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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39화 (39/229)

〈 39화 〉 8권 ­ 혁명의 팬티를 휘날리며(3)

* * *

실제로도 내가 너무 걱정했을 뿐이지, 잠깐만 열심히 불타오르다가 금방 잠잠해졌다.

오히려 브래지어 쪽이 팔아먹는 경쟁으로 더 시끄러울 정도였다.

아니지, 그게 아니라 그냥 다들 그 야한 브래지어인지 뭔지를 연구하러 갔을지도 모르겠네.

무슨 혁명 어쩌고 그림을 그려서 무시무시한 사람들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이런 거 개발 좋아하는 마법사들이었나보다.

"슬슬 다시 작품도 새롭게 올라오고 시작했고...."

시우쨩으로 도배되어 있던 전시관도 천천히 정상적인 상태를 되찾는 중이었다.

솔직히 정신승리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그거야 당연히 내가 버티기 힘드니까 그랬던 거고 마음이야 계속 불편했었는데.

이제 좀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이러면 슬슬 화신시리즈 후속작이나 준비해볼까 싶긴 하네.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이상한 낙서만 계속 끄적였지, 제대로 된 만화를 그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기야 그렇게 이상한 오해까지 받아도 정부에서 제한 들어오지 않는 게 어디냐.

"어? 무슨 일이세요?"

"헉, 헉.... 후, 다행히 아직 돌아가지 않으셨었네요. 가셨으면 어쩌나 해서 걱정했어요."

"네?"

오늘 뭔가 일이 있어서 온 것도 아닌데 갑자기?

아, 설마 오늘도 론도 교수님이랑 샤론 원로님이 찾으시나?

그 사람들이랑 이번 것 가지고 이야기하면 되게 피곤할 것 같아서 무서워지는데.

"일단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직접 전해주시겠다고 하셔서요."

"직접 전해줘요?"

뭐야, 설마 저번에 그 미친 거유 하프 오크처럼 팬레터라도 전해주려는 사람이 있나?

근데 그런 거라면 내 정보를 최대한 숨겨줄 사람들이니까, 아예 지난번에 난리를 쳤던 그 하프 오크랑 동일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좀 무서워지는데.

"어라?"

"아, 안녕하십니까."

"예? 예에. 처음 뵙겠습니다. 혹시 어디서...."

그런데 나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아예 처음 보는 사람이라서 여러모로 당황스러웠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굉장히 당황스러워하고 있는데.

그 분위기가 상대에게도 전해졌는지, 상대는 정식으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티브 기사단 소속, 기사단장 네오 흐 비티아라고 합니다. 시우 화가님의 제자인 칼리 흐 글라디스님이 맞으십니까?"

"예? 아, 맞습니다."

아티브 기사단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다.

왜냐면 우리 아버지가 기사단장으로 있다가, 자리를 넘겨준 뒤에 명예 기사단장으로 넘어갔으니까.

황실 직속으로 관리하는 몇 안 되는 실력파 기사단 중 하나다.

당연히 기사단장을 할 정도니, 높은 확률로 소드마스터겠지.

아무리 소드 마스터가 적다고는 해도, 황실 직속 기사단장에 임명받을 정도의 실력자면 대부분 소드마스터다.

'그런 사람이 나를 왜?'

혹시 아버지와 알던 사이라서 뭔가 개인적으로 만나러 온 건가?

하지만 방금 시우 화가님의 제자라는 말을 한 것을 생각하면, 그런 이유로 접촉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

"이것을 시우 화가님에게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네? 이건...."

"죄송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인만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제 권한 밖이라서 설명해 드리지 못하는 점 정말 죄송합니다."

제국 문양이 그려진 화려한 디자인의 편지지가, 실링 왁스로 밀봉된 상태로 전해져왔다.

그러니까 지금 '시우'에게 국가에서 편지를 보냈다는 건데....

워낙 찔리는 게 많았던 나는 그대로 숨이 턱 막혔다.

야한 거야 이렇게 할 것이 아니라고 해도, 위에서 보기에는 뭘 자꾸 사람들의 여론을 조종하는 모습으로 느꼈을 수 있고.

그렇다면 진짜 자칫하면 익명이고 뭐고 좆될 수 있는 건이었다.

아청법조차 애교 수준으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범죄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호흡곤란이 오려는 것을 최대한 견디며 편지를 챙겨 넣었다.

시발 살려주세요.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부르셨습니까."

"어, 거기 앉아. 그리고 니아 빼고 나머진 다 나가고."

"넵!"

대신들이 모두 나가고, 그제야 한숨을 푹 내쉰 황제는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니아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며 근황을 물었고.

니아는 딱딱한 목소리로 마법 공부의 성취는 물론 정치적 공부의 성과까지 기계적으로 내뱉었다.

그 모습을 보던 황제는 굉장히 슬픈 눈빛을 하며 옷을 벗으라 명했다.

그러자 니아는 어떠한 거절의 뜻도 표하지 않고 옷을 벗었고, 가슴 부분이 붕대로 강하게 압박되어 감겨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황제는 떨리는 손으로 붕대의 압박을 풀었고, 그 안에서 드러난 가슴은 출렁거릴 정도로 꽤나 큰 크기를 자랑했다.

다만 뽀얗고 아름다운 상태가 아니라, 오랜 기간 붕대로 압박한 것으로 인해 이리저리 멍이 들어 있어 끔찍하게 느껴졌다.

"미안하다. 이 아비가 미안해...."

"아닙니다. 폐하. 제가 선택한 길입니다."

황제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강요하듯 만들어온 것이 네 선택일 리가 없다며 미안하다고 재차 말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저 아이의 단단함에 어떠한 흠집을 줄까 걱정스러워서, 그러지 못하고 한숨만 길게 내뱉었다.

어찌하다 저 아이에게 저런 무거운 짐을 맡기게 되었을꼬.

"폐하가 아니라, 아바마마. 그렇게 불러줄 수는 없겠니?"

"...아바마마."

방금처럼 거칠고 낮은 남성의 목소리가 아니라, 꽤나 귀엽고 높은 여성의 목소리가 니아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입술을 꽉 깨문 황제는 니아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줬다.

그 행동에 니아도 감정이 복받쳐서 눈물을 흘릴 뻔했지만, 꾹 참아냈다.

"미안하다. 사랑하는 우리 딸...."

"자칫 밖에 들릴지도 모릅니다. 가능하면 이런 이야기는 삼가시는 편이...."

"나보다 네가 더 어른스럽구나. 하기야, 벌써 너도 성인이니."

결국 긴 기간 아이를 낳지 못한 자신의 부덕이고. 또 겨우 낳은 아이가 남자아이가 아니었던 자신의 부덕인데.

그것을 이 어리고 착한 딸아이에게 맡긴다는 것이.

그는 너무나 죄스럽게 느껴졌다.

"오히려 저는 폐하의 안위가 걱정됩니다. 요즘 무리하셔서 건강도 좋지 않으시고...."

"이미 언제 가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니까 당연하지. 아마 이 망할 검이라도 적당히 배워놓지 않았으면 벌써 뒈졌을...."

"그런 말씀 마십시오. 폐하가 아니면 누가...."

"니아야. 네가 맡는 거지 않느냐."

니아는 아직 아니라며.

자신은 아직 부족하니 더 옥체를 보존하셔야 한다며 걱정의 말을 쏟아냈지만.

황제는 그것보다는 오히려 니아의 건강이 훨씬 염려되는 모양이었다.

대외 활동이 길어질수록 그녀의 가슴 건강 상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으니까.

"차라리 잘라버리겠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아니다. 전에도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혹시 여자 황제라는 것이 인정받을 수 있는 세계가 오지 않겠냐고."

"폐하, 그런 상황이 그렇게 빨리 울 리가 없사온데 어찌...."

만약 오지 않더라도.

머리카락과 다르게 그곳은 잘라내면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황제는 니아가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선택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다. 네가 평소에 가발을 쓰고 평범한 소녀처럼 놀러 다니기도 한다는 걸."

"...폐하."

"그러니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하지 말아라. 그리고 네가 걱정하는 거라면 이미 해결했으니 더더욱 그럴 필요는 없어."

"예?"

황제는 자신의 옆에 놓여있던 상자를 꺼내서 니아에게 건네줬고.

그녀는 굉장히 당황한 표정으로 그 상자를 받아들었다.

"오늘 성인이 된 네 생일 선물이다. 생일 축하한다 니아."

"생일 선물...."

"꺼내 보아라."

상자에 들어가 있는 것은 왠지 최근 유행한다는 여성 속옷은 '브래지어'와 굉장히 닮아 있었고.

니아는 대체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황제는 살짝 웃으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너도 최근에 브래지어라는 녀석이 유행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거다."

"예, 여성들의 가슴을 보호하는 속옷이라고...."

"그걸 네가 남장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샤론 녀석에게 부탁해서 만든 거니, 성능은 확실할 거야."

미리 사이즈도 맞춘 것인지, 그녀의 가슴에 정확하게 맞아들어간 브래지어는 꽤나 편안했다.

겉을 만질 때는 딱딱한 느낌이었지만, 내부에는 부드럽고 쿠션감 있는 것들로 마감이 되어서 그런 것으로 보였다.

다만 아까 붕대로 가릴 때와 다르게, 커다랗게 튀어나온 가슴의 굴곡이 느껴지는 것은 일반 브래지어와 똑같았다.

"이거 평범한 브래지어랑은 좀 다르긴 한데, 결국 브래지어 아닙니까? 이게 어찌하여...."

"마력을 조금 불어넣어 보렴."

"아, 옙."

그녀가 브래지어에 마력을 사용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브래지어의 모양이 바뀌면서, 천천히 튀어나왔던 가슴이 안쪽으로 들어가며 평평해지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언덕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붕대로 압박할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가슴이 줄어들었다.

"만져도 탄탄한 느낌이라 누군가가 건드려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거다. 느낌은 어떠냐."

"이거, 거의 압박감이 없습니다. 이게 대체...?"

"공간을 확장하는 마법을 써서 불편함을 줄였다던데? 사실 나는 마법을 잘 몰라서 설명하기 어렵구나. 약간의 압박은 있겠지만, 기존처럼 멍이 들거나 하지는 않을 테지."

"감사합니다."

사실, 겨우 그런 걸 생일 선물로 준다는 것이 조금 미안하구나. 당연히 지원해줘야 하는데.

황제는 그렇게 말했지만, 니아는 이렇게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마음에 듭니다. 잘 사용하겠습니다. 아바마마."

"그래, 그리고 사실 다른 것도 준비하려고는 했다만, 시간이 좀 부족해서.... 아직 답이 오질 않았어."

"예?"

"그 브래지어라는 걸 만들었다는 '시우 화가'라는 사람에게 그라베다 아카데미의 새 제복 디자인을 맡겼다."

"갑자기요?"

조금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지, 니아는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담아서 되물었고.

황제는 짧게 웃더니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물론 내가 건들지 않아도 인지도야 하늘을 찌르는 화가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법에 관심이 있는 마법사들 위주의 일이지. 하지만 아카데미는 검술의 새싹들도 다 다니지 않느냐?"

"그 사람의 인지도를 일부러 다양한 방향으로 높이시려는 거군요."

"맞아."

그 화가가 하려는 일들이 심상치가 않아.

그 화가가 그리는 만화를 보면, 세상을 구하는 영웅도 여성이고 사랑을 고백하는 이도 여성이더군.

기존의 '여성'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상식의 한계를 부수려고 하고 있어.

그리고 만약 그게 정말 내가 예상했던 대로 진행된다면....

"제가, 성별을 속이지 않고 황제가 되어도 괜찮은 세상이 온다. 그런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군요."

"아주 약간의 밀어주기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물론 그다지 기대하지는 않는다만."

말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던 황제는, 그런 날이 오기를 누구보다도 고대하며 자신의 딸아이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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