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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69화 (69/229)

〈 69화 〉 14권 ­ 처음은 나야(3)

* * *

"하그읏♡ 따뜻해앳♡ 흐아앙♡ 앗♡ 아, 정액 품는 느낌만으로 가버렸다앗♡ 헤헤♡"

"그, 로자리아...?"

"웅?"

"아, 아니야."

아카데미 학생이 임신이 어쩌고 하는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우연히 갑자기 오늘 위험한 날일 가능성도 적고.

로자리아도 그 정도는 생각하고 질내사정을 해달라고 졸랐겠지, 싶어서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다가 운이 나빠서 정말로 아기가 생기면 내가 책임을 지면 되는 거고.

내가 로자리아랑 아이를 감당할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

다만 로자리아 인생 앞길을 막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한데....

'본인이 기뻐하니까 상관없으려나?'

아직 로자리아가 산발에 엉망이긴 했지만, 방금 나랑 섹스한 탓인지 몸의 온도 자체는 많이 좋아졌다.

아까는 진짜 차가워서 위험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던걸 생각하면 굉장히 다행이었다.

그래, 질내사정이고 뭐고 로자리아가 멀쩡한 게 더 중요하지.

"좀 기분이 나아졌어?"

"응. 아니, 그 이전에 칼리가 이렇게 옆에 있어 주니까 행복해."

"내일 아침까지는 같이 자면서 있어 줄게"

"하우으♡"

기본적으로 로자리아는 고양이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행동할 때마다 뭔가 개냥이 같아서 귀엽다.

나는 나에게 안겨있는 로자리아의 엉망인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다가, 이제 슬슬 씻겨야겠다 싶어서 따뜻한 물을 틀었다.

"내가 씻겨줄게. 거기 앉아."

"칼리가 씻겨주면 기분 좋아서 가버리느라 다시 더러워질 텐데?"

"그럼 또 씻겨주지 뭐."

"변태♡"

"변태라서 미안해."

하지만 그건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나는 웃으면서 난장판이던 그녀의 머리와 몸을 따뜻한 물로 씻겨줬다.

그다음에는 수건이랑 마법으로 말리면....

"히히."

"이렇게 웃는 얼굴로 돌아와 줘서 고마워."

"뭐가? 나는 또 폭주해서 이상한 짓 하고. 결국 이렇게 칼리 속상하게 만들었는데?"

"이번에 폭주한 건 나지. 어떻게 리아가 폭주한 거야. 나는 지금 상태에서 최대한 바뀌고 싶지 않았거든. 그래서 욕심을 부리다가 망친 거고."

"하우웃...."

"그쪽 덜 말랐어. 이리 와."

이렇게 뽀송뽀송하게 돌아오니까 좀 원래의 로자리아 같다.

나는 로자리아를 침대에 데려와서 마법을 사용해가며 몸을 말려줬고.

이제 마법사가 다 되었다는 말에 살며시 웃으면서 로자리아의 머리카락을 털어줬다.

"은근 여자 머리 잘 만지네."

"어릴 때 리카를 자주 씻겨줬거든."

"여동생 때문이었구나. 예전에는 사이가 좋았었지...?"

"응. 지금이야 거의 원수 취급이지만."

"귀여웠는데. 요즘에는 도통 못 봤네."

아무래도 내가 본가에 내려가야 볼 수 있는데.

절대로 본가 안 가고 별장에서 머무르는 내 상황상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부모님은 그래도 별장에 와서 나를 보고 가는 편이지만, 리카는 그것도 싫어서 혼자 본가에 남아버리니까.

"나는 리카도 귀엽지만. 이렇게 리아가 내 품속에 있는 것도 귀여운데?"

"그래?"

"응. 그러니까 이번일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솔직히 네가 불리했잖아."

"흐응.... 신경쓰고 있었구나."

"잠도 못 이룰 정도로."

"그렇게 말하니까 가끔 이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제발 용서해줘...."

그리고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를 했다.

솔직히 내가 욕심을 부리다가 벌어진 일이 맞으니까.

리아도 나에게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 똑바로 사과했는데, 내가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는 법이다.

"정말 미안하다. 다음부터는 꼭 리아의 마음도.... 읍!?"

"섭섭하게 그런 말 하지 마. 전혀 화 안 났어. 나야 이미 칼리가 그런 연애 젬병에 변태 욕심쟁이라는 정도는 알고 좋아하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그냥 나에 대해 화가 났을 뿐이니까. 너무 그렇게 미안해하지 말기. 이번 일은 칼리가 이렇게 와서 나를 행복하게 해줬으니까 오히려 이득! 로자리아 드 마기우스 오히려 잘했다!"

"그게 뭐야."

"히히."

꺄르르 웃는 로자리아의 모습을 보니까 조금 기분이 맑아졌다.

우리는 그대로 욕실을 나와서 서로를 껴안은 채로 이불속에 알몸으로 누웠고.

수줍게 입술을 맞추는 등, 한동안 애정행각을 벌였다.

"하으음.... 미안, 어제 잠을 못 잤더니."

"괜찮아. 자고 있어도 옆에 칼리는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나도 잘 테니까 편하게 잠들어."

"응, 잘자 리아야."

"잘자 칼리. 쪽♡"

그렇게 나는 로자리아를 껴안은 채로 꽤나 마음 편하고 행복하게 잠들 수 있었다.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후후, 귀여운 칼리."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까 조금 미안하긴 하네.

유리아도 그렇고 칼리도 그렇고 정말 순진하다니까.

"하아, 행복해서 죽을 것 같다. 응, 역시 처음은 나여야지."

어차피 칼리 특유의 눈에 닿는 사람은 다 아끼는 호구 같은 성격과 엄청나게 대단한 그림과 만화를 그리는 능력을 생각하면.

나 혼자서 칼리를 독차지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칼리의 처음이라도 전부 내가 가져가는 편이 맞는 거지.

"혹시 모르니까 확인해볼까?"

미리 알아뒀던 마법진을 그려서, 내 자궁쯤에 사용한다.

그러자 정상적으로 수정란을 발견했다는 표시로 작은 불꽃이 두 개 피어올랐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칼리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뭐, 착상까지 해야 완료니까 일단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전부 계획대로 된 것 같네.'

사실 유리아가 칼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꽤나 예전부터 깨닫고 있었다.

동아리에 들어올 때부터, 그림을 그릴 때까지.

항상 칼리만 보고 있는데 알아차리지 못하는 칼리가 둔감한 거지.

그리고 칼리도 유리아의 몸을 보는 눈빛을 보면 당연히 관심이 있지만, 나 때문에 참는 게 보였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 터질 거라고도 알고 있었다.

애초에 이번에 칼리가 그린 신작만 봐도 가슴에 그렇게 집착하는데, 그런 가슴 괴물이 유혹하면 참을 수 있었겠어?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이미 친해진 사이인데.

'뭐, 참으면 그것대로 괜찮았겠지만....'

결국 칼리는 참지 못하고 유리아와 야한 짓을 하고 말았다.

그것까지야 예측한 선이었지만, 하필 정액까지 나왔길래 질내사정을 한 줄 알고 깜짝 놀라서 일단 화를 냈는데.

잘 생각해보니까 정액이 가슴에 튄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아서 멈췄다.

애초에 칼리가 나한테는 주지 않던 질내사정을 유리아랑 처음 하면서 줬을 리가 없지.

그래서 그걸 깨달은 다음에는 급하게 이 상황을 어떻게 이용할까 고민했다.

어차피 지금 나는 칼리를 혼자서 독차지 하려고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고 있을 테고.

그걸 조건으로 걸어서 내기하고 싶은 척하기로 했다.

내가 지면, 원래부터 내가 양보할 생각이었던 칼리에 대한 독점을 포기하는 조건.

내가 이기면, 생각하지도 않고 있던 칼리를 독점하는 조건.

사실 이기면 좋은 건 사실이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칼리를 억압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칼리가 죽을 뻔했던 이후로는, 내가 원하는 걸 위해서 칼리의 삶을 그런 식으로 제한하며 옥죄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물론 칼리에게 해달라고 조르는 정도야 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이건 내가 첫 여친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강제하는 거잖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고, 사실 질투는 좀 나지만 한 편으로는 유리아도 이해하니까.

나라도 다른 누가 칼리를 독점하려고 하면 굉장히 힘들 것 같거든.

따라서 나는 이번 내기에서 이길 필요가 없다.

그래서 지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뭘까 생각을 해본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래, 이제까지 나에게 칼리가 주지 않으려고 했던 '아기'를 달라고 조르는 용도로 써먹어 보자.

나중에 첩이 아니라 처가 되더라도 바꿀 수 없는, 칼리의 첫 아이를 배는 엄마가 되는 거야.

당연히 칼리도 그것 때문에 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정도로.

그렇게 판단한 이후부터는 빠르게 머릿속에서 계산하기 시작했다.

일단 방금 그 조건을 그대로 해서 유리아와 내기를 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 모든 내기는 얼핏 보기에 내가 불리해 보이게 짜야 한다.

내가 알기로 유리아도 상당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기억하니, 나보다는 유리아의 마법을 많이 본 칼리는 유리아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게 될 거다.

'그래봐야 애송이인데, 내가 지는 게 이상하지만. 져야 하니까 의심받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지.'

그리고 꼭 가져와야 했던 것이 바로 내기의 날짜를 선택하는 권한이다.

칼리의 아이를 배려면, 내가 임신할 수 있는 가임기의 날짜와 일자를 맞춰야 하니까.

그 후에는 가임기도 생리 주기랑 현재 자궁 상태 등을 마법으로 살펴서 계산했고.

심지어 그날에 안 맞으면 미루려고 확인했더니, 딱 배란하기 직전의 상태라서 그대로 진행했었다.

'뭐, 그 부분이야 딱 예상했던 것처럼 오늘 배란을 했으니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완벽한 계산이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 정도는 되어야 천재 마법사 소리를 듣는 거지.

유리아 너는 아직 멀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칼리가 질내사정하고도 그것으로 화나지 않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 필요했다.

칼리가 그 순간만큼은 나한테 강력한 부채감과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데.

내가 또 그런 경험이 있어서, 어떤 상황이 되어야 그렇게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내가 패배할 내기의 장소에 2학년 친구들을 최대한 불렀다.

물론 2학년인 만큼 내가 일부러 진다는 정도는 다들 눈치를 채겠지만.

뭐, 나한테 뒤지기 싫으면 알아서들 조심하겠지.

'그리고 다행히 유리아의 실력이 예상보다 괜찮았어.'

진짜 너무 심각하게 못 싸우면 일부러 지는 것이 들키는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했는데.

그럴듯하게 져줄 수 있을 정도의 마법을 써줬다.

원래 마법 모의전이 상대방이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게 기본이라지만, 그 마법진은 진짜 마지막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게 맞았으니까.

다만 유리아의 화력이 나와 비교해서 워낙 밀리는 탓에.

까놓고 말해서 내가 30초 동안 공격 마법만 잘 다듬어서 쐈어도 이겼을 거다.

아니면 정석대로 무속성 방어로 막아도 버틸만했을 것이고.

하여튼 그렇게 져준 다음에는, 이 결과가 충격을 받은 척하면서 욕실에 하루 동안 틀어박혀서 자위만 했다.

솔직히 하루만 지나면 칼리의 아기를 임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자위하고 싶어서 미치겠더라고.

어떻게 온종일 자위하는데도, 칼리한테 질내사정 당하는 상상만 하면 자궁이 그리 두근거리는지....

"하아, 너무 행복하다. 내년이 되면 내가 엄마가 되는 건가? 그것도 칼리와 나 사이에서 나온 아이로?"

강의 들어가려면 슬슬 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두근거려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야.

하아, 칼리 정말 사랑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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