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 용사와 수녀 (2)
* * *
몇 차례나 절정해버리고선, 헤롱헤롱한 상태로 내 가슴팍에 기대고 있던 아이리스가 느릿하게 상황을 인지했다.
넘어진 상태로 바짝 굳어버린 크리스티나와, 바니걸 복장을 한 채 천박하게 허리를 놀리다 들켜버린 자기 자신.
내게 예쁨 받기 위해 잠시 버려두었던 수치심이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온 듯,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진다.
“히끅.”
딸꾹질까지. 하긴, 다른 사람에게 이토록 적나라한 교미 광경을 보이는 건 처음. 처음은 아닌가. 누나와의 경험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때도 한동안 누나와 어색해 했던 아이리스다.
게다가 그 때는 누나도 내 손길에 허덕여댔으니, 어찌 보면 함께 경험을 공유한 사이라고도 볼 수 있을테고, 그런 점이 아이리스에게는 적잖은 합리화의 명분이 되었을 테지만.
“…그, 저기, 그러니까, …아, 안녕하세요.”
꾸벅.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바짝 숙이는 크리스티나는, 아이리스의 연약한 마음을 보호할 어떤 방어구도 없이, 기습으로 푹 찔러버린 날카로운 비수나 다름 없었다….
“아, 아, 아아아앗….”
움찔거리면서도, 깊숙히 내 물건을 받아들인 상태의 아이리스가 어쩔 줄 몰라 나를 바라봤다. 어떻게든 해달라며 애원하는 얼굴이라, 나는 일단 이불을 끌어 아이리스의 어깨 위로 걸쳐 덮어줬다.
“인사는 받아줘야지.”
“흥읏…♡ 아, 안녕하세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아이리스의 엉덩이를 감싸 가볍게 들썩이니, 찔걱, 안쪽을 찔린 그녀가 간드러지는 신음을 흘렸다. 나를 흘겨본 아이리스가, 입술을 꾹 깨물곤 내 어깨를 가볍게 할퀸다.
“아, 그, 나갈까요…?”
그런 우리의 모습을 아득한 얼굴로 지켜보던 크리스티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태도에 시무룩한 기색이 깃들어 있는데다, 애초에 지금 보내줄 생각이 없었기에 일부러 숨어 있던 그녀를 불러냈던 것이다.
“어딜 가? 이리와.”
툭. 내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두들기자, 이불 속에 숨은 채 여전히 내 자지를 압박하고 있던 아이리스의 어깨가 떨렸다. “뭐하는 거예요…!”라며, 타박하는 목소리를 가뿐히 무시한 나는 크리스티나를 지그시 응시했다.
“….”
잠시 나와 아이리스를 번갈아 보던 크리스티나가, 이윽고 무언가 다짐한 얼굴로 다가와 내 옆자리에 풀썩 앉았다.
“으극…♡”
출렁. 그녀의 커다란 젖가슴과 같이, 그녀가 앉음과 동시에 성능 좋게 흔들린 침대에 덩달아 안쪽을 긁힌 아이리스가 이를 악물었다.
크리스티나가 어색해지기 전에,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앗.”
“왜 그냥 가려고 했어?”
톡. 내 어깨에 기댄 크리스티나가 나를 슬쩍 올려다봤다. 가늘게 뜨인 실눈 속, 나를 타박하는 감정이 보였다.
그것은 아이리스를 두고 자신마저 옆에 부른 것에 대한 질책일까, 아니면 그저 다른 여자에게 정을 쏟아낸 남자를 향한 질투일까.
어느 쪽이든 좋았다.
“…황녀 전하랑… 하던 중이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제가….”
크리스티나가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녀의 몸을 훑어보았다. 말끔한 수녀복이었다.
신의 세례를 받아 교단에 귀의한 정식 수녀가 아닌, 그녀와 상성이 좋은 치유술법을 배우기 위해 간이 세례를 받은 치유술사가 맞는 말일테지만.
어쨌든 수녀복은 수녀복 아닌가? 게다가 교단의 치유술을 배운 치유술사는 교단 내에서도 정식 사제와 비슷한 대우를 해준다. 사람을 살리는 치유술은 그만큼 중요하고, 또 대우 받는 힘이었으니까.
그게 중요했다.
수녀복을 입었고, 교단 내에서도 정식 사제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이.
그렇다면 그게 진짜 수녀와 다를 게 뭐란 말인가?
내 눈이 크리스티나의 가슴팍을 향했다. 으레 교단의 사람들이 매고 다녀야 할 로자리오가 없었다. 다만 그 커다란, 정말로 커다란 젖가슴만이 부각될 뿐.
나의 시선을 느낀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이런 진지한 상황에서마저…. 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어딜 그렇게 보는 거죠? 지, 지금 진지한 얘기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가?”
나는 부정도 긍정도 않는 대신 허리를 움직였다. 쯔거억, 끈적하고 음란한 소리. “하으읏.” 그리고 이불 속에서 새어나온 신음에 크리스티나의 뺨에 열이 올랐다.
“진지한 상황이라기엔 좀 그렇지.”
“….”
크리스티나가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그렇다고 하기엔, 이불 속에서 내가 농락당하는 중인 아이리스를 신경 쓰는 모양새였다. 딱히 그녀의 보복이 두렵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그냥 여기서 그렇다고 대답하기엔 아이리스가 안쓰러운 듯 했다.
다행스럽게도 크리스티나가 아이리스에게 느낄 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던 방법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 했기에, 나는 크리스티나의 어깨를 감싼 손을 움직여 그녀의 가슴을 손 끝으로 가볍게 터치했다.
“읏…. 뭔가요. 이런 상황…. 큭.”
당연하다는 듯 진지한 상황 운운 하려던 크리스티나는, 방금까지의 대화가 떠올랐는지 분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실눈 뜬 미인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입술을 짓씹으니 그만큼 또 꼴리는 게 없었다.
“꺄악. 뭐, 뭐야. 오빠 머해써요…? 더 커졌어….”
이불 속에서 웅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크리스티나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보란 듯 아이리스에게 속삭였다.
“고객님.”
“지, 지, 진짜 변태야. 지금 밖에, 아니 바로 옆에, 그 여자분 있잖아요.”
“응.”
“………고객님.”
옳지. 나는 착하다며 칭찬이라도 해주듯 아이리스의 안쪽을 긁었다. 아무리 제정신을 찾았다고한들, 이미 내게 길들여진 그녀였다.
“하지맛, 하지마아앗…! 응, 으흑, 응흐으읏…♡”
착실히, 매료까지 곁들여서, 안쪽을 쿵쿵 만져주니 순식간에 절정해버리는 아이리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여유롭게 놀고 있던 나머지 한 쪽 손으로 주물렀다.
“헤흐….”
“…저는 왜 부른…, 읏.”
나를 흘겨 보던 크리스티나는, 내 손에 그녀의 가슴을 감싸자 다시 입을 다물었다. 표독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려 해도, 그 안에 독기 하나 없음이 훤히 보였다.
그녀의 눈에 깃든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응, 아, 만지지 마….”
그렇게 앙탈을 부리면서도 몸은 빼지 않는 그녀다. 애초에 내게 여자가 많음을 인지하고, 받아들인 그녀였다. 물론 실제로 나와 다른 여자의 정사를 두 눈으로 똑똑이 보게 된 것은 처음이긴 하지만.
그녀는 원망 대신 질투와 부러움을 택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어여삐 하기로 했으므로, 풍만하기 그지 없는 젖가슴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으응, 응…. 변태… 바람둥이….”
“그래도 좋은 거 아니었어?”
“조용히 해요…. 앙…!”
꾸욱. 유두를 찾아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주니 탄성이 튀어나온다. 바르르 떨리는 몸. 일단 비주얼적으로 무척 보기 좋았다. 이불 속에는 여신에게 선택 받은 용사가 내 자지를 보지로 물고 있었고, 내 손 끝에는 단아한 수녀복 차림새의 여인이 젖을 희롱당하고 있었다.
‘꼭 교단을 능욕하는 기분이군.’
여신이 알면 어떤 얼굴을 지을까. 그녀라면 이것마저도 자애로운 얼굴로 받아들여 줄지도 모른다. 나라면 그럴 자격이 있다며.
“아이리스.”
“헤윽, 응…. 왜애….”
이불 속에서 헐떡이며, 꼼질꼼질 허리를 문지르던 아이리스다.
자지를 삼킨 채라 움직이지 않고 가만 있기에는 보지가 근질거리던 모양이지만, 또 그렇다고 정신 놓고 허리를 흔들 정도로 이성이 날아간 상태도 아니라, 조금씩 움직이던 것이 또 무척 감질 난다는 듯 울상이던 그녀가 내 부름에 답했다.
나는 그녀가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도록 해줬다.
화악! 이불을 걷어내고, 순간 멍해진 아이리스에게 속삭였다.
“자기소개 해봐.”
“아, 으?”
경악한 기색의 크리스티나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아이리스의 목덜미를 핥아 올렸다.
“헤으윽.”
그것만으로 가볍게 녹아내린 아이리스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다. ‘자기소개’라니, 아무리 그래도, 쉽게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런 태도였다.
“얼른.”
아이리스의 눈이 나를 흘겼다. 용사도 수녀도 내게 희롱당하며 나를 노려보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꼴렸다.
“…아흐윽. 자, 잠깐.”
“얼른 하래도.”
“재, 재촉하지 마요, 정말, 아, 흐극♡ 오빠, 고객니임….”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허리를 비비적 움직이자, 아이리스의 날카로운 눈매가 녹아내렸다.
허리를 감은 채 마주 보고 앉은 자세다. 내가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아이리스의 안은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체위였다.
아이리스는 그 와중에도 내가 시킨 ‘고객님’이라는 호칭을 놓지 않고 있었다. 부끄러운 짓을 시키는 지금조차도,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기특하다.
“어서.”
“앙…! 저, 저느은….”
아이리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눈망울이 그렁거린다. 나는 턱짓으로 마저 말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저는, 그러니까… 고객님… 스칼렛 님의…. 전용 암컷…. 여신님께 선택 받은 용사이면서… 스칼렛 님의 자지에 굴복해버린… 한낱 암캐…. 입니다….”
언제나 즉석에서 지어내는 ‘자기소개’의 내용이니만큼, 평소보단 조금 내용이 짧지만, 그만큼 강렬하고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다름 아니라 크리스티나의 앞에서, 스스로 용사임을 밝히고, 또 그런 스스로를 한낱 암컷으로 떨어뜨려 버렸으니.
상상도 못했던 내용에 크리스티나의 입이 떡 벌어졌다. 가늘게 뜨인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
“…제, 제가 지금 뭘 들은 거죠?”
“글쎄. 아이리스, 인사하렴.”
“…후윽! 응, 아… 네에. 반, 반가워요. 크리스티나… 흥읏! …펴, 편하게, 부를게요. 괜찮죠…?”
“네, 네에….”
얼떨떨한 얼굴의 크리스티나. 경악한 기색이 아직 가시질 않고, 그녀가 나의 눈치를 살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은 얼굴이었다.
나는 입맛을 다셨다.
용사와 수녀(가짜)를 동시에 따먹을 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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