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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아니니까 괜찮아-486화 (486/594)

〈 486화 〉 얼떨결에 가시 촉수(01)

* * *

변태적인 취향이 아니라 고양이 수인에게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원래 동족 수컷의 자지에 뾰족뾰족한 돌기가 달려있어서 자궁을 자극받아야 배란하는 고양이 수인에게 있어서는 정상성욕이라고 할까.

"나름대로 잘 받는 편입니다."

변이적성이 높은 편이지만 굳이 그것까지 자랑할 필요는 없어서 그렇게 말하니, 그녀는 푸른 눈이 어울리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곤란... 한데...'

예전이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그녀에게 내 자지를 박아주겠지만 요즘은 자제하기로 해서 말이다.

마온처럼 돈이라도 받고 데이트한다면 모를까 지금은 슈르를 에스코트하러 온 셈인데 예전처럼 할 수는......

"그럼... 아차, 이미 파트너가 계셨네?"

"예? 저는 그런게 아니라 그냥 안내하러 온 것이기는 한데..."

"그럼 저는 이쪽도 괜찮아요."

'오호, 그런 취향?'

참 변태적이구만.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여러가지로 곤란한 상황인데, 나오미가 그녀에게 끌려가고 있으니 일단은 어쩔 수 없이 나도 그녀를 따라서 이동해야 했다.

'슈르는 안전... 하다 못해 엄청나게 즐기고 있으니'

왠지 나오미가 혼자 두기에는 더 불안하거든.

* * *

중앙 홀을 나오니 그야말로 여기가 섹스마을인가 싶었다.

진짜 길바닥에서 온갖 수인들이 섹스를 벌이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귀의 털색이나 머리색이 비슷한 것으로 보아서 비슷한 순혈들끼리 교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원래 귀족의 무도회도 이런 꼬라지이기는 한데... 거긴 최소한 입이라도 막고 하지 여기는 아주 대놓고 짐승소리가 가득 나는구만'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나오미를 지켜주기 위해 따라가고 있는 중인데 괜히 하반신에 자극이 오고 있었다.

"순혈 수인 클럽의 유래를 아시나요?"

"예?"

그 질문에 나는 나오미를 돌아보았고 나오미도 모른다는 것처럼 고개를 저었다.

"순혈 수인 클럽은 사실 수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곳이 아니에요. 원래는... 그래, 수인들을 길들이기 위한 인간들의 실험에 의해서 만들어진 곳이지요."

"품종개량... 같은 겁니까?"

요즘처럼 하프 오크, 하프 오우거, 하프 드워프 등 온갖 혼혈들이 문제없이 돌아다니는 시절과는 다르게 50년 전만 하더라도 핏줄이나 순혈에 대한 집착이 다들 강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이종족과의 혼혈은 인간과 우호적인 관계였던 엘프간의 혼혈인 하프 엘프조차 선입견과 눈칫밥을 먹으면서 살아왔다고 판델 선생이 얘기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예. 하지만 50년 전의 그 사건 이후... 우리의 주인님들은 더 이상 우리들을 관리해주지 못하게 되셨지요."

50년 전이라면 이종족 차별 금지법이 제정되면서 더 이상 아인종이나 이종족들을 대할 때 인간과 똑같이 대해줘야 한다는 법안이었다.

"원래는 귀족분들의 반려동물로써 만들어지기 위해 아름다운 털색, 필요에 의한 크기, 그리고 아름다움까지 전부 관리되던 우리가 갑자기 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슬펐지만 다행히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순혈 수인들은 주인님들의 의지를 이어나가기 위해 힘을 모으고 친목회를 만들었지요."

"음... 예?"

뭔가 말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그냥 예전에 순혈 수인 클럽에서 만들어진 품종 수인들이 모여서 자기들끼리 친목회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왜 자꾸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일까?

"그래요. 이곳의 목적은 품종 수인들의 혈통을 보존하는 것. 그렇기에 각자 같은 품종을 가진 파트너끼리 짝을 지어주는 곳이지요."

"그게 가능합니까?"

"없으면... 만들어줘야 되겠지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는 자신의 코트를 벗었다.

아니, 그녀의 길다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다.

"와......"

새하얀 머리털이 하늘로 흩날리고 그 아래에 숨어있던 풍만한 몸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인님께서 붙여주신 제 품종명은 페르시안."

말도 안 되게 긴 머리카락이었다.

슈르의 머리카락도 거의 엉치까지 내려오는 편이고 나오미는 일부러 머리카락을 활동하기 편하게 어깨 위에서 잘라서 그렇지 원래 길이는 슈르랑 비슷한 편인데, 그녀들도 고양이 수인 중에서는 단묘종에 속했다.

하지만 아무리 장묘종이라 할지라도 무릎 정도까지 내려오거나 정말 길어봐야 발목까지 온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눈 앞에 있는 그녀... 페르시안이라는 품종은 아예 카펫처럼 머리카락을 질질 끌고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서 코트처럼 만든 줄 알았지, 정말로 이게 다 붙어있는 머리카락일 줄은 몰랐는데......'

이게 마법이나 연금술적인 도움도 받지 않고 고작해야 고양이 수인들을 교배시키면서 만들어졌단 말인가?

"사실 이곳에 그대들을 초대한 것은 의도된 일이었지요. 반 님."

습관적으로 나를 아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소드 마스터이자 요즘 수도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변태였기에 소식을 아는 것도 이상할 일은 없었다.

"연금술사 길드에 문의한 결과 당신의 변이적성은 최고 등급이군요. 변이물약의 효과가 유전적 다양성을 활성화시켜 변이할 수 있는 능력을 일시적으로 부여한다는 구조이기에, 당신은 잡종 중의 잡종이라는 거네요."

"순혈 인간입니다만?"

"하지만 그 피는 이곳저곳, 모르는 인간의 피가 섞였겠지요?"

아니 그래도 이종족의 피가 안 섞였으니까 순혈 인간 아닌가?

'이 페르시안 고양이가 생각하는 순혈이란 대체 어느 정도지? 이 정도면 거의 귀족이 아니라 고대왕국의 막장 왕족수준 아닌가?'

왕족의 피를 밖으로 유출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자식들을 결혼시켰다는 막장 왕국 말이다.

"실제로 품종을 유지하기 위해 순혈을 유지할수록 변이물약의 효과가 적지요. 기껏해봐야 자신의 몸과 피를 유지한 채로 몸을 키우거나 줄이는 정도?"

아, 나는 슈르가 자기 모습을 유지하고 몸을 늘리길래 재능이 있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재능이 없고 유전자가 고정되어 있어서 자기 모습에서 몸만 커지게 된 건가?

즉 나는 너무 다양성이 많아서 자지를 촉수로 변신시킬 수 있는 수준이고 슈르는 유전적 다양성이 없어서 그냥 몸만 커지는게 고작이라는 거지?

'이렇게 보면 혼혈이 더 좋은 것 아닌가?'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인간 혼혈 중의 혼혈인 나한테 순혈인 슈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인간에게 순종하도록 만들어진 우리가 어찌 인간분의 말씀을 거역하겠어요? 단지..."

"단지?"

"좋은 물건을 소개해드리고 싶은 것뿐."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밖에서 대기중인 고양이 수인 수컷이 들어와 프레데리카 연금술 공방(호문클로스 공방과는 별개, 델핀이 수석 연구원으로 있는 곳)에서 만들어진 변이물약과 바늘, 그리고 정체불명의 액체를 가져왔다.

"우리는 생각했지요. 순혈 품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숫자가 적어지도록, 피가 진해지도록 만들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멸망할 수 밖에 없다고."

실제로 슈르의 일족, 먼치킨 고양이 일족은 지금 슈르를 제외하면 멸족되었다.

몸집이 작아서 생존에 불리한 종족이기도 했고 숫자도 적었으니까.

그나마 슈르는 나오미나 이전의 족장님이 거두어서 같이 성장했기 때문에 보호를 받을 수 있어서 건강하게 자란 것이지.

'게다가 슈르가 남아있다고 해도 어차피 슈르 자식들은 인간과 먼치킨 고양이 수인 혼혈이 될 텐데 말이야......'

그렇기에 결국 순혈은 혼혈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슈르에게 숨겨진 형제나 아버지가 살아돌아오는 막장치정극이 벌어진다면 모를까.

찰칵.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페르시안... 그러니까...

"성함이?"

"제 품종은 이제 저 하나만이 남아있으니, 그것이 제 이름이지요."

페르시안이 이름이야? 귀찮으니까 대충 페르라고 부르자.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서 피를 한 방울 떨어뜨리더니, 그것을 걸쭉한 액체에 떨어뜨렸다.

부그르르륵...

그러자 페르의 피를 머금은 걸쭉한 액체가 갑자기 끓어오르기 시작하는데 그 위에다가 변이물약을 들이붓고는 섞어버렸다.

"엘릭서. 재현품이기는 하지만 용도가 다양하지요."

냄새로 보아 프레데리카가 만들어낸 물건은 아니었다. 프레데리카가 만드는 건 조금 지린내가 나거든.

물론 그 이유야... 당연히 1호의 몸 속에서 배양하니까 체취가 묻어서 그럴 수 밖에는 없다. 상품화를 하면 냄새를 제거한다고 하는데 그래도 미약하게 남아있기는 하니까.

"제 피를 엘릭서에 집어넣어서 엘릭서 전체를 피와 같은 속성으로 변하게 만들고, 그리고 변이물약과 섞어주게 된다면... 그래서 변이물약의 효능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대상으로 변할 수 있게 해준다면?"

"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

페르가 웃으면서 나머지 절반에도 엘릭서와 자신의 피를 섞으며 나와 나오미에게 한 잔씩 건네주었다.

'이걸 마시라고?'

"한 잔씩 해보세요. 위험하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둘 다 내가 아는 내용물이라 위험하지는 않은데......'

내가 이걸 먹으면 여자로 변하는 건가... 싶기도 한데.

'성전환은 생각외로 어렵다고 하던가...? 특히 나처럼 남성호르몬이 강한 몸이라면 호르몬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기 어려워서 꽤나 오랜시간 동안 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면 성전환이 일어나지 못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안심이 되기는 했는데 이 액체를 마실 이유는 되지 못했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동안 나오미도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어쩔까......'

이런 곳까지 따로 초대해서 음료를 건네주는데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특히 옛날 귀족의 생활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순혈 수인 클럽에서는 이 음료를 거절했다가는 엄청난 모욕의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뭐... 변이 물약 한 두번 먹어본 것도 아니고, 엘릭서도 꽤 먹어봤고. 문제는 없겠지'

나오미는 일단 내 다음에 마시라는 의미로 눈빛을 보내고는 내가 먼저 음료를 들이켰다.

벌컥.

대충 맥주에다가 와인 섞어서 먹었다가 토한 적이 있어서 걱정되기는 했는데 설마 죽기야 하겠나. 하는 마음으로 피와 엘릭서, 변이물약을 섞은 포션을 들이켰는데...

'비려!'

다른 것보다 마시는 순간 그냥 생피를 꿀꺽 삼킨 것처럼 비린맛이 입 안을 가득채운다.

구역질이 나서 입에 든 액체를 토해내려고 했지만 마시는 순간 순식간에 입천장과 혓바닥에 달라붙어서 일체화되는 바람에 뱉어낼 수가 없었다.

"으으... 텁텁해...!"

혓바늘이 서는 것처럼 텁텁하고 따가워지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자지가 따끔따끔해서, 무슨 성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뜨겁고 아파지기 시작했다.

'제길! 역시 자지에 문제가 생기는......'

엉덩이도 간질간질한 털이 닿는 느낌에 불쾌감을 느끼면서 나는 본능적으로 벨트를 풀었다.

"어......?"

지금 내가 보는 앞에서 자지가 실시간으로 변형되고 있었다.

굵고 길다란 자지의 모습이 점점 얇은 삼각형의 뾰족한 모양으로 변하고 있었고 그 끝부분에는 뾰족뾰족한 살의 돌기가 돋아나는 것이, 내가 손을 대자 자지에 바늘이 선 것처럼 따끔따끔한 감촉이 전해져왔다.

"고양이... 자지...?"

이상하지는 않았다. 예전에 슈르와 서로 변이물약을 먹고 관계를 가질 때에도 한번 해봤던 자지이니까.

물론 그 당시에는 내가 책에서 본 모양을 머리로만 따라해서 지금 변이하는 것보다 조금 대충 생긴 물건이었고 지금은 조금 더 리얼한 수인의 자지모양이 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머리가 왠지 무겁기도 하고 어깨도 간질간질한데......'

벅벅벅.

나도 모르게 머리를 벅벅 긁으니 활동하기 편하게 짧게 잘라놓은 머리카락에 지금은 수북한 털뭉치가 매달려 있었다.

여기까지 오니 나는 내 몸이 이상하게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원래 변이물약을 먹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변해야 하거늘, 지금 내 몸은 내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수컷 고양이 수인족이 되어있던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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