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70화 (70/229)

〈 70화 〉 14권 ­ 처음은 나야(4)

* * *

"윽...?"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뭔가 야릇한 기분이 들어서 화들짝 놀라면서 몸을 일으켰는데.

이불 속에서 꼬물거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이 침대가 내 것이 아니라 로자리아의 것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나서야, 저 꼬물거리는 것이 로자리아라는 알아차렸다.

귀두 끝에서 느껴지는 목젖이 부딪히는 감각과 따뜻한 혀가 육봉을 쓰다듬는 감각이 소름 돋을 정도의 쾌감을 선사한다.

대체 어디서 보고 갑자기 아침 펠라를 해주나 싶었는데, 잘 생각해보니까 이것도 예전에 '오크와의 정사를 꿈꾸는 엘프는 오늘도 답답하다'에서 넣었던 것 같다.

아니 진짜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내가 꼴린다 싶어서 만화에 넣었던 것들로 이렇게 봉사해주면 너무 기분 좋아서 힘들 정도야....

"헤헤, 일어났어? 아침을 깨워주는 알람으로는 조금 과격했나? 그래도 아침 텐트도 방지할 겸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고마워. 윽, 거기 기분 좋아."

"아후음.... 여기? 하음...♡"

찌르르한 쾌감과 함께 정액이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고.

로자리아는 자신의 입에 있는 정액을 입을 벌려서 보여주고는 꿀꺽 삼켰다.

요망한 표정으로 저렇게 웃으니까 당장이라도 쓰러트려서 따먹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지각할 테니 어떻게든 참았다.

"나 너무 늦게 일어났나? 우리 아침 먹으러 가야지."

"나는 씻었어. 칼리도 씻을 거야?"

"...대강만 씻지 뭐."

아침 먹고 강의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꽤나 부족해서.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이 세상에 일요일이 없다는 사실은 좀 적응이 안 되네.

일주일이 총 6일인데 주말이 토요일 하루뿐이라서 삶이 어려운 느낌이야.

"아쉽다. 칼리랑 룸메이트면 매일 이런 짓 저런 짓 하고 즐길 텐데."

"남녀를, 심지어 학년도 다른데 룸메이트로 묶어줄 리가 없잖아."

"칫.... 그건 나도 알지만 어디까지나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지. 칼리는 싫다는 거야?"

"싫으면 별장에도 오지 말라고 했겠지. 나는 좋아."

사실 뭐 기숙사를 검사하거나 출입 금지 같은 조항이 없어서.

오늘처럼 이런 식으로 찾아와서 원정 섹스를 할 순 있겠지만.

아무래도 혼자 방을 쓰는 것이 아니라, 룸메이트가 있으니까 여러모로 걸리지.

오늘은 특수한 상황이었고.

"아, 생각해보니까 유리아랑은 동아리 방에서 했었지. 나도 거기서 유혹해야겠다."

"저기요?"

"유리아는 되고, 나는 안되는 거야?"

"...해라, 해."

그건 내가 찔리는 게 많아서 진짜로 치트키잖아.

하여튼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침을 먹기 시작했고.

밥을 다 먹은 이후에는 각자의 강의실을 향해 가면서 헤어졌다.

"칼리."

"아, 니아."

"어제는 로자리아 선배였나? 보러 갔던 거지?"

"응. 말도 없이 들어가지 않아서 미안."

"...미안할 건 없고, 그냥 궁금했을 뿐이야. 그러면 거기서 잔 거야?"

"어. 로자리아 선배의 룸메이트가 다른 방에서 잔다고 자리를 비워주셨거든."

"흐음.... 그렇게 된 거군."

아무래도 니아는 사상이 올바른 편이라 그런지, 그사이에 내가 섹스를 하고 돌아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아는 이 또래 남자 친구들이면 바로 했냐면서 섹드립이 날아왔을 텐데.

...그건 너무 지구식 마인드인가?

"마법 문자 강의 시작하겠습니다. 인원수 보니까 빠진 사람은 없는 것 같군요."

꽤 나이 든 교수님이 진행하는 마법 문자에 대한 강의였다.

처음에는 마법 문자별로 정확하게 어떤 의미가 있냐부터 시작한 강의였는데, 요즘엔 내가 로자리아에게 배운 쉬운 문자 이외의 고난이도 문자들에 배우기 시작했다.

마법 문자가 늘어나는 순간 그 조합도 확연하게 늘어나서 그런지, 새로 떠오르는 마법이 많은 느낌이라 재밌게 듣고 있었다.

"간단하게 저번에 설명했던 점 문자에 대해서 복습을 하고 가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세상의 마법 문자는 정사각형 정도로 볼 수 있는 네모 칸의 네 꼭짓점과 그 정 중앙의 점까지 총 5개의 점을 지나도록 그린다.

그리고 그중에서 4점만 지나는 것과 5점을 모두 지나는 것이 있는데.

4점만 지날 때는 하나의 점이 남게 된다.

"그 점을 나중에 최대한 비슷한 마력을 불러와 그려내는 것이 점 문자의 특징이었죠. 총 8개의 문자가 4점만 지나기 때문에, 점 문자도 총 8개가 됩니다."

점 하나만 찍는 것이 뭐 그리 큰 차이를 주나 싶을 것 같지만.

점을 찍는 순간 비슷한 문자도 완전히 다른 효과를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사각형 모양인 '얼음' 마법 문자의 경우, 중앙에 점을 찍으면서 마치 주사위의 1눈 같은 모양이 되는데.

이 점 문자는 랜덤하게 0%에서 100%의 출력을 결정해주는 '행운'이라는 문자가 된다.

그리고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 점을 찍는 위치도 틀리지 말아야 하지만 온전히 같은 마력을 링크시키는 것이 꽤나 힘들었다.

기록 마법처럼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면 괜찮을 텐데.

지금 우리가 쓰는 건 손으로 사용하는 마법이라서 어쩔 수 없지만.

"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문자 하나하나 설명해드릴 겁니다. 점 문자가 뭔지 정도는 이제 이해하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럼 남은 문자들은 몇 개가 있죠?"

총 33개의 문자 중에서 평범한 문자가 20개.

그리고 추가로 배운 점 문자가 8개였기 때문에 남는 것은 5개가 된다.

이 남은 5개도 뭔가 규칙이 있는 글자들인 건가?

"점 문자를 처음 보실 때, 어떻게 그려야 하나 막막하셨던 것처럼. 이번 문자를 보셔도 좀 당황스러우실 겁니다."

교수님이 보여준 5개의 새로운 문자는 이상하게도 특정 부분이 굵게 칠해져 있었다.

저건 또 뭐 하자는 문자지...?

기존 문자랑 비슷한 느낌이긴 한데, 점이 아니라 굵은 선 같은 것이 달려있다.

"마법 문자에서 점 문자를 제외하면 항상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들 기억하고 계시나요?"

"하나를 그릴 때 단번에 그려야 하고, 경로의 순서도 시계 방향을 맞춰서 그려야 합니다."

"맞습니다. 이번 문자도 비슷한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한 번 그려보려고 하시겠어요?"

"...아?"

이 문자들은 마법 문자의 그리기 규칙인, 같은 선을 지나면 안 된다는 규칙을 지킬 수 없게 중복된 경로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모양이었다.

설마 저 굵은 선 부분이 두 번 그려져서 굵은 건가?

실제로 교수님은 마법 문자 하나를 실제로 그려서 시연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전기 공격을 만들려면 기존의 문자로는 꽤나 복잡한 조합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물과 불을 이용해서 수증기를 만들고, 구름을 만들어서 그 구름을 공기 등으로 마찰시키고.... 쉬운 일이 아니죠."

파지직!

하지만 이렇게 '번개'를 의미하는 글자 하나를 그리면.

정말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번개 문자는 좀 특이하죠? 방금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그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그리는 모습을 천천히 다시 보시겠습니다."

책에서 진한 선으로 되어 있던 부분에 도달하자, 빠른 속도로 그 구간을 왕복하면서 마력을 두 번 칠해냈다.

겨우 두 점과 점 사이를 한 번 왕복했을 뿐인데, 마력이 굉장히 불안해지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이걸 마지막에 가르치는 이유가 있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마력 반발도 심하고 실패율도 높습니다. 그 대신 기존에 표현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구현하기가 쉬워지기에, 의외로 자주 쓰입니다. 특히 광역 색적이나 임신 여부 확인에 쓰이는 '생명'의 문자 같은 건 대체가 어렵습니다."

그 뒤로는 간단하게 이걸 그리는 팁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실제로 실습도 진행했지만 단번에 성공하기에는 나도 조금 어려웠다.

그릴 수는 있는데 엄청나게 마력 흐름이 많이 깨지고.

그래서 그려진 걸 발동할 때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잦았다.

"후, 아침부터 새로운 걸 배우니까 머리가 터지겠네...."

"아, 칼리 왔어?"

"로자리아? 벌써 강의 끝났어?"

"오늘 좀 빨리 끝났거든."

점심 먹기 전에 휴식하러 동아리 방에 왔더니, 로자리아가 동아리 방구석에 뭔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무슨 장식품 같은 거길래, 쟤는 또 뭘 사다가 놨나 싶어서 자세히 확인했더니.

어제 봤었던 유리 느낌이 나는 딜도들이었다.

...잠시만 뭐라고?

"로, 로자리아? 그건 왜 거기다 전시하는 거야?"

"이 동아리의 전신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시우님이잖아? 시우님이 자위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사용한 이 뜻깊은 걸 전시해두려고."

"오...."

미친 생각 같은데.

심지어 저거 세척은 했겠지만, 당장 어제도 네가 자위하는 데 사용했던 거 아니니?

전시해두니까 좀 그럴듯하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동아리 방의 분위기가....

"동아리 분위기가 야한 소리 하고 있네. 여기서 유리아랑 야한 것 했던 사람이 작품들 보고 할 소리야?"

"앗...."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별로 없긴 하다.

그것 이외에도 로자리아가 낀 것과는 다른 범용 유두 피어싱이나, 브래지어 등 이상한 것들을 자꾸 전시하기 시작했다.

아니, 다 내가 만든 만화를 바탕으로 나온 물건들이긴 한데.

모아 놓고 보니까 진짜 변태 같잖아.

"음, 제복은 걸어두지 않아도 되겠지? 어차피 우리가 입고 다니는 거니까."

"......."

차라리 그림이랑 만화를 전시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유리아가 그린 그림이나 내가 그린 그림도 벽에 붙이고 있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최근 동아리 활동은 별생각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구나.

"왜, 별로야?"

"...그림들 때문인지 오히려 좀 어울리네."

생각해보니까 유리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어차피 변태 같은 그림만 그리잖아.

그래서 그런지 다른 변태적인 전시물들이랑 어울린다는 것이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나저나 저기 자리 하나가 빈 것 같아서 좀 그렇네.

"리아야. 저 자리에는 론도 교수님 작품인 '백광'을 놓는 거 어때?"

"아, 그 오크한테 엘프가 강간당하는 그림?"

"어."

...어쩌다 보니까 나도 그 변태 전시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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