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아지트에서 농락당하는 미녀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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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신가요?
고심 끝에 내가 전송한 문장은 마치 오늘 점심 메뉴라도 묻는 듯한 그런 단조롭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냐, 아무리 그래도 너무 선을 넘는 행동이었다 이런 당연히 따져 물을만한 말들은 끝내 적어 보내지 못했다. 곤경에 빠진 천화를 보며 자지를 세웠던 나에게 재성 씨를 책망할 자격은 없었다.
지금은 이제 책상에서 나왔습니다. 보스가 적당히 핑계를 대서 유영 씨를 내보내줘서 안 들키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다 선우 씨의 기지 덕분입니다.
재성 씨는 아지트에서 내가 벌였던 촌극을 기지란 말로 포장해줬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 건지, 아니면 단순히 비꼬는 건지 헷갈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재성 씨는 천화를 아직 보스라 부르고 있었다. 간부들이 다 있는 아지트에서 보스의 음부를 핥는 신입이 쓰니 조롱기밖에 느껴지지 않는 존칭이 돼버렸다.
그 후론 어떻게 됐나요? 유영 씨나 다른 사람이 천화가 보였던 반응을 이상하게 여기진 않던가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스가 의자 위에서 보인 묘한 증상은 단순한 복통 증세로 마무리됐거든요. 선우 씨가 마침 배를 앓는 연기해준 덕에 얼추 이야기의 앞뒤가 들어맞았습니다. 누구한테나 가끔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다 보니 크게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재성 씨는 아침에 우리 부부가 뭘 잘못 먹은 걸로 그럴 듯하게 말을 맞춰놨다고 했다. 나중에 혹시나 조직원들이 물어보거든 어제 먹다 남긴 반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대충 둘러대라 당부했다.
그리고 사전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런 플레이를 해서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자극이 반감되실 것 같아서 일부러 그랬던 건데 이제 생각해보니 무례했던 것 같네요.
아지트 쪽 상황 설명을 끝낸 재성 씨가 문자를 통해 뒤늦은 사과의 말을 전했다.
역시 그건 재성 씨의 아이디어였나요……?
맞습니다. 보스가 그런 짓을 자발적으로 할 리는 없죠. 처음엔 당연히 완강히 거부했지만 열심히 꼬드기고 꼬드긴 끝에 간신히 오케이 사인을 받았답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어요.
그치만 꼴리셨잖아요.
용기를 내 재성 씨를 조금 힐책했더니 바로 카운터가 들어왔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말대로였으니까. 모두에게 박수갈채를 받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보스가 자기 아지트에서 하의 탈의를 한 채 자기 부하에게 몰래 보빨을 당하고 있었다. 바로 코앞에 자신을 믿고 따르는 간부들이 버젓이 서있었는데도 보지의 자극을 참지 못해 옅은 신음을 흘렸었다. 야동에서도 보기 힘든 그런 시추에이션을 보고 꼴리지 않을 자신이 내게 있을 리 없었다.
사실 이번 플레이에서 보스랑 가벼운 내기를 했었어요. 어떤 내용이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내기라는 불길한 키워드를 꺼내든 재성 씨가 미묘한 이모티콘까지 넣어가며 은근히 날 애태웠다. 하지만 난 내기 내용보다는 천화가 왜 또 재성 씨와 내기를 나눴는지 오히려 그쪽이 더 신경 쓰였다. 본인 앞에선 절대 말 못하지만 재성 씨와의 내기시합에서 천화가 이긴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미룡 백천화라는 드높은 통칭과는 어울리지 않는 전적이었다. 아무리 천화가 승부욕이 강하다곤 해도 승률이 희박한 대결에 몇 번이고 자기 명운을 걸 만큼 무데뽀인 성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또 승부를 받아들였다는 건 혹시 이번엔 뭔가 확실한 승산이 보였던 것일까?
내기의 내용은 만약 제가 책상 밑에서 보스의 보지를 괴롭히면 과연 선우 씨가 그만두라고 메시지를 보낼까 였어요. 전 보내지 않는다에 걸었고, 보스는 보낸다에 걸었죠. 그리고 결과는 아시다시피 제 승리였죠.
가슴 한 구석이 저절로 아려지는 결과였다. 과분할 정도로 부드러운 침대 위에 있는 난 핸드폰 화면에 띄워진 문자 내용을 곱씹으며 착잡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때 재성 씨한테 충분히 멈추라고 문자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난 문자를 보내도 재성 씨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 멋대로 단정 짓고 방관을 했다. 언제나처럼 남편 실격인 선택을 했다…….
이번 내기에도 무슨 벌칙이 있었나요……?
반성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난 문득 떠오른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새 문자로 그런 거나 물어보고 있었다. 재성 씨는 어째서인지 이번엔 바로 답장을 해주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한창 어이없어 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꾀병으로 병원신세를 지는 형국에 이르러서도 아내가 감수해야할 패널티를 물어보는 한심한 남편을 비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
위잉~!
계속 이어지는 묵묵부답에 내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그때 핸드폰에서 짧은 진동음과 함께 드디어 기다리던 문자가 도착했다. 그런데 이번에 온 문자는 텍스트 말고 다른 걸로 구성돼있었다. 바로 사진이었다. 재성 씨가 보내준 액정 너머의 굉장한 사진이 내 눈을 저절로 큼지막하게 만들었다.
사진에 찍혀있는 건 천화의 모습이었다. 아까랑은 다르게 옷을 제대로 다 갖춰 입은 천화는 아지트 바닥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은 채 무언가를 혀로 핥고 있었다. 천화가 달뜬 눈으로 맛보고 있는 건 누군가의 남성기였다. 상대남의 얼굴은 사진에 찍혀있지 않았지만 특유의 굵기와 길이로 미뤄보건대 자지의 주인은 틀림없이 재성 씨였다. 천화는 내 좆엔 한 번도 해준 적 없는 야한 혀 놀림을 외간남자이자 자신의 부하인 재성 씨에게 선사해주고 있었다. 재성 씨의 우람한 기둥을 혓바닥으로 쓸어내리고 있는 내 아내는 뒷세계의 여건달이 아닌 관능의 여신 같이 보였다.
재성 씨가 보내온 사진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천화가 귀두를 붙잡고 더러운 오줌구멍을 상스럽게 핥는 사진, 몽둥이 같이 커다란 거근을 입안에 힘겹게 머금는 사진, 침을 번들번들해진 좆을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대고 쿡쿡 찌르게 하는 사진까지. 어느 것도 그냥 버릴 게 없는 스마트폰 속의 작은 포르노였다. 재성 씨의 남자다운 물건을 성심성의껏 기분 좋게 하고 있는 천화는 마치 지아비에게 봉사를 하는 열성적인 조강지처 같았다. 아까 책상 아래에서 해준 커닐링구스에 보답을 해주듯 사진 속 천화는 능수능란한 펠라치오를 선보이고 있었다.
문자의 마지막은 여러 사진들 중에서 가장 자극적인 것으로 장식됐다. 천화가 해주는 펠라의 자극을 견디지 못한 것 같은 재성 씨가 천화의 얼굴에다 그대로 붓카케를 했다. 빼어난 미모가 돋보이는 여보스의 아름다운 얼굴이 끈적하고 냄새나는 정액으로 잔뜩 더러워져있었다. 재성 씨의 걸쭉한 정액을 뒤집어쓴 천화는 사창가의 매춘부나 할 법한 음란한 표정을 지은 채 사정의 감사를 전하듯 눈앞의 자지에 진한 키스를 했다.
위잉~!
스크롤바를 끝까지 내린 내가 호흡을 애써 조절하며 흥분한 사타구니로 손을 뻗칠 무렵 핸드폰에서 기대도 안 한 또 다른 문자가 왔다. 보낸 이는 이번에도 재성 씨였고, 문자는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사진으로만 구성돼있었다. 이번에 전송된 사진들은 이전처럼 대놓고 19금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말이다.
새로 온 사진 속 천화는 마치 모델처럼 아지트를 배경으로 특정한 자세들을 취하고 있었다. 옷을 모두 제대로 착의한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내 자지는 뜨거움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천화가 취하고 있는 포즈가 전부 애로틱했기 때문이다. 우선 첫 번째 사진에선 천화가 양손을 머리 뒤로 모은 채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안 그래도 풍만한 가죽 재킷 너머의 거유가 한껏 강조되는 자세였다.
두 번째 사진은 천화가 자신의 한쪽 다리를 번쩍 들고 있는 포즈였다. 짧은 핫팬츠로 섹시한 허벅지와 가랑이가 훤히 드러난 천화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농후한 각선미를 내뿜고 있었다. 늘씬한 다리를 거의 직각으로 만들고 있어서 가랑이 사이의 퇴폐적인 보지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마치 대놓고 남자를 유혹하는 듯한 그런 음란한 자태였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사진에선 허리를 깊게 숙인 천화가 아지트 책상을 붙잡은 채 엉덩이를 뒤로 쭉 내밀고 있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블랙 핫팬츠로 감싸여진 천화의 커다란 엉덩이가 마치 후배위를 바라는 탕녀처럼 천장을 향해 드높게 뻗쳐있었다. 천화의 한쪽 볼기짝엔 재성 씨에 두툼한 손이 얹어져 있었는데, 천화가 색기 어린 얼굴로 입을 반쯤 벌리고 있는 걸로 미뤄볼 때 아무래도 스패킹을 당하면서 찍은 사진 같았다.
“저기요.”
재성 씨가 손수 찍어 보내준 천화의 치태에서 내가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그때, 바로 옆에서 들려온 서늘한 목소리가 날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예상치 못한 부름에 몸을 들썩인 난 다급히 고개를 돌려 옆쪽을 쳐다봤다. 아까 날 진찰해줬던 간호사가 어째서인지 잔뜩 굳어진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환자분들도 있으니 보기 흉한 짓은 좀 자제해주시겠어요?”
“네……?”
간호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난 두 눈을 끔뻑이며 아둔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눈살을 찌푸린 간호사가 턱짓으로 내 하반신 쪽을 가리켰다. 고개를 갸웃거린 난 시선을 돌려 간호사가 가리킨 부위를 반사적으로 확인했다.
“아…….”
난 순간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흥분을 식히기 위해 잠깐 사타구니에 가져다댈 생각이었던 손이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 볼록해진 자지를 움켜쥐고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짓을 이제야 자각한 난 허겁지겁 사타구니에서 손을 뗐다.
“이번엔 그냥 경고로 넘어가지만 다음에 또 그러시면 바로 경찰 부를 겁니다.”
“죄, 죄송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난 파리 날개짓 같은 목소리로 눈앞의 간호사에게 사죄를 했다. 좀처럼 냉대를 풀지 않고 있는 간호사의 뒤쪽에는 날 벌레 보듯 경멸 어린 눈빛으로 힐끔 쳐다보고 있는 다른 간호사들이 모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