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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영애의 동생이 되었다-25화 (25/199)

〈 25화 〉 입학 (4)

* * *

긴장하던 분위기가 한층 풀렸다. 크리스티나의 음란한 몸뚱이를 감싸던 옷자락도 풀렸지만.

진지한 얘기가 될 예정이었으므로 나 역시 풍만한 젖가슴을 희롱하는 것을 멈췄다.

크리스티나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테일러 가…. 아는 건 그리 많지 않아요. 대륙 변두리의 작은 남작령에, 형제 자매가 많다는 것 정도….”

형제 자매가 많다는 건, 그 조막만한 땅덩이를 가지려 이빨을 드러내 으르렁 댈 하이에나도 많다는 뜻.

이미 타계해 세상을 떠난 전 테일러 남작은 그런 상황을 대비해 미리 자신의 아들딸들을 대륙 곳곳에 보냈다.

그것은 꼭 전 테일러 남작에게만 국한 된 얘기가 아니라, 테일러 가문은 대대로 그렇게 후계자 아닌 아들딸들을 곳곳에 퍼뜨리곤 했다.

무에 재능이 있는 아들은 기사로.

마법에 재능이 있는 딸은 마법사로.

천재라 불릴 정도는 아니어도 어디서 밥 굶고 다닐 정도는 아닌 수준의 재능이라도 살려보라며 그렇게 내보내었다.

그 와중 골칫덩이가 된 것이 바로 크리스티나의 새어머니.

그녀는 무예도 마법에도 재능이 없었으나, 봐줄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스스로의 분수에 만족하면 좋을 것을, 그 반반한 외모에 취해 있어 언젠가 거하게 사고를 치겠지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렇게 태어난 게 크리스티나의 두 쌍둥이 오빠들.

헤일리 백작은 그 날의 실수를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지만….

글쎄. 그게 헤일리 백작의 실수일지, 아니면 크리스티나의 계모가 꾸민 짓일지는 제3자로써 모를 일이나.

어쨌든, 크리스티나에게 들은 바로는 테일러 남작령이 비록 변두리 시골에 있다지만 제국 곳곳에 퍼진 혈족 덕분에 아주 볼품 없지만은 않다고 한다.

가문에서 쫓겨나듯 나온 것이라도, 결국 제 고향이니만큼 어느 정도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생긴 핏줄들이 대륙 곳곳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그것도 이번 대에 와서는 멈추었다는 것 같아요. 이번 테일러 남작께선 슬하에 따님 하나만 두었다네요.”

루나 테일러.

다행이게도 그녀가 성별 전환 당해서 남자가 되는 일은 없는 모양이다.

…아니. 다행이 아닌가?

루나 테일러가 여자면 황녀랑 북부 공녀는 누가 꼬셔?

비록 사랑에 빠져 단련도 게을리 하는 놈들이라고 대차게 깠으나, 실제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망나니들을 붙잡고 통제하는 역할이 바로 루나 테일러다.

그런데 여기서는 황자와 북부 공자 대신 황녀와 북부 공녀가 있고, 그들을 꼬셔서 통제해야 하는 루나 테일러는 그대로?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는지, 크리스티나가 조심스런 얼굴로 물었다.

“…언짢으신 일 있으셔요?”

“아니. 괜찮아…. 계속 말해줄래?”

그렇다고 내 생각을 다 말해줄수도 없어서, 안심하라며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내 손길에 잠시 편안한 듯 부드럽게 미소 지은 크리스티나가 슬쩍 몸을 가까이 했다.

“으응. 뭐가 더 궁금하신데요?”

“그 집 딸에 대해 아는 거 있어?”

내 말에 뭘 생각한 건지 크리스티나의 눈이 샐쭉해졌다.

삐죽삐죽 댓발 내민 입술 탓에 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여기서 웃었다가 정말 삐질지도 모르니 꾹 참고 짐짓 모른 척 했다.

“왜?”

“제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제 앞에서 다른 여자 얘기 하시기예요?”

“크리스티나. 질투 해?”

“…그럼 안 하겠어요?”

그렇겠지. 내 말에 서운한 듯 눈꼬리가 슬쩍 쳐졌다. 나는 달래줄 겸 그녀를 껴안았다.

“걱정 마. 여자라서 묻는 게 아니라, 테일러 가에 볼일이 있는 거니까. 하나뿐인 딸이라면 나름 애지중지 할 테니 미리 알아두면 좋을 거 같아서.”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인가요?”

방금만 해도“저 삐졌어요! 서운해요!”하고 티내더니, 가볍게 어루만지며 달래주니 또 금새 풀고는 자기 도움이 필요하느냐 묻는다.

귀여운 여자 같으니. 나는 크리스티나의 등을 살살 쓰다듬었다.

이미 몇 번의 희롱으로 흐트러진 옷 틈새에 파고들어 얇은 천 하나만을 사이에 둔 채, 내 손가락이 부드러운 살갗을 간질었다.

“흐읏….”

“괜찮아. 큰 일 아니야. 개인적인 흥미…, 같은 거니까. 알았지?”

“네에….”

크리스티나는 “개인적인 흥미”라는 단어에 몸을 움찔 떨기는 했으나, 결국 내 손에 몸을 맡겼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또 그만큼의 집착과 질투도 가지는 평범한 여자이지만, 또 유능하고 자애로운 귀족이기도 했다.

베갯머리 송사라도 하면 모르겠지만, 그녀도 나도 서로에게 그런 걸 바라지 않음을 안다.

그렇기에 크리스티나는 한 발자국 물러섰다. 괜찮다고 말하는 내 말만 믿고서. 그것은 신뢰임과 동시에 나에게 바치는 충성이기도 했다.

“착하다.”

나는 그런 그녀가 기꺼웠다. 사랑스러운 여자다.

사랑스러운 암컷이 꼬리를 흔들며 복종했다. 그것을 어여삐 여기지 않을 수컷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나는 크리스티나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등어리를 훑어내리던 손길이 뱀처럼 기어올라와 풍만한 젖을 감싸 쥐니, 자애 그 자체와 다름 없는 음란한 육신이 흠칫 떨렸다.

“응…!”

브래지어가 묵직하고 말랑한데다 부드럽기까지 한 우유통을 주무르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으나, 또 브래지어 위로 손을 마구 놀려대는 것 나름의 재미가 있었기에 굳이 브래지어를 풀지 않았다.

꾹, 꾹.

“흡.”

브래지어 채로 쥐인 채 얌전히 몸을 내게 기댄 크리스티나의 잇새에서 새액 새액 새어나오는 신음이란, 참으로 꼴리는 것이었다.

배움의 터에서, 남녀를 엄격히 구분한 침실 속에 숨어들어 주인으로 모시기로 맹세한 남자에게 젖가슴을 내어주는 상황에서 크리스티나는 얕게나마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평소 수치심과 고통 따위에 쾌감을 느끼는 누님의 성향과는 달랐다.

누님이 명백한 치녀라면, 크리스티나는 어디까지나 통상적인 범위 내였다.

어느 여자라도 이토록 아슬아슬하고 야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는 흥분하기 마련이다.

“유두 세웠어?”

“…노, 놀리지 마세요.”

그 말대로, 크리스티나의 유두는 빳빳하게 서 있었다. 브래지어 너머로 뚜렷하진 않으나 흐릿하게나마 손가락으로 문지를 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럴 때마다 크리스티나의 음란한 육은 움찔 떨렸고, 또 그에 따라서 브래지어로 감쌌음에도 커다란 젖가슴이 손바닥 안에서 출렁댔다.

“야한 몸뚱이나 하고서 유혹했지, 날.”

“안 해읏, 써요…!”

무슨 소리냐는 듯 반발할 때 브래지어를 살짝 내려 유두를 튕기듯 툭 밀어올려주자, 가볍게 발음이 슬쩍 뭉개졌다.

그러고는 수치심에 새빨개진 얼굴로 이쪽을 흘겨다본다.

“…이렇게까지 해놓고, 그냥 넘어갈 건 아니겠죠?”

“물론.”

루나 테일러에 대한 얘기.

아직 못 들었는데.

일단 몸 좀 풀어주고 들으면 되겠지.

나는 그녀의 몸을 덮쳤다.

*

열기에 두 남녀의 숨소리가 섞인다.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실내가 멈출 줄 모르고 열기를 더했다.

여자가 애달프게 울었다. 짐승이 그 풍만한 젖가슴에 달라붙어 입과 혀로 희롱해댈 때면, 여인의 가냘픈 몸은 속절 없이 경련했다.

푸른 머리칼, 가늘게 뜨인 눈, 그 너머에 담긴 질척하고 음란한 욕정이 식을 기세 없이 타올랐다.

여인은, 크리스티나는 수컷의 우월함에 저항할 생각조차 못 하고 가만 그 뜨거운 욕정을 받아들일 따름이었다.

“여기가 좋아?”

“흑! 앗, 아…! 거, 기잇…! 후응, 후으, 흣…!”

어느 한쪽만 타오를 뿐이라면, 혼자 실컷 타오르다 꺼질 불이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연료가 된다. 꺼질 일 없이 쉼 없이 기름을 들이붓는다.

헐떡이는 숨소리, 땀과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피부.

부드럽고 말랑한 살결, 반대로 딱딱하고 사나운 몸뚱이.

“앙…, 응…! 하윽. 으긋…, 읏. 하으응….”

크리스티나는 오늘 지급 받은 생도복이 엉망진창이 됐음에도 상관 없는 듯 했다.

아무래도 좋다는 듯 스칼렛에게 몸을 맡겼다. 흐트러진 복장 사이사이 틈새와 젖은 셔츠 너머로 비치는 음란한 육체가 스칼렛을 유혹했다.

그렇게 얻어낸 그의 사랑에 환호했다. 황홀함마저 느끼며 음란하게 신음했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새도 없이, 스칼렛의 손과 입에 머리가 하얗게 표백 되듯 했다.

“흑, 큿. 흐아, 읏, 후아….”

어느새 브래지어 따윈 침대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고, 팬티는 질척하게 젖어서 제 역할을 잊고 손길이 닿을 때면 음란한 소리나 흘려대는 중이었다.

스칼렛의 손길은 섬세했다. 짐승처럼 그녀를 희롱하면서도, 그 손 끝은 신사처럼 그녀를 대했다.

그리고 그것이 크리스티나를 미치게 했다. 유두 끝을 톡톡 간질이며 건드리는 손길에 더 해달라고 애달플 쯤 손이 떨어진다.

그럼 방금처럼 톡톡 건드리는 손길마저 갈망하게 된다. 그 작은 자극이 주는 쾌락에라도 몸을 맡기고 싶어질 때에, 유두를 잡아당겨진다.

“흐으으욱…♡”

“칠칠 맞긴. 그래도 귀여워. 좋아해, 크리스티나.”

그것은 그렇듯 갑자기 찾아온다.

아주 약간만이라도 좋으니 만져달라 아우성인 크리스티나는, 그 순간 젖가슴에서부터 찌르르 울리는 쾌락에 삐이ㅡ 하는 이명이 들리는 듯 하곤 한다.

그렇게 아주 멍 해진 상태일 때, 상냥하게 보듬어주는 손길과 다정한 목소리에 크리스티나는 아랫배에서부터 뭉근하게 올라오는 따스함을 느끼곤 했다.

그것을 느끼고 나면 크리스티나는 생각하게 된다.

이런 걸 몇 번이고 느껴버리면, 더 이상 아무래도 좋아질 정도로, 눈 앞의 남자밖에 보이지 않게 된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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