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27화 (27/229)

〈 27화 〉 6권 ­ 화신정열(1)

* * *

"흠...."

화신강림의 후속작인 화신정열은, 화신강림의 마지막에 알베도를 찾아온 니그레도의 제안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니그레도는 화신체로 변신할 수 있는 소녀들이 모여있는 마그눔 아카데미라는 곳에 알베도도 입학하지 않겠냐고 제안하고.

비일상에서 돌아와 다시 평범한 자신이 된 것이 견딜 수 없었던 알베도는 그 제안을 수락하게 된다.

사실 말이 아카데미지, 마그눔 아카데미는 화신체 소녀들이 모여서 함께 싸움을 위해 훈련하고 침식에 대응하는 무력 단체다.

심지어 그녀들은 자신들의 정체도 숨겨야 하기에, 제복 같은 것도 없이 사복을 입고 다닌다는 설정도 있어서 더 아카데미 느낌이 없기도 하고.

"그나저나 신규 캐릭터가 많으니까 고민이 많이 되네."

대충 캐릭터 별로 어떻게 메인 에피소드를 운영할지는 결정이 된 상태지만.

그 캐릭터들이 메인이 아닐 때는 어떻게 등장시켜야 자연스러울지, 어떻게 해야 어색하지 않게 캐릭터의 특징을 전해줄 수 있을지 등의 고민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는 기분이다.

하긴 2명에서 갑자기 3명이 늘어서 5명이 되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뭐, 말이 3명이지 니그레도도 저번 만화에서 설명이 너무 부족했으니까.'

그래서 니그레도에 대한 것까지 살짝 다루게 된다면, 사실상 이번 작품은 일상물과 전투를 조금씩 섞어가면서 캐릭터를 소개하는 내용이 주가 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었다.

각각의 캐릭터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지, 어떤 성격인지 등을 자연스럽게 알려줌으로써 정을 붙이게 하는 파트지.

그래야 이후 이어질 고난과 역경에서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을 테니까.

화신강림이 주인공의 캐릭터성을 보여주기 위한 빌드업이었다면.

화신정열은 다른 4명의 캐릭터성을 보여주기 위한 빌드업인 셈이다.

뭐, 그래도 이 부분들은 적당히 답이 나오기 시작한 것들이라서 걱정할 것은 없었다.

다만 지금 가장 고민인 것 하나가 완전히 꽉 막혀 있는 상황이라 문제지.

"일단...."

주인공인 알베도.

백발의 평범한 소녀로, 그런 자신의 평범한 자신을 견딜 수가 없어 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비일상인 침식과의 싸움에 참여하는 것을 오히려 기대하고 있다.

새하얗게 불타는 불길을 이용해 싸우는, 최근에야 각성한 뉴비 화신체.

니그레도, 통칭 니그쨩.

흑발의 시크한 성격의 소녀로, 침식에게 당할 뻔했던 알베도를 구해주면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다만 의외로 얼빵한 면이 귀여운 성격.

검은 불길을 다루는, 좀 고인물인 화신체다.

이렇게 두 캐릭터가 기존 화신강림에 등장하던 캐릭터들인데.

솔직히 여기까진 아무리 단색 만화여도 흰색과 검정색인 이상 불의 특징을 구현하기가 어려울 리 없었다.

솔직히 아주 대충 봐도 알베도랑 니그레도의 불길은 다른 느낌을 줄 수밖에 없잖아?

이건 서로 색이 워낙 다르니까 당연한 부분이지.

'문제는 이번에 화신정열에서 추가되는 세 명이야.'

치트리니타스, 통칭 치트쨩.

금발의 미소녀로 트윈테일에 츤데레 고위 귀족 기믹을 가진 캐릭터다.

사실 로자리아가 메가데레로 변하지만 않았으면 굉장히 비슷했다고 볼 수 있겠지.

노랗게 타오르는 불길을 채찍처럼 사용하는 화신체다.

비리디타스, 통칭 비리쨩.

녹발에 안경까지, 배척받을만한 설정을 많이 가지고 있는 소녀지만.

안경이 봉인구라서 벗는 순간 초 미소녀가 된다는 구닥다리 설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소심한 책벌레 캐릭터다.

녹색 불길을 이용해 굉장히 함정 느낌의 공격을 사용하는 화신체다.

루베도, 통칭 루비쨩.

항상 자신감 있게 싸우는 열혈 적발 캐릭터다.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좀 약해서 알베도에게 많이 의지하는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붉은 불길을 몸에 둘러 가면서 호쾌한 싸움 스타일을 보여주는 화신체다.

이렇게 총 셋의 신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성격이나 퍼스널 컬러는 굉장히 밸런스 있게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게 처음에는 컬러로 그리려고 준비했던 작품의 설정이라서, 갑자기 흑백 단색으로 그리려니까 이상해져 버렸다는 점이다.

물론 외모 특징을 살려 놓아서 캐릭터 구분은 잘 되는데, 전투씬에서 캐릭터별 불길의 컨셉 살리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이것도 아니야. 직접 그리는데도 마음에 들질 않네."

당연히 그 불길의 색 표현은 서로 스크린톤을 다르게 쓰는 것으로 활용하려고 했는데.

이게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실제로 해보니까 적당한 스크린톤을 찾기가 어려웠다.

칠한 면적의 비율이야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 순서로 늘려서 노란색이 가장 옅고 빨간색이 가장 진한 회색으로 느끼게 하면 되는데.

정작 이 면적을 칠하는 모양에 따라서 불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 것이 문제였다.

아무래도 지금 스크린톤은 이런 불길 같은 것보다는 머리카락이나 옷의 색상 등을 표현하는데 특화된 것이 많아서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다.

이건 진짜 더 고민하면서 스크린톤을 더 찾아보거나 개발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긴, 지금 당장 고민한다고 바로바로 결론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니까 당연한 거지.

"뭐, 전투 쪽 디테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부분도 많이 남았으니까 급할 건 없지."

일단 모든 원고의 스토리와 선 따기까지는 끝낸 다음에 고민해도 늦지 않긴 하다.

지금 나한테 마감일 같은 게 존재해서 미친 듯이 일정을 맞춰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내가 원고 주면 그 원고 생산 일정에 맞춰서 예약 마지막 일자 공지하고 작품 출시일을 잡기로 되어 있으니까, 만족스러운 녀석이 나올 때까지 작업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실제로 마음에 들게 잘 진행되고 있는 부분도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고."

예를 들어 캐릭터들이 입는 특유의 의상 같은 것도 이 작품에서는 되게 중요한 요소였다.

마법소녀 복장 같은 것은 아니고, 각기 예쁘고 어울리는 복장이 하나씩 설정되어 있다.

이 부분은 불과 다르게 현재 있는 스크린톤 들로 딱 원하는 분위기를 내는 것에 문제가 없었기에 이미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는 중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사실 이렇게 디테일하게 작업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변신하는 순간 옷이 다 불타버린다는 설정이 있어서, 변신하기 전에 직접 옷을 벗는다는 설정도 함께 존재한다.

변신할 때마다 매번 옷을 태워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지금 생각해도 또라이 같은 설정이긴 해.'

수동으로 옷을 모두 벗고 변신해야 하는 메커니즘의 마법소녀라니.

솔직히 만화에서 손으로 하나씩 옷 벗는 장면을 그리는 것도 선호하는 나로서는 참을 수 없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굳이 옷이 공통되는 제복 대신 캐릭터별 특징이 담긴 사복으로 했던 거다.

변신 장면이 불 위주라서 꼴림이 덜할 수 있는 부분을, 다양한 옷을 벗는 장면을 추가함으로써 캐릭터별 독특함을 보충한 느낌이지.

그래서 옷의 디자인과 그 옷을 벗는 캐릭터의 행동을 세세하고 미려하게 그려내는 것이 중요했다.

단추를 하나하나씩 풀 때마다 느껴지는 두근거림이나 단번에 쭉 팔을 뻗어서 벗어내는 니삭스가 다리에 달라붙는 질감은 물론이고.

끈으로 묶여 있는 부분이 사르르 풀릴 때의 쾌감은 보는 이가 절로 감탄이 나오도록 그려서 표현해야 한다.

물론 여기까지는 평범한 옷의 영역이지만, 옷 안에도 사람이 입고 있는 것은 남아 있다.

브래지어의 훅을 빼서 벗겨짐과 동시에 흔들리는 유방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며.

다리 아래쪽으로 팬티를 내려가면서 생기는 다리에 걸린 팬티는 필수 코스라고 봐도 무방하니까.

"후, 오랜만에 옷은 물론이고 속옷까지 디테일 살리니까 재밌네."

확실히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나체가 된다는 설정은 꼴리는 것 같다.

이번 작품 컨셉이 나체 마법소녀인 만큼, 옷도 세세하게 잘 설정해 둔 것은 신의 한 수가 아닐까?

내가 어지간하면 자화자찬 같아서 이런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이 작품만큼은 김시우의 천재성이 완벽하게 발휘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칼리?"

"어, 어? 금방 나갈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로자리아의 목소리에 나는 급하게 작업하던 것들을 숨겼다.

로자리아도 오늘 만화 작업 때문에 바쁠 거라고 알고 있어서, 그사이에 나도 작업 좀 해야겠다 싶어서 이 방에 틀어박혀 있었는데.

아무래도 로자리아는 작업을 마치고 나한테 저녁을 먹자고 부르는 모양이다.

하긴 슬슬 시간이 그렇게 되기는 했지.

"조금만 기다리면 다 되니까, 거기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응, 고마워. 근데 최근 들어 너무 너만 차려주는 거 아니야? 슬슬 나도...."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 칼리한테 줄 밥을 만들고 있으면 절로 행복한 기분이 든다니까?"

"으음...."

저번에도 말했지만, 제발 좀 자신의 행복을 빼앗지 말라며 한 소리를 들었다.

본인이 괜찮다면 괜찮은 거긴 하겠다만, 아무리 그래도 뭔가 미안하단 말이야.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너도 만화 그리느라 바쁜....

"켁, 콜록, 콜록!"

"칼리!? 괜찮아?"

시발, 깜짝이야.

물을 마시면서 로자리아가 식탁으로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작 이쪽으로 다가오는 로자리아의 옷차림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사레가 들려서 죽을 뻔했다.

갑자기 쟤는 또 뭘 잘못 먹었길래 저런 꼬락서니야?

"왜 그렇게 봐?"

"너, 너도 이유를 알고 있어서 얼굴 새빨갛잖아! 아니, 왜 갑자기 그런 차림으로...."

새하얀 앞치마를 입은 로자리아의 모습까지는 여러 번 식사 시간마다 본 모습이라서 별로 특이한 것도 없다.

문제가 있다면 그 앞치마 이외의 모든 옷이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겠지.

즉, 지금의 로자리아는 알몸 에이프런 상태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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