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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24화 (24/229)

〈 24화 〉 5권 ­ 머리가 꽃밭인 세상(3)

* * *

"하아, 진짜 누굴 닮아서 이리 고집불통인지."

"당신이지. 당신."

전에도 말했지만 네 엄마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른단다.

아빠가 싫다는 데도 그렇게 쫓아다니면서 사랑한다고 난리고, 아기 만들자고 난리고.

솔직히 우리 오르카가 엄마보다는 훨씬 착하고 말도 잘 들을걸?

"어? 그거 내가 지금 진심으로 유혹해달라는 뜻이지? 오늘 오르카 동생 만든다?"

"당신이 말하면 진심 같아서 무서우니까 그만둬...."

"당연히 진심이지. 오르카 너도 동생 좋지?"

"동생? 응! 동생 귀여울 것 같아."

"그렇다는데?"

"아니, 오르카 성인 될 때까지 자제하자더니 진짜로 바로 시작하는 거야?"

"그럼, 내가 19년 동안 얼마나 많이 참았는데? 이러다 보지에 거미줄 치게 생겼어. 난 이렇게 못 살아!"

"애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어!"

"쟤도 이제 성인이야!"

왜 또 싸우시는 거지?

물론 워낙 사이가 좋으시니까, 저러고도 금방 웃으면서 껴안고 계실 것이 뻔해서 이제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일상 같은 일이니까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잘 먹었습니다! 엄마 나 이제 슬슬 나갈래!"

"알았어. 씻고 나오렴, 엄마가 어느 정도 꾸며줄게."

"네에!"

나는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며, 오늘 수도에서 어떤 것을 보러 다닐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평범하게 여관 비슷한 곳에 가서 돈을 내고 방을 받는 거야!

그 뒤에는 나 혼자서 돌아다니면서 도시를 구경하고, 맛있어 보이는 곳에서 밥도 먹고!

진짜 상상만 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나 아빠랑 갔을 때는, 내 마음대로 못 돌아다녔으니까.'

바로바로 보이는 예쁜 것들을 따라 구경 다니거나 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솔직히 숲에서 맨날 똑같은 곳만 돌아다니는 건 재미 없지만, 수도는 건물도 엄청 많고 재밌어 보이는 것 천지잖아?

이제까지 생일은 항상 즐거웠지만, 오늘만큼 행복한 생일은 없으리라고 감히 예상할 수 있었다.

"흐으, 오늘도 슬슬 나오기 시작하네. 귀찮다니까."

나는 내 커다란 젖꼭지를 따라 흘러나오는 새하얀 액체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생리를 시작한 이후부터 꾸준히 나오기 시작한 이 모유라고 불리는 액체는, 원래는 아기를 가진 이후의 어머니들만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다만 예외로 종족이 하프인 여성들의 경우에 생리 이후부터 꾸준히 모유가 나오는 고질적인 특징이 있다고 한다.

"으읏...!"

그래서 아침에 씻으면서 어제 하루 동안 쌓인 모유를 빼내 줄 필요가 있었다.

빼내지 않으면 낮에 놀다가 가슴에서 축축하게 흘러내려서 기분 나쁘단 말이야.

물론 정작 이 모유를 빼는 감각도 뭔가 기분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잠깐이니까 견딜 만한 편이었다.

"쯉,,,,"

그리고 최근에 새로 익힌 모유를 빼내는 기술이 있는데, 바로 직접 젖꼭지를 입에 가져가서 빨아내는 거였다.

이렇게까지 최대한 모유를 빼내면 내일 아침까지는 모유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일은 없으리라.

"후우, 모유 뺀다고 주물렀더니 가슴이 좀 아프네...."

생각해보면 모유도 짜증 나지만, 이 가슴도 자꾸 커져서 너무 관리하기가 힘들다.

큰 덕분에 방금처럼 입으로 직접 모유를 빨아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평소에 뛰어다닐 때 너무 출렁거려서 관리하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그걸 방지하려고 입는 듯한 코르셋인가 어쩌고 하는 건 너무 답답해서 숨이 막혔다.

모유를 모두 빼고, 전체적인 몸을 다 씻은 다음에는 머리카락을 감았다.

거울을 보면서 머리카락을 털어내자, 내 분홍색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흩어지면서 반짝거렸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눈을 확인했더니, 내가 알고 있던 초록색 눈 그대로였다.

"충혈이랑 눈곱은 없네. 완벽!"

내가 밖으로 나갔더니, 엄마가 나를 붙잡아서 자리에 앉게 하고는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엄마가 이렇게 해주고 있으면 여러 가지로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아.

머리를 말리는 온도가 따뜻해서 그런가?

"자, 대충 다 된 것 같고.... 머리 묶어줄게."

엄마가 내 머리를 뒤쪽에서 하나로 묶더니, 나를 거울 앞에 데려다 놓고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내가 봐도 완벽한 모습이라서 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좋다고 했다.

그럼 이제 나가도 되는 거겠지?

"용돈 준 거 잃어버리거나, 다 쓰거나, 문제가 생기면 바로 집에 돌아와야 한다? 여기 추가 비상금은 따로 챙겨둘 테니까, 문제 생겼을 때만 이거로 집에 돌아와."

"네에!"

"가능하면 입 벌릴 때 조심해서 송곳니 가리고. 굳이 일반 엘프라고 속일 필요는 없지만, 착각하면 착각하는 대로 엘프라고 여기게 내버려 둬. 하프 오크라는 거 들키면 고생할지도 모르니까."

"으아, 엄마 너무 걱정이 심해...."

"우리 딸이 혼자 다닌다니까 무서워서 그렇지."

"나도 이제 성인이거든!"

그러자 엄마가 성인인데도 그 모양이라 더 무섭다고 말했다가, 내가 노려보았더니 딴청을 피우며 내가 뭐라도 말했냐며 장난을 쳤다.

진짜 너무하시는 거 아니야?

"오르카, 잘 다녀오렴. 무슨 일 당하지 말고."

"네!"

"크흠, 걱정하지 말고 신나게 놀고 와! 우리 딸이 기분 좋게 다녀오면 엄마랑 아빠가 동생 만들어 놓을게!"

"아니, 이 엘프가 진짜!?"

"몰라, 오르카 나가자마자 시작이야. 오늘은 봐주는 거 없어."

"오, 오르카! 오늘은 나가지 말고 아빠 살려주면...."

"다녀오겠습니다!"

휴우, 괜히 조금이라도 늦게 나왔으면 아빠한테 붙잡힐 뻔했다.

허락받은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은데 그렇게 낭비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나는 곧바로 지도를 꺼내고 수도로 향하는 길과 방법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

물론 혼자서 가는 건 처음이라서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예전에 엄마랑 같이 갔던 기억을 더듬으면서 갔더니 정말로 도착할 수 있었다.

분명 어제까지는 절대로 나 혼자는 오지 못할 것 같은 곳이었는데?

아,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이쪽에 맛있는 와플 파는 곳이 있었는데?"

기억을 더듬어서 실제로 그 장소에 갔더니, 예전에 엄마에게 졸라서 사 먹었던 와플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배고프지 않으니까 나중에 와야겠지만, 엄청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떠나기 전에 꼭 한 번은 와서 먹고 가야지.

"그리고 여기 무슨 골목 비슷한 게 있었을 텐데.... 오, 맞아! 이거다!"

내가 저리로 들어가자고 해도 절대로 안 된다고 해서 가보지 못했던 곳이다.

지금 보니까 그냥 옆의 큰길로 나오는 지름길 정도인 것 같은데, 그래도 예전엔 여길 그렇게 지나가고 싶었는데....

"끙차.... 몸이 좀 끼네."

재밌을 것 같아서 여기로 이동해봤는데, 아무래도 가슴이 너무 커서 그런지 몸이 껴서 이동하기가 힘들었다.

어떻게든 반대쪽으로 건너오긴 했는데, 유두 모양으로 벽에 스쳐서 그 모양대로 옷이 더러워져 버렸다.

이건 갈아입어야겠네.

"그럼 좀 미리 여관을 찾아서 짐을 보관할까?"

그 김에 옷까지 갈아입고 나와서 가벼운 몸으로 구경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지금 너무 짐이 무겁기도 했으니까 딱 타이밍이 좋을 수도 있겠네.

그럼 중요한 건 어떤 여관에 가서 방을 잡냐는 건데....

"우음, 이전에는 항상 엄마가 방을 잡으니까 몰랐는데. 이것도 되게 고민되는 부분이구나."

나는 생각보다 긴 시간을 그 상태로 돌아다닌 끝에야 괜찮아 보이는 여관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하필 잘 보이는 곳이 더러워져 있으니, 다들 신경이 쓰이는지 꼭 쳐다보고 지나가서 되게 부끄러웠다.

칠칠치 못한 애라고 생각했겠지...?

"어서 오세요!"

"아, 안녕하세요. 하루 묵으려고 하는데요."

"혼자신가요?"

"네."

"금액은 방이랑 침대 크기에 따라 다른데요. 여기 나와 있는 것 중에 골라주세요. 혼자 오셨으니까 추천하는 것들은 이 라인에 있는 것들이에요."

"와, 여긴 그림으로 방을 보여주네요?"

"사진이라는 거에요."

"사진...?"

"뭐, 그냥 똑같이 그려진 그림이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어라, 근데 손님 설마 하프 오크 신가요?"

"네!?"

어쩌지.

엄마가 절대로 하프인 건 들키지 말라고 했었는데?

내가 방금 말하다가 너무 크게 입을 벌려서 송곳니가 보였던 건가?

혹시 하프라고 돈 줘도 이 여관에는 들어올 수 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아, 이 바보야 들떠서 가장 중요한 걸 놓쳐서 여행 첫날부터 망치게 생겼잖아!

"와, 저 실물은 처음 봐요. 신기하다."

"네?"

"아, 맞다. 사진도 모르시는 분이었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하프 오크에 별로 나쁜 감정이 없으니까요."

"저, 정말요? 믿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엄마가 들키면 엄청 미움받을 거라고...."

"아하하, 아마 저번 주만 해도 그랬을 것 같긴 한데...."

저번 주?

그러니까 갑자기 이번 주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는 거야?

하지만 예전에 있었던 전쟁으로 인해 생긴 기나긴 감정의 골 같은 거라서 해결하기 힘들다고 엄마가 그랬는데?

"일단 체크인 하시고. 잠시만 이거 들고 가서 기다리실래요? 조금 있다가 제가 퇴근하는 시간 되면 찾아가서 설명해드릴게요."

"왜, 저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그냥요. 뭔가 처음 보지만 하프 오크라는 것만 봐도 친밀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호, 혹시 당신도 하프 신가요?"

"아뇨. 저는 평범한 인간이에요. 아, 아마도 그거 읽어 보시면 어떤 상황인지 알아차리실지도 모르겠네요."

대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 책이 도대체 뭐길래 보면 알 수 있다는 거고, 왜 평범한 인간인데도 하프 오크한테 친밀감이 느껴진다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크와의 정사를 꿈꾸는 엘프는 오늘도 답답하다?"

그렇게 적혀있는 책의 표지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의 엘프와 당황한 표정의 오크가 그려져 있었고.

마치 우리 엄마와 아빠를 보는 듯한 그 표지의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책을 열어서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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