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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본 작품은 가상의 디스토피아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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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가상의 디스토피아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등장하는 인물과 단체, 사건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른 허구임을 밝힙니다.
지금 그러한 내용이 자막으로 달려서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것이 아니고서야 이딴 좆같은 상황이 나를 덮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게 시발 진짜 나라냐?
[출석요구서]
김시우 귀하에 대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 피의 사건의 참고인으로 문의할 일이 있으니 2021. 10. 01 15:00에 사이버수사대 사이버팀으로 출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어떤 미친 스토커가 자꾸 지랄하길래 좀 꺼지라고 했더니, 그 복수심으로 기어코 나를 찾아내서 신고한 것이었다.
활동 중인 사이트들에 있던 이메일 중 하나가 국내 명의였던 것에서 덜미를 잡혔다.
한국인인 내가 무려 교복을 입은 캐릭터가 노출하는 그림을 제작하고 배포했다는 혐의였다.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이랑 만화 좀 그리겠다는데, 이 병신같은 나라는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림에 그려진 캐릭터가 교복 좀 입었다고 이 지랄 염병을 떨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감탄스러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네.
"하...."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나라를 뜨는 건데.
어차피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방에 틀어박혀서 그림만 그리는 새끼가 뭐가 그리 여기가 좋다고 달라붙어 있었는지.
아니 그건 둘째치고 나는 왜 거기다가 한국 명의의 메일을 적어놨던 건지.
수많은 후회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일러스트나 만화를 그리던 초창기, 아직 아무도 내 작품을 봐주지 않을 때는 물론이고.
외주를 통해 몇 번이고 그림이 갈아 엎어질 때도, 심지어 자본에 굴복해서 퍼리 그림만 주구장창 그리던 시절에도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까지 쌓아왔던 모든 것이 무너진 느낌이라 허탈할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도 사람은 소통이라는 걸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누군가가 위로해주는 거라도 보고 싶었는지.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스마트폰을 터치해서 여론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봐야 크게 특별한 내용은 없을 거라는 거야 알고 있긴 한데....
[지금 시우 근황 정리.txt]
시우 게이가 싫다는데도 계속 찝적대던 신고자 새끼가 이메일 죄다 뒤져서 한국인 특정성 성립시킨 다음에 아청법으로 신고함ㅇㅇ
결국 지금은 짤처럼 기소된 상태임.
ㄴ애미 시발 지가 가질 수 없다고 부숴버리노
ㄴ꺼억ㅋㅋㅋㅋㅋ
ㄴ아니 미친 저새끼 본명도 시우였노ㅋㅋㅋㅋㅋㅋㅋ
ㄴ솔직히 시우새끼 그림 노꼴임
ㄴ시우 그림이 노꼴이면 대체 무슨 그림이 꼴리노?
ㄴhttps://www.awxz.com/artworks/566016
ㄴ아 시발 개새끼야 진짜 아오
ㄴ대체 저딴 좆같은 건 자꾸 어디서 찾아오는거냐
ㄴ뭔진 몰라도 선발대 덕분에 살았노ㅋㅋㅋㅋ 꺼억
"다들 상황은 전부 알고 있구나."
내가 지인들한테 말해놨던 내용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 나를 찌른 개새끼가 나대고 있어서인지.
이미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공론화가 끝나 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여론이 좋은 상태긴 하네, 예전에 한동안 퍼리 그렸던 것 때문에 다들 날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ㅋㅋㅋ후원금 낭낭하게 쳐먹던 시우게이 좆된거 꼬시면 개추]
사랑했다 시발년아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 이제 못보냐?
ㄴ아
ㄴ진짜 근첩새끼들 지랄났네
ㄴ지랄 그만하고 꼴리는 작가 하나만 추천해봐라
ㄴ어 야짤쟁이 새끼 좆된거 존나 꼬셔 병신아ㅋㅋㅋ
혹시 좀 나쁜 여론이 있나 해서 들어가 봤는데, 그건 또 아니라서 이상하게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당장 아청법으로 기소돼서 인생이 좆되게 된 마당에도, 내 그림이나 만화를 봐주던 사람들 평가가 더 신경이 쓰이는 걸 보면.
나도 천생 만화가에 일러레가 아닐까 싶긴 했다.
[솔직히 시우게이 만화 안봐서 타격 없긴 한데]
근데 설마 가아청으로 시우 게이를 잡아 넣을까? 걔 쫄보라서 매번 작품마다 모든 등장인물은 성인입니다 적어놨잖아ㅋㅋㅋ
ㄴ안본다는 새끼가 그건 대체 어떻게 아노?
ㄴ한국은 그딴 거 안통한다 게이야ㅋㅋㅋㅋ
ㄴ그냥 판사가 어리게 느끼면 아청법에 걸림ㅇㅇ그냥 판사가 어리게 느끼면 아청법에 걸림ㅇㅇ그냥 판사가 어리게 느끼면 아청법에 걸림ㅇㅇ
ㄴ여기가 미국인 줄 아노?ㅋㅋ
ㄴ응 이미 판례에서 실형이야^^
사실 아청법이야 내가 조심을 했던 만큼 무죄가 뜰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모자이크를 하지 않은 원본을 후원자들에게 제공해왔던 기간이 길었기에, 그 부분에서 음란물 유포죄 같은 것이 적용되는 것은 확실했고.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부터는 지금과 같은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도 되겠지.
"이건 또 뭐야?"
[청소년 음란물을 만들어 돈을 버는 제작자의 강력 처벌을 요구합니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이 음란행위를 하는 내용의 작품을 만화나 그림으로 그려 제작하고, 심지어 해외 사이트를 통해 유포하는 것으로 수익을 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가 있는 글을 보고 나니까 기가 찰 정도였다.
이 신고자 새끼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렇게까지 하면서 내 인생을 망가트리고 싶어 하는 걸까.
진짜 이해할 수가 없는 사고방식이었다.
저걸 보자마자 너무 어이가 없어서, 청원 글의 내용을 하나하나 다 반박하며 이의 신청을 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청원 글이 수정되었다는 알림이 떠서 확인해봤다.
하지만 그 알림을 눌러서 나오는 것은 국민청원 게시판이 아니라 어딘가가 이상한 메시지창이었다.
[그런건 없다 게이야 ㅋㅋㅋㅋㅋ]
굉장히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개구리 이모티콘이 나를 맞이하면서 약을 올리는 것이 얼마나 짜증 나는지.
당장 컴퓨터에서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에 당황하는 것보다 화가 나는 것이 먼저일 정도였다.
이 새끼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거지?
[네가 선택한 대한민국ㅋㅋㅋㅋ 네가 선택한 유교국가ㅋㅋㅋ]
"아니, 이 시발 새끼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적혀 있는 텍스트가 바뀔 때마다 이모티콘이 바뀌는 디테일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고.
짜증 나서 그 프로그램을 끄려고 했지만, 프로그램은커녕 컴퓨터조차 종료가 되지 않고 있었다.
이건 또 왜 이래?
[이 세상에서 야한 만화가 합법이 되는 일은 없다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랄하지 마. 내가 언제 이딴 나라를 선택했냐? 진짜 개좆같아서 나라를 뜨고 말지."
진짜 이놈의 나라는 내 인생에 도움이 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나?
시발 나도 2D 인권 같은 좆같은 소리 안 하는 제정신 박힌 나라에서 살고 싶었어.
[ㅋㅋㅋ그럼 꺼져 병신아]
그 메시지가 내 시야에 출력된 순간.
나는 심장에서 시작된 강렬한 격통과 함께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고.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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