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12권 행복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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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으로 만들어진 발판을 타고 공중에 떠서 적당히 떠오르는 내용의 마법이다.
물론 따져보면 몹시 어려운 내용의 마법은 아니지.
하지만 저 10개의 마법 문자의 크기가 너무 절묘해서, 저걸 감각적으로 단번에 성공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첫 마법에서 저런 짓거리가 가능한 게 말이 되나?
'나랑 로자리아보다 화력은 달리지만, 마법진을 생각해내고 그려내는 감각이 장난이 아니야.'
물론 나도 시간을 주면 비슷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아무리 봐도 대충 생각나는 대로 즉석에서 그려낸 것 같단 말이지.
하긴 그림도 몇 번 그려본 적이 없는데 그런 퀄리티를 뽑아냈다고 했으니까.
여러모로 이런 즉석 판단에는 괴물에 가까운 재능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다른 건 모르겠고, 앞으로도 놓치지 말고 친하게 지내야겠네.
혹시 내가 컴퓨터를 만들 때, 필요한 마법을 짜는 경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생각해보면 컴퓨터를 만들기만 하면 되는 거지, 전부 내가 할 필요가 없어.
주변에 실력 좋은 마법사만 늘려 놓으면, 나는 아이디어만 제시하면 쭉쭉 나아갈지도 모른다.
"암튼 마법 쓰는 거 별거 아니라니까. 내가 그래서 계속 빨리 알려준다고 했잖아."
"아니야. 내가 그러고 싶었어. 음, 그리고 만족스럽고."
살짝 웃으면서 바보 털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걸 보면 거짓말은 아니었다.
최근 경험상 진짜 만족스러울 때 저런 느낌이 되더라.
뭐, 본인이 만족했으면 된 거겠지.
"뭣!?"
"안 믿을까 봐. 고마움의 표현하는 거야."
갑자기 나를 확 껴안는 유리아 때문에 굉장히 당황했다.
다른 것보다 아슬아슬하게 채워져 있는 단추 내부의 폭유가 몸에 달라붙으면서 부드러운 감각이 강렬하게 전해지니까 진짜 정신이 혼미해졌다.
와, 이건 진짜 무슨 전술 병기도 아니고 왜 이렇게 감촉이 오지냐?
"아, 알았어. 만족했다는 거 알았으니까 그만해."
"칼리도 만족했어?"
만족은 그 가슴 사이에 자지 푹푹 박으면서 가슴 내에 잔뜩 사정하면 만족할 것 같긴 한데.
정말로 그럴 수는 없는 거니까, 만족한다면서 급하게 말을 돌렸다.
쟤는 본인은 의도하지 않는 것 같은데, 몸이 너무 음란해서 위험하다니까.
그렇게 유리아에게 마법을 가르쳐주는 과정도 끝이 나고.
시간이 흘러서, '행복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이름으로 예약했던 책들이 빠르게 다 나갈 정도로, 학년을 가리지 않고 많은 마법부 학생들이 사가더라.
이렇게 보니까 '시우'라는 이름이 마법계에서 어떤 존재인지 새삼 실감하게 되네.
사실 여러 사실을 제외하고도 저렇게 내 작품을 사랑해준다는 사실이 고맙다.
이번에는 어떤 반응일지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읽어준다면 그거로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너무 의도니, 뭐니 하면서 신경을 썼나 봐.
애초에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 작품을 재밌게 읽어주면 그걸로 충분한 거였는데.
'음, 그래도 이건 좀 기분이 이상하네.'
동아리방에서 나를 제외한 3명이 모두 내 신작을 읽고 있다니.
물론 나도 읽는 척을 하고 있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나머지 3명이 너무 신경 쓰였다.
하필 이번 만화는 내용 전체가 가슴으로 가버리는 것으로 가득 찬 내용이라서 더 좀 그렇네.
자꾸 유리아랑 오르카 가슴에 눈길이 가고 만다.
"역시...."
"로자리아? 뭔가 말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쟤는 또 왜 갑자기 저렇게 화난 표정으로 날 보고 있냐...?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그게 무슨 소리예요?"
"뭐야, 로자리아 너 몰랐어?"
론도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온 당황스러운 정보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칼리가 '시우 화가'의 제자라니, 나는 그런 이야기를 칼리에게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론도 교수님이 이런 것으로 농담을 할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우리 할아버지도 아신다는 이야기에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진정하면서 론도 교수님에게, 칼리에 대해서 아는 것을 다 설명해달라고 부탁했고.
교수님은 처음 칼리와 만났을 때부터 해서 설명을 쭉 해주시기 시작했다.
"처음에 마력 방출도 못 하던걸, 스승님이 알려주셨지. 몸에서 유화 냄새가 진동했던 걸 보면, 유화 그림 연습을 엄청나게 하던 시절일 거야. 그 뒤에 다음 작품 때문에 만났을 때는 유화 냄새가 나지 않아서 마법 배우냐니까 그렇다고 하던데?"
거짓말이다.
론도 교수님이 들은 그 말이든, 아니면 나에게 마법을 배우기 전에 했던 말이든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야.
칼리가 나에게 거짓말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갑자기 강렬한 배신감을 느끼다가.
생각해보면 그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상할 정도로 마법에 금방 적응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마법을 다른 사람에게 배웠다기엔 서툴렀는데.'
그것까지 연기였나?
하지만 그렇게 실시간으로 연습해서 실력이 자연스럽게 오르는 걸 연기로 만들 수 있는 거야?
애초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칼리가 그런 거짓말을 하는데 소꿉친구인 내가 알아보지 못했다고?
그건 진짜 자존심이 상하는데?
'반대로 아니라고 생각하면? 저쪽에서 마법을 배운다고 한 게 거짓말이라면?'
그럼 뭐하러 스승에게 마법을 배운다고 거짓말을 했던 걸까.
그리고 애초에 그 스승과는 어디서 어떻게 생활한 거야?
별장에는 꾸준히 칼리가 살아온 증거가 남아 있었고, 반대로 다른 사람이 있었던 흔적은 없었다.
그럼 애초에 스승의 존재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애초부터 스승이 없으면?'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니까 만약의 이야기다.
만약에, 그 스승이라는 존재가 가상의 인물이라고 가정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럼 '시우'가, 칼리가 되는 거 아니야?
"에?"
"로자리아?"
"아, 죄송해요. 갑자기 생각난 일이 있어서요."
"어, 그래. 수고해라."
아주 비상식적인 가정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가정을 하는 순간, 방금까지 들어맞지 않던 모든 조각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기 시작했고.
덕분에 점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나랑 같이 있던 방학에도 스승에게 받은 거라면서 만화 원고를 제출했어."
물론 배달만 했다면 가능한 시간이지만.
그 원고를 제출하기 직전까지, 이상할 정도로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고생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아직도 그 시간에 뭘 했는지 모르는데, 그걸 '원고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들어맞아.
심지어 이상할 정도로 만화에 대한 지식이 많았던 칼리가 나를 도와줬던 것도 되게 자연스럽게 설명이 돼.
그리고 론도 교수님 말로는 처음 본 칼리 몸에서 유화 냄새가 많이 났다고 했는데, 시우 화가의 첫 작품인 수백화는 '유화'로 그려졌고.
그 뒤에 유화 냄새가 나지 않아서 마법을 배웠다고 거짓말했던 타이밍엔, 시우 작가의 신작은 '잉크'로 그려진 만화였다.
만약 자신이 '시우'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마법을 배웠다고 거짓말했다면 이것도 완벽하게 설명이 된다.
왜 칼리가 데포르메가 아주 강한 그림만 그렸을까?
이 부분도 칼리가 '시우'라면 너무 완벽하게 설명이 된다.
평범한 데포르메 그림은 '시우'의 그림이니까 나와 아카데미에 보여주지 못했던 거지.
"로자리아, 너 미쳤구나...."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내용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알고 있지?
일단, 이 모든 건 그냥 내 상상일 뿐인데다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확인하려면 확인할 수 있는 거기도 하지.
"아, 니아 전하. 안녕하십니까."
"그렇게 윗사람 대하듯 할 필요 없습니다. 로자리아 선배."
"그럴게요. 죄송합니다. 싫어하시는 줄은...."
"그럴 수 있죠. 여긴, 칼리 때문에?"
"네. 나갔나요?"
"그렇습니다만...."
"혹시, 실례가 안 되면 방 안에서 기다릴 수 있을까요?"
"...그러시죠."
일단 동아리방은 다 뒤져봐도 별로 특별한 것이 없었다.
정확히는 뭔가를 몰래 하는 건 같은데, 도구 말고는 전부 챙겨가는 것 같단 말이야.
그럼 그걸 숨겨둘 곳은 기숙사 방 말고는 없겠지.
'오늘은 어차피 칼리가 기숙사에 돌아오는 데 오래 걸릴 거야. 론도 교수님이랑 주요 일정이 있다고 들었으니까.'
그 사이에 은근슬쩍 이 기숙사를 뒤져서, 뭔가 확신을 하고 싶었다.
그냥 여기를 확인해서 아무것도 없다면 그것대로 내가 괜한 상상력으로 일을 벌인 것으로 끝이고.
반대로 여기서 정말 칼리의 비밀이 튀어나온다면, 그것대로 모든 것이 확실해지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이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득이야.
"아, 혹시 이쪽에 있는 물건들 칼리 건가요?"
"네. 제 건 없습니다."
"음, 그럼 낙서 정도는 하는 데 써도 괜찮겠지...?"
물건의 주인이 칼리가 아니다 보니, 니아 전하는 굳이 말리지 않고 나를 내버려 뒀다.
나는 칼리가 그림에 쓰는 도구들을 뒤적거리는 척하면서, 만화의 원고를 넣어둘 만한 장소를 물색했고.
완벽하게 찾지는 못했지만, 작업 도중이라서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종이 하나를 복사기 안에서 발견했다.
'...칼리가, 진짜로 시우 화가였어.'
익숙한 데포르메 그림이 미려하게 들어간 단색 만화 원고가 눈에 들어온다.
나를 속였다는 것보다는, 이제까지 자꾸 나를 불안하게 하던 칼리의 행동들이 전부 여자가 아니라 만화 때문이라는 것에 안심하는 것이 더 컸기에 칼리에게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와 별개로 원고에 보이는 묘하게 '유리아'라는 여자애를 닮은 가슴 괴물이 신경 쓰였다.
사실 칼리는 큰 가슴을 좋아하나?
이제까지 시우 화가의 만화엔 가슴 큰 애들이 작은 애들보다 많았던 게 떠오른다.
생각해보니까 칼리 동아리 멤버로 데려온 애들도 다 가슴이 크잖아?
그거 설마 칼리의 취향이 반영된 거야?
만약 정말 칼리가 시우 화가고, 시우 화가가 가슴 큰 걸 좋아한다면....
저 불여시 같은 두 년들한테 칼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역시...."
"로자리아? 뭔가 말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결국 시우 화가의 신작이 온통 커다란 가슴 이야기인 것을 보고 깨달았다.
진짜로 이러다 저년들한테 칼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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