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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82화 (82/229)

〈 82화 〉 17권 ­ 오크와의 정사를 꿈꾸는 엘프는 내일도 답답하다(1)

* * *

진짜 돌아버리겠네.

로자리아도 이건 생각을 못 했었는지,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고.

오르카는 진짜 고장 난 것처럼 그 자리에 석상처럼 굳어 있었다.

"그, 오르카? 브래지어 더러워지면 안 좋으니까 빨리 주우...."

"칼리, 진짜야? 진짜로 칼리가 시우 화가님이야?"

이렇게 되면 결국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로자리아에게 들킨 거, 오르카한테도 솔직히 말하거나.

아니면 로자리아가 착각한 거라면서 오르카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둘 중 하나지.

다만 방금 분위기가 워낙 진지했고, 내 반응도 심상치 않았기에.

아무리 평소에 좀 정신 놓고 다니는 오르카라도, 여기서 넘어간다고 해도 계속해서 의심할 거다.

은근 쟤도 '시우'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진지한 녀석이니까.

로자리아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테니.

지금 내가 어떻게 대응할지 기다려주고 있는 느낌이다.

진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긴, 만약에 거짓말해서 상황을 넘긴다고 해도. 의미는 별로 없겠네.'

오히려 이제까지 오르카가 내 부탁에 '시우의 제자'라는 걸 조용히 묻어줬다는 걸 생각하면.

사실대로 말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몰라.

조금 마음에 걸리는 건, 오르카가 워낙 '시우 화가'라는 존재에 집착하고 있다는 건데....

아마 한동안은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 오르카 들어와서 여기 앉아봐. 미안한데, 로자리아랑 이야기 중이었던 거만 마치고 같이 이야기하자."

"......."

이 와중에도 내가 부탁하니까, 군말 없이 자신의 브래지어를 주워서 의자에 앉아줬다.

저렇게 올곧게 착한 애한테 거짓말하기는 좀 그렇긴 하네.

역시 오르카한테는 이따가 설명하면서 사실대로 말해주기로 하고.

지금은 일단 로자리아랑 대화하던 것부터 마무리해야겠지.

"일단 리아. 어째서 내가 시우 화가님이라는 거야?"

"...일단 칼리가 시우 화가님의 제자라는 사실은 론도 교수님한테 들었어."

그 노처녀가 진짜.

저번에 내가 가서 말하지 말라고 했을 때는 알겠다고 하더니.

아마 그 이전에 이미 로자리아에게 말해 버렸었던 모양이다.

하긴, 이건 뒤늦게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탓에 미리미리 틀어막지 못한 내 잘못이긴 해.

"그래, 근데 내가 시우 화가님 제자인 건 오르카도 알고 있는 사실이거든. 그렇지?"

"응...."

"근데 왜 그 정보에서 갑자기 내가 스승님 본인이라고 생각한 거야?"

사실 대충 로자리아가 어떤 사고회로로 그런 판단을 했는지는 예상이 갔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예상이 가는 거랑 직접 그걸 듣는 건 다르니까.

내 질문에,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한 로자리아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왜 칼리가 나한테 그런 사실을 숨겼을까 생각했어. 오르카도 알겠지만, 작년에도 내가 방학을 항상 칼리랑 같이 보낼 정도로 친근한 사이였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이런 사실들을 알았는지 론도 교수님이 설명해주셨는데.

그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아는 칼리랑 매치가 안 되더라고.

나한테 겨울 방학에 마법을 배운 칼리가, 작년 초중반에 마법을 스승에게 배우고 있었다는 소리를 하는데.

이게 이야기가 안 맞으니까....

"아하하...."

그때 내가 시우라고 의심받지 않으려고 아무 말이나 하면서 넘겼던 건데.

역시 그 부분이 로자리아에겐 수상하게 들렸을 거다.

하긴 그때는 내가 여기 입학해서 론도 교수님의 학생이 될 줄 몰랐으니까.

"그런데 칼리가 작년에 엄청나게 수상한 짓을 많이 했거든. 자기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뭘 하는지도 말 안 해주고 열심히 하고."

"응."

"그래도 칼리가 하는 일이니까, 뭔가 있겠지 싶어서 굳이 건드리지는 않았거든. 본인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 억지로 드러내게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여기서 내가 시우 화가 본인이라고 가정을 하는 순간 이런 이상한 행동들이 다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애초에 시우인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시우의 원고를 몰래 작업하느라 그런 시간이 필요했을 거라고 예상이 되었다는 것.

심지어 항상 내가 SD만 그리고, 시우 화가는 LD만 그렸다는 것도 의심스러운 점 중 하나였다고 한다.

"칼리는 이상할 정도로 만화에 대한 지식이 많았잖아? 나는 그때 그게 만화를 많이 읽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이젠 의심스럽더라."

그 만화라는 걸 생각해낸 시우 본인이라서 그렇게 잘 아는 건 아닐까.

이상하게 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시우가 등장했다는 점부터 해서, 이상한 일들이 발생한 것이 딱딱 맞아떨어지니.

그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렇긴 하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심증이잖아? 아까 로자리아가 말할 때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것 같았는데."

"이 부분은 사과할 게 하나 더 있어.... 나 너 기숙사 방에서 기다린다고 잠시 들어갔을 때. 몰래 네 물건 뒤져서 살펴봤거든."

"뭐!?"

하필 로자리아라서 니아도 아무 의심 없이 기다리게 내버려 둔 모양인데.

그 사이에 물건을 확인해서 내가 시우 본인인지 보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실제로 뭔가를 발견했던 모양이네.

어지간하면 내가 다 치워두긴 했던 것 같은데, 워낙 바쁘게 작업하던 날이 많아서 모르겠다.

"복사기 안에 작업 도중인 원고를 찾았어. 스승님의 원고를 대신 전한다고 보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잖아?"

"...그렇지."

내가 거기다가 실수로 원고를 넣어놨던 모양이다.

나머지는 정리해서 숨겨놨지만, 원래 장비는 숨겨 놓지 않는데.

하필 그 안에 원고가 들어있는 상태였으니 들켜버렸구나.

"오케이. 이해했어. 응, 그리고 그 말이 맞아. 내가 시우 본인이야."

"...정말? 정말로 칼리가 시우 화가님이야?"

"응. 아니 너희한테 속일 생각은 전혀 없었고.... 처음에는 일단 익명으로 작업을 시작한 거였거든."

근데 갑자기 시우 화가의 그림이 엄청나게 유명해지면서.

무슨 당연히 대마법사일 거라는 둥, 묘하게 엄청난 사람이 되어 있잖아.

그런데 갑자기 내가 그 사람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그렇더라고.

"그래서 그냥 어쩌다 보니까 스승의 일을 대신한다는 식으로 넘어가던 게, 지금 이 상황까지 온 거지. 너희를 굳이 속였다기보다는 너희한테만 들킨 거야."

"그, 그럼 '오크와의 정사를 꿈꾸는 엘프는 오늘도 답답하다'를 그린 건 칼리라는 거지? 전부 칼리가 생각해서 그린 거지?"

"...그렇게 되겠지."

"하우우...."

오르카는 혼란스러운 듯이 머리를 부여잡고 열심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떻게 상황이 잘 설명되어서인지, 왜 속였냐면서 화내는 식으로는 진행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후, 평생 모두에게 속일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빨리 밝혀질지도 몰랐던 만큼 여러모로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잠시만, 그럼 리아가 그렇게 아기 가지고 싶다면서 폭주했던 것도 이거랑 관계있어?"

"조금. 솔직히 내가 지금은 칼리랑 가장 가까워도, 얘랑 유리아한테 밀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그 당시 '행복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만 봐도, 거유만 엄청나게 좋아하잖아."

"아...."

시발, 이렇게 보니까 왠지 내가 나쁜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아니 하필이면 그런 만화를 그릴 때, 로자리아에게 들킬 게 뭐람.

물론 내 취향이 큰 가슴에 치우쳐 있는 건 사실이라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

빈유도 나쁘지 않고 매력 있다고 생각하고, 로자리아도 되게 좋아하지만 따지고 보면 거유가 더 좋긴 해.

"하긴, 주변에 이렇게 큰 빨통들만 있어서 음탕한 몸으로 유혹하는데."

"엣, 에엣?"

"은근 변태인 칼리가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지. 심지어 제복 자체가 좀 야하기도 하고."

"변태라서 미안."

"괜찮아. 그런 면까지 포함해서 좋아하는 거니까."

그렇게 모든 설명과 대화가 끝나고, 오르카는 조용히 '오크와의 정사를 꿈꾸는 엘프는 오늘도 답답하다'를 꺼내서 보기 시작했고.

동아리 방에 왠지 모를 정적이 이어지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도망치기도 좀 그래서 그대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 되었다.

"미안, 칼리. 나 이제 강의라서...."

"응. 다녀와."

나는 강의가 있는데도 그전에 나랑 떡칠 생각으로 유혹한 로자리아가 좀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보내줬다.

아직 질내에 내 정액이 남아 있을 텐데, 그 상태로 강의를 듣는다니까 좀 야하네.

나중에 그런 그림도 좀 그려볼까?

"칼리."

"응?"

오르카가 만화를 읽던 손을 멈추고, 되게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왜 갑자기 저렇게 애가 귀엽게 구는 건지 모르겠네.

설마, 내가 친구던 칼리가 아니라 시우 화가라고 생각해서 저러는 건가?

그건 조금 불편한데.

"내가 시우인 거에 너무 신경 쓰지 마. 나는 그대로 네 친구인 칼리니까."

"그건, 그건 알고 있어. 그러니까 그게...."

"응?"

"처음에는 칼리가 시우님이라고 해서 굉장히 놀랐는데.... 잘 생각해보니까 조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시우님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아주 좋은 사람이라서 다행이고.

자기 마음을 멈추지 않아도 신념이 유지되니까 다행이라고.

...앞에 내용도 잘 이해가 안 되긴 하는데, 뒤 내용은 진짜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

"우왁!?"

"하아, 하아...♡"

"저, 저기 오르카?"

갑자기 나를 덮쳐서 넘어트리더니, 거친 숨을 몰아쉬는 오르카 때문에 굉장히 당황했다.

얘는 또 왜 갑자기 급발진 하는 거야?

"나, 칼리를 좋아하는 것 같아. 하지만 나는 시우님을 위해 살아가기로 했으니까, 그런 개인적인 호감은 포기하려고 했어. 근데, 근데...! 그 둘이 같은 사람이라고?"

"자, 잠시만 오르카?"

"그럼 그냥 나를 칼리에게 바치면, 전부 해결되는 거잖아?"

누가 저 좀 살려주세요.

미친 거유 미소녀 음란 하프 오크가 저를 강간하려고 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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