입의 크기가 어떻거나 그 안에 자지를 물게 하면 미묘한 정복감과 상대가 언제라도 마음을 먹으면 물어버릴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같이 돌면서 흥분이 되게 된다.

목은 또 어떤가? 턱선에서 이어지는 여성의 굴곡과 슬렌더한 체형일 경우 목 뒤에서 볼록하게 도드라진 목 뼈가 남자의 자지를 발딱 세우며 살이 통통하게 올랐을 경우 목과 턱 사이의 부드러운 살결의 파도 안에다가 자지를 끼운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한 발 뽑을 수 있었다.

푸슛!

가슴은 말할 것도 없이 물고 빨고 만지고 비비고, 유두가 도드라져 있건 아니면 함몰되어서 숨어있는 물건이건 어느 쪽이건 더할 나위 없이 꼴릿한 부위였고 유두가 아니면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작은 가슴이나 아니면 손이 푹푹 파묻히거나, 작은 언덕 같이 생긴 혹등고래의 거대한 젖가슴은 보지가 아니라 함몰된 유두에도 박아주고 싶다는 인상을 주었다.

주르르륵...

게다가 배는 수인족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의 약점이었는데, 복근이 쫙쫙 갈라진... 아니 갈라져 있던 에린 같은 경우도 상대적으로 감도는 좋아서 손가락에 힘을 풀고 문질러주면 부끄러워 하기도 하고 그 배에 내 자지가 파고들어서 안을 헤집어 놓는다고 상상하면 어떻게 이 곳에 이만큼 커다란 물건이 들어갈까 신기하기도 했다.

아예 페어리홀처럼 박으면 다른 공간으로 연결되는 구멍도 있지만.

등라인은 엉덩이와 연결되는 부위였는데 역시나 슬렌더할 경우 척추뼈를 타고 흐르는 얇은 계곡이 손가락을 하나 밀어넣고 쭉 쓸어내리고 싶은 매끈한 느낌을 주고, 살집이 있을 경우 허리 부근에서 살짝 접히는 부위가 부드럽게 잡기 좋은 그립감을 줘서 뒷치기를 할 때면 꼭 잡아서 사용하게 된다.

"헉... 허억..."

이 모든 상상을 마치고 나니 내 아래에는 한 주먹 이상의 정액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며 마나를 가득 담은 정액으로 인해 눈가루는 반 이상 녹아내리고 있었다.

'윽... 이럴 때가 아니지'

너무 심취해서 딸을 쳤나 생각을 해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손을 살짝 얹어두기만 했을 뿐 제대로 문지르지도 않았는데 정액이 푸슛푸슛 나오면서 이렇게 다량의 정액을 쏟아냈던 것이다.

'이상하네... 이 동굴... 마치 사랑의 여신님이 가호를 내린 신전처럼 내부에 있는 대상을 발정시키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하지만 사랑의 여신님이 주는 가호가 사고방식의 이상한 부분을 건드려서 신체의 자제력을 줄어들게 만들고 성교와 다산에 대한 선호를 만드는 것에 비해서, 지금 느껴지는 이 비릿한 냄새는 당장 발정난 채로 배란하는 암컷의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참...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동굴에서 배란하는 냄새라니... 하. 나란 놈은 상상력도...'

지금 중요한 것은 이 눈의 여인을 살아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까 전에 입으로 고생해서 만들어낸 동그란 덩어리를 머리로 삼고 지금 내가 정액을 섞어서 밀가루를 반죽하듯이 눈가루를 섞어서 반죽하는 부분을 대강 몸으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페어리들을 데리고 옷을 사러 갔을 때 보았던... 그곳의 상인이... 이렇게 만들었던가?'

재료가 부족해서 다 뭉친 재료를 꺼내들어도 그리 크게 나오지 않았다.

일단 기본적으로 몸통을 만들었는데 아까 보았을 때 여성이었고 가슴이 풍만했으며, 하반신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소실된 눈가루의 양을 생각했을 때 꽤나... 순산형의 펑퍼짐한 힙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힙라인에 걸맞도록 허벅지를 두툼하게 달고 그에 맞춰서 나머지 다리를 달아주며, 팔은 재료가 부족해서 상대적으로 작게 달아줄 수 밖에는 없었다.

'음... 엉덩이나 가슴의 크기를 조금 빼는 것으로 팔과 다리를 늘려서 키를 키워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타협이란 없었다. 가슴과 엉덩이는 중요한 것이다.

"좋아, 완성. 내가 손재주가 없기는 하지만...... 쓰읍..."

뭔가 그런게 나왔다.

옛날 인간이 문명을 제대로 만들기 전, 부족사회 시절에 믿었다는 원시적인 신앙의 여신... 풍요와 다산의 여신을 상징하는 그런 조각상 말이다.

수상할 정도로 비율이 가슴과 엉덩이에 들어가 있는 그런 눈 조각상이 만들어진 모습을 보면서 나는 예전에 유물학을 배울 때 '누가 이런거 보고 꼴리겠냐'라고 고대인들을 욕했던 것을 반성하였다.

'아아... 당신들이 진정한 꼴림을 알았던 것인데...'

한정된 재료로 섹스어필을 하려고 만드니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눈이나 머리카락, 다른 부분도 만들어주고 싶은데... 내가 손재주가 없으니."

손톱으로 만졌다가는 뭉개질 수도 있으니 뼈 단검을 사용해서 눈구멍이라도 간단하게 그려주었다.

"좋아. 완성......"

만약 내가 이곳에서 소식이 끊기고 수천년 뒤의 구조대가 도착해서 이것을 본다면, 고대인들은 몸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비대한 가슴과 골반을 가진 암컷을 선호했다고 판단할 것이다.

"물론 그런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내 복잡한 취향이 한 가지로 오해받는 것은 아까운데..."

파직.

"응?"

분명히 아까는 내 손재주 덕분에 삐뚤빼뚤하고 어린아이가 대충 만들다 던져버린 흙인형처럼 뭉개져 있던 형태가 지금은 울퉁불퉁한 표면이 정리되고 있었다.

뭉특하게 팔을 형상하고 있던 막대의 끝이 갈라지면서 가느다란 손가락을 만들고, 내가 그려주었던 금을 따라서 속눈썹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던 머리가 정리되면서 주변의 수분을 모아 하얀 머리카락이 쑥쑥 자라나기 시작하고, 삐뚤어진 콧대가 똑바로 자라나면서 내 이빨자국으로 만들어진 흠이 입술처럼 변하면서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붙여둔 가슴과 골반이 점점 사람의 그것처럼 세밀하게 변하면서 유두와 가슴골을 형성하기 시작하였고 하반신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덩어리를 붙여둔 형태에서 점점 배꼽이 생겨나고 음부가 패이면서 보지와 허벅지로 이루어진 생명의 삼각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숨을 몇 번 들이쉬는 시간 동안에, 내 손에 들려있던 눈뭉치는 어느새 눈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정령이 되어서 내 손에 들려 있었다.

꼴깍.

가슴과 엉덩이가 언밸런스할 정도로 큰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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