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37화 (37/229)

〈 37화 〉 8권 ­ 혁명의 팬티를 휘날리며(1)

* * *

'시우 화가가 드디어 정답을 공개했다!'라는 말을 듣자마자 전시관으로 달려온 어떤 여성은, 예약판매가 아니었기에 이제 물량이 없다는 말을 듣고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시우 화가의 전작인 '화신정열'에서 등장한 브래지어라는 개념.

그 개념이 작품을 읽는 이들에게 던지는 문제였다는 건, 요즘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이야기였다.

그러니 당연히 나름대로 답을 많은 사람이 풀어서 내놓았는데, 이번에 답지가 나왔으니 그걸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심지어 그녀는 평소에 시우 화가의 작품을 사랑하는 극성팬이기도 하니.

시우 화가의 신작을 빠르게 만나지 못한다는 말만으로도 굉장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내 앞에 사람은 책을 받아 가던데, 조금만 더 빨리 왔으면....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후회하다가,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라?"

아까 내 앞에서 받아 간 사람의 책에 평소랑 다르게 겉표지가 없지 않았나?

마치 요즘 유행하는 저렴한 만화책처럼 컬러가 없었던 것 같은데?

그것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근처에 있는 작은 서점들을 싹 다 뒤져보기 시작했다.

평소에 컬러 만화책도 비싸서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면, 혹시 아직 물량이 남았을지도 모르잖아?

"있다...!"

분명한 시우 화가님의 화풍이 표지에 그려진 단색 표지의 만화책!

처음 보는 캐릭터가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은 채로 방긋 웃고 있는 그림을 보자마자, 그녀는 안도감과 행복감에 날아갈 뻔했다.

혹시 다른 사람이 가져갈까, 하나 남아있는 만화책을 재빨리 챙긴 그녀는 팁까지 얹어서 값을 지불하고 나왔다.

"하, 진짜. 못 구하는 줄 알고 심장 떨렸네."

최근 브래지어는 경량화가 걸린 심장 보호용 여성 갑옷이라는 이야기가 거의 정설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과연 그게 정말로 정답인지, 아니면 그게 아니라 다른 물건이었는지가 이 만화에 나와 있을 거다.

사실 그게 나와 있지 않더라도 시우 화가의 신작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 어! 진짜로 답지네!"

만화는 자신을 '시우쨩'이라고 소개한 소녀가, 브래지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일단 브래지어의 용도부터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그녀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코르셋 없이 가슴을 안정적으로 붙잡아서 여성들이 일상생활을 하게 도와준다고?

"어, 어?"

그녀도 가슴이 꽤나 크기가 있는 편이었기에, 가슴이 너무 흔들려서 떨어질 것 같은 통증을 느끼거나.

아니면 코르셋 때문에 너무 숨이 막혀서 힘들었던 경험이 많이 있었다.

물론 코르셋은 허리를 얇게 보이게 해준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솔직히 어디 사교회 갈 때가 아니면 너무 갑갑하잖아.

그나마 대체재라고 들었던 엘프들이 가슴을 묶어서 고정한다던 물건도 별로 효과가 없었던 기억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걸 해결해준다고?

아니, 그 효과가 얼마나 좋으냐를 떠나서 애초부터 그런 용도의 물건이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었기에 그녀는 굉장히 당황했다.

"아, 그렇네. 우리가 너무 멍청했구나."

생각해보면 시우 화가는 '오크와의 정사를 꿈꾸는 엘프는 오늘도 답답하다'에서도 어떤 이들의 불편함과 괴로움을 해결해주려고 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브래지어는 가슴이 큰 여성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려고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문제를 위한 해결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는 엄청난 감동을 하면서 만화를 계속 읽어나갔다.

만화에 대한 것을 알릴 때도 그렇지만, 시우 화가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디테일이 좋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다듬은 것처럼, 완벽하게 정립된 상태로 우리에게 보여주잖아?

모두가 지켜야 하는 약속과 규칙은 물론이고, 어떤 부분에서 만드는 사람마다 차별화를 둘 수 있는지까지 전부 설명되어 있다.

혼란을 최대한 줄이고 모두가 편하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도록, 또 안정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느낌.

그런 세심한 배려가 시우 화가의 작품에서는 항상 느껴진다.

"어, 브래지어 말고 다른 이야기도 있어?"

옷을 입을 때 팬티 때문에 맵시가 나빠지는 경험을 막기 위한 여러 팬티의 종류들과 원리가 설명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여기 있는 T팬티는 전에는 별생각 없이 넘겼지만, 화신정열에서 루베도가 입는 팬티랑 닮았다.

이건 우리가 문제를 내줬는데도 아예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소리구나.

그녀는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더 살피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페이지를 계속해서 넘겼다.

"다시 브래지어...?"

굳이 나눠 놓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몇 개 설명을 읽어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것들은 아까 앞에서 설명한 브래지어의 큰 분류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브래지어의 일반적인 필수 기능 중 일부를 제외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라 그렇겠지.

각기 어떤 이유로 이런 식으로 변형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나마 좀 예상이 가는 것은 유두와 유륜이 다 드러나도록 설계된 브래지어였는데.

이건 모유 때문에 언제든 젖꼭지 꺼내 써야 하는 어머니들을 위한 제품이 아닐까 싶었다.

세세한 설명이 없는 것을 보면, 이 부분이 우리에게 주는 추가 과제겠지?

"팬티는.... 어?"

그리고 그녀가 가장 놀랐던 것은 팬티의 디자인이었다.

브래지어에 보석을 단다는 것은, 브래지어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그냥 몸에 보석을 단다는 느낌이라서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팬티의 보지가 닫히는 부분을 꿰어진 진주로 보호한다고?

그 당황스러운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려진 그림에서 보지와 진주가 맞물린 매끄러운 표현감이 너무 아름다웠기에.

그녀는 자신도 한번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다.

"그, 근데 여기 팬티는 왜 다 아래 거 찢어져 있지? 이러면 다 보이는데...?"

거기서부터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팬티라는 건 분명히 성기부터 항문까지를 보호하기 위해 입는 속옷인데.

그 부분만 저렇게 열어 놓으면, 성기의 보호가 전혀 되지 않는 거잖아?

"아?"

아니지, 그건 너무 편협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저길 노출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건 어디까지나 오래된 낡은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제까지 시우 화가의 그림들을 보면, 여성이 나체를 노출하는 것에 항상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니 권장되어야 한다는 것처럼.

"혹시 이건 당장 가능한 것이 아니라, 목표 같은 것이 아닐까?"

그중에서 독보적으로 사람들이 부끄러워하는 부위가 바로 성기고.

부끄러워하지 않더라도 안전을 위해 옷으로 보호해야만 한다.

그럼 만약에 저렇게 열려 있는 옷 상태로도 보호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을 마법으로 만들어내길 원해서 그려낸 것이라면?

"그렇구나. 여기 뒷부분에 나오는 브래지어나 팬티는 바로 쓰라는 게 아니야. 아직 우리가 쓰기에는 분위기가 이르거나,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거지. 하지만 정말 시우 화가님이 원하시는 건, 우리가 발전에서 여기까지 오길 원하시는 거야."

현실과 이상을 타협하고 싶지 않으니, 이 책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과 이상을 함께 담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저 현실에 가까운 것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시우 화가님이 원했던 이상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녀는 가능하다면 그것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계속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엄청 아름다운 디자인의 유리 공예품 같은 것이었다.

대체 이런 것들을 어디에 사용하는 건가 싶어서,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페이지를 계속 넘겼다.

그리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그 물건 중 몇 가지를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이 만화로 나오는 걸 확인했다.

"어, 어?"

순간적으로 화들짝 놀란 그녀는,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맞나 싶어서 열심히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작품에서 나오는 것은, 처음에 시우쨩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소녀가 그 유리 공예품을 성기에 비비기 시작하는 장면이었다.

애액으로 반들거리는 보지가 반짝이고, 그 보지를 파고들어 질 내부를 드러내기 시작한 유리 공예품도 함께 반짝였다.

"설마, 저거 딜도...?"

남성기 대신 여성기에 삽입하는 자위 도구, 이야기로는 들어본 적 있었다.

사람도 아닌 것으로 기분 좋아지려 할 정도로 음탕한 여성은, 적인 오크에게 보지를 벌려서 쾌감을 얻고 붙어먹을 잠재적 배신자라는 말이 돌았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딜도는 터부시되었다고 들었다.

전쟁은 끝이 났지만, 그래도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는 이어져 왔기에.

손으로 하는 평범한 자위 등은 일반적인 것이 되었지만, 아직도 딜도를 사용하는 자위는 좋지 않은 눈초리를 받기에 몰래몰래 사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분명 저 딜도는 평범한 집 안에 마치 전시품처럼 전시된 형태로 묘사되어 있었지?

'이것도, 설마 시우 화가님이 바꾸고 싶어 하는 여성의 현 상황인가?'

자위라는 행위가 부끄럽다는 것은 잘못되었다며.

자위 도구도 자연스러운 것이니, 예쁘다면 저렇게 전시해놔도 상관이 없다고 말하기 위해서였던 거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지난번에 오크 하프에 대한 오해를 풀었던 것과 거의 비슷한 맥락이었다.

"왜, 설명하는 소녀의 이름이 시우쨩인가 했는데...."

일단 시우 화가님이 여성이었다는 사실이야,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마법사의 성비부터가 여성이 많은 만큼,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으니까.

다만 이번 작품에서 등장인물에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썼다는 것이 굉장히 강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너희들이 말하는 자위라는 게 정말 부끄럽다면.

지금 이 작품을 쓴 나는 모두에게 그 장면을 보였는데, 그럼 나는 그것에 비난받아야 할 정도로 쓰레기인가?

마치 그렇게 묻는 듯했다.

이것은 그렇게 쪽팔린 것이 아니라고.

우리가 바꾸어 나가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것이라고 말하기 위해.

자기 자신의 이미자 따위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 이러한 만화를 그려서 의미를 전달한다.

"아,,,,"

자위하고 있는 소녀, 시우쨩의 모습은 그녀가 이제까지 봤던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졌고.

그녀는 많은 깨달음을 준 시우 화가에게 감사하며, 시우쨩을 딸감삼아 자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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