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29화 (29/229)

〈 29화 〉 6권 ­ 화신정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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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년이야. 어떤 년이야. 어떤 년이야. 어떤 년이 칼리한테 이딴 편지를 보낸 거야? 칼리는 왜 이 편지를 이렇게 숨겨서 보관하고 있고? 왜? 왜? 왜? 왜? 칼리는 내가 있는데 왜 이런 편지를 받은 거고? 내가 더 빨리 좋아했어. 내가 더 빨리 사랑했다고. 감히, 감히 칼리를 건드려? 절대로 용서 못....

"아...?"

일시적인 분노를 머릿속에서 쏟아내던 중, 사실 그 모든 것이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내가 먼저 좋아했으면 뭔가 달라지는 건가?

지금 칼리가 나랑 사귀거나 약혼자인 것도 아니잖아.

칼리가 나를 '사랑한다'고 확정을 지어서 말해준 적도 없다.

지금 나에게 있는 것은 오로지 내가 가지고 있는 칼리에 대한 마음뿐이었다.

그나마 칼리가 나에게 '연인'이 할법한 일들을 해도 괜찮다고 했던 건, 어디까지나 나를 '친구'로서 좋아하기에 허락해준 그의 배려와도 같은 것이었다.

만약 칼리가 이 편지를 쓴 여자애에게 간다고 해도, 나에겐 어떠한 말을 할 자격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만다.

아니, 오히려 나는 그럴 자격도 없을지 모른다.

내 욕심 때문에 칼리한테 그런 짓을 해놓고, 심지어 오랜 시간 동안 고백도 하지 않다고 반년 전에야 겨우 마음을 털어놨잖아.

이런 내가 과연 '먼저 좋아했다'라는 이유로 저 편지를 쓴 이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 건가?

"나, 나는...."

이제까지 꽃밭처럼 어떻게든 잘 될 거로 생각하던 머리가 다시 한번 정지한다.

아까 그리던 내 만화인 '핑크빛 일기장'이라는 작품에서, 우유가 사실 딸기를 좋아한다는 스토리를 짜면서부터 한창 잊고 있었는데.

사실 칼리가 나를 거절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진짜 애인이나 약혼자, 심지어 결혼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지금처럼 칼리가 나를 유사 애인으로 대해줄 수 있을까?

그것은커녕 칼리의 곁에서 함께하지조차 못하는 것이 아닐까?

아예 칼리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잊고 있었던, 내가 칼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되살아난다.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라서, 그저 칼리가 살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다시 그를 내 곁에 두고 싶다는 욕망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칼리를 내 곁에 둘 수 있지?

"칼리의 착한 마음을 이용하는 거긴 하겠지만, 만약 내가 칼리가 책임질 대상이 된다면...?"

가령, 내가 칼리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나를 처로 들이는 것까지는 거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첩으로는 무조건 들여야 하지 않겠어?

그럼 최소한 칼리의 옆에는 있을 수 있잖아.

내가 그 정도 욕심은 부려도 되는 게 아닐까?

욕망은 자연스럽게 그 마음을 충족할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내기 시작하고.

이미 내 머릿속은 그 더러운 욕망으로 침식되어, 그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나 이상하다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논리가 점점 '당연한 것'으로 변질하여 간다.

솔직히 칼리가 옆에 없으면 나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런데 내가 첩인지 처인지, 칼리가 사랑이 아니라 책임감 때문에 나랑 살아주냐가 중요해?

최소 사람이 살아는 있어야 할 거 아니야.

"방법이, 방법.... 칼리가 나를 임신시키게 할 방법...."

내가 칼리의 아이를 배서라도 우리 둘의 관계를 이어버리겠다는 생각을 확정시킨 다음은, 자연스럽게 어떻게 해서 칼리를 꼬드기냐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칼리를 강간해서 아이를 가진다는 방식은 무리고.

무조건 칼리가 이성을 잃고 나와 잠자리를 가지게 유도해야 하는데....

'술? 아니야. 그것도 너무 치사해.'

진짜로 칼리가 진심으로 나에게 미안해서 책임지는 마음에 들게 하려면, 그런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

오로지 내 몸과 마음으로만 칼리가 혹하게 만들어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거다.

저번에 칼리가 나 때문에 발기했던 적도 있잖아?

그렇다면 솔직히 가능성이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 아닐까?

그러던 중, 책상 한편에 올라가 있는 오크와 엘프가 그려진 만화책이 눈에 들어왔다.

시우 화가의 '오크와의 정사를 꿈꾸는 엘프는 오늘도 답답하다'라는 작품으로, 오크를 짝사랑하는 엘프의 사랑을 담은 결혼 성공기가 담겨 있는 만화다.

저기서 엘프는 자신의 변태적인 발상을 이용해서 오크를 유혹하고, 그걸 오크가 힘겹게 거부하는 것이나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이 매력 포인트인 작품인데....

'지금 상항이랑 조금 비슷하지 않아?'

저 엘프의 처음 목표는 그냥 오크와 섹스를 한다는 자신의 취향을 충족하는 것이었지만.

자신이 따라다니던 오크가, 자신을 구해줬던 과거의 인연임을 깨달은 후에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로 목표가 바뀌게 된다.

그래서 그 목표를 위해 상대를 유혹하기 시작하는 거잖아?

내가 원하는 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만약에 내가 저 엘프가 했던 유혹을 그대로 칼리한테 진행해 보면 어떠할까?

아니, 굳이 저기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볼 필요는 없을 거다.

재미 요소를 위해 작품에서는 터무니없는 거나, 오크도 정색하는 행동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저기서 오크가 자지가 반응해서 부끄러워하거나, 넘어갈 뻔한 장면들이 있었단 말이야?

그럼 그런 장면들에 남자들이 약하다는 거잖아?

그렇게 강한 효과를 발휘했던 행동들만 그대로 하면서 칼리를 유혹한다면?

'이거, 가능성 있어...!'

나는 급하게 만화책을 펼쳐서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무엇부터 해볼지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내가 당장 해볼 수 있는, 특별한 준비물이 없는 것들을 추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저것들도 시도해야겠지만 당장은 어려우니까 어쩔 수 없지.

"3개 정도인가?"

작품 내에서 오크가 발기할 정도로 당황했던 소재면서,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 없는 것은 그 정도였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타이밍이 좋다고 느꼈던 것이 바로 알몸인 상태에서 앞치마를 입고 저녁을 차려주는 행위였다.

앞을 가려서 거의 다 입은 것 같으면서도, 뒤는 다 벗겨진 상태라서 엄청 야한 느낌인데.

이걸 그림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실제로 하니까 엄청 부끄럽네.

'하, 하지만 어차피 칼리한테만 보여주는 거잖아? 칼리한테라면 이건 물론이고 알몸도 보여줄 수 있어.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자연스럽게 저녁 준비를 하는 거야.'

"칼리?"

"어, 어? 금방 나갈게!"

그렇게 저녁 준비를 마치고, 칼리를 불러왔다.

그리고 여러모로 칼리의 반응을 기대하면서 음식을 가지고 나갔다.

단번에 함락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방학 시작하고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야한 생각을 의도할 순 있지 않을까?

그때는 내가 폭주할 때 칼리가 말렸지만, 지금은 내가 말린다고 들을 생각이 없으니까 비슷한 상황이면 밀고 나가면 된다.

그대로 이 자궁에 칼리의 아기씨를 받아서 사랑의 결실을 만들어 내면 되잖아?

그걸 상상만 해도 자궁이 두근거리고 떨려오는 기분이었다.

"켁, 콜록, 콜록!"

"칼리!? 괜찮아?"

그리고 칼리의 반응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서 당황하더니, 결국은 최대한 내 얼굴을 보면서 말을 거는 모습이 귀여웠다.

아, 역시 나도 아직 가능성이 있는 거구나?

"왜 그렇게 봐?"

"너, 너도 이유를 알고 있어서 얼굴 새빨갛잖아! 아니, 왜 갑자기 그런 차림으로...."

"만화에서 에, 엘프가 이렇게 입고 나오는 장면이 만화에 있었잖아? 오크가 되게 좋아했던 게 떠올라서, 혹시 남자들은 이런 걸 좋아할까 싶어서 입어 봤는데.... 이상해?"

물론 기겁하면서 옷을 제대로 입으라고 소리치긴 했지만.

자지는 정직하게 치솟아 올랐던 것을 보면 굉장히 효과적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칼리의 아랫도리도 불룩해진 것이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이번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그래도 역시 철벽을 치는 건 어쩔 수 없네.'

의외로 금방 적응한 칼리는, 최대한 나에게서 눈을 돌리고 음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여기서 엘프는 다가가서 자지를 쓰다듬으며 유혹하지만, 나는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을 만화책에서 배웠다!

이럴 때는 차라리 딱 이 야한 기분만 남겨놓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괜히 여기서 질주했다가 저번처럼 이건 너무 이르다는 소리가 나오면 골치가 아프니까.

"야, 야!"

"앗, 미안. 떨어트려 버렸어."

그 뒤로는 이미 씻었는데도 또 욕실에 들어가서 몸을 적신 뒤,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나오고.

실수인 척 수건을 떨어트리면서 알몸을 대놓고 칼리에게 보여주는 작전을 수행했다.

이렇게 해서 내 나체를 칼리의 기억 속에 각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아까는 앞치마만 입어서 뒤를 다 보여줬으니, 이번에는 앞을 다 보여줄 차례잖아?

다만 이것들은 결국 마지막 계획을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다.

따라서 칼리가 내 나체를 보는 것에 저렇게 제대로 반응해준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성공적이다.

그리고 여기서는 일단 정말 별 의도가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는 것이 정답이야.

"저기, 칼리."

"히익!? 뭐, 뭐야. 너 왜 여기에.... 미친 옷은 왜 안 입었는데!?"

그리고 그렇게 그가 머릿속에서 내 나체를 지우지 못했을 때쯤,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나체로 그를 찾아간다.

정확히는 그가 잠들어 있는 침대로 숨어들어서 그에게 안기는 것이다.

그럼 이제까지 머리에 각인된 내 나체가 바로 떠오르면서, 내 살갗이 닿는 감촉과 함께 머릿속이 나로 가득 차오르겠지.

"자, 자꾸 왜 이러는 건데?"

"나, 하고 싶어졌어."

"그게 무슨.... 읍!?"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칼리의 입술을 덮쳤고, 만화에서 봤던 것처럼 혀를 집어 넣어가며 그의 타액을 맛보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황홀한 감각에 순간 정신을 놓을 뻔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이다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만큼.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허억, 허억...!"

"하으, 하응...."

우리 둘의 거친 숨소리가 침대 위에서 퍼져나가고, 어느새 빳빳하고 커다랗게 발기한 칼리의 자지가 내 배 위에 닿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 촉감을 느끼는 순간, 방금 키스하는 동안 열심히 옷을 벗긴 보람과 자궁의 두근거림이 동시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은 칼리도 참을 수 없게 되었는지, 자신의 자지를 내 보지에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드디어...!'

지금 상황 때문에 굉장히 부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그 부끄러운 모습을 본 칼리의 자지가 기뻐한다고 생각하니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그 덕분에 드디어 내가 칼리와 맺어지게 되는 것이니까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일이잖아?

그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행복한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웠는지, 나는 나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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