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7권 그게 뭔데 씹덕아(5)
* * *
"그럼, 다녀올게. 사랑해 칼리."
"응, 기다릴게. 어디 다치지 말고 잘 다녀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사고 치지 말고."
"사고는 무슨...."
마치 그렇게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면, 네 급발진에 자주 휘말린 내가 더 억울해지거든?
솔직히 내 앞에서 치는 사고면 해결해주려고 노력이라도 할 수 있지, 혼자 아카데미에서 사고 치면 내가 도와줄 수도 없잖아.
그런 건 내 앞에서만 하란 말이야.
'후, 이제 자료 좀 수집해서 돌아가야겠다.'
로자리아가 아카데미로 돌아가고, 나는 브래지어와 관련된 여성 속옷 자료 조사에 들어갔다.
어지간하면 건들기 싫었지만, 여성들이 다 가슴에 쇳덩이를 들고 다니는 상황을 두고 볼 수는 없잖아?
무슨 후속작은 경량화 마법을 걸어서 가볍게 만든다고 했으니, 사실상 발달 방향이 꼬여버린 것이 확실해져 버렸다.
그 와중에 후크 부분은 굉장히 디자인을 잘 따라서 만들어낸 것이 꼴받네....
'기술은 되게 좋은 편이야.'
심지어 저게 양산도 되는 모양이니, 역시 이 세상의 마법으로 인해 올라간 기술력은 굉장했다.
다만 아무래도 마법으로 인해 불균형적인 성장을 이뤘으니 브래지어 같은 물건들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겠지.
그리고 코르셋 같은 건 결국 유행인 셈이니, 코르셋으로 날씬하게 보이는 것이 최고로 여겨지던 시대에 갑자기 브래지어 같은 것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도 좀 이상하긴 해.
"오케이, 별 건 없고. 기술은 이런 것들은 충분한 느낌이네. 그냥 대충 이런 것들이라고 설명하면 알아서 넣을 수 있겠어."
내가 이번에 노리는 것은, 브래지어를 설명한 책을 만들어서 전시 및 판매하는 것이었다.
그게 가장 '시우'라는 화가의 방식에 어울리는 것이었고.
여기서 설명하는 부분마다 조금씩 만화의 형식을 빌리면 안정적일 거다.
설명충 캐릭터는 예전에 지구에서 사용하던 '시우'의 여성형 자캐를 사용하면 되겠지.
그리고 그림을 그려보면서 되새김질을 하다 보니까, 대충 브래지어의 구성 정도는 다 떠올릴 수 있었다.
솔직히 한참 속옷 차림을 많이 그릴 때, 어떻게 변형되는지 알려고 몇 개 갖춰놨었고.
그걸 부분부분 만져가면서 하나하나 재질을 확인했던 기억이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시작하는 김에 완벽하게 다 전수해주는 게 좋겠지?'
뭐 패드의 두께나 탄력, 혹은 와이어의 탄성 같은 부분이야 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더라도.
브래지어 크기의 표기나 종류 같은 부분들을 어느 정도는 정립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하는 김에 이 부분의 발전 과정을 만화처럼 스킵해서, 단번에 브래지어 붐을 일으킨다면 나쁜 일도 아니잖아?
솔직히 개인적으로 브래지어랑 팬티 벗는 장면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브래지어가 빨리 붐이 와서 벗겨지는 것도 흥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사이즈 부분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남자는 이걸 재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나체의 미소녀가 브래지어 크기를 줄자로 재보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고.
그 설명을 하기 위해서 자료 조사를 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다!
솔직히 그리 어렵지도 않은 것이, 하나는 유두 부분을 누르도록 가장 큰 둘레를 측정하고.
다른 하나는 아래쪽에 가슴이 시작되는 가장 작은 둘레를 측정하면 끝이었다.
그 둘의 차이가 브래지어의 컵인 알파벳을 결정하고, 그 옆에 숫자로 적히는 것이 작은 둘레였다.
"그것 말고도, 와이어 유무나 노출하는 양에 따라서 분류되는 것도 다 넣고.... 그냥 내가 아는 속옷을 다 정리해 버릴까?"
솔직히 아무리 설명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브래지어 이야기로 책 한 권을 다 채우기는 어렵다고 본다.
내가 세부적인 하나하나의 기술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라서, 이 부분들은 이런 걸 쓸 수 있다고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 전부고.
디자인도 아예 성질이 다른 것이 아닌 세부적인 디자인은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하게 만들어야 하니까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이참에 속옷 전문가로 가봐?'
팬티도 다룰 수 있으면 다루는 건 괜찮을 것 같은데.
팬티의 경우에는 엉덩이를 가리지 않아서 옷 자유도를 올려주는 T팬티는 여기 없는 것 같으니까 추가할 만하지.
그리고 C팬티라고 불리는 성기랑 엉덩이를 바로 붙잡아서 가리는 것도 있잖아?
이렇게 다 파보니까 생각보다 그려낼 것이 많다.
'이걸 남자가 고민하는 것도 참 웃기긴 해....'
후, 이게 전부 속옷을 벗는 것이 유행하는 메타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고 생각하자.
그런 야한 생각으로 열심히 정신승리를 하던 중,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속옷들이 조금씩 있었다.
어차피 지금 책에 자리도 남는데 그런 것들도 다 다뤄도 괜찮지 않을까?
"실용성이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오로지 밤일을 위한 속옷들도 있잖아?"
패드로 가슴을 보호하지 않는 것을 넘어, 중앙이 뻥 뚫려 있는 엄청 허전한 브래지어는 물론이고.
재질이 투명해서 유두나 유륜이 그대로 비치는 형태의 것들도 있다.
아니면 마이크로 비키니처럼 끈 수준으로 간단한 고정만 해주는 것도 있고.
아, 생각해보면 다 벗겨놓고 보석 같은 걸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브래지어라고 우기는 것도 있었지?
그리고 사실 굳이 브래지어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다.
팬티의 경우에는 재질 때문에 다 비치는 투명한 것은 물론이고, 밑에 보지 부분이 트여있는 밑트임 팬티라는 미친 물건도 존재했고.
심지어 트인 부분을 진주 같은 매끈한 보석으로 가리는 존나 천박한 디자인도 많이 있었다.
아니지, 그걸 넘어서 밑트임이 아니라 그 보석으로만 가리는 노팬티 수준의 것도 있지 않았나?
'내가 다 어질어질하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걸 이세계에 풀면 안 된다고 이성이 말리고 있었지만.
생각하지도 않은 작업을 시작하면서 여러 스트레스에 머리가 돌아있는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 소리였다.
솔직히 속옷 메타를 가속화하기로 했으면 야한 속옷 메타도 가속하는 게 맞지.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기에, 초반에 브래지어와 팬티의 설명 부분과는 별도로 분리한 항목으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 냥제리 같은 것도 있지."
가슴을 중앙에 잘 모아준 다음에, 그 중앙에 구멍을 뚫어서 가슴이 보지처럼 앙다물게 하는 속옷들이 생각났다.
솔직히 보자마자 자지를 끼워 넣는 구멍이라는 생각이 드는 존나 변태적인 디자인이잖아.
하지만 그러면서 노출은 다른 변태 속옷들보다 적당해서, 진짜 딱 좋은 선을 지켰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해.
'이거, 은근 나쁜 기회는 아닐지도...?'
내가 문화 침략을 해버리는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예전에 만화에서 야한 것이 나오는 것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 했던 것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면 이상할 필요가 없다.
굳이 이런 야한 속옷을 부끄러워할 필요 없이, 당당하게 선전하는 세상이 되면 좋은 거 아닌가?
솔직히 이제 그런 걸 다 숨기는 유교식 마인드는 지긋지긋하거든.
그렇게 열심히 고민한 결과가, 지금 내 눈앞에 완성되어가는 원고들이었다.
브래지어가 어떤 것인지, 사이즈는 어떻게 재는 것인지에 대한 것은 물론이고.
특별한 형태의 팬티를 넘어, 야한 용도 전용의 변태적인 속옷들의 예시들까지 잔뜩 도배된 무시무시한 책이었다.
'아직도 페이지가 좀 부족한 느낌인데?'
물론 굳이 이 책의 페이지를 기존 만화만큼 많은 분량으로 채울 필요는 없긴 하다.
근데 이번에 전달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최대한 다 넣어주고 싶은데.
더 넣을 수 있는 속옷 이야기 없나?
'속옷, 속옷.... 일단 주요 부위를 가릴 수 있으면 속옷이면, 애널 플러그도 속옷 아닌가?"
그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거나 찾다가 도달한 곳은 꽤나 미친 소리였다.
다만 떠올린 뒤에 역으로 짜맞추기 시작하니까 그럴듯한 느낌이 들어서 고민에 빠졌다.
애널 플러그도 쓰면 괜찮지 않나?
애초에 속옷이라는 걸 이렇게 발전시키는 건, 여성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거잖아?
그럼 그 이외에도 여성의 삶의 질을 향상하게 시킬만한 물건에 관해 이야기해도 되는 거지.
예를 들어 생리대라던가 자위도구라던가 하는 것들이 있잖아.
일반적으로는 좀 당당해지기 어려운 그런 것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 더 당당해지는 거였다.
'생리대는 그래도 다행히 괜찮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
워낙 불편한 거라서 그런지 은근 해결이 잘되는 방향으로 연구 중이었다.
하긴 브래지어가 특이한 거지, 일반적으로 여성이 마법사 비율이 높은 만큼 이런 발전이 빠른 건 당연하겠지.
그리고 솔직히 생리대는 형태보다는 생리혈을 흡수하는 기능을 잘 만드는 것이 어려운 거라, 내가 뭐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아무리 찾아봐도 자위도구에 대한 부분은 말이 없었다.
물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아닐 거다.
하지만 그림이나 문서로 남기지는 못할 정도로 터부시되는 느낌이 있다고 해야 하나?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하는지 기록하지 않으려는 느낌이 강했다.
"좋아, 다 뒤졌다. 어차피 오나홀이랑 다르게 딜도나 애널 플러그 같은 건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잖아."
나는 그대로 더 폭주해서 끝까지 내달리기 시작했고.
결국 책의 마지막 파트에는 애널 플러그나 딜도 같은 것들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다만 이런 부분에 대해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예쁜 형태 장식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만드는 정도의 타협은 했다.
왠지 사용할 생각이 없어도 가지고 싶게 생긴 보석 같은 느낌의 디자인을 노린 거였다.
'사용하는 장면도 넣어야지.'
다만 그냥 야하게 자위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위하는 이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춰서 그려내려고 노력했다.
그건 당연하게도 성욕에 솔직해지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였다.
진짜, 이상한 오해는 좀 그만하고 이런 내 진심이나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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