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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53화 (53/229)

〈 53화 〉 11권 ­ 원 그리기에 진심인 사람들(2)

* * *

솔직하게 말하자면, 방금 그 대사는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로자리아의 다리에 살짝 달라붙은 자지가 두근거리면서 커지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나는 조금 당황하면서 그녀에게서 떨어지고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 로자리아 선배님? 다 보고 있거든요? 내가 첫날부터 엄청나게 파격적인 1학년이 되고 있어."

"뭐 어때, 내 남자한테 접근하지 말라고 미리 공표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몇몇이 로자리아가 '마기우스' 집안의 그 마법 천재라는 걸 알아봤는지, 숙덕거리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무래도 차석은 수석이랑 다르게 묻히는 느낌이라서 이대로 조용히 넘어가나 해서 기뻤는데.

첫날부터 로자리아 때문에 어그로를 잔뜩 끌기 시작했다.

이건 진짜로 내가 원하던 게 아니었는데....

솔직히 방금 속삭인 대사가 좋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장난기가 동했다.

나만 당하고 있기에는 솔직히 아쉬운 점이 많긴 하거든.

"그래서, 그 딸기 팬티는 뭐죠? 저한테 아기처럼 칭얼거리면서 안기고 싶다는 의미? 되게 귀여운 성격이시네요."

"그, 그건 아니고. 내가 딸기를 좋아해서...."

"저는 귀여운 선배님 모습이 좋긴 한데요."

"엣...."

어차피 1학년들 사이에서 이미지가 박히는 김에, 그냥 아카데미 전체에 미친 새끼들이라고 같이 이미지가 박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이 정도면 학생회를 통해서 2학년에도 소문이 쫙 퍼지지 않을까?

절대로 나 혼자 당할 수는 없지.

"그럼 내일 봐요."

"으, 응! 내일 봐 칼리!"

실실거리면서 저렇게 인사하면 내가 오히려 미안해지는 느낌인데.

그래도 아카데미에서 아무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는 건 아니고, 선배로라도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적응하기 좀 나을 거다.

원래 친한 학과 선배 하나가 대학교 생활의 질을 바꾸는 법이지.

"그, 실례지만 이름이 어떻게 되신다고 했죠?"

그렇게 로자리아가 떠난 뒤, 우리 조를 통솔하던 '휘리아 드 후리오'라는 이름의 학생회 선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방금 장면이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을 테니까 정체가 궁금할 법도 하지.

나는 별생각 없이 이름을 말했다.

"칼리 흐 글라디스입니다."

"...글리다스 가문의 독자시죠?"

"네, 맞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아는체하는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애초에 내가 대외 활동을 하는 편은 아니니까, 얼굴과 이름이 크게 알려진 느낌은 아니지.

하지만 글라디스 가문은 유명하니까 바로 알아보는 거고.

"로자리아님이 신나셨던 이유가, 진짜로 칼리님이 입학하셔서군요. 그나저나 검술부가 아니라 마법부라니...."

"그럼 안되나요?"

"네?"

"검술로 유명한 가문에서 마법부로 입학하면 안 되냐는 뜻이었습니다."

"아,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조금 의외였을 뿐이죠. 부럽네요. 저도 두 분처럼 좋은 사랑 하고 싶어요."

뭐야 저 머리가 꽃밭인 것 같은 착해빠진 분위기의 인간은?

아니면 아무래도 자신보다 높은 가문의 독자니까 조심스럽게 대하는 건가?

솔직히 '후리오'라는 성씨는 나도 처음 들어보긴 하는데....

"아, 죄송합니다. 제가 개인적인 궁금증은 참기 힘들어해서요. '일기장'의 팬이기도 하고요. 이제 다음 설명하겠습니다. 다들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방금 일기장이 어쩌고 하지 않았나?

그 순간, 로자리아가 그리는 딸기와 우유가 나오는 만화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저 인간이 그 작품의 딸기의 모티브가 로자리아라는 것과 우유의 모티브가 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빠르게 도출되었다.

그냥 로자리아랑 친해서, 검술 배운다던 칼리가 마법부에 나타났으니 당황했던 건가 보다.

...그나저나 걔는 대체 왜 내 이야기까지 학교에 말하고 다니는 거야?

설마 아까 일로 2학년까지 쪽팔린 소문이 나는 게 아니라, 애초에 내가 입학하기 전부터 나에 대해 알려져 있었던 건가?

이건 좀 당황스럽네.

"이 정도만 기억하시면, 아마 내일부터 아카데미 생활하는 것에 문제는 없을 겁니다."

모든 일정이 종료되고, 다음 우리가 진행할 일정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는데.

일단 내일은 수강 신청을 하는 날이었다.

1학년의 경우에는 개인별로 수강 신청할 과목을 미리 안내받아서 그대로 진행하면 되는 연습 정도라고 설명했다.

생각해보면 대학교 신입생 때도 1학년 1학기는 학과에서 수강 신청할 거 짜줘서 그대로 했었지.

지난 학기 평균 성적별로 과목별로 줄을 서서 수강 신청을 하고, 다음 과목부터 다시 줄을 서야 하는 엄청난 난이도의 수강 신청이었다.

이게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니까 엄청나게 두려워 보이는 무언가로 바뀌게 되네.

만약 과목이 마감되면 시간표 수정 때문에 빈자리가 나고 하는 식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를 통째로 수강 신청에 소모한다는 설명을 듣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 정도면 그냥 수강 신청 시스템 폐지 마렵겠는데.'

어지간한 아카데미에서는 이런 문제 때문에 그냥 일괄적인 커리큘럼을 따라가지만.

겨우 그런 방식 때문에 최고의 아카데미를 노리던 그라베다 아카데미가, 교수 선택과 강의 선택의 자유를 포기할 리가 없었고.

이런 타협하지 않은 점까지 포함해서, 결국 여기가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가 된 거겠지.

확실히 그런 불편함보다 중요한 건 강의를 더 질 좋게 듣는 거라는 건 동의하는 바다.

"그런 이유로 내일은 수강 신청을 연습 삼아 진행해보시면 됩니다. 어차피 다 정해져 있는 대로 하시면 되니까, 인원수가 부족하거나 하는 문제는 터지지 않을 겁니다."

굳이 여기서 이상하게 신청해서 트롤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

싱긋 웃는 표정에서 그런 짓을 했다간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풍겨오고 있었다.

차라리 그냥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덜 무섭겠다.

그 뒤로는 별로 특별한 일 없이 기숙사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했고.

내일 아침 먹으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후, 잘 자라."

"어? 어. 그래. 너도 잘 자."

기숙사 생활이라니 꽤 오랜만이라서 신기한 기분이다.

최근에는 항상 원룸 자취방에서만 지냈다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러네.

물론 말이 기숙사지 내가 살던 원룸보다도 훨씬 큰 방에서 꽤 큰 사이즈의 침대 두 개가 들어 있으니까 다른 느낌이긴 한데.

그래도 오랜만에 다른 친구랑 같은 방에서 자는 감성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로자리아랑은 연인의 풋풋한 느낌이라서 이 동성끼리의 편안한 무언가랑은 다르거든.

물론 니아는 이런 잠자리가 익숙하지 않은지, 계속 뒤척이면서 잠들지 못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나저나 의외네 황태자면 꽤나 여자 좀 끼고 살았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처를 만들고, 처가 되는 것에 책임만 제대로 진다면 별 거리낌이 없는 세계관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지, 다시 생각해보니까 오히려 책임져야 하니까 조심스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민 같은 사용인도 임신시켰으면 무조건 처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여기 상식이잖아.

괜히 황태자가 그런 거로 여자관계 꼬이면 말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황제가 된 이후까지 존버 중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의외로 순애파인 성격이라던가?

"저기...."

"왜?"

"혹시 폐가 되지 않는다면, 내일 학교 구경할 때 같이 다닐 수 있겠어? 오늘도 같이 안내받던 조원들에게 다 말해봤지만, 칼리 너처럼 간단하게 편히 대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

"아, 그런 거라면 같이 다니지 뭐. 근데 중간에 다른 사람한테 납치당할 수도 있다?"

로자리아가 워낙 벼르고 있었으니까.

하여튼 로자리아가 그렇게 달려들어서 나를 데려가기 전까지는, 충분히 같이 다니면서 친해질 수 있겠지.

어차피 룸메이트인 이상 친해지는 게 편하고, 그 기회를 좀 앞당긴다고 생각하면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납치?"

"그런 게 있어. 뭐 그냥 비유니까 이상한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말고."

"...그래."

설마 근데 내일 같이 다니자고 말하려고 고민하려고 뒤척인 건가?

왠지 내가 답을 하자마자 바로 조용히 잠든 것 같은 느낌인데?

이거 뭐 하는 새끼지 진짜?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눈 부신 햇살이 내 눈깔을 사시미로 파내듯 찌르고.

눈을 감고 있는데도 넘어오는 주황빛 시야가 너무 짜증이 나서 눈을 뜬다.

아, 시발. 이래서 암막 커튼이나 어둠 마법 도구 켜놓고 자야 하는데.

물론 아카데미에서 생활하는 이상, 이런 정상적인 패턴에 맞춰야 한다는 건 알지만 너무 짜증 난다.

"어라, 뭐야. 너 벌써 옷 다 입고 대기 중이었어?"

"응. 왜?"

"그냥 깨우지."

"잘 자는데 깨우는 건 매너가 아니잖아. 우리가 시간을 약속한 것도 아니고. 물론 아침 식사 시간에 늦을 것 같으면 깨웠겠지만."

으, 시발.

너무 하는 짓이 스윗해서 속이 느글거리는데.

물론 남자가 남자를 볼 때니까 이렇게 느끼는 거지, 여자들은 저 얼굴과 저런 스윗한 짓에 당하면 바로 다리 벌리겠지.

본인은 별로 자각 없이 행동하는 모양이지만....

하긴, 아무리 저렇게 많은 사람이 반해버려도 대시하기는 쉽지 않지.

어떤 여자가 감히 황태자 전하한테 박아달라고 데이트를 신청하겠어.

자지 박히려다가 칼빵 박힐 일 있나.

"미안하다. 최대한 빨리 준비할게."

"뭣...!?"

내가 옷을 벗으면서 욕실로 이동하자, 니아가 좀 이상한 목소리를 냈다.

뭔가 이상한 거라도 있나 싶어서 쳐다보는데, 왠지 나한테서 시선을 돌리는 중이었다.

쟤는 또 왜 저러는 거야?

"뭔가 할 말 있어?"

"아, 아무것도."

"싱겁기는."

최대한 빨리 씻고 제복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밖으로 나왔는데.

아까 침대 옆에 앉아 있었던 니아가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서 어디 갔나 싶었더니, 기숙사 방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더라.

그, 내가 늦게 일어난 건 아는데 그렇다고 계속 그런 식으로 꼽 주면 내가 좀 무섭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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