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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23화 (23/229)

〈 23화 〉 5권 ­ 머리가 꽃밭인 세상(2)

* * *

"느아아...."

"오르카, 일어나야지? 벌써 아침이야. 오늘은 네가 그렇게 기다리던 생일이잖아?"

"으에.... 엄마, 나 생일 기념으로 1시간만 더 잘게...."

"그렇게 말해 놓고, 또 왜 안 깨웠냐고 찡찡거릴 거지?"

내가 언제 그런 것 가지고 찡찡거렸다는 거야!

엄마도 참 생일 아침부터 너무해.

나는 잠시 엄마를 노려보다가, 어떻게든 찌뿌둥한 몸을 풀고 방에서 나왔다.

"오르카 일어났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늘도 굉장히 듬직한 아빠가 식탁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엄마도 그냥 아빠가 기다리고 있다고 빨리 나오라고 하면 될걸.

진짜 뭘 모른다니까?

"히히, 아빠 모닝 키스!"

"너도 벌써 19살인데, 그 모닝 키스 어쩌고는 그만해도 괜찮지 않겠니?"

"우우, 아빠의 사랑이 식었어."

"맞아. 아빠 입술은 이제 엄마가 회수할 거야. 이제 오르카도 성인이니까 그건 없어."

성인이 되면 바깥도 혼자 돌아다니게 해준다고 했고, 여러모로 제한이 풀리는 것이 많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아빠랑 모닝 키스하는 걸 못 한다고 생각하니까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놓고 엄마는 맨날 아빠를 독차지해서 기습 키스 작렬하면서.

"그거야, 너희 아빠는 엄마 거니까 그렇지? 나는 너희 아빠 거고. 내가 잠시 빌려줬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당신은 애 생일부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오르카 너도 좀 더 어른스러워질 때가 되었다는 뜻이란다."

"아빠랑 모닝 키스 안 하는 게 어른스러운 일이야?"

"확실히 그걸 졸업하는 건 어른스러운 일이지."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아빠가 그렇다니까 그런 거겠지.

나는 일단 알겠다고 답한 다음에 자리에 앉아서 엄마를 기다렸고.

금방 음식을 완성한 엄마가 웃으면서 생일 축하한다고 말했고, 아빠도 뒤이어서 웃으며 나를 축하해줬다.

"생일 축하해 오르카."

"생일 축하한다. 오르카."

"에헤헤...."

평소보다 훨씬 맛있는 것들로 가득한 식탁을 비워나가자, 아빠는 그러다 체한다며 천천히 먹으라고 했지만.

솔직히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은데 어떻게 천천히 먹어.

엄마는 작정하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데, 왜 맨날 건강이 어쩌고 하면서 이상한 것들만 만들어 주시는 걸까?

"후후, 옛날 생각나네."

"언제?"

"오르카를 처음 가질 때? 우리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에 엄청 기뻤었는데."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

"이제 오르카도 성인이니까 좀 이야기해 줘도 되는 거 아닐까?"

"아니, 애 생일에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데...?"

나는 아빠의 저 곤란해하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이 이야기가 되게 재미있는 내용이라는 것을 직감했고.

곧바로 엄마한테 말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후후, 오르카는 혹시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알고 있어?"

"야, 이 미친 엘프야!"

"아니, 이제 얘도 성인인데 알 건 알아야지. 대체 언제까지 감싸고 돌 거에요."

"하아.... 진짜 당신은 그 시절부터 꾸준하네."

그렇게 한참을 둘이서 말싸움을 계속하다가, 평소처럼 엄마가 아빠에게 안기면서 몸을 밀착하니까 아빠의 얼굴이 붉게 변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근데 아빠는 엄마가 껴안는 것이 그렇게 싫은가?

"아빠, 왜 맨날 엄마가 껴안으면 싫어해요?"

"후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부끄러워하는 거란다. 네가 있다고 그러는 거지."

"껴안는 게요?"

"아니 진짜.... 흐억!? 당신 미쳤어?"

"후후, 싫다는 듯이 말하지만 여긴 오늘도 솔직하잖아? 자꾸 그러면 애 성교육을 당신 몸으로 시키는 수가 있어?"

엄마는 꺄르르 웃더니 아빠를 놓아주었고, 아빠는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막 부여잡으며 엄마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건 아무리 봐도 싫어하는 것 같은데, 저게 부끄러워하는 거라고?

역시 어른들의 세계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오르카, 아기라는 건 말이야. 엄마랑 아빠, 그러니까 부부가 가지는 사랑의 산물이라는 거 기억하지? 예전에 미지아 교리 배울 때 들었던 거."

"아, 응! 그래서 신님이 아기를 엄마 뱃속에 내려주는 거라고 했어!"

"그럼 그 기도의 과정이 필요하겠지?"

"기도?"

"응, 신에게 우리에게도 아기를 내려주세요. 하고 기도를 하는 과정이 필요해."

그냥 내려달라고 비는 것만으로는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도 절차가 있고, 그대로 해야만 신이 그걸 기도라고 생각해서 아기를 내려준다니.

엄청 어려운 이야기다.

"차라리 내가 하면 안 될까? 당신이 애 성교육을 시킨다고 생각하니까 불안해서...."

"흥, 내가 껴안는 것도 애 앞이라고 부끄러워서 도망가는 양반이 무슨 성교육이야!"

"아니, 부끄럽잖아! 당신이야말로 좀 부끄러움이라는 걸 가지고 살면 안 될까?"

"오르카, 아빠 좀 이상하지 않니?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부끄럽다니, 이상한 사람이야."

"맞아! 사랑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그리고 아이를 만드는 건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한 신의 뜻이라서.

그걸 행하는 동안은 엄청나게 행복해진다는 설명을 했다.

그래서 나도 궁금하다고 했더니, 엄마가 내 옷을 벗기려고 했고.

아빠는 진짜로 미쳤냐면서 막으려고 했다.

"당신 진짜...!"

"얘도 이제 성인이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걸 애가 스스로 깨닫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알려주면 어쩌자는 거야!"

"...그런가?"

"그거 당신의 미학에 맞아?"

"아닌 것 같네. 사랑하는 사람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해보는 게 최고긴 하지."

의외로 이번에는 아빠가 이겼다.

다만 나는 둘이서 하는 대화가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냥 앞에 있는 고깃덩이나 입으로 가져가서 뜯어먹으면서 구경했다.

역시 엄마랑 아빠는 항상 사이가 좋다니까.

"크흠, 하여튼 혹시 아빠가 오줌싸는 꼬추 본 기억 나니?"

"야...!"

"응! 가끔은 엄청 커다란데, 가끔은 그때보단 작아!"

"남자의 그걸 여자가 오줌 싸는 이쪽에 있는 구멍에 넣으면서 아이 달라고 기도하는 거야."

"진짜? 그럼 아기가 생겨?"

"그럼? 엄마랑 아빠도 그렇게 해서 오르카를 낳았단다?"

엄마랑 아빠가 같이 사는 것처럼, 오르카도 그렇게 평생을 함께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렇다면 그 사람이랑 그렇게 아기를 가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아빠랑은 안되냐고 했지만, 아빠랑 딸은 그렇게 기도하면 안 되는 거기도 하고 아빠는 엄마 거라서 그러면 엄마가 울어버릴 거라고 했다.

"엄마가 우는 건 싫어."

"그렇지? 그러니까 오르카는 아빠 말고 다른 사랑할 사람을 찾는 거야."

"응!"

그렇게 아기가 생기는 방법에 관한 공부가 끝이 나고.

그다음은 내가 계속해서 이야기하던 생일 선물에 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랑 아빠는 그 선물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미안해 오르카. 역시 엄마는 네가 좀 더 세상을 알고 나서 혼자 나갔으면 좋겠어. 다른 곳도 아니고 제국의 수도라니.... 요즘 거기 사는 엘프도 늘고 있다던데, 괜히 다른 사람들이 너한테 해코지할까 봐 엄마는 걱정이야."

"하지만 엄마도 엘프잖아. 근데 그 사람들은 왜 나를 싫어해?"

"그건.... 편견 비슷한 게 있어서란다? 오르카는 모르겠지만, 아주 옛날에 종족 전쟁이라는 게 있었거든?"

"종족 전쟁?"

그 당시에 엄마의 종족인 엘프와 아빠의 종족인 오크는 굉장히 사이가 좋지 않았단다.

그래서 엄청나게 무서울 정도로 싸움을 했어.

많은 사람이 다치고, 심지어는 죽기까지 하는 몹시 나쁜 사건이었단다?

그런데 그때 싸움에서 진 엘프들은 오크들에 의해서 아이를 가지게 된 거야.

그때 엄청나게 많은 하프 오크가 생겨났지.

"나랑 똑같은 하프야?"

"그렇지. 너와 마찬가지로 엘프와 오크의 하프가 태어난 거야."

"하지만 싸움에서 져서 그랬으면, 억지로 그랬던 거네?"

"응. 억지로 아이를 만드는 기도를 하자고 강요했던 거지."

"그럼 오크들만 원하는 아기가 생긴 거네?"

"맞아. 그런데 우리 오르카는 누구를 닮았지?"

"엄마!"

그것이 문제였다.

원래 오크와 엘프는 외모로 구분을 했었는데, 너무나 엘프와 닮은 하프들이 아빠들의 교육을 받고 엘프들과 싸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로를 구분하기 어려워진 갑작스러운 상황에 엄청나게 많은 엘프는 희생되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하프들은 늘어나는 상황이 계속 벌어졌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심하게 싸웠대요?"

"뭐, 계기는 사소했겠지만.... 일단 선을 넘고 싸우기 시작한 이상 점점 감정의 골이 깊어졌겠지? 그러니까 오르카는 다른 사람이랑 싸우더라도 꼭 빨리 풀어야 한다?"

"응!"

지금은 모든 종족이 합의하고 전쟁이 종결되긴 했지만.

꼭 엘프가 아니더라도 오크의 그 하프 특성 때문에 피해를 봤던 종족들은 대부분 오크에 대해 나쁜 감정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때 그 무시무시한 피해를 준 '하프 오크'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특징인 송곳니만 보여도 싫어하고 괴롭힌다는 것까지.

"물론 우리 오르카는 엄마랑 아빠의 사랑 속에서 태어난 소중한 아이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한테 오르카가 상처를 받을까 봐 엄마랑 아빠는 무서운 거야."

"내가 엄마랑 아빠의 사랑으로 태어났다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니야?"

"아주 착한 사람들은 그게 되겠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고. 그걸 알고 있더라도 마음처럼 쉽지 않은 사람들도 있거든."

하지만 맨날 어른이 되면 바깥에 혼자 나가도 된다고 해놓고선.

정작 내가 성인이 되니까 상처받을까 봐 안 된다니, 그건 너무 억울했다.

확실하지도 않은 것 때문에 아예 가보지도 못하는 건 싫었다.

"우응.... 그치만 혼자서 수도 여행하는 건 어른이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란 말이야."

"그렇게 나쁜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아니면 엄마랑 같이...."

"그건 싫어! 혼자 가고 싶은 거라니까!"

"하아, 이렇게 오르카가 금방 자랄 줄 알았으면 그런 약속을 하지 말걸."

결국 약속했던 것이니까 어쩔 수 없다며 엄마가 허락해줬고.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엄마에게 고맙다며 안겼다.

히히, 나도 드디어 혼자서 밖에 나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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