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12권 행복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1)
* * *
나는 처음에 그녀가 과장하거나, 아니면 어디까지나 비유인 줄 알았다.
그래서 슬쩍 물어봤더니, 진짜로 내가 아는 그 변태 엘프와 순진 오크 수준인 부모님의 썰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오더라.
너무 내용이 리얼해서 뭐라고 태클을 걸기도 힘들 정돈데...?
"어, 그건. 대단하네...."
"저는 그런 엄마도 아빠도 되게 사랑하고, 엄마랑 아빠가 서로 사랑하는 건 물론이고 저도 굉장히 사랑받으면서 컸어요."
"아."
확실히, 그렇게 예쁘게 자라온 그녀의 처지에선 이 세상의 오크를 혐오하는 잣대가 싫었을 거다.
특히 지금 오크가 뭘 잘못한 건 아니고, 다 과거 전쟁 시절이 원인이잖아?
최근 오크들은 대부분 그걸 알고 조용히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는 편이고.
"항상 눈치만 보고 살던 우리 가족이 그 이야기로 이해받을 수 있게 되었잖아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그리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럼 왜 그림이 아니라...."
"재능이 형편이 없어서요."
아.
그건 솔직히 나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뭐라 말을 못 하겠다.
그래도 이렇게 학교에 입학한 걸 보면, 다른 식으로 길을 찾았다는 건가?
"그래도 검술 재능은 있어서, 그 힘으로 그런 멋진 사람을 지키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허...."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건전한 생각이라서 오히려 당황스럽다고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마법진을 그리는 것에 시간이 필요한 마법사는, 근접전에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법을 배우는 사람과 검술을 배우는 사람이 대련하면, 양쪽에서 그에 맞는 페널티를 두는 대련 룰이 존재하기도 하지.
하여튼 그렇게 근접전이 약한 마법사를 보호해주는 식으로 이 세상을 빛나게 해주겠다는 의미 같은데?
"그래서 시우 스승님을 지키겠다고 맹세한 건가요? 스승님이 더 오래 살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해줬으면 해서?"
"네!"
무슨 스토커나 미친년이 아니고, 그냥 올곧고 바보같이 착한 사람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저 정도로 내 만화를 좋아한다면, 만화도 취미생활이려나?
만약 그러면 만화를 사러 밖에 나가야 하는 그녀에게 만화 동아리를 은근슬쩍 권유하는 것도 괜찮겠다.
"아, 죄송합니다. 이름 부르려고 하니까 정작 이름을 모르네."
"오르카라고 해요. 저도 이름을 모르는데...."
"아, 저는 칼리라고 합니다. 칼리 흐 글라디스. 그리고 말 편하게 해도 될까요? 그쪽도 말 편하게 하시고요. 어차피 둘 다 신입생인 것 같은데."
"응, 그렇게 할게. 칼리!"
외모의 기반이 엘프라서 그런지 저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 걸 보면 심장이 아프다.
존나 예쁘게 웃네.
심지어 땀에 젖어서 달라붙은 크롭티와 거유의 조합은 사기적이고.
굉장히 무방비한 무빙 때문에 유방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아랫도리가 아찔해진다.
"왜 그래? 가슴에 뭐라도 묻었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 맞다. 혹시 동아리 들기로 한 거 있어?"
"동아리...? 아직 생각해본 거 없어. 애초에 다음 주에 시작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의외로 그런 부분은 기억을 잘하는 모양이다.
하긴 그냥 성격이 밝은 것뿐이지, 부모님과 자신이 핍박받는다는 사실을 깊게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행동이 좀 바보 같다고 진짜 바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게 맞지.
"그, 내가 아는 선배가 동아리를 만들 것 같거든. 만화 동아리라고."
"만화...?"
"응. 그리기도 하고 보기도 하는 동아리인데. 사실 동아리 자체는 핑계고, 메인은 사람 모아서 학기 중에 아카데미 밖에 나가는 거야."
"아, 학기 중에는 함부로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했었지?"
근데 최소 인원이 필요한데.
이름만 올려주고, 나갈 때가 되면 같이 나가서 수도에서 놀다가 들어오면 된다면서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동아리 따로 중요하게 할 게 있는 게 아니면 솔깃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으음, 좋긴 한데. 꼭 나갈 때만 있어야 해?"
"아니? 그건 왜?"
"나도 나가고 싶긴 한데, 제일 중요한 건 시우 화가님의 신작을 사는 거거든. 그만큼 만화를 좋아하는데...."
"만화를 좋아하니까, 만화를 같이 그리고 싶어?"
"아니야, 그리는 건 포기했어. 하지만 아까 보는 것도 동아리의 활동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동아리방에서 같이 짱박혀서 만화 읽는 장소로 쓰고 싶다는 말일 거다.
애초에 그러라고 있는 만화 동아리일 텐데, 그걸 안된다고 하는 쪽이 이상한 거지.
"당연히 괜찮지. 혹시 그게 싫을까 봐 이름 올리고 나가는 거만 해달라고 한 거지, 원래 그거 만화 동아리 활동이니까."
"그럼 꼭 할래!"
오케이, 생각보다 느낌 좋게 동아리 멤버를 하나 구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러면 한 명만 더 구하면 최소 인원은 모을 수 있겠네.
그리고 그런 말을 꺼낼 수 있는 상대는 분명하게 한 명 있었다.
내 유일한 아카데미 친구...!
"니아, 아까는 미안. 갑자기 걔랑 같이 밥을 먹게 되는 바람에."
"괜찮아. 근데 아는 애야?"
"밖에서 조금.... 아, 니아. 혹시 동아리 결정해둔 거 있어?"
"...동아리는 아니고 학생회를 고민하고 있는데."
"아, 그럼 어렵겠네. 미안."
"왜?"
"아는 선배가 동아리 만들기로 해서, 동아리같이 하자고 할 생각이었는데. 학생회에 소속되면 동아리 못한다며."
"그렇게 들은 것 같긴 해. 정말 필요하면 내가 포기하고."
"아니야. 다른 애 구해볼게. 너무 신경 쓰지 마."
이런.
솔직히 말해서 조금 기대했던 만큼 거절당하니까 마음이 아프긴 했다.
그래도 어차피 인원수만 채우면 되는 상황에, 다른 계획이 있던 니아를 끌어들일 수는 없는 거니까.
"슬슬 자야겠다. 너는 좀 이따 잘 거야?"
"그림 좀 그리다 잘까 싶어서. 혹시 이거로 빛 막아주면 될까?"
"어, 고마워,"
"아니, 늦게까지 안 자는 내가 잘못하는 거지. 잘 자."
"그래, 너도 잘 자."
니아가 잠자리에 들고, 나는 계속 작업 중이던 신작 메모를 꺼내고선 고민을 시작했다.
솔직히 오늘도 느낀 거지만, 아카데미에 커다란 가슴이 너무 많아서 눈이 즐거울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메모한 것들의 대다수가 가슴이랑 관련된 것들인데....
"아무래도 컨셉은 있어야 하잖아?"
이번에 내가 생각했던 초기 설정은 '야한 것을 메인으로 다루는 작품'이었는데.
그거야 아주 큰 틀에서의 장르니까, 진짜 작품의 메인이 되는 소재나 장르가 있어야 한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가슴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단 말이지.
"가슴을 메인 주제로 잡아서, 가슴으로 야한 짓을 하는 작품을 그릴까? 대충 옴니버스로 여러 캐릭터의 이야기를 그리면 괜찮아 보이는데."
가슴으로 자위를 하거나, 가슴을 이용한 섹스를 하는 내용을 컨셉으로 여러 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 당 하나씩 해서 다른 에피소드를 그려내는 거다.
그럼 야한 내용을 농축해서 때려 박은 단편이 여러 개가 되는 거지.
그럼 작품에서 스토리 보다는 꼴림과 야한 행위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거다.
'이렇게 진지하게 그걸 표현하는 데 집중하면, 저번 작품처럼 이상한 오해 없이 원하는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겠지.'
내가 이번에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오로지 야한 것의 아름다움이다.
그리고 그걸 전달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절정이 농축된 듯한 액기스를 만들어내는 거잖아?
이 방법을 통해서 야한 것에 진심이 될 수 있는 환경이 탄생하는 것이다.
물론 야한 것에도 당연히 스토리가 담길 수 있고, 그게 오히려 꼴림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난번에 그렸던 '오크와의 정사를 꿈꾸는 엘프는 오늘도 답답하다'가 가장 큰 예지.
진지한 사랑이 담긴 순애라서 느껴지는 꼴림이 담겨있었고, 그건 아주 짧은 내용으로는 그려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전하려는 것은 그런 꼴림과는 방향이 다르기에, 옴니버스 방식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스토리가 아니라 비어있는 캐릭터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캐릭터에 많은 것을 부여하지 않는다.
마치 작품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인 것처럼 금방 몰입해서 즐길 수 있게 되는 거지.
물론 자신과 닮지 않은 주인공이면, 주변 사람을 관음하는 정도의 느낌으로 즐길 수 있고.
"좋아, 그럼 간단하게 적당한 가슴을 가진 캐릭터부터 시작할까?"
평범한 크기의 가슴을 가진 여자아이가, 가슴으로 자위를 시작하면서 시작하는 자위 이야기를 다루는 거지.
부드럽게 유륜과 유두를 마사지하면서 기분 좋아지는 것을 메인으로 해서, 페더 터치부터 빙그르 돌리는 것까지 여러 유두 조교의 메뉴얼을 주인공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거다.
스펜스 유선이나 유방 자체를 개발하는 등, 여러모로 유두가 민감한 유두 자위 바보 소녀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려서.
마지막엔 그냥 일상 생활하다가 유두로 가버리는 것까지.
정석 그 자체의 꼴리는 야한 만화를 하나 그리고 싶었다.
"오케이, 이거 상상만 해도 꼴리네. 채택. 다음은...."
가슴 하면 또 그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모유를 포기할 수 없다.
모유를 흘리면서 기분 좋아지는 모유 뿜기 절정 자위 이야기도 괜찮고.
거유라서 자기 가슴 들어 올려서 직접 모유 마시면서 가버리는 장면이나
후배위로 박히면서 모유 질질 흘리는 장면 같은 것도 좋지.
모유 이야기도 하나의 에피소드로 잡기 괜찮은 것 같으니까 채택.
'흠, 밸런스를 생각하면 빈유도 넣어주고 싶은데.'
다만 기본적으로 가슴을 메인으로 하는 세계관을 그리는 중인데.
평범하게 빈유라고 하면 다른 것들에 비해서 좀 '비교' 당하는 부분이 있을 거다.
그럼 그런 쪽에서 집중해서 매력 포인트로 만들어내면 어떨까?
빈유인 주인공이, 가슴이 중요한 세계관 특성상 거유를 부러워하고.
부러워하기에 거유를 따라가기 위해 자신의 가슴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이것도 꽤 괜찮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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