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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55화 (55/229)

〈 55화 〉 11권 ­ 원 그리기에 진심인 사람들(4)

* * *

"끄응...."

어제 새로운 만화 아이디어 정리하느라고 늦게 잤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멍했다.

아까 어렴풋이 니아가 날 깨우다가, 포기하는 듯한 느낌의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한데.

아마 너무 피곤해 보이니까 아침밥 먹게 하는 걸 포기하고 나갔던 모양이다.

"그, 그.... 칼리?"

"어, 니아야. 아침엔 미안. 너무 졸려서 일어날 수가 없었어."

"어? 어.... 그랬지. 응, 너무 피곤해 보였어."

왜 저렇게 내 눈을 피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러면서 조금씩 힐끔힐끔 바라보는 위치를 확인하니, 아침이 되어서 커다랗게 발기해 있는 내 아랫도리였다.

이불 위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텐트의 상태가 조금 쪽팔리긴 하네.

근데 왜 저걸 보면서 저렇게 힘들어하지?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설마 싶어서 그의 아랫도리를 슬쩍 바라봤다.

그냥 봐서는 바지 위로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괜찮아. 꼭 크기가 전부는 아니야."

"응...?"

"아, 미안. 방금 말은 잊어줘."

콤플렉스일지도 모르는 부분을 냅다 찌르면 어쩌자는 건데.

방금 일어나서 그런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진지하게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면 몰라도, 뜬금없이 저런 말을 하면 놀리는 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잖아.

"지금 나가면 점심은 먹을 수 있는데, 나갈 거야?"

"그래야지. 배고프다."

"아, 맞다. 이거 방문 앞에 떨어져 있더라."

[칼리는 점심 먹기 전에 마학관 앞으로 올 것!]

옆에 간단한 캐릭터 낙서가 그려져 있는 쪽지에 저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발신인이 적혀 있지는 않았지만, 낙서의 그림체가 딱 봐도 로자리아라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언제 놓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잖아?

"미안, 방금 들어와서 씻고 싶을 텐데. 나부터 좀 할게?"

"어? 응."

마음이 급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그냥 나갈 수는 없으니까 최대한 빨리 준비하기 시작했다.

제복까지 제대로 챙겨 입고, 놓친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한 뒤에 기숙사를 나왔다.

마학관이면 분명 마법부에서 주로 사용하는 강의실이 모여 있는 건물이었지?

"칼리! 대체 왜 이제야 오는 거야!"

"아니, 나 방금까지 자다가 일어나서 쪽지 보고 급하게 달려온 거야...."

"아직도 늦게까지 자는 습관 못 버린 거야? 너 그러다 내일 강의 지각한다?"

생각해보니까 첫 강의가 9시였던 것 같은데.

선택권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시작부터 1교시는 너무한 거 아닐까?

하여튼 오늘부터는 좀 일찍 자야겠다는 생각은 안 그래도 하고 있었다.

"암튼 미안. 배고프지? 빨리 점심 먹으러 가자."

"잠시만, 그 전에."

"그 전에?"

로자리아는 그대로 나를 껴안더니, 품속에 안겨서 킁킁거리며 내 냄새를 엄청나게 맡기 시작했다.

근데 아마 방금 씻고 나와서 그래봐야 별 냄새 나지 않을 텐데?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로자리아가 느끼기에는 다른지 되게 금방 안정된 표정으로 나에게 떨어지면서 미소 지었다.

"흐아, 금단 증상 오는 줄 알았잖아."

"어제 하루 안 본 거잖아."

"으, 수강 신청만 아니었어도 어제 칼리랑 같이 있었을 텐데."

"그래도 나는 그렇게 참고 제대로 수강 신청하는 로자리아가 좋아."

"따, 딱히 그런 말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닌데...?"

부끄러워하기는.

좋아한다는 걸 표현하는 것에 익숙한데, 다른 부분에서 서툰 건 여전하네.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꼬면서 부끄러워하는 로자리아의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밥이나 먹자."

다행히 아직 시간이 남았기에, 점심도 먹지 못하는 슬픈 상황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

내가 배가 고파서 그런지 열심히 먹으니까, 로자리아가 자꾸 음식을 넘겨줬다.

그러다 배고프면 어쩌려고 그러지?

"방학 끝나고 먹으면 오랜만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별로야."

"대량으로 만들면 어쩔 수 없지.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아으, 저 밖에서 파는 맛있는 하몽 사다가 부드러운 빵에 올려 먹고 싶다."

"아, 밖에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그럼 동아리는 어떻게 될 것 같아?"

솔직히 1학년도 동아리 만들 수 있었으면 내가 진행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급했다.

슬슬 만화 그리기 시작할 텐데, 그거 원고 전해주려면 나가야 한단 말이야.

물론 그렇게까지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신청서는 넣었는데. 담당 교수님이 없어서 진행이 막혔어."

"아. 그건 또 고민을 해봐야겠네...."

"만화 동아리라고 했으니까, 아마 론도 교수님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어서 여쭤보려고."

론도 교수님이면 확실히 그림이든 만화든 좋아하시는 느낌이니까 허락해주실 것도 같은데.

왠지 오히려 관심이 많으니까 동아리랑 자주 엮여서 골치 아플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저번에 들은 바에 따르면 연구하시는 것 때문에 바빠서 그럴 시간도 없으시겠지만.

"오케이. 최소 인원은 4명이라고 했었나?"

"응, 근데 내가 주변에 물어보는데 죄다 동아리가 있어서 어렵다더라."

아마 다음 주부터 동아리들에서 신규 동아리원을 유치할 수 있게 된다고 들었는데.

그때까지는 말을 꺼내 볼 친구 정도는 더 만들어봐야겠네.

그나마 지금 친한 건 니아 뿐인데, 만약 니아가 한다고 해도 한 명이 여전히 부족하잖아.

"친구는 많이 사귀었어?"

"룸메이트 말곤 이야기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그건 좀 심하네...."

"아니, 여자애만 그득그득하니까 말 걸기가 좀 그래."

"아, 그렇구나! 그냥 만들지 않는 게 맞지 않을까?"

"얌마...."

뭐, 정 안되면 저번에 생각했던 계획처럼 동아리는 관심 없지만 나가는 건 관심 있는 애를 꾀어봐야지.

굳이 친해야 동아리원으로 삼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아, 생각해보니까 조금 궁금한 애는 있었다.

'유리아였나?'

아마 1학년 중에서 가슴 크기로는 톱을 먹을 것 같은 폭유녀이자.

이번 입학을 마법 능력 제로에서 그림 실력만으로 붙은 야짤 메이커.

솔직히 동아리에 데려와서 야짤 그리게 시켜서 출품하게 하고 싶을 정도로 그녀의 그림에는 자지를 감동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칼리."

"응?"

"야한 생각 했지."

"어. 어?"

"자지 커졌어."

그리고 되게 타이밍이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다른 여자 생각한 거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아니 다른 여자 생각을 한 건 맞는데, 발기한 건 여자가 아니라 그림 때문인데....

음, 이건 그냥 솔직하게 말해야겠지.

"그, 저번에 1등이던 그림 생각하다가."

"아, 그거 엄청 야하고 예뻤었지. 사람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조금 질투 나네. 바로 옆에 내가 있을 때는 커지지 않더니."

"누가 듣겠다. 너무 야한 말 자제해...."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뭘."

아, 오늘 강의가 없는 날이라서 여기에 아무도 오지 않는구나.

아마 로자리아는 그걸 알고 있어서 밥 먹은 뒤에 다시 여기로 돌아오자고 했구나.

"그러게. 근데 내일부터는 여기도 북적거리지 않아?"

"응, 그래서 할 거면 지금 해야지."

"뭘?"

"찐한 거?"

당연히 야외 플레이 같은 미친 짓은 아니고, 몸에 힘이 풀릴 정도의 찐한 키스를 말하는 거였다.

와, 근데 시발 키스만 30분을 했더니 사람이 키스만으로 사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

나는 그렇게 그라베다 아카데미 3일 차에 기숙사에서 정액 냄새 피우면서 빨래하는 좆같은 경험을 해야 했다.

시발.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칼리, 일어나. 우리 첫 교시라 지금 일어나서 밥 먹어야 해."

"아, 응. 어우 뒤질 것 같다."

그러고 보니까 매번 니아가 날 깨워주는 것 같네.

이게 평소에는 자고 싶을 때까지 자고, 방학 때는 로자리아가 깨워주는 것에 익숙해진 게 원인인 것 같다.

사실 그것도 그거고 7시에 이렇게 벌떡 일어날 수 있는 니아가 대단한 거야.

"미안하다. 자꾸 귀찮게 해서."

"별로? 나는 상관없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푹 자도 괜찮아. 내가 깨워줄게."

"어, 어."

진짜 이 새끼 황태자 맞냐?

왜 이렇게 사람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원래 사람이 저 정도 위치와 재능이면 좀 거만해지고 그러지 않나?

하긴 생각해보면 지금 나라 돌아가는 형태가 너무 아름답긴 했다.

역대급 선왕 아래에서 좋은 거만 보면서 자랐으니, 어쩌면 그 여파일지도 모르겠네.

"첫 강의는 마법 기초학. 교수님은 론도 교수님이네."

생각해보니까 조금 불안하긴 하다.

내가 입학 시험을 칠 때 되게 기대한다는 듯한 눈빛으로 봤던 것 같은데?

뜬금없이 여기 있는 수석 입학생 두고 나를 괴롭히진 않겠지?

"다들 안녕하세요. 여러분에게 마법 기초학을 알려드릴 론도라고 합니다."

여전히 외모는 아름다우시네.

하긴 나이는 꽤 있으시지만, 엘프인 만큼 그 나이가 드러나기엔 시간이 훨씬 많이 남았으니까.

"여러분들은 마법의 기초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거기 학생. 말씀해보세요."

"마법진입니다."

"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마법진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혹시 이 강의실에 마법진을 완벽하게 그릴 수 있는 학생들 있으면 여기 앞으로 나와주세요."

'이런 시발.'

어차피 우리 시험을 감독한 것도 론도 교수님이니까, 여기서 거짓말을 하면서 버티는 것은 무리다.

결국 나랑 니아는 일어나서 강당 쪽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진짜 어지간해선 주목받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요. 기억나네요. 두 분이 완벽한 원을 그렸기에, 보면서 굉장히 감탄했었죠. 사실 이 강의가 끝나면 여기 모든 학생은 할 줄 알게 되는 거지만, 제 강의도 듣지 않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녀의 농담에 강의실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거 로자리아에게 들은 거에 따르면, 못 그릴 정도면 아예 성적 F 주고 재수강하게 한다고 알고 있는데?

웃을 일이 아니다.

"자, 이거 하나씩 잡으시고. 그려주시겠어요? 오늘 여러분은 시범을 보이는 역할입니다."

그녀는 되게 기대한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붓처럼 생긴 도구를 건네줬고.

나는 한숨을 쉬면서 그것을 통해 마법진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솔직히 시험 끝나고 더 연습해서 이거야 간단한....

"호오?"

뭐야, 근데 왜 저렇게 감탄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건데?

이미 입학시험에서도 했던 거잖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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