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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47화 (47/229)

〈 47화 〉 10권 ­ 그라베다 아카데미(1)

* * *

"칼리?"

물론 초창기 반도체부터 컴퓨터를 정상적인 순서로 발전시키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긴 할 거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기'를 이용한 회로일 때 그런 거잖아?

마법을 사용하면, 본래 컴퓨터에서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들을 쉽게 해결 가능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 내가 희망찬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내가 마법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칼, 리!"

"어, 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내가 물어본 건 답을 안 해주고."

"그것 때문에 고민하던 거라서."

"그런 거야?"

"응."

솔직히 중세시대에 냉장고가 있고, 물이 공짜로 펑펑 나오고, 심지어 물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기능도 있다.

일부 부분에서는 현대보다 나아 보이는 성능을 보이는 부분이 있잖아?

이걸 잘 써먹으면 컴퓨터도 가능하지 않지 않을까?

"그럼, 시도 정도야 해볼까?"

"정말!?"

"응, 하지만 검술은 포기했잖아? 나, 마법을 배워보고 싶어."

"아, 그런 거라면 내가 입학시험에 필요한 기초는 알려줄 수 있어."

"근데 이제 입학시험까지 얼마 안 남지 않았어?"

"그렇긴 하지, 그리고 굳이 이걸 오자마자 말한 것도 신청일까지는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 거거든?"

저번에 내가 외주 일을 했을 때 넣은 요청 때문에, 그라베다 아카데미를 비롯한 제국 직속 아카데미는 그림 실력만으로도 입학하는 전형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내가 LD 그림으로는 바로 통과하겠지만, SD면 조금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LD로 넣으면, 내가 '시우'라는 걸 밝혀버리는 꼴이니까 어렵지.

"그럼 리아가 나한테 마법 알려준다는 거지?"

"응! 아, 그전에 그림 그려둔 거 없어? 신청부터 하러 가야 하는데."

그거라면 혹시 2학기 기간 내에 그림 그린 거 없냐고 할까 봐 그려둔 SD들이 좀 있었다.

채색한 SD도 조금 있었고, 스케치나 만화용 단색으로 그린 것도 있고.

아마 포트폴리오 정도로는 충분한 수준일 거다.

"그림만 제출하면 되는 거야?"

"마법에 관련된 시험은, 서류 시험에서 통과한 다음에 평가받으니까."

"그럼 그림을 그리지 않는 마법사는 어떻게 해?"

"자주 없지 않아? 있으면 마법진을 그려서 제출하면, 그 지식수준에 따라 1차 합격까진 시켜줄 거야."

대신 그림 쪽 점수가 낮아지니까, 마법 실력이 좋아야겠지.

하지만 실기인 마법 시험이 훨씬 점수가 높아서 사실상 1차 통과용인 것 같다고는 했다.

저러니까 마법을 배우지 못한 평민들은 그림을 그릴 줄 알아도 입학을 시도도 못 해보지.

"좋아, 그럼 이거로 내일 제출하러 가면 되고.... 오늘은 일단 마법 좀 알려줄까?"

"궁금하긴 하네. 사실 네가 쓰는 거만 봤지, 마법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

저 마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발달하기 시작한 출판업인데.

정작 위험성을 이유로 마법서는 아카데미 내에서만 유통할 수 있으니까, 나 같은 일반인이 열람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까 자료 조사할 때도 마법에 대한 것은 좀 정보가 매우 부족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귀족이니까 마법사에게 부탁하거나 학생을 매수하면 되는 거긴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생각해보면 바로 옆에 로자리아가 있는데, 궁금했던 상식 같은 건 다 그녀에게 물어봤던 것 같긴 하네.

로자리아는 펜 하나를 꺼내더니, 허공에 마력으로 뭔가를 그려가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평소에는 저거로 마법진을 그려서 마법을 사용했는데.

저걸 저렇게 칠판처럼 쓸 수도 있는 거였구나?

"일단 마법은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뉘어."

"세 가지?"

"응. 하급 마법, 고급 마법, 기록 마법."

"하급이랑 고급이야 어떤 느낌인지 예상이 가는데, 기록은 뭐야?"

그러자 로자리아는, 하급이든 고급이든 재료를 사용해서 물건에 깃들게 하는 것이 기록 마법이라고 설명해줬다.

실력이 낮은 마법사들도, 간단한 기록 마법을 그리는 걸로 공장에서 일하는 거로 돈을 벌고 있다고.

이게 지금까지는 사람 손으로만 작동해서,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는 모양이다.

괜히 마법 쓰는 그림 도구들이 비싼 게 아니구나.

"그래도 어지간한 물건들은 되게 저렴하지 않아? 솔직히 평민 집에도 냉장고 같은 건 다 갖출 만큼 보급이 잘 되어 있잖아."

"크잖아."

"어?"

"말이 수작업이지, 그 모양을 그대로 찍어내는 도구를 '마법사'가 조종해서 1초 만에 그려내면 되는 거야. 그래서 엄청난 속도로 만들 수 있으니까 저렴해진 거고."

반대로 크기가 작은 그림 도구는 그게 어려우니까 가격이 오른다는 거다.

그 크기와 무게에서 기능을 모두 넣으려면,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니까.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제품 소형화가 어려워 보여서, 컴퓨터를 만들려던 꿈이 사라지려고 하는데?

이게 맞아?

"근데 기록 마법은 일반 마법이랑은 많이 다른 거야? 어차피 마법을 그려야 한다는 건 똑같은데...."

"그려낼 때 마력을 보조해줘야 활성화가 되어서 마법사가 필요한 것뿐이지, 둘은 완전히 달라. 기록 마법은 '마력잉크'로 그린 마법 문자에 '마력석'이 마력을 공급하면서 마법이 발동하니까."

'마력잉크'라고 하는 기록 마법 전용 잉크 비슷한 것이 있는 모양이다.

심지어 그 녀석으로는 마법사의 마력을 쓰는 일반 마법도 발동을 못 시키고, 오로지 마법석 전용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아예 딱 구분이 되어 있는 모양이네.

"근데 그럼 작은 물건을 만들 때가 아니면, 마법사 실력은 상관이 없다는 거네?"

"응, 그렇지. 사실 좀 어려운 것도 아까 말했다시피 도장 같은 형태로 진행할 수 있어서 상관없어."

그럼 도대체 마법사는 왜 필요한 거고.

왜 마법사가 그렇게 괜찮은 대우를 받는 건지를 모르겠는데.

마력석이랑 마력잉크만 있고, 실력 없는 마법사만 있어도 어지간한 건 다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아, 칼리는 모르는구나.... 기록 마법의 한계는 딱 냉장고 수준이야."

"냉장고 수준?"

생각해보면 냉장고는 있어도 여기 냉동고는 없었지.

그래서 찬물은 먹을 수 있지만, 얼음을 먹을 수는 없는 세상이었다.

왜 굳이 그런 식인가 싶었는데, 그게 기록 마법의 출력한계 때문이었어?

"잘 중첩하면 온도를 더 낮출 수 있긴 한데, 그게 살상력을 가지거나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기록 마법의 화력은 초짜 마법사보다도 약할 정도니까."

일부 마법은 동작 자체가 실패할 정도로 마력석과 마력잉크로 낼 수 있는 한계는 약하다고 한다.

사실상 마법사 없이도 계속 자동으로 동작한다는 장점이 있을 뿐, 어지간한 하급 마법사보다 못한 거라는 거네.

반대로 인쇄 마법 같은 건, 마법 자체는 어지간한 사람은 따라 하기 힘들 정도의 고급 마법이지만.

마력의 화력 자체는 적어도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마력석으로 동작시키는 거라고 한다.

"어라, 근데 그림 도구 같은 거에선 마력을 내가 직접 넣어야 하잖아. 마력석이 있으면 필요 없는 거 아니야?"

"마력석 중에, 아주 소형의 경우에는 그 물건을 동작시키기에는 마력이 부족하거든. 그래서 그 마력을 바로 충전해서 마력석에 충전시켜서 실시간으로 변환하는 거야."

오....

다 나름의 논리로 돌아가는 거구나.

하여튼 그런 이유로 마법을 전투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선, 화력 때문에 무조건 마법사가 필요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기록 마법으로 구현할 수 없는 마법은 마법사만 사용 가능하니까 당연히 마법사가 필요하고.

"물론 기록 마법도 실력 있는 마법사가 미세하게 잘 설계하면, 엄청 편하고 좋은 효율을 보여줘서. 마법사가 혼신을 다해서 만든 수제 마법도구 같은 건 부르는 게 값이야."

"아하...."

하긴, 제한이 빡빡하면 그 제한 안에서 어떻게든 만들어내는 것도 실력이지.

장르는 다르지만, 마법의 이해도 때문에 대부분 두 실력은 비례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아, 완전 필요 없는 이야기로 빠져 버렸네. 이걸 말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어차피 기록 마법이나 난이도가 높은 고급 마법은 평가 항목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대충 이야기만 해주고 초급 마법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기록 마법에 대해서 장대한 수업을 해버렸다며 자책하기 시작했다.

"아니야.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게 그거였어. 엄청 재밌고 유익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

"그리고 당장은 아니지만, 결국은 필요한 내용이잖아."

그리 많은 시간을 소모한 것도 아니고.

괜히 그렇게 자책할 시간에 다음 내용이나 설명해줘.

내가 그렇게 설득하자, 로자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급 마법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급 마법은 '마법 문자'를 '마법진' 안에 그려내는 것만으로 발동해."

"그게 뭔지도 감이 잘 안 오는데. 평소에 리아 네가 그리는 그 원 모양이 마법진이야?"

"어, 맞아."

정확한 원 모양에 가까운 수록 '마법진'이 마법을 만들어내는 효율이 급격하게 올라간다고 했다.

다만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개념'적인 것이지 실제 그려지는 모양과는 관계가 없어서.

도구의 도움을 받으면 모양은 원이어도 효과는 오히려 찌그러진 것보다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마력을 하늘에 그리기 시작하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이거에 익숙해지기가 어려워. 마력이 은근 날뛰어서 손도 엄청나게 떨리거든. 물론 이제 나는 완벽하게 할 수 있지만."

그런 이유로 이게 입학시험의 첫 번째 관문인 마법진 그리기라고 한다.

마법진을 도구의 도움 없이 얼마나 정확하게 원 모양으로 그리는지 평가한다.

여기서 로자리아가 만점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런 경우가 꽤나 드물다고 한다.

"그라베다 아카데미가?"

"정말 수준 낮은 곳들은, 마법이 발동할 정도의 원이면 바로 통과일걸? 뭐, 완벽한 게 어렵다는 거지 대부분은 대충 보면 거의 완벽한 원을 그리긴 해."

심지어 1학년 과정 중에는 다들 로자리아처럼 완벽한 원을 그릴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그냥 입학생 수준에서는 조금 어려울 뿐이지, 그라베다 아카데미 기준으로는 필수 교양 같은 거라고 했다.

"이게 마력으로 그리는 거 도와주는 펜이거든? 한번 해볼래?"

"잠시만."

정말 오랜만에 마력을 뽑아보는 건데.

확실히 로자리아가 말한 것처럼 마력의 이상한 기분 때문에 손이 덜덜 떨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솔직히 해볼 만한데?

이게 괜히 기본이라는 소리를 듣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이렇게?"

내가 쓱 그려낸 거의 완벽한 원의 모습에, 로자리아의 표정에 경악이 서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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