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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79화 (79/229)

〈 79화 〉 16권 ­ 우리는 자궁 문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3)

* * *

"어라?"

"왜 그래?"

그러던 중 로자리아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책을 자세히 살폈고.

내가 들고 있던 책도 빼앗아가더니, 같은 페이지를 펼쳐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를 되게 묘한 눈으로 바라봐서, 대체 왜 저러나 싶었다.

"이거, 문신이 컬러가 없어."

...항상 느끼는 거지만 뭔가 남겨두면 로자리아가 민감하게 반응해줘서 좋다.

사실 대놓고 딱 보이는 거긴 한데, 방금까지 문신을 흑백으로만 보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자연스럽게 넘기게 되거든.

그냥 원래부터 문신이 흑색이라고 생각하지, 굳이 그걸 왜 컬러가 아닌지를 의문으로 삼지 않는다.

실제로 유리아랑 오르카는 전혀 저렇게까지는 반응하지 않았고.

"원래 검은색인 거 아니야?"

"톤이 다르잖아. 그리고 내가 보기엔 이거 불꽃색이랑 같을 것 같은데? 알베도는 원래부터 하얀색이라 그런지 흰색으로 빛나잖아. 나머지도 비슷한 느낌 아닐까?"

"그러네. 선배 말이 맞아요. 이거 이상하네요. 왜 여기만 채색이 되어 있지 않은 거지?"

둘이 굉장히 고민하는 가운데, 혹시 내가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로자리아가 나를 되게 노려봤다.

당연히 내가 짠 거니까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걸 스포하고 싶지는 않아서 모른다고 답했다.

사실 이 정도로 의심하기 시작했으면, 문신 박스를 뜯어보면 바로 알아차리겠네.

"어...?"

"뭐야, 문신? 스티커 박스?"

스티커 박스 안에 들어 있는 설명을 보며, 다들 혼란에 빠진 듯한 모습이 확 느껴졌다.

하긴 갑자기 방금까지 작품에서 보고 있던 문신이 현실에 나타나면 당황스럽지.

솔직히 이번 작품에 이런 것이 준비되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을 거다.

"이걸 배에 붙여서, 화신체들처럼 꾸밀 수 있게 만든 건가?"

"그런 것 같네. 아쉽게도 하얀색은 없나?"

로자리아는 내심 하얀색이 가지고 싶었는지, 하얀색을 찾았다.

평소에는 치트리니타스를 좋아해서 노란색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하긴 아까 자궁 꾹꾹 누르는 거 기분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그래서 하얀색을 붙이고 자궁 꾹꾹 하는 자위를 하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꼴리네.

굳이 알베도의 하얀색 문신을 붙이고 자궁 꾹꾹이 하면서 가버리는 로자리아?

솔직히 못 참을 것 같긴 해.

"아, 이거구나. 어? 그러면 이거 색깔 별로 모아야 하는 거잖아."

"그게 무슨 뜻이야?"

"오르카, 이거 봐봐. 여기 작은 것도 붙어 있잖아? 이걸 여기다가 붙이는 거지."

로자리아는 노란색 문신인 '알터마인드'의 작은 것을 떼어내더니.

책에 있는 치트리니타스의 흑백 자궁 문신 부분에 붙여서 시범을 보였고.

완벽하게 느낌이 살아나는 장면을 보자, 다들 그것을 따라 하면서 자신의 스티커를 책에 부착했다.

"이러면 다른 색 4개도 구해서 붙여야 그림이 완성되는 거야."

"이게 그냥 있는 게 아니었구나.

"이 그림을 우리가 완성하라는 거네!"

이런 방식이 꽤나 신기했는지 다들 감탄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로자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쟤 설마...?

"늦기 전에 사자. 이거 알아차린 애들이 선점하기 전에 우리가 쓸어와야 해."

"음, 맞아! 만화부가 이걸 다른 애들보다 늦게 완성하면 체면이 안 살지."

"그, 사는 건 찬성인데.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는데 몇 개나 사게?"

"넉넉하게 사지 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게 진짜로 시작부터 저런 느낌으로 진행되어 버리네.

굳이 나가지 않았는데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을지 예상이 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이거 스티커 생산하는 곳은 죽어나가겠구만....

"뭐야, 다들 왜 그냥 와?"

"...벌써 예약분 빼고는 다 팔렸다는데?"

"뭐? 이상하다. 내가 이번에 되게 많이 사전 물량 준비해 오지 않았어?"

"이게 몇 명 애들이 우르르 사가니까. 아직 작품을 보지 않은 애들도 같이 샀나 봐."

혹시 선점당해서 동날 것이 걱정되어서, 일단 왜 사는지는 모르지만 샀다는 거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품절이 나버렸다는 거잖아.

대단한 판단력이네.

"아, 지금 나가면 안 되겠지? 나가서 우리 몫을 좀 사고 싶은데."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마 결국 여기랑 똑같이 다 나갈걸? 다음 생산할 분 신청할 때 너희들 살 물량도 같이 주문해."

"그래야겠다.

다들 좀 아쉬워하는 눈빛이긴 했지만.

그래도 뭐 어떻게 하겠어, 우리가 여러모로 안에서 떠드느라 시간을 허비한 탓인데.

뭔가 우울해지려는 느낌이 있길래, 나는 다급하게 밥이나 먹으러 가자면서 애들을 끌고 식당으로 향했다.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후, 요즘에는 좀 푹 잤더니 살맛이 나네."

"내가 말했잖아. 사람은 좀 자야지. 정상적인 상태가 된다고."

근데 일이 몰려 있는데 잠을 잘 수는 없는 거잖아.

내 작품도 그려야 하지, 동아리 작품도 도와야 하지, 심지어 시험도 있었어.

솔직히 그렇게 말하는 니아도 그렇게 푹 쉬면서 사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밤에는 잘 자는 것뿐이지, 평소에 학생회 일이랑 공부에는 미쳐서 살잖아.

"요즘에 여자애들이 그 자궁 위에 붙이는 문신 스티커인가 뭔가 때문에 엄청 시끄럽더라. 아, 그래 저거."

"아.... 니아는 이번 화신잉태 아직 안 봤어?"

"봤지. 그래서 더 기분이 이상해. 뭔가 여기가 무슨 마그눔 아카데미 같다니까?"

니아의 말을 들으면서, 강의실에 들어서기 시작한 여자아이들에게 눈을 돌렸다.

노출도가 높아서 드러난 자궁 쪽의 살결들에, 이제는 형형색색의 문신이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이 자궁의 모양을 형상화한 채로, 각기 야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보기만 해도 음심이 차오른다.

심지어 그것뿐만 아니라 너무 치마가 짧아서 팬티가 다 드러나는 것도 여전하고.

저번부터 유행으로 이어진 브래지어를 차지 않아서 흔들리는 젖가슴도 그대로다.

진짜 이렇게 보니까 아카데미 학생보다는 창녀들 같네.

물론 그건 오로지 내가 느끼는 감상일 뿐이지만.

'니아를 비롯해서 남학생들도 점점 익숙해져가는 느낌이야.'

야하다는 걸 느끼고, 꼴린다고 생각도 하지만.

그것 자체가 성스럽고 당연하고 아름다운 거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걸 굳이 상대를 비방하거나 나쁘게 말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게 눈에 보여.

보이는 걸 즐기긴 하지만, 거기 창녀 같은 나쁜 의미 없이 순수하게 아름다움에서 오는 꼴림처럼 생각한다는 거다.

'하긴, 어찌 보면 그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네.'

워낙 야한 건 나쁘고 범죄에 가까운 거라는 교육을 듣고 자라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야한 것이라도 그 안에서 충분히 배려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건데.

나에겐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일종의 질서 정연한 자궁 문신이 가득한 강의실의 모습이라.

오늘따라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우선 발기할 정도로 꼴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다음에는 솔직히 이번에 자궁 문신 디자인을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배경 색을 단색이 아니라 살짝 그라데이션을 준 것 덕분에, 마치 마법으로 빛나는 듯한 분위기를 주는데.

이게 진짜 효과가 있는 마법 문신 느낌을 줘서 참 좋아.

"와, 근데 누구 하나쯤은 하지 않을 법도 한데...."

어떻게 선배들까지 다들 저렇게 잔뜩 하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심지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끔 보이는 검술부 쪽에서도 유행을 타기 시작했는지, 은근 많은 인원이 하고 있더라.

이게 맞나?

'하긴, 가격이 싸지는 것도 원인 같긴 해.'

사실 나는 6번째 문신인 무지개색인 '오푸스'가 적게 풀리면 도시 전설 같은 느낌으로 퍼질 줄 알았다.

왜냐면 이게 워낙 능력자 마법사도 많고 하니까 복제품 같은 게 나왔다고 생각하면서 안 믿을 줄 알았거든.

근데 이게 그게 아니라 그런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다들 해맑게 정말 그런 게 있구나!

라고 감탄하면서 무한 가챠 뺑이를 치기 시작했단 말이지.

물론 모든 사람이 그걸 하는 건 아니고, 아무래도 돈이 좀 넉넉한 사람들이 하는 것 같긴 한데.

그런 식으로 오푸스를 제외한 다른 다섯 개의 물량이 엄청나게 풀리면서.

그 물량이 그대로 시장에 저렴한 중고가로 풀려나가고 있다.

그래서 이게 진짜 작품을 보지 않는 사람도 유행을 따라서 붙이고 다닐 정도로 가격이 저렴해진 거지.

심지어 굳이 중고로 풀지 않고 주변에 마구 뿌리면서 선물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런 경향은 친구들이 많은 아카데미에서 더 도드라질 수밖에 없잖아?

아마 그래서 이렇게 아카데미 전체에 유행이 퍼져나가는 것에 한몫하고 있을 터다.

"흠, 남자는 저걸 해도 어차피 옷에 가려져서 안 보이겠네."

"...원래 만화에서도 여자애들 용이고, 남자는 자궁이 없으니까 하면 안 되지 않을까?"

"아, 그런가?"

"왜, 사실 니아는 지금 붙이고 있다든가?"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아, 괜히 장난치려고 했던 말인데, 남정네 색기가 저렇게 얼굴 붉히면서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더럽네.

쟤는 왜 이런 말만 하면 저리 여자애처럼 반응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생각해보면 몸의 체형도 여장 최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남자 느낌에서 멀긴 해.

'사실 어느 날 짜잔 나는 사실 여자였고, 남장하고 있었습니다! 해도 믿을 정도의 골격이긴 하지.'

내가 저런 식으로 남자 캐릭터 그렸으면, 여자 캐릭터 그려놓고 남자라고 우긴다고 개 처맞았을걸?

커미션이나 외주로 가끔 그리긴 해서 그거 때문에 뚜들겨 맞은 경험이 기억하고 있다.

퍼리랑 비슷하게 저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좋아했었는데.

"미안하다 니아야."

"...갑자기 뭐가?"

"그냥 미안해. 그렇게만 알아둬...."

"가끔은 네가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니까.

왠지 친구를 이상 성욕의 대상자로 만든 것 같아서 그렇지.

근데 네가 먼저 좆같은 표정 지었잖아 개새끼야.

잘 생각해보니까 안 미안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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