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78화 (78/229)

〈 78화 〉 16권 ­ 우리는 자궁 문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2)

* * *

"와...."

"이거, 진짜예요?"

"유리아 그림이 원래도 상위권에 올라가 있던 수준이긴 한데, 이렇게 단번에 끝에 박힐 줄은 몰랐네."

만화가 아닌 단일 그림 작품에서는 사실상 1위가 된 수준이었다.

물론 정말로 추천수가 1위는 아니지만, 여기 올라온 시간을 생각하면 화제성으로는 1위가 맞겠지.

솔직히 당장 추천수 올라가는 걸 보면, 진짜 나중에 가서 쟁쟁한 작품들 내려가면 추천수조차 1위를 박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사실, 굳이 그렇게 수치로 확인하지 않아도. 더 확실한 지표가 말해주고 있어.'

아주 많은 작품이 '행복한 일상'과 '현실의 일상'의 한 작품이면서 두 작품인 형태를 따라 하고 있다.

사실 그것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처럼, 여러 신기한 과학적 원리나 마법을 활용한 작품들이 시도되기 시작한 원인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이거 보니까 나도 다음 작품에서는 뭔가 이런 방식의 그럴듯한 기법 하나를 사용하고 싶었다.

"마법 접목한 건 신기한 것들이 좀 많네."

사실 오늘 본 새로운 작품 중에서 내 눈에 가장 괜찮게 느껴진 기법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캐릭터 몸에서 흐르는 눈물을 실제 물방울로 마법으로 만들어서 표현한 작품이었다.

솔직히 물방울 한정으로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을 구현한 듯한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

나중에 수영복 그림 같은 걸 그리면 절로 채용하고 싶어지는 존나 꼴리는 기법이었어.

'뭐, 우리 작품도 그렇지만. 이런 작품들은 마법을 쓴 만큼 사본 제작이 안 되는 게 아쉽네.'

오늘 본 것 중에 그나마 가능해 보이는 것이 저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그림이었다.

근데 저것도 퀄리티 유지하면서 사본을 만들려면 굉장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고, 소형화는 꿈도 못 꾸는 수준이라는 게 아쉽긴 했다.

솔직히 다른 것보다 마법 장치는 대량생산이 아니면 가격대가 너무 높은데다, 소형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너무 커.

"이거 아카데미 쪽에서 예약한 화신잉태랑, 스티커 박스에요. 근데 스티커 박스 따로 그렇게 많이 주문한 거 괜찮아요?"

"다 나갈걸요? 아카데미에서 그 정도 물량은 충분히 소화할 것 같은데."

"그건 걱정 안 하는데요. 워낙 양이 많아서.... 보관할 자리가 있어요?"

"아직 만화관을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여유 공간이 많거든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걸요?"

나온 김에 열심히 전시관을 구경하긴 했지만.

오늘 나왔던 진짜 목적은 결국 화신잉태의 출시 준비였다.

우리가 미리 부탁한 덕에, 화신잉태의 예약 접수를 아카데미 만화관에서도 함께 진행했고.

그 접수된 물량을 받으러 나온 것이었다.

"정말 바쁘시네요."

"저는 오히려 이렇게 출판 작업이 금방 끝났다는 게 더 신기한데요? 요즘 갈수록 빠르네요."

"점점 안정화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급하게 물량 밀어주면 속도가 꽤 빠르네요."

대체 직원을 얼마나 갈아 넣으면 이런 속도가 나오는 걸까.

물론 워낙 이쪽에서는 깔끔한 곳이니까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만.

가끔은 어떻게 굴러가는지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단 한 번도 작품 내용의 사전 유출 사고 같은 상황이 나오지 않은 것도 좀 대단하고.

"엄청난 인파네."

"전교생의 반 정도는 신청하지 않아?"

하긴, 학년 따질 것 없이 마법부 학생은 거의 다 신청했고.

지난번 신작과 다르게 화신잉태는 전작을 읽은 검술부 학생도 꽤 있었기에 그쪽 신청 인원도 있었으니.

이렇게 엄청난 인원이 몰릴 수밖에 없지.

"저거 우리가 담당하지 않는 걸로 해서 다행이지?"

"...그러게."

"응, 칼리가 잘했다고 봐."

어디까지나 우리는 가끔 계약 이행 같은 부분을 돕거나 작품 리스트만 전달하는 거지.

진짜 힘든 일들은 다 학교에서 처리하게 되어있다.

당연히 대여 같은 시스템도 우리가 아니라 도서관 쪽 시스템을 공유하면서, 학교 측에서 알아서 하고 있고.

그렇게 우리는 아이디어랑 간단한 계약 정도만 따면.

이렇게 일은 학교에서 다 처리해준 다음, 이것으로 인한 칭송은 다 우리 동아리에 돌아온다.

최대한 꿀만 빨아 먹는 느낌이라서 굉장히 기분이 좋아.

"우리건 챙겼으니까 슬슬 들어가서 볼까?"

"응."

"와아! 드디어 읽을 수 있다!"

"오르카, 그렇게 뛰다가 넘어지면.... 아니지, 쟤가 넘어질 리가 없구나."

검술부 수석이 저 정도로 넘어져서 다칠 리가 없잖아.

평소 행실이 워낙 귀여운 애 같아서 그렇지, 생각해보면 여기서 가장 센 게 오르카다.

사실 어떻게 저 부드러워 보이는 몸이랑 커다란 젖통에서 그런 힘과 실력이 나오는 건지 궁금하긴 해.

그나저나 나는 밖에서 내 작품 팔리는 걸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괜히 작품을 읽지도 아는 척 하면 이상한 느낌이 들 테니까 따라 들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번에 겁나 야한 내용만 가득해서 좀 걱정이긴 한데....

'...이미 저번 작품에서 겪은 일이니까 괜찮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아이들의 모습을 곁눈질하면서 만화책을 넘기는 척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초반은 진지한 이야기니까 다들 저렇게 보고 있겠지.

근데 뭔가 다들 말없이 만화책의 페이지만 넘기니까, 적막에 감싸여서 기분이 이상하네.

"임신...? 아, 그래서 작품 이름이 화신 잉태였구나."

가장 먼저 그 적막을 깬 것은 로자리아였고, 로자리아는 금방 내 곁으로 와서는 전작에서 발견했던 그 이상한 현상이 이거였다며 이야기를 걸어줬다.

생각해보니까 전작을 로자리아랑 같이 보다가, 로자리아가 내가 남겨둔 떡밥 보면서 이야기해줬었지.

지금 그 떡밥이 결과로 나타난 상황이니, 관련 이야기를 했던 나에게 달려온 모양이다.

"어, 맞아. 리아가 그런 이야기 했었지. 그래서 알베도가 시작부터 문신이 있었구나."

마치 방금까지 만화를 같이 읽고 있었던 것처럼 공감해주기 시작했다.

후, 그나저나 이렇게 내 작품을 즐겁게 읽어주는 사람들이 바로 옆에 있으니까 기분 좋네.

팔리는 거 말고 이걸 직관하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단 말이야.

"칼리는 임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갑자기?"

"이번 작품에서는 임신이 신이 내린 걸로 나오잖아?"

"뭐, 그렇지. 비슷하려나? 신의 내려주신 선물?"

근데 까놓고 말해서 거기다가 다른 말을 하기도 좀 어렵지 않나?

괜히 거기서 헛소리 잘못하면 신성 모독이라고 끌려가는 거 아니야?

하여튼 로자리아는 되게 즐거운 표정으로 내 대답을 듣더니, 고개를 마구 끄덕이면서 만화에 다시 집중했다.

거기까지는 솔직히 평범한 상황이었기에, 별생각이 없었는데.

가장 걱정하던 오르카가 아니라, 오히려 로자리아가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몰래 자신의 자궁 부분을 살살 쓰다듬으면서, 얼굴이 붉게 변하는 느낌인데....

"리아야 괜찮아?"

"흐읏...♡"

"리아야?"

"어? 어. 미안. 조금 궁금해서 만져봤는데."

"네가 오르카냐."

"자궁 만져도 되는 거야?"

"되겠냐? 이따 내가 자리 비워줄 테니까 그때 혼자 해."

역시나 오르카가 따라 하려고 하잖아.

아무튼 로자리아는 은근 자궁 만지는 게 기분 좋았는지,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자위를 멈췄다.

솔직히 알베도가 가버리는 장면 보면 꼴려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해.

"칼리, 칼리."

"어?"

"있지, 칼리는 혹시 임신이 축복이라고 생각해?"

그거 가불기 걸려있는 질문 아니냐?

아니 근데 따지고 보면 네가 한 질문은 달라도, 내가 아까 한 답으로 해결되는 게 아닐까?

근데 왜 자꾸 그런 걸 묻는 거지?

"...그렇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근데 만화책에 그런 내용이 나와?"

"응? 나오잖아. 이 아이들이 노력한 만큼, 그 결실을 임신이라는 축복으로 받아서 행복해지는 이야기 아니야?"

그건 또 무슨 미친 소리야?

당연히 큰 힘을 빌린 대가로 페널티로써 주어지는 거잖아?

나는 로자리아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해하지 못해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설마 워낙 임신이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져서, 문신의 페널티 부분도 축복으로 보이는 건가?

그건 진짜 의도랑 다른데...?

"맞아. 그런 내용 아니야?"

"오르카도 그렇게 이해했는데?"

여기서 나 말고 다른 셋이 다 저런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건, 기본적으로 대중들도 비슷한 느낌으로 반응했을 거라는 소리다.

이건 진짜 돌아버리겠네.

이러다가 다음 권에서의 매운맛을 보면 폭동이라도 나는 거 아닌지 몰라.

굉장히 귀찮긴 했어도, 이제까지 정체를 숨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체가 공개되어 있으면, 다들 몰려와서 날 죽이려고 들지도 모르니까.

"칼리?"

"어, 어?"

"그래서 아기는 축복이라는 거지? 아름다운 거라는 거지? 아기 좋지?"

"어.... 그렇지?"

"에헤헤♡"

로자리아는 나한테 반쯤 안기는 수준으로 스킨쉽을 하면서 질문했다.

이미 답을 들었는데 왜 자꾸 질문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 예전에 로자리아는 질문 내용보다는 스킨쉽 자체가 목적인 느낌으로 안겨 왔던 적이 있던 것이 떠올랐다.

뭐, 그런 거라면 얌전히 어울려줘야겠지.

"오, 이거 그림 채색되어 있네. 예쁘다."

"그러게. 이거 단가 꽤 오른다고 들었는데."

"그런데도 책값은 절대로 안 올리잖아. 역시 시우 화가님은 대단한 분이야. 아, 칼리 이번.... 앗, 미안."

슬쩍 유리아와 로자리아의 눈치를 보는 것이, 내가 시우 화가님의 제자라는 것과 관련된 질문이었나보다.

저번에 한 번 이런 일로 위험할 뻔했던 이후에 비밀이라고 설명했더니, 요즘에는 알아서 눈치를 챙겨주는 느낌이다.

솔직히 유리아한테는 들켜도 상관없는데, 로자리아는 내가 시우 화가의 제자라는 걸 들키면 좀 위험하다.

로자리아랑 워낙 밀착해서 보낸 시간이 길어서, 그 정보 하나로 내가 시우라는 걸 들킬 가능성이 크니까.

'뭐, 지금은 전혀 상상도 못 하는 것 같지만.'

로자리아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배시시 웃으면서 다 읽은 만화책을 다시 훑어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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