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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35화 (35/229)

〈 35화 〉 7권 ­ 그게 뭔데 씹덕아(4)

* * *

일단 진정해보자.

이미 벌어진 일이고, 사고는 일어나서 진행 중이잖아?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솔직히 아청법 때문에 출석요구서 받을 때보다는 괜찮은 상황이야.

이 정도로 멘탈이 부서질 필요는 없어,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의 상황이다.

'근데 내가 이걸 고민할 필요가 있는 건가?'

나는 당장 옆에서 열띤 토론을 하는 두 화가이자 마법사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이렇게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면 알아서 해결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스크린톤을 만들어 두니까, 자연스레 스크린톤 펜이라는 것까지 개발해내던 사람들이 여기 마법사들이다.

그럼 브래지어 정도야 그림만 보고 현실에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 않나?

'그래, 사실 생각해보면 이제까지 다른 것들도 모른 척하고 있으면 알아서 상황이 흘러갔잖아?'

굳이 내가 건드리지 않아도 알아서 괜찮은 방향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의도치 않게 논란에 중심에 서 있다는 조금 불편하긴 한데.

내가 없어도 알아서 선순환으로 잘 굴러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르겠군. 혹시 후속 만화에는 관련된 내용이 나올지도 모르니 기다려봐야 하는 건지...."

"이번에는 읽으면서 바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느낌이 아니라서 좀 어렵네요. 이쪽 분야를 잘 몰라서 그런 건가...."

"그건 아니야. 내가 옷 만드는 전문가를 몇 알고 있는데, 물어보니 저런 형태는 처음 본다고 하더군."

솔직히 브래지어가 나쁜 건 아니긴 하잖아?

아까 대화를 들어보니까 속옷이랍시고 가슴 강제로 고정하는 거랑 코르셋 같은 몸 박살 내는 것만 나오던데.

이 김에 브래지어로 좀 일찍 넘어가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거긴 하다.

의도하지 않았을 뿐이지 솔직히 벌어져서 나쁜 사건은 아니야.

"그나저나 자네가 아까 그런 의견을 냈다는 건, 자네에게도 스승이 말하지 않았다는 거지?"

"네, 딱히 언질은 없으셨습니다. 근데 뭐, 평소 성격을 생각하면 정말 별생각 없으실 것 같은데요?

"별생각이 없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제까지 스승님이 자신이 한 것이랑 방향이 좀 다르다고 실망하거나 하신 적은 없거든요. 오히려 기뻐하시면 기뻐하셨지."

"허허, 그냥 이걸 보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는 거군. 교수 느낌인데, 자네 스승은 어디 아카데미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어."

"아, 확실히. 그런 느낌으로 던진 문제라면 학생이 어떤 답을 가져오더라도 화가 나진 않을 것 같긴 하네요. 그럼 일단 만들어 보기라도 하는 게 맞으려나요?"

오케이.

조금 마음에 걸렸던 것이, 론도 교수님은 이걸 조금 성역화해서 조심하려는 느낌을 보였다는 건데.

그러면 발전에 너무 방해되는 부분이라서 그런 의견만 좀 컷 내려고 했던 것이 정확하게 먹혀들어 갔다.

"그렇지 않을까요?"

"만화 때랑은 다른 이유가 그것이었나.... 하긴, 답을 주기 전에 문제부터 주고 풀라고 하는 것도 좋은 스승의 방식이지."

"...네?"

대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샤론 원로님은 이미 저 그림만 봐도 '시우'는 완벽한 답을 가지고 있지만.

만화 때처럼 바로 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게 뭘 의미하는지 고민할 시간을 줬다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 사람들이 답을 내면, 그 이후에 정답을 공개하는 식으로 문제를 푼 사람들이 얼마나 잘했는지 스스로 평가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는 건데....

'오해가 늘었는데?'

당연히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알아서 발전하다 보면 완성된 브래지어까지 따라올 거라는 마인드였는데?

저런 식으로 기대해 버리면, 만약 제대로 도달 못 하면 답을 만들어서 줘야 한다는 거잖아?

'아, 제발....'

이렇게 된 이상, 여기 사람들이 천재라서 잘 만들어 주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브래지어에 대한 걸 잊고 살기 시작한 지 좀 된 느낌이다.

화신시리즈의 신작 고민도 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시간 대부분을 로자리아와 함께 노는 것에 집중해 사용하는 중이었다.

왜냐면 곧 로자리아가 방학이 끝나서 돌아갈 텐데, 처녀까지 따먹은 주제에 계속 방치하는 건 너무 양심이 터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런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고 솔직히 말해서 로자리아랑 노는 거 재밌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벌써 내일이 로자리아가 아카데미에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그런데 그냥 보내기는 애매하잖아?

그래서 전날인 오늘은 같이 수도까지 와서 함께 밤을 보내고 들어가는 마중 데이트를 하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얘는 왜 이렇게 안 오지?'

오늘 저녁은 자신이 낸다면서, 만화 판매 대금을 받으러 간 로자리아가 너무 오래 걸렸다.

솔직히 조금 걱정돼서 찾으러 가고 싶었지만, 핸드폰도 없는데 괜히 엇갈릴까 봐 움직이기가 좀 애매했다.

1시간 정도만 더 기다려보고 나가면 되려나?

"칼리!"

"아, 뭐야 왔네. 저녁을 설마 사 온 거야?"

"히히, 몇 개 먹고 싶은 건 사 왔고. 어지간한 건 아래다 주문 넣고 왔으니까 금방 가져다주실 거야."

그래서 오래 걸렸구나.

하긴 평소에 집에서 쌓아놓은 재료로 대충 해 먹다가, 수도에서 제대로 먹는 게 오랜만이니까 눈에 들어오는 게 많긴 하겠지.

다만 결과적으로는 양이 좀 많은 느낌이라서, 남겨놨다가 내일도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맛있다. 내일 들어가면 먹지도 못할 거 실컷 먹어야지."

"안에서 그렇게 제한이 빡빡해?"

"2학년부터는 여러 명목으로 풀어준다곤 하던데. 1학년은 어림도 없어."

동아리가 있으면, 동아리 시스템으로 다 같이 나갈 수 있긴 한데.

귀찮을 것 같아서 동아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긴 그거 하나 때문에 어디 소속되는 건 귀찮은 일이지.

"사실 활동이야 하면 되는 건데, 무슨 너도나도 들어오라고 난리잖아. 어디 하나 결정하면 나머지에 미안하니까 좀 그렇더라고."

아, 시발 그게 아니라 너무 대단한 인간이라서 인기가 많은 게 문제였네.

하긴 마법부 수석 입학자니까 얼마나 많은 동아리 사람들이 원했겠어.

진짜 내가 살아본 인생이랑은 여러모로 다르게 사는 애라서 이럴 때 조금 인지부조화가 온다.

"어쩌지 반절은 남은 것 같은데."

"내일 아침에 먹으면 되잖아. 그래도 남으면 내가 돌아가는 길에 먹을게."

"에헤헤.... 너무 욕심부렸나?"

"뭐 어때, 아카데미 돌아가기 전날인데 그 정도 사치는 부릴 만하지."

"그렇긴 하네."

신나서 침대 위를 뒹굴던 로자리아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아까 사 온 것 중 뜯지 않았던 것을 가져왔다.

저건 또 뭘 사 왔길래 저렇게 싱글벙글하면서 열어보냐?

로자리아가 저 표정이면 그다지 정상적인 게 나오질 않는데.

"짠!"

"어? 그거 설마?"

"뭐 최초의 브래지어 어쩌고 하면서 팔고 있길래 종류별로 하나씩 사 왔어.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좀 무겁더라."

딱 보는 순간 평범한 브래지어처럼 생겼길래, 설마 진짜로 얘들이 완성했나 싶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릴뻔했다.

솔직히 다음 화신시리즈 스토리상 브래지어를 다룰 파트가 없었거든.

딱 괜찮은 걸 완성해 줘서, 내가 할 일을 없애주는 것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응?"

근데 방금 로자리아가 했던 설명에서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멈칫했다.

생각보다 무겁다고 말하지 않았나?

브래지어가 무거울 일이 있는 물건이었어?

그런 고민을 하는 도중, 갑자기 로자리아가 옷을 벗는 바람에 모든 생각이 멈췄다.

"야, 야!"

"뭐 어때, 볼 거 다 본 사이면서."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그렇게 보여주면 아주 감사해서 자지가 날뛴단 말이야.

그나저나 로자리아의 작은 가슴 크기에도 적당한 녀석이 있었네.

만화에 빈유보단 거유 비율이 높았으니까, 굳이 빈유는 만들지 않았을 가능성도 생각했었는데....

치트리니타스가 빈유였어서 그런가?

"짠?"

"입은 모양은 그럴듯해."

아마 이 정도면 만든 애들도 만화랑 똑같이 생겼다면서 감탄하지 않았을까?

하긴 그러니까 호기롭게 '최초의 브래지어'같은 말을 사용했겠지.

디자인도 만화의 것을 따라 하지 않으면서, 오리지널로 잘 뽑아냈다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이 정도 퀄리티면 좀 안심이 된다.

"이거 입으니까 가슴이 좀 커진 것 같아."

"그야 위에 뭔가 더 입었으니까."

만졌을 때 바로 가슴이 아니라 한 겹 막히는 느낌이 있다는 게 단점이지만.

애초에 그건 야한 짓 할 때나 단점이지, 평소에는 민감한 피부인 가슴 부분을 지킨다는 점에서 장점이다.

그나저나 모양 고정을 되게 잘 시키네, 이거 패드 구현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저걸 어떻게 한 거지?

"조금만 만져봐도 괜찮아?"

"당연하지."

그래서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실제로 만져보았는데.

브래지어를 입은 그녀의 가슴 부분을 손가락으로 쿡 누르는 순간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찼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어...."

"왜 그래?"

"아니, 뭐지 이거?"

"단단하지? 아마 금속으로 만든 것 같은데? 그래서 무거웠나 봐."

와, 복선 회수 지리네.

아까 나왔던 무겁다던 말이 설마 이게 패드가 있어야 하는 부분이 다 금속으로 되어 있어서 그랬던 거였어?

시발 이게 어떻게 브래지어야?

'이거 좆된 것 같은데.'

겉으로 보기에는 누가 봐도 만화랑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쪽이 정답이라고 착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왜냐면 나는 그림에서 패드의 짱짱함 때문에 대부분이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은 브래지어만 그렸거든.

그러니까 그게 누르면 휘어지는 재질이라는 걸 알기가 매우 어려운데, 이건 내가 브래지어가 뭔지 알리려고 그린 게 아니라서 생겨난 문제였다.

문제는 그 착각 때문에 이 방향으로 브래지어가 발달해 버릴 수 있다는 거다.

그럼 내가 브래지어 발달 역사에서 트롤을 해버린 격이 되는 거잖아?

그렇게 민폐를 끼쳐놓고 방치할 수도 없으니, 결국은 내가 나서서 이걸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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