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77화 (77/229)

〈 77화 〉 16권 ­ 우리는 자궁 문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1)

* * *

"네, 확인했습니다. 화신잉태랑, 추가 구매하신 상품 박스 챙기시고요."

"앗, 넵...!"

시우 화가님의 저번 작품인 '행복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도 아주 만족스러웠지만.

솔직히 이 '화신' 시리즈의 신작이 주는 감동이 최고지.

대체 이번에는 어떤 내용이 그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어, 화신잉태를 집어 든 여성은 행복한 표정으로 집으로 달려갔다.

"화신잉태라, 무슨 내용이길래 이런 이름일까?"

항상 그렇지만, 만화를 보기 전에 제목과 표지의 그림으로 내용을 예측하는 순간은 즐겁다.

물론 그걸 매번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시우 화가님의 작품이긴 하지만.

그녀는 특히나 이번에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섹스하는 내용이 나오지는 않을 텐데?"

시우 화가님 특유의 섹스 중 쾌감을 일으키는 여자아이의 행복한 표정이 표지의 알베도에게 깃들어 있었고.

알베도의 배꼽 아래에는 묘한 디자인의 흰색 빛이 반짝거리고 있다.

확실히 이것만으로는 작품의 내용을 예상하기에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예약 보상 그림의 비리디타스가 안경을 벗은 거랑 연관이 있나?"

대부분 비리디타스가 안경을 벗을 때는, 평소의 얌전한 성격을 벗어나서 사고를 칠 때인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오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하, 기대되어서 죽겠네.

'못 참겠다 빨리 읽어야지.'

그녀는 뭔가 차라도 마시면서 보면서 준비할까 하다가, 결국은 그냥 급하게 침대에 누워서 책장을 넘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차보다는 이걸 조금이라도 빨리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는데.

그렇게 책장을 넘기자마자 그녀에게 보인 것은 침대에서 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알베도의 모습이었다.

"뭐야, 잘 끝난 거 아니었어?"

아무리 알베도가 각성한 능력이 강했다고 하더라도, 워낙 무리해서 싸웠던 것이 원인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다른 애들은 전부 무사했고, 심지어 병문안까지 오면서 시끌벅적하게 예전의 그 즐거웠을 때의 분위기를 다시 보여줬다는 점이다.

알베도도 그렇게 심하게 불편하진 않은지, 애들이랑 웃으면서 치료를 받아 괜찮아지고 있었다.

"휴, 다행...?"

그래서 그녀는 역시 저번 사건은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해서 안심하기 시작했는데.

그 안심을 하려는 순간, 욕실에서 알베도가 거울을 노려보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표지에도 나왔던, 마치 아래쪽에서 무엇을 빨아당기려는 듯한 모양의 문양이 배꼽 아래에서 빛나고 있었고.

그걸 바라보는 알베도의 표정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 저게 저번에 그렇게 강력한 힘을 사용한 탓에 생긴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드는 찰나.

바뀐 장면에서는 다시 증식하기 시작한 침식들이 난리를 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서 아직 요양 중인 알베도를 제외한 아이들이 싸우기 벅차하기 시작한다.

"아, 진짜 저거였구나."

화신의 불길을 자궁에 담아 잉태하는 것으로 강해진다.

마치 미지아 교단이 생명의 탄생만큼 위대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대변하는 듯한 그 장면은 굉장히 미려하고 아름다웠고.

특히 받아낸 불꽃이 자궁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경건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이런 장면이 전작에서 알베도가 각성할 때도 있었나 싶어서 급하게 찾아봤고.

잘 보면 불꽃이 자궁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정확하게 그려져 있는 것과 모든 장면에서 그녀의 배 아래가 보이지 않는 각도라는 것을 확인하고 소름이 돋았다.

이미 이 시점에서 다 예정되어 있었던 거구나?

"와...."

알베도가 싸울 때도 느꼈던 거지만, 그녀들의 더 강해진 전투 장면들은 전율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책의 칸들을 부숴버릴 정도로 강렬한 힘이 여기까지 전해지고.

왠지 그녀들이 각성해서 강해질 때마다, 마치 책이 컬러로 변하는 것 같은 착각까지 일으켰다.

"...올 게 왔네."

저 문신을 알베도가 심각하게 바라보았던 이유.

그런데 그 이유가 왠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그녀는 한참을 책을 들여다봤다.

...기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물론 알베도의 표정에는 당혹감과 거부가 그대로 담겨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 섞여 있었고.

대사에서 보이는 쾌감 짙은 신음과 그림의 효과에 잔뜩 들어가 있는 하트는, 보기만 해도 다른 시우 화가의 작품에서 느낀 행복한 섹스를 절로 떠올리게 한다.

페널티가 아니었나...?

"아, 저게 임신이라고 한다면...."

임신이라는 건 결국 결혼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저 증표는 마치 섹스처럼 사람을 기분 좋아지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원래라면 기분 좋은 섹스를 해야 아이를 잉태하지만, 여기서는 잉태부터 해서 후폭풍처럼 쾌감이 몰려온다던가?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그런 예상 정도는 그녀도 할 수 있었다.

"일단 저 부분이면 자궁일 텐데, 자궁이 기분 좋아지나 보네."

알베도가 두근거림을 느낄 때마다 자궁 주위에서 하얀색 불길을 옅게 뿜어대고, 가버릴 때는 그게 자궁 내로 쭈와압 하고 흡수되면서 잦아들었는데.

그때마다 두근거리는 심장박동 소리와 행복한 하트가 만나는 것이 표현되어 있었고.

그걸 보고 있는 그녀도 왠지 두근거려서 자신의 자궁을 만지작거렸다.

"여기를 문지르면 기분 좋다는 거지...?"

자궁이라는 것이 아이를 품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저렇게 기뻐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니.

그녀는 새로운 사실을 배웠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비리디타스는 문신이 하트 모양이네."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루베도의 문신은, 마치 자궁의 모양을 형상화한 듯한 것을 손으로 붙잡는 듯한 모양이 되어 있었다.

역시나 이게 등장인물 별로 다 다른 문신을 가지게 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당연히 비슷하게 자궁으로 기분 좋아질 줄 알았던 둘은, 완전히 다른 형태로 쾌감이 발현되었고.

그것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보며 그녀는 한참 입을 열지 못했다.

'...엄청 기분 좋아 보여.'

그녀도 최근에 가슴을 만진다거나 하면서 자위를 여러 번 해봤지만.

문신에 의해서 강제로 부여되는 특별한 경험으로 기분 좋아지는 걸 보고 있으니, 그것과는 다른 묘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루베도가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행복한 표정을 보여주니, 심장이 두근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루베도를 희롱하는 비리디타스의 손길에 달라붙은 초록색 불길과 루베도의 몸을 직접 희롱하는 빨간색 불길이 뒤섞이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상대를 만져주면 기분이 좋고, 만져지면 기분이 좋아...."

그녀는 멍하니 그런 구절을 중얼거리면서 책의 페이지를 넘겼고.

기계 장치처럼 무슨 톱니바퀴 비슷한 것이 그려진 치트리니타스의 문신과.

니그레도의 나무뿌리 같은 것이 살에 기생하는 듯한 모양의 문신을 보면서.

저 둘은 또 어떤 것들을 줄까 궁금해하고, 두근거리면서 만화를 읽어나갔다.

"하아, 하아...."

그녀는 자신의 팬티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걸 느끼면서도.

팬티를 갈아입거나, 욕실로 가서 욕구를 처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마치 중독된 것처럼 만화를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다음 내용을 탐닉해 나갔다.

치트리니타스가 야한 말을 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노란색 불길과 야한 말을 들을 때마다 상상하며 발정하는 니그레도의 검은 불길이 뒤섞이고.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그녀는 점점 책의 내용에 잠식되어 갔다.

"야한 말을 한다는 건 조금 부끄럽지만, 기분 좋아. 야한 말을 듣는다는 건 기분 좋아...."

다섯 명의 소녀들이 문신에 지배당해, 쾌감을 탐닉하며 기분 좋아지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자신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던 중 다시 싸움으로 돌아갈 때는, 쾌감보다는 이 세상이 중요하다는 듯 싸우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분명 엄청나게 기분 좋았을 텐데, 절대로 그것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몰입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중요한, 이 세상을 지키는 일에 몸을 던져가면서 싸운다.

오히려 저 문신은 그런 그녀들이기에 받을 수 있었던 보상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후우, 여러모로 멋진 이야기네."

그렇게 힘들었던 모두가 보상을 받고 행복해지면서도.

여전히 모두를 위해 싸운다는 것을 전해주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진짜 재밌었....

"어?"

마지막 페이지를 연 그녀는, 생각하지도 않은 컬러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감동이 밀려왔다.

"아, 이제 추가로 샀던 거 뜯어봐야지?"

무조건 작품을 다 읽고 뜯으라는 경고문이 있어서 지금까지 방치했었지만.

이제 책을 다 읽었으니까 그걸 확인해야 하는 단계였다.

가격을 생각하면 괜찮은 그림 사본 같은 것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었다.

'혹시 이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그림을?'

그녀는 즐거운 마음으로 상자를 뜯었는데.

그곳에 들어있는 것은 굉장히 뜻밖의 것이라서, 한참을 살펴보면서 무슨 물건인지 확인해야 했다.

설명서가 없었다면 그녀는 정확하게 어떤 용도인지도 알아차리기 힘들었으리라.

"...소울체인?"

알베도의 자궁 부분에 그려져 있던 문신이 상자 안에 들어가 있었고.

설명서에는 그것을 실제로 배에 붙여서 알베도처럼 문신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내 배에 이걸 붙여서 알베도가 되는 기분을 느끼라는 건가?

"이거 진짜로 알베도의 배를 보는 것 같잖아...?"

그녀는 배에 문신을 붙인 거울을 보면서 묘한 감정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알베도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해졌고, 아무런 효과가 없는 장난감이라는 걸 아는데도.

아까 책에서 알베도의 자위 파트를 읽으면서 느낀 두근거림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읏, 하응...♡"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자궁을 꾹꾹 누르면서 자위하기 시작한 그녀는, 마치 중독된 것처럼 지쳐 잠들 때까지 그 행위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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