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역영애의 동생이 되었다-125화 (125/199)

〈 125화 〉 몰래 야한 짓 하기 (1)

* * *

뭐 그런 걸 그렇게 부끄럽게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리스의 귀까지 잔뜩 붉어져 있었다.

“뽀뽀?”

그래서 다시 한 번 되물으니, 아이리스가 이불 속에서 발을 동동 굴린다. 팡 팡, 이불이 가볍게 펄럭였다.

오러 마스터가 전력으로 발길질을 했다간 이불이 아예 펑 터졌을테니, 힘조절은 한 것일테지만.

몇 번 그렇게 발을 동동 굴리더니, 이윽고 잠잠해진다.

제 얼굴까지 뒤집어 쓴 이불 속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네. 뽀뽀.”

목소리는 태연한 척, 떨리지 않는 목소리다. 그럼에도 붉어져 있는 귀를 보면, 부끄러워 하고 있는 게 보인다.

뽀뽀가 뭐 부끄럽다고 그러는 건가 싶다.

“이리와. 뽀뽀 하자.”

누나가 옆에서 자고 있는데 이렇게 뽀뽀하려니 뭔가 기분이 오묘하긴 하지만.

아.

설마 다른 사람이 있는데 뽀뽀 하는 게 부끄러운 건가?

그것도 아닐텐데. 그야 누나랑 같이 셋이서 달라붙어 있던 적도 있고. 게다가 지금 누나는 자고 있지 않나?

스윽. 다가온 아이리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니 자는 거 맞죠?”

“맞다니까.”

뭐가 걱정인지 몇 번이고 확인하는 모습.

얼굴은 여전히 붉어진 채다.

…아. 혹시?

“아이리스.”

“네, 넷?”

갑자기 이름이 불리자 당황한다. 뭔가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화들짝 놀라면서, 그와중에 목소리는 조그맣다.

나는 설마설마 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옆에 누나 재워놓고 몰래 뽀뽀 하려니까 좋아?”

“…그, 으, 네?”

배덕감이라거나.

뭐 그런 걸 느끼는 건가? 아이리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 그, 그그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정곡이라도 찔린 모양이다.

목까지 빨개져서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자. 이리오련.”

속내를 들키고 나니 가까이 오라는 말에 되려 펄쩍 뛰곤 뒤로 도망간다. 자기가 먼저 하자고 해놓고는.

“모, 몰라요. 우리 이제 잘까요…?”

나는 그림자로 아이리스의 허리를 휘감아 가까이 데려왔다. “으아아.”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 뭐라고 하고 싶어도,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누나가 깰까봐 입을 벙긋거리기만 한다.

“힉.”

내 팔에 허리가 감기자 화들짝 놀라서는 어깨를 움츠린다.

쪽.

가볍게 뽀뽀해주자, 눈을 질끈 감는다.

“흐읏.”

이거 봐라.

나는 괜히 장난스런 마음에,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겨우 뽀뽀밖에 안 했는데 이래?”

아무리 몰래 해서 느끼는 배덕감 때문이라지만. 약해도 너무 약한 게 아닌가?

“키스라도 해볼래?”

“…!”

어떻게 그런 소릴 하냐는 듯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뭐 어때. 본의는 아니었다지만 아이리스 눈 앞에서 누나랑 더 한 짓도 했었는데.

그때의 얘기를 꺼내들며, 아이리스를 유혹했다.

“복수해야지. 안 그래?”

“복수는… 나쁜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엄청 기대하는 것 같은데.

이거 신실한 용사가 타락하고 있는 거 아닌가.

여신이 보면 경을 치는 거 아냐? 그런 걱정도 들었지만, 만약 그랬다면 진즉 아이리스의 손이 발광했으리라.

그럼 여신도 허락한 것으로 알고.

아이리스의 뺨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보드라운 살결의 감촉이 좋았다. 아이리스가 두 눈을 살며시 감고는, 두 주먹을 꼬옥 쥔다.

긴장한 듯 떨리는 눈꺼풀.

나는 천천히 아이리스의 입술 위로 입술을 포갰다.

쪽.

아이리스의 어깨가 떨렸다. 하지만 겨우 입술만 대어서는, 아까 했던 뽀뽀와 다를 게 없다. 그러니 조금 더.

쪽, 쪼옥.

몇 차례 입술을 대고, 부빈다.

가볍게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읏.”

얕은 신음. 순간 내 가슴팍 위로 손이 올라왔다. 아이리스가 반사적으로 나를 꾹 밀어내려다, 다시 조심스럽게 자기 가슴팍 앞으로 손을 모았다.

커다란 가슴 위로 손이 얹어진 듯한 모양새.

꼭 젖가슴이 부각되는 꼴이라, 나는 그 위로 손바닥을 올렸다.

“으응!”

아이리스는 파르르 몸을 떨면서, 내 입술을 앙 깨문다. 살짝 떨어지니, 작은 목소리로 항의해왔다.

“제가 여행 끝날 때까지는 안 된다구 했죠…!”

“뽀뽀랑 키스는 되는데 가슴 만지는 것부턴 안 돼?”

“…안 돼요!”

기준이 제멋대로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제멋대로 굴어주기로 했다.

가슴 위에 올려둔 손을 움직여, 커다란 유방을 약하게 주물렀다.

“으응…!”

“쉿. 누나 깰라.”

“그럼 주무르지 말든가요…!”

그것도 그런가.

하지만 이미 키스도 해버리고, 가슴도 만져버렸는데. 여기서 어떻게 그만둔단 말인가?

잠든 사람 옆에서 몰래 숨죽이고 해버리는 자극적인 첫경험을 겪어버린 아이리스가 맛 들리면 어떡하나 싶다가도.

말랑.

“흣.”

이렇게 보기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

“언니 깨면 어떡해요….”

“그걸 아는 애가 먼저 유혹하고 그래?”

“뽀뽀하자고 한 게 무슨 유혹이에요…!”

그 정도면 유혹하지.

아주 여우가 꼬리를 살랑대는 것이나 다름 없다. 아마도.

내가 너스레를 떨며, 손아귀에 부드러이 감겨 오는 젖가슴을 주무르자, 아이리스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아 하지 말라구….”

목소리에 힘이 없다. 웅얼웅얼. 자기도 말로는 싫다고 하면서, 실제론 그리 싫지 않은지 얼굴을 붉히면서, 피하지 않고 고개만 슬쩍슬쩍 흔든다.

이거 봐. 이럴 줄 알았다.

하여간 내 주변에는 다들 이런 변태밖에 없나.

마조에, 이번에는 옆에 다른 여자를 두고 몰래 하는 걸 즐기는,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노출증?

노출증이라기엔 또 뭔가 애매하고.

아무튼 아슬아슬한 배덕감을 즐기는 변태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으응.”

얕은 한숨. 달큰한 숨결이 내 가슴팍을 간질거렸다. 젖가슴을 움켜쥐어 주무르기보단, 손바닥으로 감싸 살살 어루만지듯 쓰다듬는다.

“으.”

아이리스의 눈가가 찡긋찡긋…, 어쩔 줄 몰라 하며 떨린다. 얼굴이 홍당무다. 흥분인지 부끄러움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둘 다 나쁘지 않았다.

속이 은근히 비춰, 실루엣이 엿보이는 잠옷. 내 손바닥이 닿을 때마다, 말캉거리며 그 거대한 자태가 일그러지는 것이 한 눈에 들어온다.

“흐으….”

데굴. 아이리스의 눈동자가 가만 있질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나를 봤다가, 나와 눈이 맞을 뻔 하면 다급히 피하고, 제 가슴을 어루만지는 내 손을 내려다 보거나 하며.

“으응. 응…. 하면 안 되는데.”

그리 말하면서도, 목소리는 이미 진득하니 달콤히 변한 지 오래였다.

언니라고 부르는 여자가 잠든 틈을 타서, 사모하는 이와 음란한 짓을 한다. 심지어 그 언니가 일전에 자신 몰래 몸을 섞기까지 했으니, 복수하는 듯 한 느낌까지.

그런 배덕감에 아이리스의 두 눈이 질끈 감겼다.

가히 여신에게 선택 받은 용사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음습하고 배덕적인 취향이 아닌가.

내 손가락이 가슴골에 파고들었다. 깊게 파이지는 않았지만 쇄골 쯤은 훤히 드러낸 잠옷이었다. 손가락이 파고드니, 비춰 보이는 너머로 젖가슴이 흔들렸다.

“아….”

작은 탄성. 내 손가락이 곧 뭘 저지를지 짐작이 간다는 듯 한 목소리였다. 스윽, 손가락이 가슴을 가리고 있던 윗단을 잡아 끌었다.

출렁. 실루엣으로만 보이던 커다란 젖가슴이 잠옷이 끌어내려지자 모습을 드러냈다. 뽀얀 피부에 핑크빛 유두. 아이리스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제 손바닥에 묻었다.

“제, 제가 하지 말랬잖아요.”

이제 와서 작게 항변하는 아이리스. 확실히 그런 얘기가 있긴 했었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는 손대지 않기로 했었나.

근데 나는 그러겠다고 말한 적 없었는데.

대답 대신 허리를 숙여 커다란 가슴을 한 입 배어물었다.

“흐읍.”

순간 크게 떨리는 몸뚱이. 큰 소리가 나올 뻔 하다가, 조용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다급히 손으로 입을 막은 그녀였다.

“자, 잠깐, 잠깐만요.”

두 손으로 내 어깨를 꾹 꾹 민다. 다만 내게 가슴을 물려서인지, 손에 힘은 없었다. 이렇게 혀를 내밀어서, 젖꼭지를 살짝 핥아주면.

“흑!”

팔이 떨리며 나를 밀어내긴커녕, 힘 빠진 팔로 내 목을 살풋 끌어안고 만다.

“아, 아으. 잠깐만요. 네?”

간절한 애원에 내가 잠자코 기다려주자 아이리스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마법으로 소리라도 차단해두면 안 돼요?”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를 차단하겠다는 건, 나를 막는 것은 반쯤 포기했다는 뜻일테니까.

슬쩍 올려다 본 아이리스의 얼굴.

“흐으으….”

뜨거운 숨결과, 떨리는 어깨. 들썩거리는 가슴. 슬쩍 말랑하고 커다란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생각했다.

아닌 척 하면서 얘 지금 엄청 흥분했구나.

마력을 움직여 주변에 소리를 차단하는 결계를 펼쳤다.

「우오옹….」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옵시디안.

나는 녀석과 눈을 마주쳤다.

끄덕.

거대한 도룡뇽의 형상을 한 최상급 정령이 고개를 끄덕이곤, 영체화를 해 누나의 곁으로 스르륵 사라졌다.

이걸로 들킬 위험은 상당히 줄어들었겠지.

아예 누나가 잠에서 깨버린다면 결국 들킬테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 경우는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되겠지.

그럼.

“하으, 흐….”

눈 앞의 음란용사를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할까.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