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118화 (118/358)

〈 118화 〉 115. 사람 살려! 곰이야!

* * *

“오빠, 진짜 간 거예요...?”

샤를은 아침에 강민이 사라진 걸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영선을 만나러 갔다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강민이 그저께 샤를과 모텔에서 뒹구느라 운동 약속을 한번 취소했으니까, 오늘은 꼭 나가야 했겠지.

그러니 샤를에게도 조금은 책임이 있는 셈. 샤를은 어제의 일로 화제를 돌렸다.

“언니. 어제 첫 경험은... 어땠어요?”

그러자 유다는 제대로 샤를을 쳐다보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기분 좋았긴 한데... 어제, 대체 거긴 왜 핥은 거야...?”

유다에게 리밍은 비도덕적이고, 절대 하면 안 될 행위였다. 떠올리는 것만으로 머릿속이 헝크러질 것 같았다.

어젠 취해서, 그리고 분해서 샤를에게 갚아주긴 했지만 맨 정신으로 생각해보니 입에 담기도 부끄러웠다.

하지만 샤를은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강민 오빠가 똥까시 진짜 좋아하거든요. 언니도 받았을 때 기분 좋았잖아요?”

“뭐, 뭐?”

똥까시란 단어를 들은 유다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듣도보도 못한 천박한 단어. 피어싱이 잔뜩 박힌 귀까지 새빨개진다. 다시는 그런 부끄러운 애무를 당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번엔 절대 하지마! 손도 못 대게 할거야!”

“흐응­ 강민 오빠랑 사귀려면 익숙해 져야 할 텐데­.”

샤를은 사악하게 웃으며 유다를 바라보았다. 유다는 아무 말도 못하고 쩔쩔맸다. 이 애무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엉덩이를 핥는­ 이런 변태적인 애무에?

‘유다 언니, 귀엽네. 익숙해지려고 렌탈한 커플이 이렇게 야할 줄은 몰랐겠지?’

샤를은 짖궃게 웃으며 언니를 껴안았다.

“뭐, 언니 좋을 대로 하세요­.”

뭐, 곧 애무를 받아들이겠지만 말야. 똥까시는 일종의 충격 요법이다. 강렬한 성적 접촉을 통해 성행위에 대한 거부감을 확 낮춰 주려는 것이다.

샤를의 생각대로라면, 유다 언니의 상처는 육개월 내로 치유될 것 같았다. 첫날밤도 별 무리 없이 치뤘고.

‘근데 어제... 나도 엄청 흥분했네.’

3P 섹스가 즐거웠다. 특히 강민에게 박히면서, 유다가 림잡을 해주는 건 서큐버스인 샤를에게도 쾌락적인 섹스였다.

‘그리고 마력도 많이 나왔고.’

지금 마력량은 700에테 가까이. 이대로라면 곧 형상변환도 가능한 수치였다.

유다 언니가 첫날밤을 치르는 동안 생각보다 많은 마력이 나왔다. 폰허브로 모이는 마력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다익선. 샤를은 행복하게 웃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유다 언니!”

샤를이 유다를 껴안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유다 언니가 나이는 더 많았지만, 어째 여동생이 생긴 기분.

“빨리­ 강민 오빠 왔으면 좋겠네요!”

“그러게.”

둘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셋이서 같이 데이트하자는 이야기, 오늘 점심은 뭐가 좋을까, 등등.

강민이 저녁에 돌아올 때까지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고 나서도, 두 번째 3P와 느긋한 섹스­. 완벽한 주말이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영선 누나가 부탁한 아르바이트 날까지 기다리며 반복적인 일상을 보냈다.

아침엔 영선 누나와 운동. 저녁엔 유다 누나의 오피스텔에서 샤를과 같이 놀기.

유다 누나는 섹스에 별 관심 없다고 하면서도, 매일 저녁 우리를 오피스텔로 불렀다.

술만 먹고 가라고 해놓고서는 셋 다 적당히 취하면 옷을 다 벗어던지고 끈적끈적한 민달팽이 섹스를 했다.

펠라치오라던가 림잡같은 본격적인 섹스는 하지 않았지만, 유다 누나의 타이트한 아랫도리에 콘돔 20개들이를 다 비웠다. 유다 누나에게 싸고난 다음엔 샤를의 질내에 사정.

게다가 영선 누나와의 운동이 효과가 좋았다. 유다 누나의 신음소리, 콘돔 사용량은 날이 갈수록 늘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주변에서 불평이 들어왔다.

옆집 와이파이 이름이 1304호 섹스좀 조용히 해주세요 로 바뀌고 나서야 우린 좀 자제하는 법을 배웠다. 오늘은 그냥 적당히 술 마시며, 토요일 일정을 이야기했다.

“누나. 저희 주말에 정선으로 알바하러 가는데. 저녁에 같이 놀래요?”

“정선? 무슨 일로?”

“무슨 체스복싱인가 뭔가. 그거 진행 알바하러 가는데. 영선 누나 얼굴도 볼 겸 갈래요?”

“그럴까? 어차피 이번 여름 휴가도 못 갔는데. 호캉스나 해­?”

“지금 방 잡아요!”

샤를과 나의 부추김에 유다 누나는 정선 호텔을 예약했다. 좋아!

호캉스라는 게 듣기로는 도심 호텔에서 쉬는 거지, 정선까지 가는 건 호캉스라고 볼 수 없지 않나­ 란 생각이 들었지만 뭐 어때. 저녁에 같이 놀면 되지!

“정선 가면 소리 들릴 걱정도 없이 마음껏 놀 수 있겠다.”

내 말에 유다 누나의 얼굴이 빨개졌다.

“내, 내 목소리 그렇게 안 컸거든?”

“옆집 공유기 이름이나 봐요.”

와이파이를 켜서 보여준다. ‘1304호 제발 열두시 전에 끝내주세요', ‘1304호 여자 두명이?' 이딴 내용. 우리 셋은 모두 깔깔 웃었다. 그러면서도 유다 누나는 분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들도 여자 데려와서 맨날 잠 설치게 하더니...”

“주 4일 내내 그런건 좀 심하지 않았을까요?”

“그, 그런가아...”

유다누나가 중얼거리며 블랑 한 캔을 비웠다. 그러다 문득 이야기한다.

“근데 정선이면, 거기 아니야? 카지노 있는 곳?”

“그러네요???”

나와 유다 누나는 아리송해했다. 여기서 체스복싱을 하는 이유가 뭐야??

우린 술을 마시며 이유를 추론해봤지만 별다를 이유는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그 다음날 영선 누나와 같이 버스를 타고, 정선으로 향하면서야 알 수 있었다.

“아, 정선 하이원 이쪽 이미지가 워낙 안 좋잖아? 카지노로 돈 뽑아먹는다고. 그래서 이미지 쇄신 겸 여러 이벤트를 해. 저번에 이세돌도 와서 애들 바둑대회도 하고.”

“그렇네요, 누나. 근데 저희 꼭 이렇게 앉았어야 할까요?”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눈길이 너무 따갑다. 체스복싱이란 땀내 물씬 나는 스포츠에 여성부 경기는 열리지 않았고, 그 덕에 이 관광버스의 남자 비율은 95%가 넘었다.

그리고 버스 맨 뒷자리에 여성 셋이 모여있다. 영선 누나, 나, 샤를, 유다 누나. 이렇게 넷이 줄줄이 앉아 있으니 버스에 앉은 놈들은 안 보는척, 목 스트레칭을 하며 뒤쪽을 쳐다본다.

샤를의 청초한 흰색 원피스, 영선 누나의 탱크탑, 유다 누나의 가디건 위로도 보이는 가슴... 일단 셋 중 가장 가슴이 작은 영선 누나도 C컵이 넘는다.

샤를의 H컵 가슴이야 원피스 아래로도 가슴골이 훤히 보이고, 유다 누나의 가디건을 뚫고 나오는 묵직한 미드.

‘자라나는 고딩들한테 좋은 영향은 못 끼칠 것 같은데.’

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유다 누나다. 남성이 있으면 두근거리거나 과호흡 증상을 보일 텐데.

“누나. 좀 괜찮아요?”

유다 누나한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도 샤를의 손을 꼭 움켜쥔다.

“남자가 이렇게나 많이 타고 있을줄은 몰랐네.”

“미안해요.”

“아냐, 괜찮아.”

그래도 며칠 간 나랑 붙어있었다고, 과호흡 증상이 오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유다 누나는 증상이 호전되서 기쁜지, 살짝 웃고 있었다. 다행이긴 하네. 하지만 걱정되는 게 하나 더 있다.

‘영선 누나 아버님이 왜 저러실까?’

아침에 샤를의 손을 잡고 인사하자 나를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나를 보고, 샤를을 본 뒤­ 딸을 쳐다본다.

그 뒤로는 조용히 팔짱을 끼고 앞좌석 두 개를 차지한 채 앉아서, 가끔씩 거울을 통해 뒤를 보고 있다.

나와 즐겁게 떠드는 영선 누나, 유다 누나, 샤를을 지그시 관찰 중. 뭐랄까, 먹이를 노리는 곰 같아서 무섭다­

“정선, 도착!”

중간에 휴게소에서 핫바, 알감자, 오징어 등등으로 배를 채우고 하이원 호텔에 내렸다. 오늘은 그냥 대회 세팅만 하고, 토요일, 일요일 이틀 간 본격적인 대회다.

“자, 남자 스텝들은 이쪽 방. 그리고 여자 스텝들은 저쪽 방.”

숙소를 따로 쓰는구나. 유다 누나는 자신이 예약한 방으로 올라갔고, 영선 누나와 샤를은 작은 숙소로 들어가며 손을 흔들었다. 여자 스탭은 저 둘이 전부인 듯 했다.

나도 남자 숙소로 들어가서 짐을 풀었다. 그런데, 어째 이상했다. 나를 보는 눈빛들이 심상치가 않다.

뭐지? 무슨 일이지? 나는 삐질삐질 땀을 흘렸다. 복싱 대회 스텝들답게 전부 마른 근육질의 몸매. 무서움에 떨다가 익숙한 얼굴을 보고는 인사했다.

“어, 저, 안녕하세요? 저번에 뵈었죠?”

말레이곰을 닮은 복싱장 관원. 형이 긴 팔을 들어 인사하자 다른 사람들이 으르렁거렸다.

“민수야. 얘가 네가 저번에 말했던 걔냐?”

“어, 맞어.”

고개를 끄덕이제, 순식간에 여덟아홉명쯤 되는 사람들이 곁에 달라붙어 내게 질문했다.

“야, 너 영선이랑 친하냐?”

“근데 다른 여자 둘은 누구여? 친구?”

“너 뭐 하는 친구니? 영선이가 남사친 데려온 거 처음이거든?”

“게다가 영선이 걔, 요새 실실 웃는게 완전 누구랑 썸 타던가. 연애중이거나 그럴 텐데. 너 아침마다 영선이랑 같이 운동한다며?”

스텝들이 곰처럼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어, 어떻게 해!

* *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